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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계절을 적는 사관3화

사라진 계절을 적는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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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사관 명단에서 지워진 부친

차은설은 공개 검증 자리에 아버지의 이름부터 올리지 않았다. 이름이 긁힌 명부는 상의 오른쪽에 두고, 먼저 겨울곡표와 수레 정산표를 나란히 놓았다. 사관과 관측관, 창고지기, 왕실의 결재를 전달하는 내관이 같은 방에 앉았다. 복동은 부르지 않았다. 아이가 함을 준 경위는 은설과 민유경이 대신 확인했다.

정수익은 원본이 아닌 사본으로 구휼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설은 그 말에 맞춰 공식 장부를 펼쳤다. 봄 날짜와 전쟁 창고 수령량이 적혔다. 창고지기는 그 수량을 실제로 받은 적이 없다고 다시 설명했다. 그는 자기 정산표와 받은 수레의 줄까지 가져왔다.

사본이 틀렸다면 정산표와 공식 장부의 수량 차이가 남았다. 날짜가 틀렸다면 왕실 연호판의 대응표를 확인해야 했다. 정수익은 어느 쪽도 독립적으로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새 연호의 봄에 여러 거래를 묶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실이 한 칸에 들어갔다.

유경은 관측책을 열었다. 물이 얼어붙은 날, 눈으로 수레가 멈춘 날, 매화 가지가 갈라진 날. 한 달 동안의 관측이었다. 은설은 이를 실제 날짜로 적고 공식 날짜를 오른쪽에 함께 놓았다. 겨울의 이름을 쓰지 않아도 연속된 추위가 보였다.

“계절은 왕이 정한다.”

정수익이 말했다. 내관이 그 말을 받아 적었다. 은설은 왕실 달력이 공식 날짜를 정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달력에 겨울이 없다고 사람에게 겨울 식량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수치를 겨울 구휼의 조건에 대입하면 어떻습니까?”

내관이 물었다. 유경은 기온과 수확 후 경과일이 모두 조건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봄으로 분류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조건이 사라지지 않았다. 내관은 관측과 대응표를 왕에게 올리겠다고 했다. 공개된 기록이라 누가 무엇을 말했는지도 함께 올라갔다.

정수익은 그때 은설의 아버지 죄목을 꺼냈다. 사관의 딸이 부친을 구하려 달력을 바꿀 구실을 찾는다고 말했다. 은설은 상 오른쪽의 명부를 앞으로 옮겼다. 공석이라고 붙인 종이 아래에 남은 획과 책임 사관의 증언이 있었다.

“그분이 이곳에서 일한 사실은 구휼 여부와 별개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녀는 이름의 흔적을 그린 종이를 펼쳤다. 안문창은 차도운이 사관으로 근무한 것을 자신이 승인한 옛 명단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날짜 동기화가 이름을 지우지 않는다는 것은 연호판 관리인도 증언했다. 명부를 긁은 행위는 별도의 명에 따라 이뤄졌다.

누가 명했는지 묻자 명부 서리가 정수익의 문서를 내놓았다. 장악관은 퇴직한 사람을 지우라는 정리 명이라고 했다. 서리는 퇴직 날짜가 없어 공석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지우고 나서야 공석이 됐다. 정상적인 인원 정리와 순서가 달랐다.

은설은 아버지가 무죄라고 즉시 적지 않았다. 아직 구금 사유와 판을 훔치려 했다는 죄목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사관으로 일한 사실과 그 이름을 누가 지우라 했는지 정확히 적었다. 아버지의 존재를 되찾는 일이 그의 모든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안문창은 명부에 새 종이를 덧붙여 이름과 근무 기간, 삭제 지시와 확인 날짜를 함께 남기게 했다. 원래 긁힌 자리는 지우지 않았다. 은설은 부친의 이름이 다시 적히는 것을 보며 손가락을 책상 밑에서 꽉 쥐었다. 그토록 원한 세 글자는, 없었던 일로 만든 자리에 그대로 돌아왔다.

그때 관측실 관리인이 들어왔다. 정원사 견습이 눈사람을 부수라는 명을 받고 조사실로 불려갔다는 소식이었다. 정수익은 증거를 남긴 아이를 불렀다는 말을 부정했다. 함을 숨긴 경위만 확인한다고 했다. 은설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그 경위는 제가 확인했습니다. 아이가 문서를 읽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책임 사관은 검증이 끝날 때까지 은설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유경이 자신이 가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나가면 공개 기록을 승인할 사람과 입회인이 빠졌다. 은설은 유경에게 아이를 관측실로 데려오고 조사 내용을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보호를 말로만 약속한 일을 실제로 지킬 때였다.

내관이 왕실로 갔다. 기다리는 동안 은설은 기록을 다시 읽어 당사자에게 확인시켰다. 창고지기는 수레가 멈춘 이유를 눈이 아니라 바퀴 고장으로 잘못 적었다고 고쳤다. 눈 때문에 바퀴가 꺼진 뒤 고장 났다고 했다. 작은 차이였지만 그 순서가 실제 겨울을 보여 줬다.

정수익은 잔치 곡식이 이미 준비돼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구휼을 허가해도 부족한 양을 어디서 가져오느냐는 질문이었다. 은설은 남쪽 저장고에서 아직 조리되지 않은 곡물의 수를 확인하자고 했다. 잔치를 준비한 양과 실제 사용한 양은 달랐다.

