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자 알레르기 전문의의 응급실

1화: 레이드 직후 번진 두드러기
양민서는 환자 셋을 한꺼번에 같은 진단명으로 묶지 않았다.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자 레이드 팀원들이 들것 둘과 휠체어 하나를 밀고 들어왔다. 첫 환자는 목이 붓고 숨을 짧게 쉬었다. 두 번째는 팔과 목에 붉은 반점이 번졌고, 세 번째는 입술이 창백한 채 어지럽다고 했다. 모두 같은 팀의 헌터였고, 방호복에는 녹색 먼지가 묻어 있었다.
“기도와 혈압부터 확인합니다. 산소 준비하고, 알레르기 응급 처치 세트 가져와요.” 민서가 말했다.
간호사 서진아는 환자별 모니터를 붙이고, 처치 시간을 크게 불렀다. 임상약사 강현우는 보급 가방을 응급실 바깥에 두고 안쪽으로 들이지 않았다. 안에 든 포션이나 젤리의 성분이 원인일 수 있었다.
“세 분 다 같은 포션을 썼습니까?” 민서가 레이드 의료반장 문가람에게 물었다.
“팀 보급품은 같아요. 빨간 병 두 개, 회복 젤리 하나씩.”
“장갑은요?”
“같은 모델입니다.”
“모델이 같아도 로트나 착용 시간이 다를 수 있어요. 각각 확인하겠습니다.”
첫 환자 박성준은 말하기 어려울 만큼 숨이 가빴다. 민서는 질문을 멈추고 먼저 호흡을 안정시켰다. 진아는 산소포화도와 혈압을 읽었다. 피부의 발진보다 기도 부종이 먼저였다. 두 번째 환자는 목이 간지럽다고 했지만 숨은 고르게 쉬었다. 세 번째는 얼굴에 발진이 없었지만 어지럼과 구역이 심했다.
“세 분 모두 같은 치료를 받을까요?” 가람이 물었다.
“아니요. 증상과 중증도에 따라 처치가 다릅니다. 먼저 급한 환자를 안정시키고, 나머지는 변화를 지켜보죠.”
성준의 혈압이 떨어지자 민서는 즉시 응급 처치를 진행했다. 진아는 약물 투여 시간을 기록하고, 반응을 분 단위로 확인했다. 성준의 호흡은 조금씩 나아졌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쉰 상태였다.
두 번째 환자 최유리는 팔의 발진이 번지고 있었다. 그녀는 레이드 중 젤리를 먹지 않았다고 했다. 가람은 모든 팀원이 젤리를 받았으니 아마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유리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못 먹었어요. 장갑을 벗고 물을 마셨거든요.”
민서는 그 대답을 그대로 기록했다. “그럼 젤리 노출은 없다고 적겠습니다. 장갑을 벗은 시각과 물병은 확인할게요.”
“제가 팀에 도움이 안 되면 다음 레이드에서 빼겠다고 할까 봐 무서웠어요.”
가람은 얼굴을 굳혔다.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직접은 아니에요. 지난번에도 증상 신고가 늦은 사람이 팀에서 빠졌어요.”
민서는 그 말을 바로 조사하지 않았다. 유리의 호흡과 발진을 관찰하는 게 먼저였다. 진아는 손등과 목 주변의 붉은 자국을 사진으로 남기기 전 동의를 구했다. 유리는 얼굴은 촬영하지 않고 증상 부위만 기록하는 데 동의했다.
세 번째 환자 이태경은 휠체어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는 괜찮다며 보급품을 돌려주러 왔다고 했다. 일어나자마자 몸이 흔들렸고, 진아가 팔을 받쳤다.
“앉아 계세요. 어지럼이 계속되면 넘어질 수 있어요.”
“제가 먹은 건 젤리 하나뿐이에요. 포션은 안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먹은 시간을 기억합니까?”
“레이드 끝나고 10분 전쯤요.”
“장갑은 계속 착용했어요?”
“그건… 입구에서부터 꼈습니다.”
