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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사고 현장에 산재조사관이 왔다3화

각성 사고 현장에 산재조사관이 왔다

각성 사고 현장에 산재조사관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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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다음 교대조를 위한 정지 버튼

게시판의 가짜 서명은 우람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길드 사고대응실에서 출력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력한 사람은 오세린의 보조 직원이었다. 그는 누군가가 건네준 문서를 재출력했을 뿐이라고 했다. 승인자 칸에는 세린의 사번이 적혀 있었다.

“제가 지시한 적 없습니다.” 세린은 말했다.

“그럼 누가 사번을 썼는지 확인해야죠.”

“먼저 게시물을 내리겠습니다. 가동 공지는 취소하고요.”

우람은 그녀를 막지 않았다. 공지가 남아 있으면 작업자들이 다시 라인에 모일 수 있었다. 세린은 현장 방송으로 재가동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잠시 뒤, 계약 조 반장이 항의하러 왔다.

“오늘 실적을 못 채우면 우리 조가 다음 주 배정을 못 받습니다. 안전 확인은 길드가 하면 되잖아요.”

“그럼 확인이 끝날 때까지 임금은 어떻게 됩니까?” 우람이 물었다.

반장은 입을 다물었다. 미정은 작업자들에게 휴게 구역을 열고, 작업 중지 시간도 근무로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권한이 있는지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그녀는 인원들에게 먼저 앉으라고 손짓했다. 누군가 컵라면 상자를 꺼냈고, 도윤은 물을 받아 돌렸다.

우람은 정지 버튼의 파손 덮개를 다시 살폈다. 버튼은 눌린 채로 고정되지 않았다. 길드 기술자는 버튼 내부가 오래전부터 헐거웠다고 했다. 도윤은 사고 당일 눌렀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기록 장치에는 버튼 신호가 두 번 찍혀 있었다. 하나는 역회전이 시작된 뒤, 하나는 벨트가 끊긴 뒤였다.

“왜 두 번 눌렀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람이 물었다.

도윤은 손바닥을 보았다.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요. 한 번만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로그를 보고 기억이 돌아왔어요. 첫 번째는 눌렀다가 손을 뗐고, 두 번째가 정지였나 봐요.”

“로그가 기억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기억하는 것과 장비 기록을 따로 남깁시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손을 뗀 이유는 버튼이 안 먹혀서였어요. 그래서 한 번 더 세게 눌렀습니다.”

두 사람은 버튼을 시험대에 올렸다. 내부 스프링이 닳아 첫 압력에는 신호가 들어가지 않았고, 손을 떼었다가 두 번째로 깊게 눌러야 정지 신호가 전송됐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접지 경로가 끊어진 상태라, 컨베이어는 멈추지 않고 역회전을 이어 갔다.

우람은 재현 결과를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도윤 씨가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버튼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경고 센서는 초기화될 때 기록을 지웠습니다. 버튼과 센서의 결함이 먼저 확인됐습니다.”

미정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도윤이가 잘못한 건 없다는 뜻인가요?”

“아직 그 결론도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경고등을 반복해서 초기화한 행동은 위험을 키웠습니다. 다만 그 행동을 혼자 하도록 만든 지시와 교육, 설비 상태도 같이 봐야 합니다.”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 “제가 한 일도 기록해 주세요. 다음 사람이 같은 버튼을 믿지 않게요.”

그는 버튼 덮개가 헐거운 걸 발견하고도 정비 요청을 다시 올리지 않았다. 정비팀이 이미 접지선 요청을 보류했다고 생각해, 자신이 나서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 선택은 위험했다. 우람은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그가 왜 침묵했는지를 현장 기록에서 지우지 않았다.

오후에 오세린은 출력 단말기 기록을 가져왔다. 가짜 확인서는 길드 본부 회의실에서 출력됐고, 그 시간에는 사고대응실 직원이 아닌 장비팀 계정이 접속되어 있었다. 세린은 자기 사번이 문서에 들어간 경위를 찾겠다고 했다.

“이 문서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 채 지우면 안 됩니다.”

“알아요. 원본과 출력 로그를 보존하겠습니다.” 세린은 잠시 망설였다. “대신 현장 작업자 이름은 발표에서 빼 주세요.”

“사고 원인과 관련된 진술은 남겨야 합니다. 이름을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린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작성한 사고대응 메모를 내놓았다. 초안에는 ‘현장 센서 오작동 가능성’이 적혀 있었지만, 최종 발표에는 그 문장이 빠져 있었다. 삭제한 사람은 장비팀장이 아니었다. 세린 자신이었다. 본부가 발표를 재촉하자, 설비 결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장을 빼 버렸다.

“그때는 확인되지 않은 걸 넣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미확인이라고 남겼어야 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네요.”

작업장에서는 미정이 새로운 안전 순서를 설명하고 있었다. 정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무전으로 알리라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든 위험을 발견하면 먼저 비상 정지하고 주변 인원이 그 뒤를 확인하도록 바꿨다. 위험을 보고한 작업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근무 기록란도 새로 만들었다.

