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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14화

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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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두 점의 무게

밤 23시 56분.

오복자의 청소 트럭이 섀도 엔틱 뒤편 폐자재 골목에 멈췄다. 태오는 방한복 안쪽의 종이를 먼저 눌렀다. 젖은 옷감과 달리 선적 송장은 방수 파우치 속에서 마른 상태였다.

“대문으로 가지 마쇼. 순찰차가 두 번 돌았소.”

오복자는 전조등을 끈 채 사이드미러를 살폈다. 태오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폐목재 뒤의 방화문으로 내려갔다.

보존실에서는 윤서린이 손전등을 끄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태오의 젖은 손목을 보았다.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방수 파우치로 시선이 옮겨 갔다.

“그게 없어진 송장인가요?”

“송장과 납품 태그입니다.”

태오는 검은 보존용 매트 위에 종이와 황동 조각을 놓았다. C-03 / HANBIT ASSET TRUST 인장 아래 세 글자가 찍혀 있었다.

H.D.Y.

“한도윤.”

서린은 그의 얼굴을 살폈다. 태오는 대답 대신 루페를 건넸다.

“제 이름을 지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 글자로 법정에서 그 사람을 세울 순 없어요. 누가 찍었는지 입증할 다른 흔적이 필요합니다.”

황동 태그 한쪽은 날카롭게 잘려 있었고 구멍 안쪽에는 붉은 봉인재가 남아 있었다. 서린은 메스 끝을 대지 않고 접사 렌즈로 그 단면을 찍었다. 태오는 송장을 산성 없는 종이 사이에 끼워 별도 봉투에 넣고 태그의 물기를 닦으려 했다.

“닦으면 안 됩니다.”

서린이 태오의 손을 멈췄다. 태그 구멍의 붉은 가루가 매트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얇은 유리판을 옆에 놓고 떨어진 한 알갱이를 그 위에 받았다.

“씰과 태그가 같은 상자에서 나왔다는 흔적이에요. 종이의 글자만 남기면 누군가 다른 송장이라고 우길 수 있죠.”

태오는 유리판에 봉인 시각을 적었다. 황동의 절단면을 촬영해 오프라인 장부에 남겼다.

서린이 B-17에서 가져온 필름 케이스를 열었다. 형광등 아래에서 두 금속 불상의 상태 사진이 떠올랐다. 가죽 노트에는 HB-214, HB-215가 적혀 있었다. 한빛 재단의 공식 소장품 번호였다.

“둘 다 제 손으로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이쪽 받침 왼편에는 주조할 때 생긴 작은 홈이 있어요.”

서린이 첫 번째 사진을 짚었다.

“214번입니다. 215번은 오른쪽 귀 아래에 옛 수리 자국이 있어요. 출품 확인서에는 그 흠을 지워 놓았더군요.”

태오는 필름을 빛에 비추었다. 받침 아래 그림자까지 남은 원본 사진이었다. 재단 문서에서 흠집을 지웠다면 물건을 바꾸거나 기록을 바꿀 준비를 한 셈이었다.

“받침 홈을 만든 도구가 아니라 주형의 결함입니다. 주조된 첫날부터 있었어요.”

서린은 필름 끝의 눈금자를 가리켰다. 자국의 크기까지 남긴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지상에서 차 문이 닫혔다.

서린이 필름을 거뒀다. 태오는 봉투를 이중 벽 안에 밀어 넣고 진열장 걸쇠를 잠갔다.

새벽 0시 19분.

신유경이 섀도 엔틱의 계단을 내려왔다. 남항의 해무가 아직 검은 코트의 어깨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진열대에 작은 증거 사진 한 장을 놓았다. 붉은 컨테이너 문짝에 찍힌 면세 직인이었다.

“당신이 알려 준 곳에서 열두 상자를 찾았습니다.”

“뉴스가 빠르군요.”

“뉴스에는 없을 얘기도 있습니다. 선적 파우치가 뜯겨 있었어요. 야드에서 빠져나간 사람이 가지고 있겠죠.”

“그 사람 얼굴은 보셨습니까?”

“등만 봤습니다. 젖은 방한복을 입었더군요.”

유경의 눈은 태오의 마른 앞치마를 지나 작업대 아래의 젖은 신발로 내려갔다. 태오는 발을 옮기지 않았다.

