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상단 후계자의 황금 독점

7화: 돌보다 빠른 장사
뜯겨 나간 5호 수레의 바닥판 위로 로웬이 새 판자를 눌러 댔다. 망치가 울릴 때마다 가장자리의 검은 가루가 먼지처럼 떨어졌다.
“이대로 짐을 싣고 길에 나가면 판이 꺼집니다.”
“증거를 덮지 마라.”
레온이 판자 안쪽의 붉은 검차필을 가리켰다. 로웬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부분을 피해 받침목을 댔다.
마리안은 뜯어 낸 격벽 조각과 놋쇠 나사, 검은 가죽 띠를 각각 천에 싸서 봉인했다. 봉인끈의 매듭을 두 번 확인하고 장부 가방 가장 안쪽에 넣었다.
“코르도가 저 증거를 없애려고 다시 사람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본은 네가 맡는다. 수레는 내일 움직여야 해.”
바르톡과 인부들이 잔향석 상자를 옮겼다. 마당을 가득 채운 여섯 수레의 바퀴가 무게를 받으며 낮게 울었다. 5호와 6호에는 바닥 보강이 끝난 뒤 상자를 얹었고 로웬은 한 대씩 차축과 끈을 다시 살폈다.
레온은 별도로 두 상자를 열게 했다. 바르톡이 큰 원석을 천 위에 쏟자 카일이 호출에 쓸 조각을 골라냈다. 나머지는 저울에 열두 몫으로 나뉘어 작은 주머니에 담겼다. 마리안은 원장에 봉인 상자 둘이 소량 사용분으로 바뀐 사실을 적었다.
카일은 계량대 옆에서 작은 수신 침판을 줄 맞춰 놓았다. 밤새 깎은 놋쇠판 열두 장과 잔향석 조각 스물네 개였다.
“열두 조가 한계요. 백 보 밖에서 반응을 장담하지 마시오. 되돌아오는 신호도 없소.”
“그 이상은 팔지 않는다.”
레온은 카일에게 첫 판매 계약서를 내밀었다. 장치 소유권과 제작 대가를 적은 칸을 카일이 직접 확인하고 서명했다.
레온은 석필로 판매판을 둘로 갈랐다. 왼쪽에는 원석 상자, 오른쪽에는 소량 사용 꾸러미와 호출패, 계량 및 근거리 하역을 적었다.
마리안이 오른쪽의 빈 가격 칸을 보았다.
“호출패만 팔 때는 은화 두 닢이었습니다. 여기에 돌과 운송까지 묶으면 얼마를 받으시겠습니까?”
“손님이 지금 어디서 돈을 잃는지 보고 정하지.”
“가격을 안 쓰고 장터에 들어가실 겁니까?”
“상자 값은 안다. 우리가 산 값만 열두 닢에 운송 넷, 통과세 하나다. 상자당 열일곱 닢 아래로 받으면 팔수록 빚이 는다.”
마리안은 원장 옆에 은화 세 닢과 따로 봉인한 금화 한 닢을 적었다. 바르톡은 그 작은 숫자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레온은 수레 사이를 걸으며 상자 끈을 손으로 당겨 봤다.
“값을 못 지키면 오늘 판을 접는다. 운송 약속도 여섯 수레가 감당하는 만큼만 판다.”
이튿날 아침 수도 중앙 대장터는 수레 바퀴와 사람의 어깨로 막혀 있었다.
하렌 상단의 여섯 수레가 들어서자 맞은편에서 누군가 붉은 천막을 확 펼쳤다. 큼직한 글씨가 길 건너까지 보였다.
[잔향석 한 상자 은화 여덟 닢. 오늘만 현금가.]
천막 아래의 중년 상인 오르텐은 한 상자를 열어 속을 보여 주었다. 제법 맑은 푸른 돌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하렌의 수레보다 먼저 그쪽으로 몰렸다.
“저 집은 여덟 닢이라는데 당신네는 얼마요?”
반쯤 썩은 채소를 실은 마부가 바르톡에게 물었다. 바르톡은 목까지 올라온 숫자를 삼켰다.
“도련님. 저자가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도 값을 내려야……”
“여덟 닢에 팔면 상자마다 아홉 닢을 잃는다.”
“안 팔리면 전부 창고로 돌아갑니다.”
“그럼 상자를 사는 사람은 저기 보내.”
레온이 오르텐의 천막을 가리키자 바르톡의 눈이 커졌다.
“경쟁자에게 손님을 넘기시겠다고요?”