태경은 장갑을 벗으려다 손목을 움켜쥐었다. 피부가 붉게 부풀어 있었다. 손등보다 손목 안쪽이 더 심했다. 그는 장갑 코팅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들었다고 했다. 새 방호 장갑은 팀에서 지급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다.
현우는 환자의 동의 없이 장비를 만지지 않도록 진아와 확인한 뒤, 장갑을 개별 봉투에 담았다. 세 명의 장갑은 모델명은 같았지만, 제조 번호가 달랐다. 그중 성준이 착용한 장갑은 손바닥 쪽 코팅이 벗겨져 있었다.
“레이드 중 장갑이 손상됐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성준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 “괴물 발톱에 긁혔어요. 그 뒤에 피부가 따가웠습니다.”
“포션을 마신 뒤였습니까?”
“아니요. 먼저 장갑이 찢어졌습니다.”
순서가 중요했다. 성준은 포션을 마시기 전부터 증상이 시작됐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반응이 심해졌고, 젤리를 먹은 시점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민서는 원인을 한 가지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
진아가 노출표를 가져왔다. 세 환자는 같은 레이드에 있었지만 장갑 제조 번호, 포션 로트, 젤리 섭취 여부가 달랐다. 민서는 환자별로 시각을 적었다. 성준은 장갑 손상 후 피부 가려움, 이후 포션 복용, 목 부종. 유리는 포션 복용 후 20분 지나 발진, 젤리는 먹지 않음. 태경은 장갑 착용 40분 뒤 손목 발진, 젤리 섭취 후 어지럼.
“같은 반응이라고 보기엔 차이가 있습니다.” 진아가 말했다.
“맞아요. 공통 노출이 있더라도 개인별 반응은 다를 수 있어요.”
가람은 팀 전체가 같은 보급품을 썼다고 했다. 당장 다음 레이드가 잡혀 있어 어떤 물품을 빼야 할지 알고 싶었다. 민서는 환자 세 명의 응급 처치를 마치기 전까지 보급품 전체를 위험하다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해당 젤리와 장갑의 사용을 잠시 멈추고, 로트를 확인하라고 요청했다.
“그럼 팀원 전체가 오늘 밤 훈련에 못 들어갑니다.”
“원인이 확인될 때까지는 안전한 대체품을 쓰세요. 증상이 있으면 훈련을 중단하고 진료받아야 합니다.”
가람은 화가 난 듯 보였지만, 환자들의 상태를 본 뒤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팀에 문자로 사용 중단을 알렸다. 문자에는 ‘알레르기 확정’ 대신 ‘응급 반응 원인 조사 중’이라고 적었다.
현우는 보급 포션의 제조 로트를 확인했다. 성준과 유리가 마신 병은 서로 다른 로트였고, 태경은 포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젤리는 성준과 태경이 같은 상자를 나눠 먹었다. 유리는 섭취하지 않았다. 세 환자 모두가 노출된 것은 방호 장갑이었지만, 장갑 안쪽에 직접 발진이 생긴 사람은 태경뿐이었다.
“그럼 장갑이 원인입니까?” 가람이 물었다.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할 수는 없어요.” 민서가 말했다. “한 분은 장갑이 찢어진 뒤, 한 분은 장갑 안쪽에서, 한 분은 젤리를 먹은 뒤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노출이 겹칠 수 있어요.”
진아는 성준의 호흡 상태가 안정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유리는 발진이 더 번지지 않았고, 태경의 어지럼도 가라앉았다. 민서는 추가 관찰을 위해 세 사람을 각각 다른 자리로 옮겼다. 증상과 노출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응급실 밖에서 팀원들이 보급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한 명이 “다들 똑같이 먹었는데 왜 셋만 아프냐”고 물었다. 민서는 한 사람의 반응을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방을 열어 성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누가 무엇에 노출됐는지도 완전히 알 수 없었다.