태오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파우치 자리는 화면의 가장자리만 남아 있었다.

“절 찾으러 오신 겁니까?”

“실물을 찾으러 왔습니다.”

유경의 전화기가 울렸다. 그녀는 잠깐 화면을 보고 통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유경의 대답은 짧았다.

“현장 압수품의 분류는 제가 확인합니다. 아직 군용 장비 감식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그녀는 전화기를 뒤집어 놓았다.

“윗선은 통관 서류 착오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열두 상자에 들어 있던 게 뭔지도 보지 않고요.”

유경은 사진을 봉투 안으로 밀었다. 현장에서는 군용 모듈을 잡았지만 재단으로 이어지는 원본 선적 기록은 사라졌다.

“그럼 한빛 재단 소장품 목록을 보시죠.”

태오는 빈 감정표 뒷면에 HB-214 / HB-215를 썼다.

“B-17 경매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던 두 점입니다. 출처가 적힌 장부를 가진 쪽은 재단이죠. 새벽에 기록을 없애면 오늘 화물과 맞춰 볼 물건도 사라집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압니까?”

“번호가 틀리면 돌아오셔도 됩니다.”

“장부는 어디서 얻었죠?”

“번호를 확인하면 그때 거래합시다. 여기서 이름 하나 던져 봐야 당신 윗선은 운반책만 체포할 겁니다.”

유경이 감정표를 펼쳐 숫자를 외웠다. 아직 태오를 믿는 표정은 아니었다.

유경은 종이를 접어 넣었다. 그녀는 안쪽 진열장을 한 번 보았지만 문을 열지는 않았다.

“빠져나간 사람을 잡으면 다시 묻겠습니다.”

유경이 올라간 뒤에도 태오는 잠시 계단을 바라봤다. 유경은 번호를 확인할 것이다. 그 사이에 재단은 물건을 옮길 것이다. 시간은 어느 편도 아니었다.

새벽 0시 43분.

가게 뒤편 방화문 앞에 작은 운송차가 들어섰다. 기사는 회색 작업복 위에 한빛 재단의 봉인지가 붙은 나무 상자를 안고 있었다. 태오가 문틈만 열자 기사는 검은 인수증 묶음을 내밀었다.

상자 모서리는 밤길을 달린 물건처럼 젖어 있었으나 봉인지는 깨끗했다. 나무가 비를 맞은 뒤 새 종이를 붙인 것이다. 태오는 손으로 떼지 않고 접합부만 눈에 담았다.

“급행 보존품입니다. 윤서린 선생님 확인 서명이 필요합니다.”

서린이 태오의 어깨 너머로 봉인지를 보았다. 자신의 옛 상태 보고서와 같은 C-03 압인이었다. 이번에는 서명란 위에 이미 그녀의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제가 받는다고 한 적 없습니다.”

“위에서 그렇게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서류만 돌려주면 책임 문제도 끝난답니다.”

기사는 태오에게 시선을 옮겼다. 정확히 무엇을 잃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누구 책임을 말하는 겁니까?”

“서명란에 이름이 있잖습니까. 오늘 접수만 하면 보존 중 파손으로 끝난다고요.”

서린은 그 칸을 오래 바라봤다. 처음 불상의 눈을 열었을 때도 남이 만든 문서에는 그녀의 이름이 먼저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접수 펜을 받아 들고 뚜껑을 닫아 작업대에 내려놓았다.

태오는 상자를 작업대에 놓게 했다. 작은 금속 불상 하나가 들어 있었다. 바닥에는 HB-214 라벨이 붙었다. 서린은 필름을 가져와 받침의 왼쪽을 나란히 놓았다.

필름 속 불상은 왼발을 받침 가장자리보다 조금 앞에 디디고 있었다. 작업대 위의 불상도 발 모양은 같았다. 그러나 받침 왼쪽 아래에 길게 패인 흠만 없었다. 태오는 저울을 당겨 상자의 완충재를 걷어낸 뒤 불상만 올렸다. 가죽 노트에 적힌 실측 중량보다 서른여섯 그램 무거웠다.

“홈이 없어요.”

“마모됐겠죠.”

“주조할 때부터 있었던 홈은 닦는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서린은 불상을 들어 무게를 가늠했다. 바닥 나사 중 한 개만 새것이었다. 태오가 손전등을 비추자 나사 옆으로 누런 납땜 찌꺼기가 보였다. 안쪽에 무게추를 달아 목록의 중량에 맞춘 흔적이었다.