“돌만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없는 이득을 꾸며 말하지 않겠다.”
오르텐은 소란을 들었는지 길 건너에서 잔을 들고 웃었다.
“하렌 도련님! 어제 사슬을 풀게 했다더니 오늘은 장사도 포기했나? 우리 돌은 당신네 것보다 싸오!”
레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르텐의 천막 뒤편에서 건어물 자루를 실은 마차 두 대가 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햇볕이 자루 위로 올라오자 마부가 덮개를 다시 끌어당겼다.
“얼마나 기다렸지?”
“새벽부터요. 저 앞 염색장 마차가 계량표를 못 찾아서 멈췄습니다. 한 시진 더 서 있으면 젖은 생선 냄새가 배어 값을 깎아야 합니다.”
레온은 마차에 적힌 납품처를 읽었다. 같은 장터 안쪽 건어물 상점이었다. 거기까지는 계량대에서 백 보 남짓.
“순번을 알려 줄 사람은 없나?”
“종을 울린다는데 이 소리 속에선 들리지도 않소. 자리를 뜨면 뒤차가 먼저 들어갑니다.”
마리안이 기다림 때문에 물품 값이 떨어지는 숫자를 장부 여백에 적었다. 로웬은 건어물 자루의 매듭을 만져 보고 하역에 필요한 인원을 셌다.
“두 사람씩 붙이면 한 수레에 반 시진입니다. 계량표만 나와 있다면.”
그때 염색장 마차의 주인이 두루마리를 들고 달려왔다. 계량표가 품 안에서 구겨져 있었다.
“내 차례가 벌써 지났나? 누가 말 좀 해 줬어야지!”
건어물상은 하늘을 보며 신음했다. 값싼 돌을 샀던 손님들까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레온은 카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첫 조를 쓰자.”
카일이 수신 침판 하나를 건어물상 가게 문설주에 걸었다. 다른 잔향석 조각은 계량대에 남은 바르톡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 선 밖으로 나가지 마시오.”
카일이 석필로 땅에 선을 그었다.
“백 보 안에서 한쪽이 두 번 두드리면 저 침이 흔들립니다. 말은 전하지 못하고 상대가 받았는지도 알 수 없소.”
“그러면 무슨 소용이오?” 건어물상이 물었다.
“자리가 비었다는 한 가지 뜻만 정해두면 됩니다.”
레온은 바르톡에게 눈짓했다. 로웬이 염색장 마차를 옆 계량대로 빼는 동안 건어물상은 자기 가게 문턱에 서 있었다.
딸깍. 딸깍.
수신 침이 두 번 흔들렸다. 건어물상은 고개를 돌렸다. 소음 때문에 장터 종은 듣지 못했지만 눈앞의 침은 놓칠 수 없었다.
“지금 우리 차례요?”
“지금입니다. 로웬이 수레를 댑니다.”
레온이 손을 들어 보이자 로웬이 첫 수레를 몰았다. 바르톡과 인부 넷이 건어물 자루를 받아 저울에 올리고 계량표를 건어물상 앞에 폈다. 상인은 젖은 자루가 따로 없음을 확인한 뒤 짧게 숨을 내쉬었다.
“돌을 산다고 이 일이 되는 건 아니군.”
“돌만 드리지 않습니다. 소량 사용분을 묶어 드리고 호출패 한 조를 달아 드립니다. 오늘 이 장터 안에서 수레 한 번과 하역 한 번도 맡습니다.”
“얼마요?”
“은화 다섯 닢. 호출은 방금 그 선 안에서만 됩니다. 약속한 하역을 못 하면 운송 몫은 돌려드립니다.”
건어물상이 눈썹을 올렸다.
“저쪽 돌은 한 상자에 여덟 닢인데 당신은 그 작은 주머니에 다섯 닢을 받겠다고?”
“한 상자가 필요하면 저쪽이 쌉니다. 당신은 지금 가게 문을 지키면서 짐이 들어올 시간을 알아야 했죠.”
건어물상은 손바닥만 한 수신 침판과 이미 저울을 통과한 자루를 번갈아 보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은화 다섯 닢을 꺼내 계량표 위에 놓았다.
“다음 마차에도 붙일 수 있소?”
“같은 거리에서 같은 신호를 쓴다면.”
마리안이 계약서에 범위를 적었다. 바르톡은 받은 은화를 곧장 금고로 옮기지 않고 마리안 앞에서 세어 보였다. 카일은 문설주에 걸린 침판의 나사를 다시 조였다.
