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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수의 재도전3화

열아홉 수의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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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끝내기까지 남은 수

지역 청소년 팀전이 시작되기 전, 백서준은 이시아가 제출한 전학 서류와 대회 등록 규정을 확인했다. 주최 측은 이사 전 학교 소속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이전 학교의 확인서가 필요했다. 시아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지만, 예선 이후 학교가 바뀌면 다음 회차에 다시 등록을 해야 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부모와 팀에 알렸다.

“이번 대회는 나갈 수 있어요. 다음 대회는 새 학교 서류를 다시 내야 하고요.”

“그러면 오늘 판에 집중하면 되겠네.” 서준이 말했다.

시아는 자기 출전 자격이 불확실했던 일이 팀에 숨길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그녀가 빠질 가능성을 생각해 대체 보드 순서를 준비해 두었다. 누구도 시아에게 꼭 남아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 덕에 시아는 출전이 허용됐다는 사실을 기뻐할 수 있었다.

신우는 첫 대국에서 상대가 상변을 넓히자 중앙을 먼저 차지했다. 그는 지난 경기 복기에서 배운 대로 상대의 약한 돌을 무리하게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반에 상대가 끊어 오자 초읽기 시계를 확인하고 손을 멈췄다. 후보 수를 두 개로 줄인 뒤, 연결을 선택했다. 상대는 한쪽을 공격했지만 신우의 돌은 살았고, 그는 끝내기에서 두 집을 더 만들어 반집승을 거뒀다.

대국이 끝나자 신우는 서준에게 자기가 어떤 수를 잘 뒀는지 물었다. 서준은 승리한 것부터 칭찬하기보다 신우가 초읽기에서 후보를 줄이고 선택한 과정을 물었다. 신우는 이번엔 돌을 잡으려는 욕심을 멈췄고, 상대가 끊을 가능성을 읽었다고 했다. 그는 대국 기록에 자신의 생각을 한 줄 적었다.

“오늘은 내가 진짜로 본 수가 있었어요.”

“그걸 다음 판에서도 다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

신우는 다음 대국에서 또 놓칠 수 있지만, 복기할 내용이 생긴 게 좋다고 말했다. 서준은 아이가 자기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다음 판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입단 기록을 피한 이유를 다시 떠올렸다. 패배를 한 번 더 보면 선택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은 아이에게 설명했지만,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

시아의 첫 대국은 초반부터 싸움이 붙었다. 그녀는 상대의 좌하귀를 공격하며 한 번 끊었지만, 상대는 돌을 버리는 대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시아는 공격을 계속하면 중앙을 내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한 수를 더 쫓지 않고 자신의 약한 돌을 먼저 연결했다. 상대는 귀를 확보했고, 시아는 외곽 두터움을 얻었다.

그 판은 중반까지 집 차이가 크지 않았다. 초읽기에 들어간 뒤 상대는 끝내기에서 한 번 늦게 두었고, 시아는 그 틈에 선수를 잡았다. 그녀는 공격보다 끝내기를 우선해 두 집 차이로 승리했다. 대국 후 시아는 서준에게 자신의 공격 기회를 포기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서준은 그 수가 아쉬워도 결과를 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상대 돌을 잡았으면 더 크게 이겼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고, 네 돌이 끊겼을 수도 있지.”

시아는 복기에서 공격을 더 이어 갔을 때의 변화도 놓아 봤다. 상대는 연결 대신 중앙으로 뛰어나왔고, 시아는 약한 돌 두 무리를 동시에 돌봐야 했다. 실제 판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이 컸다. 시아는 공격을 참은 선택이 재미없어 보여도 합리적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승리 기록만 남기지 않고, 포기한 공격 수와 이유도 노트에 썼다.

팀전은 2승 1패로 끝났다. 신우와 시아가 이겼지만, 마지막 보드의 선수는 중반에 큰 실수를 해 패했다. 팀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신우는 자기 승리로 팀이 올라갈 줄 알았다고 했지만, 한 판만으로 전체 결과가 결정되진 않았다. 영재는 선수들을 한 명씩 칭찬하기보다 각자 대국에서 책임진 선택을 물었다.

팀에서 마지막 보드로 패한 선수는 결과표를 접어 가방에 넣으려 했다. 그는 상대의 끝내기 수를 보고도 시간을 재다가 한 집을 놓쳤다고 했다. 신우는 자기 대국에서 졌으면 팀이 더 위험했을 거라고 말하며 미안해했다. 영재는 각자 자기 판을 복기하고, 다른 사람의 패배를 대신 책임지지 말라고 했다. 서준은 마지막 보드 선수에게 먼저 어떤 수를 두고 싶었는지 물었다. 그는 공격을 더 이어 가고 싶었지만, 안전하게 집을 지키는 수를 골랐다고 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복기에서 확인하기로 했다.
대회 정리가 끝난 뒤 서준은 청소년 수업 보조를 영재에게 넘겼다. 그날 저녁 기원에서는 성인 아마 대국 모임이 열렸다. 서준은 참가 신청을 미리 해 두었고, 상대는 44세 직장인 바둑 동호인 박현수였다. 그는 서준을 알아보고 입단 준비생과 두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다. 서준은 자신을 입단 준비생이라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직 다음 대회에 나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대국은 호선으로 시작됐다. 서준은 흑을 잡고 첫 수를 소목에 뒀다. 현수는 귀를 챙긴 뒤 바깥으로 한 칸 벌렸다. 서준은 초반에 넓게 벌리고 싶었지만, 상대의 약한 돌을 먼저 살피는 수를 선택했다. 지난 입단대회 19수에서 외면한 약점을 이번에는 먼저 보려고 했다.