가람은 팀원들에게 장갑을 벗어 두고, 자기 이름과 착용 시간을 적도록 했다. 누군가 “이걸 적으면 다음 계약에서 불이익이 생기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람은 보고를 막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신 환자 개인정보는 팀 전체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서는 잠깐 뒤 환자들에게 추가 질문을 하겠다고 알렸다. 성준은 조사에 동의했지만, 팀에 자신의 반응 기록이 공유되지 않기를 원했다. 유리는 장갑 제품명과 로트만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태경은 아직 판단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민서는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응급실을 나서기 전, 진아는 성준의 장갑 안쪽에서 검은색 가루를 발견했다. 그 가루는 피부가 붉게 부푼 손목 안쪽에 묻어 있었다.
검은 가루는 장갑 코팅의 표준 성분표에는 없는 물질이었다.
민서는 장갑을 회수한 뒤에도 환자의 손목에서 검은 가루가 남아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진아는 멸균 생리식염수로 피부를 닦았고, 민서는 소독제로 문지르지 말라고 했다. 자극이 더해지면 발진의 범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태경은 검은 가루가 손에 남아 있는 걸 보고 얼굴이 굳었다.
“제가 이걸 다른 팀원한테도 빌려 줬어요.”
“누구에게 줬는지 기억하나요?”
“한 명은 장갑이 안 맞아서 잠깐 바꿔 꼈고, 다른 사람은 여분을 썼습니다.”
“그분들 이름은 지금 적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 본인이 연락하고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태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동료에게 연락했다. 상대는 아직 증상이 없었지만, 손등이 조금 가렵다고 했다. 민서는 그에게도 응급실로 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호흡 곤란, 입술 부종, 어지럼이 생기면 즉시 응급 도움을 받고, 발진이 번지면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위험 신호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되 불필요하게 겁주지 않았다.
현우는 장갑 포장 상자에서 제조사 연락처와 로트 번호를 확인했다. 표준 성분표에는 탄성 코팅제와 방수 첨가물만 적혀 있었다. 검은 가루의 정체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는 해당 장갑을 모두 회수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서는 환자에게 실제 사용된 모델과 로트부터 확인하자고 했다. 같은 제품명이라도 제조 시기가 다를 수 있었다.
“회수가 늦어지면 더 노출될 수 있어요.” 현우가 말했다.
“그래서 사용 중단은 지금 알렸어요. 원인 확정과 회수 범위는 제조 기록을 받은 뒤 결정하죠.”
가람은 팀 공지에 장갑 모델과 로트를 적고, 다른 로트도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사용을 멈춘다고 알렸다. 그녀는 증상이 없는 팀원에게 진단명을 붙이지 않았다. 기록은 의료진이 관리하고, 보급 담당자는 개인 이름 없이 제품과 제조 번호만 확인하도록 했다.
성준은 추가 관찰 중 자신의 이야기가 길드에 전달될까 걱정했다. 그는 계약을 갱신해야 했고,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공략조에서 빠질 수 있었다. 민서는 증상 기록이 진료와 치료를 위해 쓰이며, 팀 공유는 환자 동의 범위에만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성준은 그 말을 듣고도 바로 안심하지 못했다.
“제가 장갑을 찢었으면 제 책임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장갑이 손상된 뒤 반응이 나타났다는 건 중요한 노출 정보예요. 그게 과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성준은 잠시 생각한 뒤, 장갑이 찢어진 시각을 기록하는 데 동의했다. 민서는 손상 전후의 반응을 따로 정리했다. 원인이 장갑 자체인지, 안쪽에 묻은 던전 물질인지, 포션과 함께 반응했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유리는 의료진에게 젤리 제품 정보를 보여 줬다. 그녀는 먹지 않았지만, 포장된 젤리를 다른 팀원과 나눌 때 손에 묻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민서는 직접 섭취와 접촉을 나눠 기록했다. 유리는 손가락 끝의 가려움이 시작된 시간이 식사 때보다 늦었다고 기억했다.
“그럼 젤리가 원인은 아니겠네요?”
“그렇게 결론 내리긴 이릅니다. 오늘은 재노출하지 않고, 성분과 반응 시간을 확인하겠습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음 레이드에서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민서는 응급 처치 후 관찰 시간을 충분히 두고, 귀가 뒤 악화될 때 연락할 곳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