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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의 종소리는 세 번3화

404호의 종소리는 세 번

404호의 종소리는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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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새벽 네 시의 이름

병원 본관의 전기가 끊겼다.

비상 발전기가 작동했지만, 4층 간호 스테이션은 어둠 속에 남았다. 호출 기록 단말기만 배터리로 켜져 있었다. 404호에서 벨이 울렸다. 세 번. 이번에는 병동 전체의 경보음이 따라왔다. 환자 호출이 아니라 화재 감지 신호였다.

은호는 지하 전기실로 뛰어갔다. 비상 회로가 오래된 병실 회선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를 끊으면 4층 조명이 돌아오지만, 404호의 호출은 영구히 사라질 수 있었다. 나경은 병동 환자들을 간호 스테이션으로 옮기고 있었다. 산소 공급기가 멈춘 환자가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환기 주머니를 눌러 호흡을 유지했다.

“전기를 끊어야 해요!” 나경이 무전했다. “환자들이 위험해요.”

은호는 스위치 앞에서 멈췄다. 404호의 회선을 살리면 현재 환자들의 산소 공급이 지연될 수 있었다. 전선을 끊으면 20년 동안 반복된 호출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는 누나의 이름이 뜬 기록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 이름이 진짜 선영인지 알 수 없었다.

도식은 기록실에서 오래된 차트를 가져왔다. 그는 사망 시각이 세 번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연화는 화재 당일 죽지 않았다. 처음 호출을 누른 뒤에도 살아 있었고, 선영은 그녀를 다른 병실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통로에서 불이 번지자 구조 인력이 후퇴했다. 연화는 산소를 요청했고, 선영은 병실 문을 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세 차트는 각각 호출 시각과 사망 추정 시각을 기록했지만, 전산화 과정에서 하나의 사망 시각으로 합쳐졌다.

“그럼 호출은 연화 씨가 남긴 거예요?” 나경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도식은 기록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반복하는 것 같아요.”

은호는 병실 회선을 분리하는 대신, 비상 발전기 전원을 다른 구역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찾았다. 작업은 위험했다. 차단기를 잘못 내리면 중환자실 산소 장비까지 꺼질 수 있었다. 그는 배선도를 펼치고 실제 선 색을 대조했다. 도식은 손전등을 들고, 나경은 무전으로 산소 환자 상태를 알렸다.

은호는 스위치를 내렸다. 전기실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스테이션의 호출벨은 멈췄지만, 복도 벽 안에서 진동이 이어졌다. 그는 케이블을 끊지 않고 분리 단자에 연결했다. 우회 회로를 살리는 데 성공하자 병동의 조명이 돌아왔다. 중환자실 산소 장치는 작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경은 환자의 호흡을 확인하고 손을 떼었다. 환자는 눈을 뜨고 물을 달라고 했다. 그녀는 물컵을 가져와 한 모금씩 먹였다. 이때 404호 벨이 다시 울렸다. 스테이션 화면에는 ‘강연화, 요청: 문 열기’가 떴다.

은호는 빈 병실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 인터폰을 켰다. “연화 환자분,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대신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세요.”

안쪽에서 오래된 목소리가 들렸다. “선영이는 살아 있어. 내가 문을 닫았어.”

은호는 숨을 멈췄다. 나경은 호출 기록에 그 말을 적었다. 도식은 20년 전 차트에 없던 환자 한 명의 이름을 떠올렸다. ‘강연화의 딸, 최선영.’ 두 사람은 모녀가 아니라 자매였다. 선영은 연화의 동생이었고, 환자 기록에서 보호자로 숨겨졌다.

은호는 누나가 화재 뒤 병원에서 사라진 이유를 물었다. 목소리는 답하지 않았다. 호출벨이 세 번 울리고 멈췄다. 기록 화면에는 ‘요청 처리’가 뜨지 않았다. 이번 요청은 완료되지 않은 채 남았다.

새벽이 밝을 무렵, 도식은 차트 원본을 병원 조사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나경은 환자 호출 기록에 강연화의 이름을 다시 올렸다. 은호는 회선을 완전히 끊지 않고, 안전 절연 장치로 격리했다. 살아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전력을 지키면서 기록을 보존하는 선택이었다.

병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안쪽에서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다. 은호는 장갑을 끼고 펼쳤다.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선영이는 404호에 없어.’

그 글씨는 강연화의 것이었다.

전력실의 차단기는 낡아 한 번에 내려가지 않았다. 은호는 플라스틱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힘을 줬다. 손잡이가 부러지면 비상 전원도 끊길 수 있었다. 그는 배선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전기실의 응급 조명을 켰다. 병동 환자들은 간호 스테이션으로 옮겨졌다. 나경은 산소 환자에게 손으로 환기 주머니를 눌러 주며 다른 간호사에게 산소 공급 장치를 가져오라고 했다.

도식은 404호 호출을 끊지 말자고 했지만, 현재 병동의 환자가 먼저였다. 그는 차트 원본을 들고 스테이션을 떠났다. 은호가 차단기를 내릴 때, 나경은 404호에서 환자의 요청을 듣고 있었다. “문 열기”라는 말이었다.

