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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공학자의 전설 무기 공방3화

마도 공학자의 전설 무기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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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고철은 버리지 않는다

쿵쿵쿵.

“페로 공방! 석궁을 받으러 왔다!”

문밖의 목소리에 마라가 상자부터 끌어안았다.

“스승님, 진짜 넘겨도 돼요? 혹시 또 불꽃이 튀면…….”

“그래서 확인한 거야.”

이안은 상자를 들고 문을 열었다. 회색 망토를 걸친 경비대 전달병이 문턱 아래에 서 있었다. 그는 대장간 안을 한 번 훑고는 이안의 붕대 감긴 손을 보며 눈썹을 올렸다.

“이게 그 고친 석궁인가?”

“의뢰품입니다. 인수 전에 시험하시죠.”

전달병은 코웃음을 치며 석궁을 받아 들었다.

“하급 공방에서 밤새 만졌다는 물건을 내가 쏘라고?”

“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고장이 난 채로 창고에 처박히겠죠.”

이안은 마당의 짚단을 가리켰다. 전달병은 잠시 망설이다가 석궁을 장전했다.

푸른 마석이 룬 홈에 닿았다. 빛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양끝으로 고르게 흘렀다.

탁.

화살은 짚단 중앙에 박혔다. 전달병이 손잡이를 내려다보았다.

“반동이…… 얌전하군.”

“정규품보다 출력은 약간 낮습니다. 대신 룬 홈의 편향을 잡아서 쏠 때마다 오른쪽으로 밀리는 문제는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

이안은 작업대에서 종이를 꺼냈다. 밤새 그린 선과 마라가 갈아 낸 폐철 받침의 치수를 손톱 두께와 비교해 표시해 두었다.

“원래 수리 흔적과 발사 방향을 기록했습니다. 금속 고리는 한쪽만 눌렀고 홈은 세 번 덧깎여 있었습니다. 수리가 아니라 불량을 키운 겁니다.”

전달병의 표정이 굳었다.

“그 장인의 이름은?”

“헤르만이라고 들었습니다.”

“…….”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선금은 이미 받았다. 잔금 네 닢이다.”

마라가 은화를 세었다. 손끝이 떨렸다.

“여섯 닢 전부가 아니잖아요.”

“처음 계약대로 선금 두 닢은 빼는 거다.”

“저희가 밤새 고쳤는데요.”

이안이 마라의 손목을 가볍게 눌렀다.

“받아.”

돈을 더 흥정할 때가 아니었다. 전달병이 돌아서기 전 이안이 물었다.

“창고에 같은 석궁이 있습니까?”

“왜 묻지?”

“같은 금속 고리와 덧깎인 홈이 있다면 이번 건만의 고장이 아닙니다.”

전달병은 석궁을 상자에 넣으며 낮게 말했다.

“두 자루가 더 있다. 지난달부터 활대가 갈라져서 못 쓰고 있지.”

“헤르만이 손봤습니까?”

“창고 기록을 보든가. 난 모른다.”

그는 상자를 들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마라는 문을 닫자마자 은화를 장부 옆에 늘어놓았다.

“네 닢. 밀가루 한 포대하고 숯을 사면 끝이에요.”

“끝이 아니라 하루를 버는 거지.”

“사흘 뒤에는요?”

장부 아래에 눌린 압류 통지서가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다. 마라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은화만 바라보았다.

“폐광 쪽 고철을 팔아요.”

“뭐를?”

“배수관이랑 낡은 철판요. 광산이 닫힌 뒤에 아무도 안 가져간 게 쌓여 있어요. 오늘 수레를 끌고 가면 은화 열 닢은 받을 수 있어요.”

“열 닢으로도 팔십 닢은 안 돼.”

“알아요. 그래도 열 닢은 열 닢이에요.”

마라는 장부를 펼쳐 채무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빚쟁이가 오늘 또 오면 집게부터 가져갈 거예요. 내일은 화덕이고요. 고철이라도 팔아야 시간을 벌죠.”

이안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배수관을 보았다. 녹슨 표면 사이로 매끈한 선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저건 팔지 않는다.”

마라의 얼굴이 굳었다.

