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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부제: 성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입니다)8화

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 성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입니다

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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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우리 아기가 복덩이네!

따르르릉.

아침부터 낡은 스마트폰이 세 번이나 울렸다.

연희는 무진을 품에 안은 채 화면을 확인했다. 잠에서 덜 깬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네. 도담 길드 연희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헌터 협회 담당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젯밤 마포 외곽 게이트에서 벌어진 이상 낙뢰와 장비 파괴에 관한 연락이었다.

연희의 시선이 식탁 위에 놓인 검은 딸랑이로 향했다.

“네. 현장에는 저희 길드원 세 명과 보호 중인 아기가 있었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어요.”

무진은 연희의 팔 안에서 눈을 떴다.

‘보호 중인 아기라니. 나는 전쟁을 끝낸 구원자다.’

속으로 항의했지만 입에서는 작은 하품만 새어 나왔다.

“네? 태성 길드가 최종 승인 없이 통제선을 옮긴 기록이 남았다고요?”

연희의 목소리가 조금씩 밝아졌다.

협회는 현장 감시 영상과 장비 좌표 오류를 확인했다. 게이트 수리비 변상 청구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됐다. 도담 길드의 관할권도 유지되었다. 태성 길드가 주장한 임시 관리권은 정식 권한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말입니까?”

연희가 되물었다.

무진은 그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불안해서 뛰던 박동이 아니었다. 안도와 기쁨이 섞인 박동이었다.

“감사합니다. 네. 저희도 협회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연희는 한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서영이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좋은 소식이에요?”

“우리 구역을 지킬 수 있대. 태성 길드가 멋대로 설치한 장비도 전부 불법으로 기록됐고.”

민석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려다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면 제가 밀쳐진 것도 정당한 피해로 인정됩니까?”

“진단서부터 보여 줘.”

“아직 멀쩡한데요.”

“그럼 네가 참은 걸로 하자.”

민석은 억울한 얼굴로 다시 앉았다. 연희는 피식 웃다가 품 안의 무진을 내려다보았다.

“우리 무진이 덕분인가 봐.”

무진의 볼이 살짝 부풀었다.

‘덕분이 맞다.’

연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번개가 장비만 골라서 부순 것도 그렇고 길드가 망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우리 아기가 진짜 복덩이네.”

[성좌 ‘장미의 여왕’이 ‘복덩이’라는 호칭에 감격합니다!]
[성좌 ‘장미의 여왕’: 드디어 인간계에서도 우리 아가의 위대함을 알아보는구나!]
[성좌 ‘은하의 제왕’: 복덩이라니 부족하다. 우주 최고의 행운 그 자체라고 불러라!]

무진은 채널 창을 흘겨보았다.

‘그렇게까지 떠받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연희가 웃는 모습을 보자 굳이 창을 닫지는 않았다.


연희는 통화를 마친 뒤 책상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가계부를 펼쳐도 한숨부터 나오지 않았다.

“월세와 유지비는 냈고 게이트 수리비는 보류됐어. 남은 돈은 길드 운영비로 묶어 두자.”

서영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러면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넉 달 정도예요.”

“충분하진 않지만 숨은 쉴 수 있네.”

연희는 펜을 들고 필요한 물건을 적었다.

“현관 잠금장치. 창문 걸쇠. 화재 감지기. 그리고 무진이 침대 안전 가드.”

민석이 손가락을 들었다.

“제 어깨 보호대도요.”

“그건 네가 알아서 사.”

“길드 복지 아닙니까?”

“아기가 먼저야.”

연희는 망설임 없이 다음 줄에 기저귀와 분유를 적었다. 마지막에는 유모차라고 썼다.

무진은 그 글자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유모차.

전생에 그가 탄 것은 전쟁마와 비행선 그리고 무너지는 성벽뿐이었다. 지구에 돌아온 뒤에도 방 안과 게이트 통제 구역만 오갔다. 유모차를 타고 천천히 거리를 구경한다는 일은 낯설면서도 마음을 끌었다.

[성좌 ‘은하의 제왕’이 황금 비행 마차를 후원하려 합니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장미 왕관과 별빛 차양을 장착한 유모차를 추천합니다!]
[성좌 ‘침묵의 학자’: 현지 안전 인증과 제동 장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

무진은 마지막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왕과 여왕의 제안은 전부 과하다.’

그는 허공에 뜬 추천 목록을 손으로 밀어냈다. 금빛 바퀴와 보석 장식이 차례로 사라졌다.

[과도한 외부 개입 후원을 거절했습니다.]
[대체 선택지: 보호 구역 안전 점검 300맘마 코인]

무진은 잠깐 생각한 뒤 승인했다.

[안전 점검 결과를 표시합니다.]

  • 현관 잠금장치: 내부 스프링 마모
  • 북쪽 창문 걸쇠: 고정력 부족
  • 화재 감지기: 배터리 수명 임박
  • 아기 침대: 난간 고정 나사 두 개 느슨함

무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고치는 힘은 아니었다. 대신 어디가 위험한지 정확하게 알려 주는 점검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무진은 점검창을 연희 쪽으로 밀어 보냈다. 물론 연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현관을 가리키며 끙끙거리는 모습은 보였다.

“현관이 신경 쓰여?”

연희는 곧바로 서영을 불렀다.

“잠금장치부터 보자. 어제도 문이 덜컹거렸어.”

서영이 공구 상자를 가져왔다. 두 사람은 낡은 장치를 분해했고 안쪽에서 부러진 스프링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아직 썼지?”

“그러니까 바꾸자고 했잖아.”

연희는 새 잠금장치를 주문하고 창문 걸쇠와 감지기 배터리도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다. 느슨한 침대 난간은 민석이 나사를 조였다.