“겉면을 떠서 복제했군요.”

태오는 불상의 목 뒤를 루페로 보았다. 오래된 녹층 위에 검은 안료가 얇게 발려 있었으나 홈 안쪽의 금속은 밝았다. 오래 묻혀 있던 물건이라면 안쪽도 같은 시간만큼 어두워졌어야 했다.

서린은 홈이 없는 받침과 새 나사를 촬영했다. 사진 한 장에는 필름의 눈금자까지 함께 넣었다.

기사가 인수증을 끌어당겼다.

“저는 배달만 합니다. 서명 안 하시면 회수하겠습니다.”

“불량품 인수 확인은 못 합니다.”

서린이 펜을 잡고 서명란이 아닌 물품 상태 칸에 원본 대조 불일치 / 검수 보류라고 적었다. 기사는 그녀의 손을 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인수증은 복사식 세 장이었다. 기사는 맨 윗장을 상자 뚜껑에 대고 서린의 글씨가 번진 아래장을 태오 앞으로 밀었다. 자기도 모르게 가게에 확인 가능한 사본을 남긴 것이다. 서린은 그 아래장에도 서명란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두 시 전에는 결정하셔야 합니다.”

태오는 사본 한 장을 떼어 자기 쪽으로 당겼다. 기사가 잡아채려 하자 그는 불상 아래의 헐거운 나사를 가리켰다.

“이걸 가져가면 운송 중 파손이라고 적으세요. 여기서 열린 흔적은 당신들 봉인지 안쪽에 있습니다.”

기사는 더 말하지 않고 상자를 다시 닫았다. 운송차가 골목을 벗어날 때까지 태오는 인수증 사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새벽 1시 07분.

서린은 손전등을 종이 옆에 눕혔다. 인수증 사본의 표면에 낮은 그림자가 생겼다. 검은 잉크로 적힌 배달 주소 아래 다른 글씨의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같은 묶음의 윗장을 쓰면서 세게 누른 필압이었다.

태오는 종이 아래를 검은 판으로 바꿨다. 사선으로 들어오는 빛이 숫자의 오목한 선만 남겼다. 운송 기사가 적은 주소가 아니었다. 묶음이 가게에 오기 전에 작성한 다른 인수증의 필압이었다. 같은 서류를 아껴 쓴 현장 직원의 버릇이 지금 그들의 반출 계획을 드러냈다.

HB-214 / HB-215.

그 아래에 제2보존고 / 02:10 / 폐기 반출이 읽혔다.

“우리가 받은 214번은 가짜인데 폐기되는 목록에는 진짜 두 점이 함께 있네요.”

“목록에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실제 두 점이 제2보존고에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호를 폐기 처리하려는 시각과 장소는 읽혔다. 가게에 온 복제품은 그 전에 서린의 확인 도장을 얻기 위한 물건이었다.

서린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출품 확인서에서 제 이름을 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가짜를 제 손으로 확인하게 해서 진짜가 사라진 시간을 제가 보증하도록 만들려던 겁니다.”

태오는 그녀가 적은 검수 보류 문구를 보았다. 짧은 다섯 글자가 오래된 함정보다 먼저 종이 위에 남았다.

“이제 당신 이름으로 된 거짓말은 저쪽에서 마음대로 쓰지 못합니다.”

그는 유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 번호와 제2보존고의 반출 시각만 적었다. 송장의 사진은 보내지 않았다. 발신 기록은 남았다.

잠시 뒤 답장이 왔다. 번호 조회 중. 현장 접근 금지.

태오는 답장을 지우지 않았다. 서린의 필름과 가짜 불상의 사진도 봉인했다.

바깥에서 경찰 순찰차가 사거리를 지나갔다. 그 뒤로 방금 떠난 운송차의 붉은 미등이 더 먼 골목에서 잠깐 멈췄다. 차체의 옆문이 열리고 길쭉한 운송 상자 두 개가 안으로 실렸다. 어느 상자에 진품이 있는지는 이 거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태오는 진열대의 조명을 껐다.

“저 차가 도착하기 전에 원본을 봐야 합니다.”

서린이 필름 케이스와 검수 보류 사본을 집었다.

“이번에는 제가 먼저 흠집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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