“왜요? 그것도 고철이잖아요.”

“아직 고철인지 확인하지 않았어.”

“스승님은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잊었어요?”

“잊지 않았어. 그래서 골라서 판다.”

마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잠깐의 침묵 뒤 그녀는 낡은 수레를 끌어냈다.

“그럼 직접 보고 결정해요. 팔 수 있는 건 팔고 못 파는 건 두고 오면 되잖아요.”

폐광 고철장은 도시 남쪽 비탈 아래에 있었다. 갱도 입구는 판자로 막혀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녹슨 철판이 덜컹거렸다.

고철상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오늘은 시세가 내려갔어. 전쟁 물자가 풀려서 철이 흔해졌거든.”

“어제는 은화 열 닢이라고 했잖아요.”

마라가 따졌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지.”

이안은 대답하지 않고 고철 더미로 다가갔다. 철판을 발끝으로 밀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배수관 하나를 집어 녹슨 끝부분을 집게로 두드렸다.

텅.

속이 빈 소리가 아니라 낮고 길게 울리는 소리였다. 이안은 관을 뒤집어 절단면을 살폈다.

“이건 어디서 나온 거지?”

“폐광 북쪽 배수로. 오래전에 뽑아 둔 거야. 녹이 많이 슬어서 값은 낮아.”

“겉만 그렇다.”

이안은 손가락으로 안쪽을 쓸었다. 녹가루가 묻어났지만 손끝에 걸리는 홈은 거의 없었다. 길이 방향으로 이어진 이음매도 보이지 않았다.

“이음매 없는 관이군.”

“그게 돈이 돼?”

“압력을 버티려면 이음매가 없는 편이 유리해.”

마라가 눈을 크게 떴다.

“압력이라니요?”

이안은 주변을 살피다 말을 삼켰다. 아직 확정된 설계도 없고 설명할 만큼 재료도 없었다.

“관 안에서 힘을 한 방향으로 보내는 방법을 생각 중이야.”

“석궁보다 나은 무기요?”

“가능성만.”

고철상은 비웃었다.

“녹슨 관으로 무기를 만든다고? 장인 양반이 꿈을 크게 꾸는군.”

“그래서 얼마지?”

“전부 합쳐 은화 세 닢.”

“열 닢이라며요!”

마라가 발끈했다.

이안은 고철 더미를 다시 훑었다. 얇은 철판은 팔아도 됐다. 녹슨 관 중에서도 안쪽이 고른 것 두 자루는 남겨야 했다. 마석 찌꺼기가 든 작은 상자도 눈에 들어왔다.

상자 뚜껑을 여니 회색 가루와 푸른 결정 조각이 뒤섞여 있었다. 이안이 손가락으로 가루를 살짝 눌렀다. 습기를 먹은 부분은 덩어리졌지만 마른 부분은 균일하게 부서졌다.

“이건?”

“마석 분쇄 찌꺼기. 광부들이 버린 거야. 젖으면 아무 데도 못 써.”

이안은 가루를 내려다보았다. 압축하고 점화하면 힘을 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불꽃이 어디서 시작되는지와 압력이 새지 않는 구조를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사람의 손가락이 먼저 날아갈 것이다.

“관 두 자루와 이 상자. 얼마입니까?”

고철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사겠다고?”

“팔 물건이 아니라서.”

“그럼 은화 다섯 닢.”

마라가 이안을 돌아보았다.

“다섯 닢이면 오늘 먹을 것까지 줄어들어요.”

“얇은 철판은 팔고 관은 산다.”

“스승님!”

마라의 목소리가 폐광 벽에 부딪혔다.

“당장 돈이 필요하다면서요. 쓸지도 모르는 관에는 돈을 쓰고 왜 숯값은 계산하지 않아요?”

이안은 반박하려다 멈췄다. 그녀의 손에는 어제 갈아 낸 폐철 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 손은 밤새 자신의 지시를 따랐고 이제는 공방이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맞아. 내가 순서를 잘못 말했다.”

마라가 눈을 깜빡였다.

“돈을 벌 계획부터 세워야 해. 이 관은 그 계획에 필요한 재료고.”

“그 계획이 실패하면요?”

