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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부제: 성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입니다)11화

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 성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입니다

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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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성좌들의 주접 대열

도담 길드 현관문이 열리자 서영이 슬리퍼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뛰어나왔다.

“길드장님! 사거리 영상 보고 전화했는데 왜 안 받으셨어요?”

“현장이 정신없었어. 우리 둘 다 멀쩡해.”

연희는 먼저 유모차를 안으로 들였다. 무진의 노란 곰돌이 모자를 벗겨 주는 손끝이 조금 떨렸다.

민석도 계단을 내려왔다. 그는 무진의 뺨과 팔다리를 눈으로 훑고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협회 기동대가 늦게 도착했다던데요. 괴물은요?”

“게이트가 불안정해서 스스로 닫힌 것 같아. 다행히 다친 시민은 없어.”

연희는 웃었지만 말끝에 힘이 없었다. 아스팔트가 갈라진 자리를 다시 떠올렸는지 무진이 탄 유모차의 안전띠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무진은 그 손이 굳어 있는 걸 보았다.

연희가 가방에서 푸른 마나스톤을 꺼냈다. 현장에서 받아 둔 임시 봉인 봉투에 넣어 책상 한편에 올려놓았다. 돌의 맑은 빛이 거실 천장에 작게 흔들렸다.

“감정은 나중에 맡기고 우선 현장 보고부터 해야지.”

“급할 것 없어요. 기동대에서 내일 오전까지 보내 달랬잖아요.”

서영의 말에도 연희는 고개를 저었다. 붉은 게이트의 위치와 피난 방향이 아직 생생할 때 적어 둬야 한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의자에 앉았다. 펜을 쥐려던 손이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다.

툭.

펜이 굴러떨어졌다.

‘엄마?’

무진은 유모차 안전바를 붙들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연희는 펜을 줍는 대신 손바닥을 무릎 아래 숨겼다. 결계를 오래 버티던 손에는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입술의 핏기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제가 쓸게요.”

서영이 다가오자 연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내가 봤으니까 내가 쓰는 게 빨라.”

그 웃음에 무진의 속이 묵직해졌다. 자신을 가로막아 지키던 등이 아직도 눈앞에 남아 있었다. 그 등이 방패처럼 단단한 줄만 알았는데 지금은 손가락 하나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무진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빛이 터졌다.

[실시간 접속자 997,841명]
[‘차원을 울려 닫은 아기’ 영상이 성좌망 추천 화면에 등록되었습니다.]

숫자가 한 번 깜박이는 사이 수백씩 올라갔다.


[실시간 접속자 999,206명]

무진은 눈앞을 밀어내려 했지만 채널 창은 더 커졌다. 작은 손이 허공을 휘젓는 모습에 민석은 그저 아기가 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딸랑이를 가져와 안전바에 달아 주었다.

딸랑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무진의 눈은 숫자에 붙들려 있었다.

[실시간 접속자 1,000,000명]
[축하합니다! ‘아기 헌터의 일기’가 동시 시청자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성좌 ‘은하의 제왕’: 들었느냐, 우주여! 짐의 조카가 한 번 울자 백만의 별이 모였다!]
[성좌 ‘장미의 여왕’: 아가야아아! 이모가 꽃길을 깔아 줄게! 집 앞부터 성운 끝까지!]

알림이 폭포처럼 내려왔다.

[성좌 ‘별바다의 건축가’가 ‘중력 조절식 궁전 요람’을 제안합니다.]
[성좌 ‘유리 정원의 주인’이 ‘영원히 시들지 않는 축하 꽃가루’를 제안합니다.]
[성좌 ‘새벽의 뱃사공’이 ‘유모차 전용 별빛 돛’을 제안합니다.]

처음 보는 이름들이 더 밀려왔다. 은하의 제왕이 자기 조카라 외치자 신참 성좌들은 친척 자리까지 놓고 다투었다.

