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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사고 현장에 산재조사관이 왔다1화

각성 사고 현장에 산재조사관이 왔다

각성 사고 현장에 산재조사관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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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폭주한 컨베이어 벨트

컨베이어가 거꾸로 돌기 시작한 순간, 남도윤은 빨간 정지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벨트 위의 몬스터 뿔 조각이 작업장 쪽으로 쏟아졌다. 운반조 둘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고, 한 사람은 손을 짚다가 손바닥을 깊게 베었다. 안전반장 박미정이 비상 경적을 울렸다. 그제야 벨트가 멈췄지만, 도윤은 자신이 늦었다는 사실만 듣고 있었다.

“내가 손댔어. 센서가 떨려서 다시 눌렀는데 갑자기—”

“지금은 다친 사람부터 봐.” 미정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움직이지 말고 손을 보여.”

도윤의 손가락은 피가 묻지도 않았는데 붉게 떨렸다. 그는 두 번이나 버튼을 눌렀다고 말했다가, 한 번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현장에 들어온 길드 홍보팀은 이미 휴대전화로 사고 영상을 찍고 있었다. ‘신입 헌터 조작 실수로 인명 피해’라는 문구가 화면에 떠 있었다.

정우람이 도착했을 때, 구급차 문이 닫히고 있었다. 그는 조사관 신분증을 보인 뒤 촬영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홍보팀 직원은 “공식 발표용 기록”이라며 카메라를 내리지 않았다.

“부상자 얼굴과 의료 정보가 찍힙니다. 장비와 동선만 촬영하세요.”

“사고 경위 공개를 위한 겁니다.”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우람은 직원과 실랑이를 이어 가지 않았다. 대신 카메라 앞에 서서 화면을 가렸다. 직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렌즈를 내렸다. 그 사이 미정이 부상자 이름을 확인하고, 도윤에게 응급실로 가라고 지시했다.

“저도 남겠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네 손이 계속 떨려. 진료부터 받아.”

“제가 망가뜨렸는데요.”

“망가뜨렸는지 조사관이 확인할 거야. 지금 네가 쓰러지면 그건 또 다른 사고야.”

도윤은 끝내 구급대원과 함께 갔다. 우람은 그가 구급차에 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손을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다.

현장에는 타는 고무 냄새와 뜨거운 금속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우람은 눈에 띄는 파손부터 촬영했다. 정지 버튼의 덮개는 부서져 있었고, 붉은 손자국이 묻어 있었다. 컨베이어 옆 바닥에는 뿔 조각들이 비스듬히 긁고 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벨트는 정방향으로 멈춘 것이 아니라, 몇 초 동안 역회전한 뒤 끊겼다.

“도윤 씨가 버튼을 누른 흔적은 있습니까?” 우람이 물었다.

미정은 버튼 주변을 가리켰다. “손자국은 있는데 이게 도윤 것인지는 모르죠. 난 경적을 눌렀고, 그때 이미 벨트가 반대로 돌았어요.”

“경적이 울리기 전에는요?”

미정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진동이 이상했어요. 도윤이 센서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게 전부예요.”

우람은 컨베이어 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설비 전원을 차단했다. 그는 안전 조끼를 입은 기사에게 접근 전 확인을 부탁했다. 바닥에 떨어진 뿔 조각이 아직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잔류 마력이 금속 프레임에 번지는 중이었다.

“센서가 진동을 읽었을 겁니다.” 기사가 말했다.

“정상 진동과 달랐나요?”

“그건 로그를 봐야죠.”

“센서는 로그가 남습니까?”

기사는 말을 삼켰다. “이 장비는 예전 모델이라… 자동 저장은 짧아요.”

우람은 정비 이력표를 요청했다. 길드 사고대응실의 오세린 변호사가 서류철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는 사고 보고서 초안과 안전 점검표를 함께 내밀었다. 보고서에는 ‘운반조 신입의 조작 오류로 역방향 가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고 시각은 10시 12분. 점검표에는 10시 13분 ‘정상 확인’이 기록되어 있었다.

우람은 시계를 확인했다. “사고 뒤에 정상 점검을 했다는 뜻입니까?”

세린은 서류를 다시 들여다봤다. “기록 시간이 자동 입력이라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자동 입력이 맞는지 확인할 때까지 원본을 보존해야 합니다.”

세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보고서를 감추지는 않았지만, 자기 손에서 놓기도 싫어했다. 우람은 원본 보존 봉투를 건네고 서명란을 가리켰다. 그녀는 한숨을 내쉰 뒤 봉투에 넣었다.

미정은 작업장 휴게실에서 우람에게 교대표를 보여 주었다. 종이에는 주간조가 9시에 교대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 작업자들은 8시 40분부터 설비를 인계받았다고 했다. 이십 분 동안 누구 책임인지 모르는 구간이 있었다.

“이렇게 일찍 시작한 게 오늘만입니까?”

“이번 주 내내요. 야간조가 늦으면 분류장이 밀리니까. 공식 지시는 아니었어요.”

“누가 부탁했죠?”

미정은 고개를 돌렸다. “현장에선 부탁이라는 말이 지시보다 오래 남아요.”