무진은 사람들이 자신이 고른 위험을 하나씩 없애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힘이 모든 일을 대신할 필요는 없다.’

어젯밤 딸랑이를 쥐었을 때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지키는 힘은 누군가의 손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 손이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연희가 침대 난간을 흔들어 확인했다.

“이제 튼튼하지?”

“응애.”

“그래. 우리 복덩이가 합격이라네.”

무진은 엄숙하게 눈을 감았다. 성좌 채팅창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폭발했다.


점심 무렵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협회 담당자와 박태식이 함께 서 있었다. 담당자의 손에는 정식 조사 요청서가 들려 있었고 박태식의 손에는 별도의 임시 압수 신청서가 들려 있었다.

연희는 문을 반쯤만 열었다.

“협회에서 나온 건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박 이사님까지 왜 같이 오셨죠?”

“현장 파괴 원인이 된 물품을 확인해야 합니다.”

박태식이 서류를 내밀었다.

“위험 물품 임시 압수 신청입니다. 공격용 아티팩트라면 길드장 개인 소유라고 해도 제출해야 하지요.”

연희는 품 안에 있던 무진을 더 단단히 안았다.

“이건 아기 딸랑이입니다.”

“아기 딸랑이가 장비만 골라 부쉈다는 겁니까?”

“장비를 부순 건 번개였죠.”

“그 번개가 이 물건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는 현장 진술이 있습니다.”

서영이 박태식의 서류를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

“신청 근거가 전부 추정뿐이에요. 현장 영상의 앞부분에는 태성 길드가 승인 번호 없이 장비를 설치한 장면이 있고요.”

그녀는 태블릿 화면을 협회 담당자에게 보여 주었다. 통제선이 옮겨지고 좌표 입력값이 틀린 장면이 연속해서 재생됐다.

담당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박 이사님. 해당 신청은 반려하겠습니다. 장비 파괴와 관련된 물품이라는 직접 증거가 없습니다.”

“협회가 태성 길드를 무시하겠다는 겁니까?”

“규정에 따라 판단하는 겁니다.”

박태식의 시선이 연희의 품 안으로 미끄러졌다. 무진은 그의 손목에 걸린 얇은 팔찌를 보았다.

팔찌 안쪽에서 마력이 부풀고 있었다.

‘또 힘을 쓰려는군.’

박태식은 서류를 빼앗으려는 듯 손을 들었다. 그 손목의 팔찌가 희미하게 빛났다.

무진은 딸랑이를 잡았다.

찰랑.

맑은 소리가 좁은 현관에 퍼졌다.

박태식의 팔찌가 검게 식었다. 손끝에 모이던 마력도 바닥으로 흩어졌다.

“뭐야?”

박태식이 손목을 움켜쥐었다.

[직접 인명 공격을 차단했습니다.]
[보호 대상 주변의 위협 장비만 무력화했습니다.]

연희는 딸랑이를 내려다보았다. 무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

“우리 무진이가 흔들었어?”

“뺙.”

“사람은 안 다쳤네.”

연희는 무진의 손을 감싸고 조용히 말했다.

“잘했어. 그래도 다음에는 엄마가 먼저 확인할게.”

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태식은 협회 담당자와 서영의 시선을 번갈아 보았다. 이번에는 장비 고장조차 변명으로 넘기기 어려웠다.

“그 물건의 출처는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그 전에 본인 길드의 불법 장비부터 설명하셔야겠죠.”

서영이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박태식은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 현관을 나서기 전 그의 눈이 무진과 마주쳤다.

무진은 작고 둥근 손으로 딸랑이를 쥔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박태식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문이 닫히자 연희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아기가 엄마 길드까지 지켜 주네.”

그녀는 무진의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활짝 웃었다.

“정말 복덩이야.”

무진은 괜히 고개를 돌렸다. 채널 창에는 성좌들의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성좌 ‘은하의 제왕’: 복덩이 판정 완료!]
[성좌 ‘장미의 여왕’: 오늘부터 좋은 일은 전부 우리 아가에게 먼저 일어날 거야!]
[성좌 ‘침묵의 학자’: 반복되는 우연에 대한 관찰 기록을 권고한다.]

‘쓸데없이 정확한 성좌다.’

무진은 창을 닫으려다 멈췄다. 연희의 웃음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오후가 되자 새 잠금장치와 유모차가 함께 도착했다.

연희는 현관을 고친 뒤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유모차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바퀴가 튼튼했고 안전벨트도 단단했다.

“무진아. 이거 타고 내일 엄마랑 바람 쐬러 가자.”

무진은 유모차 안에 앉았다. 등받이가 등을 받치고 양옆의 난간이 작은 몸을 편안하게 감쌌다.

‘나쁘지 않다.’

연희가 유모차를 거실 한 바퀴 밀었다.

“어때?”

무진은 두 발을 꼼지락거렸다.

“응애.”

“마음에 든대.”

서영이 웃으며 말했다.

연희는 유모차 손잡이에 작은 가방을 걸고 기저귀와 분유를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무진의 가슴 한가운데가 조용히 따뜻해졌다.

내일이면 서울의 거리를 보게 된다. 게이트와 전쟁의 흔적이 아닌 평범한 가게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연희가 유모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우리 복덩이. 내일은 엄마랑 천천히 구경하자.”

무진은 딸랑이를 품에 안았다. 푸른 보석이 오후 햇빛을 받아 작게 반짝였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무너뜨리지 않고 평범하게 걷고 싶었다.

그때 채널 창에 새 축하금 알림이 떠올랐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첫 외출 축하금 1,000,000맘마 코인을 후원합니다!]

무진은 알림을 조용히 닫았다.

연희가 웃고 유모차가 준비됐다. 그것이면 내일을 기다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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