건어물상의 마차가 빠지자 기다리던 염색장 주인이 다가왔다.
“내 창고는 여기서 여든 보요. 염료 통이 도착하면 안쪽 사람에게 알릴 수 있겠소?”
“한 가지 신호만. 도착인지 출발인지 둘 다 알려고 하면 헷갈립니다.”
카일의 대답에 염색장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거운 통을 손수 들어 본 뒤 하렌 인부들이 수레를 끌어다 놓는 모습을 지켜봤다.
“도착만 알려 주시오. 하역은 저 사람들이 맡고.”
오르텐의 천막 앞에서 한 상자를 들고 있던 손님도 발길을 멈췄다. 싼 돌이 쌓인 자리와 실제로 짐이 움직이는 자리를 번갈아 보는 눈이었다.
한낮이 되자 하렌의 임시 판매판에는 새 줄이 생겼다.
레온은 땅에 수레 번호 여섯 개를 적고 각 번호 아래 두 칸씩 그었다. 하루에 수레마다 두 번. 열두 칸을 넘기면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선 안의 가게부터 받는다. 호출패도 열두 조뿐이다.”
“돈을 더 낼 테니 내 마차를 먼저 빼 주시오!”
한 상인이 은화를 흔들었다. 로웬이 수레 앞을 막아서며 인부들의 작업표를 들어 보였다.
“먼저 온 짐부터다. 우리 사람들 몸도 여섯 수레처럼 한 번에 둘로 못 쪼갭니다.”
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은 입술을 삐죽였다가 자기 순번을 적고 물러났다.
오르텐은 가격표에 먹을 덧칠했다. 은화 일곱 닢. 그래도 하렌 쪽의 줄은 짧아지지 않았다.
“돌을 더 싸게 준다!”
“그럼 정말 상자가 필요한 손님이 저쪽으로 가겠군.”
레온의 말에 마리안이 펜을 멈췄다.
“여기까지 들어온 은화는 열다섯 닢입니다. 아직 아홉 계약은 작업이 남았습니다. 전부 매출로 잡을 수 없습니다.”
“받은 돈과 끝낸 일을 나눠 적어.”
마리안은 장부를 두 칸으로 나눴다. 레온이 수레를 부리며 인부들이 작업을 마칠 때마다 미이행 표시가 하나씩 지워졌다.
해가 천막 끝으로 기울 무렵 열두 번째 수레가 돌아왔다. 로웬은 말의 목에 맺힌 땀을 닦고 마지막 계량표를 내밀었다.
“열두 건 끝났습니다. 더 받으면 사람도 말도 못 버팁니다.”
바르톡이 판매판을 뒤집었다. [오늘 접수 마감]이라는 글씨가 드러났다. 카일은 마지막 수신 침판을 떼어 계약자에게 건넸다.
마리안이 은화를 세었다.
“열두 묶음에 은화 예순 닢입니다. 호출패 열두 조와 잔향석 두 상자 분량이 나갔습니다. 운송과 하역도 모두 완료됐고요. 기존 은화 세 닢을 더하면 은화 예순셋 닢, 금화 한 닢은 그대로입니다.”
마리안은 은화가 놓인 칸 옆에 아직 비어 있는 지출 칸을 짚었다.
“예순 닢은 받은 돈이지 이익이 아닙니다. 다음 급료와 카일의 제작 대가, 수레 수리비를 정산해야 합니다.”
“사흘 뒤에 갚을 돈에는 아직 모자라.”
“예. 하지만 팔지 못할 재고라고 적었던 두 상자가 현금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리안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밝아졌다. 인부들은 땀 젖은 손으로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르텐의 천막에는 여전히 상자가 쌓여 있었다.
그때 검은 장갑을 낀 남자가 하렌의 수레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돌 주머니가 아니라 봉인된 원석 상자를 가리켰다.
“그 작은 묶음 말고 온전한 한 상자를 원하오. 오늘 바로 납품할 수 있습니까?”
레온은 남자의 빈 계약서와 상자 봉인을 함께 보았다.
“용도와 인도 장소부터 적으십시오. 상자 거래는 서류를 확인한 뒤 답하겠습니다.”
남자는 품에서 납품 주문서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인도 장소와 수량은 적혀 있었다. 그 아래 황실 전매국의 삼각 표식 옆에 ‘원석 상자 운송 허가 번호’ 칸만 비어 있었다.
레온의 시선이 그 빈칸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