은호는 모든 회선을 끊는 대신, 현재 병동의 전원과 폐쇄 병실의 호출선을 분리하는 임시 점퍼를 만들었다. 작업대에서 구리선을 잘라 단자를 감았고, 절연 테이프가 손가락에 붙었다. 그는 장갑을 벗지 않고 선을 고정했다. 한 번 잘못 연결하면 응급실 호출까지 꺼질 수 있었다. 나경은 무전으로 환자 상태를 알리고, 도식은 옛 도면의 배선 색을 대조했다. 셋은 서로가 확인한 값을 다시 읽어 주며 회로를 맞췄다.

전력이 돌아오자 병동의 조명은 켜졌지만 404호 호출 기록은 불안정했다. 나경은 인터폰에 대고 연화에게 이름을 다시 물었다. “강연화 환자분, 지금 병실에 혼자 계십니까?”

“선영이가 나갔어요.” 목소리가 답했다. “내가 문을 닫았어요. 불이 들어오지 못하게.”

은호는 그 말을 듣고 누나가 환자를 두고 도망친 게 아니라, 불길이 병실로 번지지 않도록 문을 닫았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문을 닫은 것은 구조를 막은 일이면서, 환자를 지키려는 선택이었을 수 있었다. 병원은 그 의미를 기록하지 않았다.

도식은 차트를 공개 조사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는 자기 서명과 수정 지시를 함께 첨부했다. 나경은 현재 입원 환자의 호출 기록을 처리하고, 404호 요청은 별도 기록으로 보존했다. 은호는 안전 절연 장치를 설치해 병원 회선에서 유령 호출을 분리했다. 이제 벨이 울려도 현재 환자들의 전원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새벽 네 시 04분, 벨이 세 번 울렸다. 마지막 호출 뒤 스테이션 화면에 ‘요청 처리’가 떴다. 그 요청은 문을 여는 일이 아니었다. 화면 아래에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기록을 남겨 주세요.’

은호는 누나 이름을 환자 기록에 적지 않았다. 그녀는 환자가 아니었다. 대신 20년 전 근무 기록의 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경은 강연화의 호출과 응답 내용을 함께 저장했다.

날이 밝아 병동이 다시 열렸을 때, 404호 문 앞에는 빈 물컵이 놓여 있었다. 미지근한 물에는 립스틱 자국이 없었다. 컵 바닥에 접힌 종이가 하나 붙어 있었다. ‘선영은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지하에서 기다린다.’

은호는 분리 회로가 안정된 뒤에야 전기실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소화기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병원 직원들은 환자들을 다른 층으로 옮기고, 이동식 산소통을 하나씩 점검했다. 나경은 산소 환자의 손을 놓고도 한동안 손가락을 펴지 못했다. 그녀는 환자가 숨을 쉬는 소리를 듣고서야 긴장을 풀었다.

도식은 연화의 차트를 품에 안은 채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그는 기록을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아무도 막지 못했다고 했다. 나경은 그가 지금 원본을 제출하기로 한 선택을 기록했다.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빈칸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은호는 누나의 이름이 뜬 화면을 저장해 두었다. 그는 그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고, 다음 호출을 기다렸다.

벨이 멈춘 뒤에도 나경은 환자 호출 대장을 닫지 않았다. 그녀는 ‘응답 대기’라는 새 항목을 만들고, 요청을 확인한 시간과 답하지 못한 이유를 함께 기록했다. 은호는 그 기록이 또 지워질 수 있다고 했지만, 나경은 종이 사본도 남기겠다고 했다.

도식은 사본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세 사람은 같은 기록을 각자 한 부씩 보관했다. 병원 서버가 고장 나도, 적어도 한 사람의 기억에만 기대지 않도록 했다.

새벽 교대가 끝난 뒤, 은호는 404호 문 앞에 의자를 놓고 잠시 앉았다. 문을 열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는 누나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어린 동생처럼 앉아 있지 않으려 했다. 대신 시설 기사로서 문과 배선을 점검하고, 의료진이 남긴 기록을 보존했다.

나경은 물컵을 다시 채웠다. 이번에는 호출이 울리기 전에 복도에 놓았다. 컵은 아침까지 그대로 남았다. 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 침묵이 환자가 괜찮아졌다는 뜻인지, 더는 부를 수 없다는 뜻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은호는 마지막으로 회선 절연을 확인하고 작업 장갑을 벗었다. 손끝은 떨렸지만, 벨이 울리지 않는 복도를 끝까지 걸어 나왔다.

간호 스테이션의 호출 대장에는 환자 이름과 응답자 이름이 나란히 남았다. 강연화, 나경. 기록은 작았지만, 그날 밤 아무도 혼자 기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전해졌다.

병원 문을 나서기 전 은호는 뒤를 돌아봤다. 404호의 호출등은 꺼져 있었고, 복도 스피커에서는 환자 이름을 부르는 일반 안내 방송만 흘렀다.

나경은 종이 사본을 병동 책임자에게 건네고 서명을 받았다.

은호는 병원 주차장에서 작업복 주머니를 확인했다. 절연 장갑이 남아 있었다. 다음 당직 때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는 다음 교대에도 문을 점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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