그때 운반조 반장이 지게차를 몰고 현장 입구까지 들어왔다. 적재함에는 오늘 처리해야 할 부산물 상자가 쌓여 있었다. “이걸 지금 안 옮기면 게이트 안정화팀이 저녁조에 넘길 때 우리한테 책임을 묻습니다. 위험 구간만 피해서 빼면 안 됩니까?”

미정은 정지선을 바라봤다. 상자 아래쪽에서 푸른 빛이 약하게 떨렸다. 방금 새로 교체한 컨베이어와 연결된 분기 전원 근처였다. 우람이 정지 손바닥을 들어 보이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게차는 선을 넘지 않고 멈췄다.

“저 상자를 옮겨야 하루치 임금을 받을 수 있어요.” 반장이 목소리를 낮췄다. “다들 집에 생활비 보내야 합니다.”

“알아요.” 미정은 그 앞에 섰다. “하지만 저 빛이 정상인지 확인될 때까지는 못 들어갑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우람과 기술자를 불러 전원 분기를 분리했다. 정지선 너머로 들어가지 않고, 안전 구역에서 절연봉을 사용해 상자의 방향을 틀었다. 그 안에서 작은 센서 조각이 굴러 나왔다. 조각 가장자리에는 검은 절연재가 붙어 있었다. 전날 태식이 지하 수리실에서 봤다고 한 판과 같은 재질이었다.

운반조 반장은 그걸 보고 욕설을 삼켰다. “그럼 우리 발밑으로 저런 게 계속 지나간 겁니까?”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물량보다 확인을 먼저 하겠습니다.” 우람이 말했다.

반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결국 그는 지게차에서 내려 작업자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자기 조의 일당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을 위험 구간에서 빼냈다. 미정은 그가 돌아서는 순간 고개를 숙였다. 사과와 감사가 한 번에 섞인 인사였다.

“저희가 이런 걸 정할 수 있습니까?” 계약 조 반장이 물었다.

“오늘은 제가 책임지고 임시로 시행합니다.” 미정이 답했다. “본부가 반대하면 이름을 걸고 다시 얘기할게요.”

그녀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이유와 재가동 조건을 게시판에 직접 적었다. 글씨가 작아지자 도윤이 옆에서 큰 글씨로 다시 써 줬다. 미정은 그에게 펜을 건네며 정지 버튼 점검 항목을 추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람은 시험대에 새 버튼을 연결했다. 설비는 안전 구역에서만 짧게 작동시켰다. 센서 경고와 접지 단절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자 경보음이 울렸고, 버튼은 첫 압력에 바로 벨트를 멈췄다. 이번에는 기록이 지워지지 않았다. 미정은 안전선을 넘어가지 않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재가동할 수 있습니까?” 세린이 물었다.

“오늘은 아닙니다. 다른 컨베이어와 연결된 전원 분기까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럼 내일 교대도 밀립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대신 작업자들이 위험을 알아차렸을 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람은 작업중지 확인서에 조사관 이름과 시간, 남은 점검 항목을 적었다. 정지 버튼은 도윤이 직접 눌러 확인했다. 버튼이 내려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도윤은 손을 떼지 않고 신호등이 붉게 바뀌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퇴근 전, 그는 현장 교육판에 ‘경고등을 초기화하기 전 정비 호출’이라고 적었다. 미정은 그 아래에 ‘버튼과 센서도 매 교대 점검’이라고 덧붙였다. 우람은 두 문장이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사고 원인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접지선은 교체 요청이 묵살된 뒤 임시로 고정됐고, 센서에는 경고를 지우는 결함이 있었다. 가짜 확인서의 작성자는 장비팀 계정으로 추적됐지만, 아직 누가 실제로 지시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람은 현장을 나서기 전, 작업자들의 퇴근 기록을 확인했다. 계약 조의 근무시간은 중지 시간까지 포함해 처리하겠다는 미정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반장은 계산대 앞에서 그 종이를 읽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는 월세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그 말은 사건을 해결한 성취가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 멈춘 대가가 가장 약한 사람에게만 떨어지지 않도록 한 선택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람의 휴대전화에 사진 한 장이 전송됐다. 지하 수리실의 검은 절연판 위에 놓인 부러진 센서였다. 사진 뒷면에는 문태혁의 글씨로 보이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컨베이어는 시작일 뿐입니다. 다음은 게이트 안쪽입니다.’

우람은 발신 경로를 보존하고 사진을 두 군데에 복사했다. 이름이 없는 제보는 아직 증거가 아니었다. 그래도 다음 현장으로 향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는 미정에게 작업자 모두가 안전하게 귀가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정은 명단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가장 마지막 이름을 확인할 때까지 우람은 현장 문을 닫지 않았다.
확인 뒤에야 작업중지 표찰을 봉인하고, 손등의 먼지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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