[성좌 ‘백야의 악사’: 그 옹알이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아기의 낮잠에 맞춘 은하 합주를 바치겠습니다!]
[성좌 ‘은하의 제왕’: 재연을 청하지 마라. 조카가 울고 싶을 때만 운다!]
[성좌 ‘장미의 여왕’: 맞아! 그런데 아까 입술을 동그랗게 모은 모습은 한 번만 더 보고 싶어…… 아니야, 그냥 쉬어, 아가야!]

무진은 요란한 글씨를 피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제안 창도 따라왔다. 목을 한쪽으로 오래 꺾을 힘조차 없어 금세 턱이 유모차 안전바로 떨어졌다.

‘궁전은 어디에 놓을 건데.’

무진은 작은 숙소의 낮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꽃가루가 집 안에 떨어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서영의 청소 부담이 늘었다. 별빛 돛을 단 유모차를 밀고 대로에 나갈 수도 없었다.

낯선 성좌들은 경쟁하듯 제안을 보냈다. 신화급 물건과 휘황한 축하 행렬이 유모차 주변에 겹겹이 표시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현실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승인 대기 표시가 각각의 제안 아래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좌 ‘침묵의 학자’: 궁전 요람은 현재 거주지의 바닥 하중을 초과함. 꽃가루는 영아의 호흡기에 적합하지 않음. 돛은 실내 운용이 불가능함.]
[성좌 ‘은하의 제왕’: 그럼 숙소를 통째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
[성좌 ‘장미의 여왕’: 아가한테 맞는 크기로 별을 줄여서 가져오면 돼!]

‘그 별도 됐다.’

무진은 투덜거리면서도 잠깐 웃을 뻔했다. 천 년 동안 전장에서 받은 환호보다 더 요란한 축하였다. 그때는 승리한 뒤에도 다음 전투를 계산해야 했다. 지금은 우주가 자신에게 요람을 사 주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유모차 너머에서 다시 펜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연희는 부어오른 손을 반대편 손으로 감쌌다. 서영이 보지 못하도록 책상 아래로 내리는 동작까지 무진에게는 보였다.

채널의 화려한 빛이 갑자기 거슬렸다.

‘저 손부터 봐야지.’

무진은 허공의 제안 목록을 하나씩 밀었다.

손가락이 원하는 칸을 번번이 빗나갔다. 별빛 돛을 거절하려다 꽃가루 제안이 다시 펼쳐졌고 무진은 입을 꾹 다문 채 두 손으로 화면을 밀어 올렸다. 게이트의 핵을 겨눌 때보다 버튼 하나가 더 성가셨다.

[물질 후원 제안을 일시 보류합니다.]
[실시간 알림을 최소 표시로 전환합니다.]

장미의 여왕이 놀란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은하의 제왕은 궁전 대신 행성 하나를 고르라며 버텼다. 무진은 둘의 글씨까지 접어 버렸다.

덕분에 거실이 다시 보였다. 연희가 손을 숨기고 억지로 웃는 얼굴도.


연희가 새 펜을 잡으려던 순간 무진은 유모차에서 몸을 앞으로 뻗었다.

“아부!”

“왜 그래, 무진아? 배고파?”

연희가 다가와 볼을 만지려 했다. 무진은 그 손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닿자 연희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앗.”

무진은 더 놓지 않았다. 손을 벌려 보려다 팔 힘이 모자라자 연희의 손목 위에 자기 손을 얹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뺘아…….”

“정말 괜찮아. 엄마 조금 피곤한 것뿐이야.”

그녀가 웃었다. 무진의 눈에는 그 웃음 뒤에 남은 떨림이 보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무진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게이트의 마력 고리를 끊던 소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울음이었다.

“으아아앙!”

연희가 깜짝 놀라 그를 안아 들었다. 무진은 안긴 채로도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연희가 손을 빼려 할수록 소리는 커졌다.

“이상하네. 아까까지 잘 있었는데.”

“길드장님, 손 좀 보여 주세요.”

서영이 연희의 손목을 잡았다. 연희는 그제야 붉게 달아오른 손바닥을 드러냈다. 결계가 깨질 때 역류한 마력 탓에 피부가 얼룩져 있었다.

연희가 치유 마력을 불러 보려 하자 손끝에서 옅은 녹빛이 피었다가 꺼졌다. 가시 뿔두더지를 막는 데 힘을 거의 다 써 버린 것이다.