그녀는 안전 예산을 줄이는 대신 생산 목표를 올린 본부 메일을 보여 주었다. 설비 교체는 다음 달로 미뤄졌고, 오늘은 임시로 기존 컨베이어를 써야 했다. 미정은 작업을 멈추자고 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계약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가동을 허락했습니까?”

“네.” 미정의 턱이 굳었다. “그 결정은 내가 했어요. 하지만 도윤이 사고를 냈다고 쓰인 건 사실이 아니에요.”

우람은 그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당시 선택지를 더 살폈다. 작업을 중지할 권한이 있었는지, 대체 설비가 있었는지, 위험을 알린 기록이 남았는지. 미정은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후에 우람은 병원으로 갔다. 다친 운반조원 서경태는 손바닥을 꿰맨 뒤 침대에서 쉬고 있었다. 그는 사고 전 벨트에서 금속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쇠를 긁는 소리랑 달랐어요. 낮게 웅웅했는데,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리는 것 같았죠.”

“그 소리를 누구에게 말했습니까?”

“도윤 씨한테요. 그 친구가 무전기를 잡았는데, 경적이 먼저 울렸습니다.”

“무전 내용은 기억납니까?”

경태는 눈을 감았다. “접지… 아니면 접촉. 말이 끊겨서 모르겠어요. 내가 그때 귀마개를 벗고 있었거든요.”

우람은 모르는 부분을 채우지 않았다. 경태의 기억은 중요한 단서일 수 있지만, 완전한 진술은 아니었다. 그는 부상 때문에 진술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병실을 나왔다.

복도에서 도윤을 만났다. 진료를 마친 도윤은 손에 붕대를 감지 않았지만,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내가 센서를 다시 눌렀어요. 전날부터 계속 빨간불이 켜졌거든요. 정비팀에 얘기했는데 괜찮다고 해서… 오늘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그 얘기를 처음부터 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만진 걸 알면 잘릴까 봐요.”

“그 두려움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나는 순서대로 말해 주세요. 틀린 부분이 있어도 나중에 고칠 수 있습니다.”

도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빨간불이 세 번 깜빡이고, 벨트가 멈췄어요. 제가 센서를 눌렀더니 역으로 돌았습니다. 바로 버튼을 눌렀는데 안 먹혔고요. 그때 무전으로 접지선을 말하려고 했어요.”

“접지선이라는 말은 어디서 들었습니까?”

“태식 기사님이 어제 했어요. ‘오늘까지만 버티면 교체한다’고.”

우람은 메모를 멈췄다. 사고 원인이 도윤의 조작인지, 설비의 결함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신입이 경고등을 보고도 혼자 판단하게 만든 작업 구조는 분명히 있었다.

작업장으로 돌아온 그는 설비 격리 테이프를 새로 둘렀다. 오세린이 재가동 계획서를 들고 나왔다.

“예비 라인도 없습니다. 멈춤이 길어지면 오늘 교대 계약자들은 하루치 임금을 잃습니다.”

“그분들이 다치면 하루치가 아니라 회복할 시간이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조사관이 가동 여부를 정할 수는 없죠.”

“위험 설비를 확인할 때까지 작업을 중지할 권한은 있습니다. 현장 인원은 다른 구역으로 배치해 주세요.”

세린은 서류를 접었다. 그녀는 우람에게 경태의 진술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우람은 의료 정보는 보호하되, 작업자들이 위험을 알렸다는 사실까지 지우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해가 질 무렵, 기술자가 컨베이어 아래에서 접지선 단자를 발견했다. 고정 나사는 그대로였지만, 선의 절단면은 오래된 부식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 단자 주변에는 최근에 긁힌 은색 자국이 선명했다. 누군가 끊어진 선을 잘라 내고 다시 붙인 흔적이었다.

미정이 그 자국을 보며 숨을 삼켰다. “부품이 없어서 임시로 연결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누가 했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우람은 사진을 찍고 시료 봉투를 꺼냈다. 그때 길드 본부에서 새 발표가 올라왔다. ‘조사 결과, 신입 운반 인원의 조작 실수가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확인.’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온 적 없습니다.” 우람이 말했다.

미정은 휴대전화 화면을 끄지 못했다. 도윤의 이름이 사고 원인으로 퍼지는 동안, 그는 병원에서 자기 손을 보고 있을 것이다.

우람은 현장 정지 확인서에 서명했다. 단자를 회수한 뒤, 접지선 교체 요청이 있었는지 원본 기록을 확보하기로 했다. 종이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안전반 무전기가 울렸다.

“조사관님, 지하 자재실에서 접지선 예비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포장 날짜가 사고 다음 주로 찍혀 있어요.”

우람은 그 날짜를 다시 물었다. 창고 담당자는 상자 라벨을 찍어 보냈다. 정말로 사고보다 일주일 뒤였다. 미정은 “우리 창고에 없다고 보고받았어요”라고 중얼거렸다. 세린은 그 말을 듣고 서류철을 닫았다. 누군가 새 물건을 과거 자재처럼 놓았거나, 창고 기록 자체를 조작했을 수 있었다. 우람은 상자에 손대지 말라고 지시했다. 사고는 끝난 게 아니었다. 누가 현장을 바꾸려는지 확인해야 했다.
우람은 상자 사진 원본을 따로 보관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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