중반 전투가 시작되자 현수는 상변에서 끊는 수를 뒀다. 서준은 반사적으로 좌상귀를 지키고 싶어졌다. 그 수는 상대의 집을 줄일 것처럼 보였지만, 자기 중앙 돌이 약해질 수 있었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제한시간은 아직 충분했다. 후보 수 두 개를 종이에 적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비교했다. 하나는 귀를 지키고 중앙을 약하게 두는 수, 다른 하나는 중앙을 연결하고 귀 일부를 내주는 수였다.

그 수를 놓기 직전 서준의 손은 좌상귀 방향으로 먼저 갔다. 지난 입단대회에서 그곳을 지키려고 했던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는 돌을 놓지 않고 손을 무릎에 내렸다. 상대의 돌이 이어지면 어디가 약해지는지 한 번 더 읽었다. 현수는 서준이 멈춘 동안 시계를 확인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대국에는 상대가 생각할 시간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준은 후보를 고르고, 손끝으로 돌을 집었다.
서준은 중앙을 연결했다. 현수는 귀에 한 수 더 둬 집을 만들었다. 서준은 그 손해가 아까웠지만, 약한 돌이 하나로 이어진 것을 확인했다. 다음 응수에서 현수는 공격을 더 이어갈지 끝내기로 방향을 바꿀지 선택해야 했다. 서준은 상대의 수를 기다리며 자신의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입단대회에서도 이런 모양이 있었어요.” 서준이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르게 뒀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때는 한쪽을 잃는 게 무서웠어요. 오늘은 무엇을 지키는지 먼저 정했어요.”

현수는 중앙을 공격했지만, 연결된 흑돌은 쉽게 끊기지 않았다. 서준은 공격을 되받아치기보다 바깥에 한 수를 두었다. 그 수로 상변의 백돌이 살았고, 흑은 좌변에서 집을 얻었다. 서로의 집이 비슷해지자 대국은 끝내기 국면으로 들어갔다.

초읽기는 각자 30초 세 번이었다. 서준은 첫 번째 초읽기에서 작은 끝내기를 놓쳤고, 현수는 먼저 선수를 잡아 1집 차이를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급히 큰 수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서준은 남은 끝내기의 크기를 비교했다. 상대가 선수를 잡을 곳과 자기가 후수로 메울 곳을 나눠 세었다. 그는 초읽기 하나를 남기고 3선의 끝내기를 선택했다.

현수는 그 뒤 우변에 후수 2집을 두었다. 서준은 마지막 한 수로 중앙의 공배를 메우고 계가를 요청했다. 결과는 흑 1집 반 승리였다. 넉넉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서준은 열아홉 수 뒤에도 손을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판을 끝까지 두고 계가를 마쳤다.

복기에서 현수는 서준이 중앙을 연결한 선택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초반에 둔 한 수가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서준은 19수 뒤에 다른 응수를 뒀을 때의 가능성을 계속 검토했다. 이번 판의 승리는 입단 가능성을 증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기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대국을 마친 뒤 영재는 서준에게 다음 입단대회 접수에 참여할지 물었다. 서준은 참가비를 모으고 주간 수련 시간을 조정해 보기로 했다고 답했다. 아직 신청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패배 기록을 덮지 않을 생각이었다. 영재는 입단대회만 보지 말고 기원 보조 근무와 생활비도 같이 계산하라고 했다. 서준은 그 계획표를 이미 만들었다고 보여 줬다.

시아는 팀전 결과를 복기한 뒤 전학 서류의 다음 제출 날짜를 확인했다. 다음 대회 등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 승리한 판에서 끝내기를 선택한 이유를 노트에 남겼다. 공격 기풍을 버린 건 아니었지만, 모든 싸움을 끝까지 밀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신우는 자신의 첫 승리보다 초읽기 때 후보 수를 줄인 것을 더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영재는 다음 주에 팀전에서 패한 마지막 보드도 함께 복기하자고 했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결과를 얻었지만, 판의 끝까지 앉아 있는 연습을 시작했다.

서준은 대국 노트 마지막 장에 다음 입단대회 준비를 적었다. 오늘 둔 수순과 대국 시간, 초읽기에서 놓친 끝내기까지 기록했다. 그는 다시 프로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두 달 동안 어떤 문제를 풀고, 누구와 대국하고, 어떻게 생활비를 마련할지 정했다. 19수의 실패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음 대국에서 같은 자리까지 가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

그날 밤 기원 불을 끄기 전 서준은 대국판 위의 돌을 주웠다. 검은 돌과 흰 돌을 각각 주머니에 담고, 마지막에 19번째 수가 놓였던 교차점을 오래 바라봤다. 그는 그 자리에 다시 돌을 놓지 않았다. 기록을 닫지 않고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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