“남은 마력으로 억지로 치료하면 어지러워져요. 먼저 앉으세요.”

“이걸 왜 숨기셨어요? 보고서는 제가 쓴다니까요.”

“큰 상처는 아니야. 조금 쉬면 나아.”

“그러니까 쉬셔야죠.”

민석은 책상에서 펜을 집어 들었다. “현장 시각이랑 마수 수만 알려 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협회랑 통화해서 맞출게요. 마나스톤도 봉투째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연희가 잠시 말문을 닫았다. 아기를 안고 있는 팔에도 힘이 풀렸다.

“우리 무진이가 나보다 먼저 알아챘네.”

그녀는 무진의 이마에 뺨을 댔다. 무진은 울음을 멈추고 콧잔등을 그녀의 목에 문질렀다.

“알았어. 엄마 쉴게. 대신 네 맘마 시간 놓치면 안 되니까 잠깐만.”

서영이 구급함을 들고 왔다. 연희는 작은 소파에 앉아 손바닥을 식히고 깨끗한 거즈를 받았다. 어깨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무진의 눈앞에는 접어 둔 채널의 작은 줄만 남아 있었다.

[성좌 ‘장미의 여왕’: 아가가 원한 게 요람이 아니라 엄마 휴식이었어?]
[성좌 ‘은하의 제왕’: 흠. 조카가 고른 것이면 짐도 따른다. 모두 조용히 하라.]
[성좌 ‘침묵의 학자’: 가장 적절한 지원은 지금 추가 자극을 만들지 않는 것.]

곧 신참 성좌들까지 따라 적었다.

[우리 무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엄마가 쉴 때까지 조용히 응원할게!]

채널의 글씨가 잦아들자 연희의 숨소리가 들렸다. 일정하고 편안했다.


연희는 소파에 기대어 잠깐 잠이 들었다.

창밖에서는 평소처럼 배달 오토바이가 골목을 지나갔다. 누구도 우주의 백만 시청자가 이 낡은 숙소의 소파 하나를 숨죽여 바라보는 줄 몰랐다.

민석은 현장 확인 전화를 마치고 마나스톤 봉투를 잠금 보관함에 넣었다. 서영은 보온병의 물로 분유를 타서 무진을 안았다.

“오늘은 엄마가 많이 놀랐어. 우리 무진이도 그랬지?”

무진은 젖병을 물었다. 사실 배가 고팠다. 게이트를 닫고 백만 성좌의 잔소리까지 견뎠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반쯤 감긴 눈은 소파 쪽을 향했다. 연희의 손에는 거즈가 감겼고 얼굴에는 조금이나마 혈색이 돌아왔다.

채널이 조심스레 한 줄을 띄웠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보호자와 아기의 평온한 오후 축하금’ 100,000 맘마 코인을 후원합니다.]
[물질 후원 보류는 유지됩니다.]

이번에는 궁전도 꽃가루도 떨어지지 않았다. 무진은 작은 손으로 젖병을 붙잡은 채 눈만 한번 감았다 떴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해가 기울 무렵 연희가 눈을 떴다. 그녀는 잠들기 전보다 한결 가벼운 얼굴로 무진을 받아 안았다.

무진은 먼저 거즈가 감긴 손을 확인했다. 붉은 기운이 많이 가셨다. 그제야 그녀의 어깨에 뺨을 붙였다.

“기다려 줬어? 고마워, 우리 아들.”

연희는 냉장고 문을 열어 안쪽 칸을 살폈다. 서영이 사다 둔 작은 이유식 재료 봉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내일은 이거 한번 먹어 보자. 아주 곱게 갈아서. 우리 무진이 첫 이유식이네.”

무진은 젖병에서 입을 떼었다.

‘이유식?’

전생에 산해진미를 먹어 본 혀가 기대로 바짝 긴장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문제가 뒤늦게 떠올랐다.

지금 자신에게는 씹을 이가 하나도 없었다.

“으부…….”

백만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무진은 처음으로 게이트보다 어려운 상대를 만난 듯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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