관리인이 가져온 표에는 쌀 네 수레 중 한 수레만 불렸다고 적혔다. 나머지는 포대 그대로였다. 전쟁 창고와 남쪽 저장고의 양을 합치면 처음 구휼 예정량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추운 세 마을에 임시 배급할 양은 나왔다. 은설은 어느 마을을 먼저 정할지도 관측과 실제 요청을 대조해 남겼다.

왕실 내관이 돌아와 새 명을 읽었다. 연호의 날짜는 유지하되 한파를 겪는 지역의 구휼 기준에 실제 관측을 적용한다는 임시 명이었다. 겨울판을 바로 다시 넣지는 않았다. 날짜 혼란을 정리할 대응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관은 날짜 변경의 승인 경위도 별도 조사하라고 덧붙였다.

정수익은 그 명을 듣고 손목의 열쇠를 내놓지 않으려 했다. 안문창이 저장고 열쇠와 연호판 열쇠를 다른 관리인에게 나눠 맡기라고 했다. 왕실의 새 명에 따른 조치였다. 날짜를 정하고 곡식을 옮기는 두 권한이 처음으로 다른 손에 갔다.

은설은 그 순간에도 장악관이 모든 배후라는 결론을 쓰지 않았다. 왕이 겨울판 삭제를 승인한 사실과 책임 사관이 동의한 사실도 남겼다. 한 사람의 잘못만 지우면 같은 장치와 같은 규정이 다시 겨울을 지울 수 있었다.

유경이 복동을 데리고 돌아왔다. 아이는 눈사람의 팔을 꼭 쥐고 있었다. 조사하는 사람이 그 가지를 증거라고 가져갔다가 돌려줬다고 했다. 은설은 그의 말을 묻는 사람에게 대신 답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디까지 말하고 싶은지 듣고, 함을 받은 날짜는 은설의 보존 기록으로 확인했다.

“이제 눈사람은 부숴도 됩니까?”

복동이 물었다. 은설은 그 결정은 정원 일을 맡은 사람에게 달렸다고 했다. 다만 관측 기록에는 눈사람이 있었고 함이 나왔다는 사실을 적었다. 물건을 계속 얼린 채 지킬 필요는 없었다. 복동은 그럼 작은 눈사람을 하나 더 만들겠다고 했다. 큰 것은 봄까지도 안 녹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구휼 수레가 궁문을 나설 때 바퀴가 얼어붙었다. 같은 겨울에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은설은 창고지기의 정산표에서 바퀴가 꺼진 장소를 보고 경로를 바꾸라고 말했다. 유경은 눈 두께가 적은 길을 관측 관리인에게 확인했다. 문서가 이번에는 실제 운송을 돕는 데 쓰였다.

포대를 옮길 사람이 부족해 첫 수레의 출발이 늦어졌다. 은설은 붓을 내려놓고 작은 곡물 자루를 나르기 시작했다. 자기 손으로 서너 자루를 옮기는 것이 전체 구휼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량을 적던 사람이 그 무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고지기는 어느 자루를 먼저 실어야 바퀴가 덜 쏠리는지 알려 줬다.

수레가 떠나자 그녀는 출발 시각을 실제 관측일과 공식 날짜로 나눠 기록했다. 받는 마을에서 수령표를 보내야 비로소 지급한 양이 됐다. 오늘 문을 열었다고 사람들이 모두 먹은 것은 아니었다. 다음 확인할 항목을 빈 네모 안에 남겼다.

저녁에 아버지의 이송표를 다시 읽었다. 북쪽 기록 보관소로 사관 한 명을 보냈다고 적혔지만, 받는 기관의 도장은 없었다. 실제 도착 여부는 아직 몰랐다. 은설은 내일 그 기관에 조회할 요청을 책임 사관에게 제출했다. 동행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안문창은 명부에 이름을 되살린 이상 그녀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설은 그 경고를 과장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오늘 정수익이 아버지 이름으로 자신을 공격했고 아이도 따로 불려갔다. 그녀는 출발 전에 관측실과 사관방에 같은 사본을 남기겠다고 답했다.

“한 줄을 적으면 사람이 위험해집니다.”

책임 사관이 말했다.

“그래서 혼자 그 줄을 지키게 하지 않겠습니다.”

은설은 부친의 이름이 돌아온 명부와 긁힌 원본을 함께 묶었다. 복원은 잘못된 흔적을 지우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라진 것으로 적혔는지까지 남기는 일이었다.

유경은 연호판의 여름 홈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겨울판을 덮은 봄판 아래에는 오래된 마모가 있었고, 여름판의 두 번째 홈에는 최근에 열쇠를 넣은 자국이 남았다. 아직 그 계절은 오지 않았다. 날짜의 조작이 끝났다고 볼 수 없었다.

은설은 뒤뜰의 눈사람을 마지막으로 봤다. 큰 눈덩이가 조금 줄었고 그 옆에 작은 눈사람 하나가 새로 서 있었다. 둘 사이의 틈으로 매화 나무가 보였다. 실제 봄이 오면 눈은 녹을 것이다. 그러나 녹기 전에 적은 겨울은 남길 수 있었다.

그녀는 실록 초고의 첫 문장을 다시 썼다. 왕실 달력으로 봄 첫 달, 관측으로 긴 추위가 이어진 날. 두 날짜를 구분한 잉크가 마를 때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겨울 구휼이 재개됐다는 사실을 다음 줄에 적었다. 아버지를 찾을 길은 아직 멀었지만, 누군가가 그 길을 지나며 오늘의 계절을 다시 거짓으로 읽지는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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