“그러면 관을 팔아도 돼. 내일 경비대 창고에 같은 불량품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 수리 의뢰를 받아 보겠다. 확정된 돈은 아니지만 시도할 길은 있어.”

이안은 고철상에게 은화 다섯 닢을 내밀었다.

“얇은 철판은 세 닢에 넘기고 관과 가루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손해는 아닐 겁니다.”

고철상은 한참 저울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대신 나중에 비싸게 되팔 생각은 하지 마.”

관 두 자루와 마석 찌꺼기 상자가 수레에 실렸다. 얇은 철판을 판 은화 세 닢은 마라의 허리 주머니로 들어갔다. 마라는 그래도 끝까지 굳은 얼굴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이안은 뒤를 돌아보았다. 고철상 뒤편의 무너진 선별장에 검은 외투 자락이 잠깐 보였다.

사람인가 싶어 다시 보았을 때는 빈 벽만 남아 있었다.

“왜 멈춰요?”

“아니야. 수레를 밀자.”

공방에 돌아온 이안은 관을 바로 자르지 않았다. 먼저 양끝을 나무 쐐기로 막고 긴 자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스승님. 칼부터 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안쪽이 얼마나 곧은지 모른 채 자르면 좋은 부분을 버릴 수 있어.”

그는 얇은 철사를 관 안으로 통과시켰다. 철사 끝에 숯가루를 묻히고 천천히 빼내자 안쪽의 굴곡이 검은 선으로 드러났다.

한 자루는 가운데에서 선이 크게 휘었다. 다른 한 자루는 거의 곧았지만 끝부분에 미세한 찌그러짐이 있었다.

“이건 첫 번째 약실 후보.”

“약실?”

“힘을 잠깐 가둬 두는 자리야.”

이안은 목탄으로 작업대에 단면도를 그렸다. 관의 한쪽을 막고 그 안에 마석 가루를 넣는다. 작은 룬으로 점화하고 압력이 앞쪽의 탄환을 밀어내는 구조였다.

“석궁의 활대 대신 압력을 쓰는 거예요?”

“그래. 하지만 밀폐가 약하면 힘이 새고 너무 단단하면 관이 터진다.”

“그럼 못 만들잖아요.”

“그래서 아직 무기가 아니야. 위험한 관일 뿐이지.”

마라는 그림을 가만히 보다가 폐철 받침을 만들 때 사용했던 줄과 남은 철편을 꺼냈다.

“관을 고정할 지그가 필요하겠네요. 양쪽을 같은 높이로 잡아야 안쪽을 잴 수 있어요.”

이안은 그녀를 보았다.

“그걸 만들 수 있겠어?”

“폐철이 남아 있다면요.”

“얇은 받침판 두 개를 더 갈아. 이번에는 네가 간격을 정해.”

마라의 굳은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정말 공방을 지킬 수 있는 거죠?”

“지키려면 네 손도 필요해.”

해가 기울 무렵 첫 번째 지그가 작업대에 놓였다. 관을 끼우자 흔들리던 몸체가 멈췄다.

이안이 검은 모루 쪽으로 관을 가져가려는 순간이었다.

지하에서 아주 작은 울림이 올라왔다.

웅.

관 안의 숯가루가 떨리며 한쪽으로 모였다. 마라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이안만이 손바닥으로 작업대의 진동을 느꼈다.

그는 관을 내려놓았다.

금속은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딘가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간 문밖에는 검은 금속 가루가 한 줄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 젖은 장화를 끌고 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간 흔적도 남아 있었다.

이안은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마라.”

“네?”

“오늘 밤부터 관은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마.”

“누가 훔치러 와요?”

“아직 몰라.”

그는 목탄 도면의 마지막 빈칸에 짧게 적었다.

약협. 밀폐. 점화. 방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틀리면 무기는 주인을 먼저 죽인다.

이안은 붕대 감긴 손으로 관을 눌렀다. 차가운 금속 너머에서 낮은 울림이 다시 한 번 전해졌다.

공방을 살릴 첫 재료는 손에 들어왔다. 이제 그것을 무기로 만들기 전에 누가 이 재료를 노리는지부터 알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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