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13화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

AD
스폰서 광고

13화 [사장님의 특별 메뉴]

여섯 포인트의 빈칸

적랑 헌터단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자 강두철이 계산대 앞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방금 뜬 그 치킨이라는 거 정말 파는 겁니까?”

한도진은 창에 떠 있는 숫자를 손끝으로 짚었다.

[현재 보유 포인트: 144P]
[즉석 튀김 조리 코너 해금 비용: 150P]

“여섯 포인트 모자랍니다.”

“이럴 때 딱 육 포인트가 없네.”

두철의 어깨가 축 처졌다. 윤설희는 웃지 않고 매장 평면도를 펼쳤다.

“열 수 있어도 지금은 자리부터 봐야 해요. 약국 대기선 바로 옆이 빈 공간입니다. 음식 냄새를 맡은 손님들이 몰리면 환자가 못 들어옵니다.”

도진이 고개를 돌렸다. 팔에 붕대를 감은 노인과 기침하는 여자가 약국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는 어린애를 업은 사내가 찢어진 소매로 아이의 얼굴을 가렸다.

박순자가 빗자루를 바닥에 댔다.

“약 사러 온 분들은 오른쪽 줄입니다. 몸 약한 분들이니 좀 떨어져 서세요.”

민우는 노인에게 번호표를 건넸다.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가 이제는 종이를 세며 어머니의 일을 거들었다. 순자가 아이의 이마를 한 번 만지고 다시 손님 쪽을 봤다.

도진은 시스템 창을 아래로 내렸다.

[조리 구역: 기존 매장 면적 내부에 설치]
[메뉴 운영 조건: 주문당 정제 3급 이상 마수 코어 결제]
[첫 조리 메뉴: 양념치킨 한 접시 30P]

코어의 순도를 조리 열원으로 확인하는 조건이었다. 평범한 잔액만 쌓아서는 첫 접시를 살 수 없었다. 코어 한 개의 환산값에서 메뉴값을 뺀 나머지는 손님 계정에 남았다.

도진이 평면도를 집어 들었다. 약국 앞을 비우고 조리 줄을 사과 매대 벽 쪽으로 붙이면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

“설희 씨. 줄을 둘로 나눌 수 있겠습니까?”

“입장 번호는 그대로 두고 안쪽 용도표만 나누면 됩니다. 환자부터 대면 심사하도록 약국 줄은 통로를 넓게 쓰고요.”

“그렇게 하죠.”

도진은 아직 해금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골목에선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들이 마른 입술을 축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튀김기가 아니라 물과 따뜻한 식사였다.

“다음 번호 두 분. 들어오세요.”

첫 손님이 생수 두 병과 쌀죽 한 개를 골랐다. 뒤따라온 손님도 같은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 설희가 각자의 번호표와 구매 수량을 대조했다.

“한 분당 일곱 포인트입니다.”

두 손님이 내민 하급 코어가 차례로 투입구에 떨어졌다. 영수증 두 장이 나왔다.

[정상 거래: 7P + 7P]
[현재 보유 포인트: 158P]

열네 포인트를 벌었다. 튀김기를 열면 여덟 포인트가 남는다.

두철이 턱을 긁었다.

“그렇게 탈탈 털어도 됩니까? 요새 놈들이 또 들이닥칠 수도 있는데.”

“그럴수록 코어가 들어올 이유가 있어야죠.”

도진은 적랑이 비워 낸 계산대 자리를 바라보았다. 사냥꾼은 목숨을 걸어 코어를 얻는다. 약과 물을 사게 만들었고 이제는 돌아올 맛까지 줄 수 있었다.

“설희 씨가 동선만 보장해 주세요. 돈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기름이 끓는 가격표

승인 버튼을 누른 순간 바닥이 낮게 울렸다.

사과 매대 옆의 빈 구역에서 은색 조리대가 솟아났다. 튀김기 두 칸과 뚜껑 달린 냉장 진열대가 자리 잡고 천장 환기구가 조리대 위로 뻗었다. 매장 바깥으로 넓어지는 변화는 없었다. 서른 평 안에서 통로 폭을 다시 계산해야 했다.

[즉석 튀김 조리 코너 해금 완료: -150P]
[현재 보유 포인트: 8P]

투명한 냉장 진열대 안에는 손질된 닭고기가 담겨 있었다. 옆 선반에 튀김 반죽과 붉은 양념 통이 놓였다.

두철이 진열대에 코를 가까이 댔다.

“사장님, 이건 냄새부터 다릅니다. 직원 할인은 없습니까?”

“직원도 가격표대로 삽니다.”

“알고는 있었는데 오늘은 유독 서럽군요.”

도진은 새 가격표를 조리대 앞에 붙였다.

‘양념치킨 한 접시 30P. 주문당 정제 3급 이상 코어 결제. 1인 1접시. 번호표 순서.’

“비싼데요.”

설희가 말했다. 도진은 가격표를 고치지 않았다.

“튀김기만 사는 데 거의 전 재산을 썼습니다. 지금은 조리 횟수도 제한됩니다. 값은 공개하고 선택은 손님에게 맡기죠.”

설희는 노란 스티커를 뜯어 조리 번호표에 붙였다. 약국 번호표에는 붉은 점이 찍혔다. 박순자가 입구에 서서 종이를 손님들에게 보여 주었다.

“노란 점은 왼쪽 벽 따라가세요. 붉은 점은 저쪽입니다. 서로 줄 바꾸시면 안 돼요.”

한 사내가 약국 대기선 사이로 몸을 밀었다. 냉장 진열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려는 눈치였다. 그 앞에서 기침하던 여자가 휘청였다.

두철이 사내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긴 환자 길이다. 구경은 저쪽.”

“밀지도 않았잖아.”

“막았으니까 안 밀린 거다.”

도진은 설희가 세운 이동식 안내판을 약국 통로 끝에 고정했다. 여자가 손잡이에 기대 숨을 고르는 동안 민우가 접이식 의자를 끌어왔다. 순자가 의자를 받아 여자의 등 뒤에 놓고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곧 차례예요. 앉아서 기다리세요.”

튀김기에서 예열음이 났다. 기름은 아직 잠잠했지만 온기가 환기구로 빨려 들어갔다. 조리대 앞에 선 사람들이 코를 들썩였다.

“진짜 닭이라고?”

“저 빨간 건 양념이래.”

누군가는 값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유리 밖의 손님들은 마트 안쪽을 훔쳐보며 오래 잊었던 음식 이름을 되뇌었다.

골목 끝에서 붉은 늑대 문양이 다시 나타났다.

코어로도 못 사는 순서

“대장님. 저 냄새요.”

조성태가 멈춰 섰다. 가슴의 새 붕대 아래로 독이 빠진 살이 아직 욱신거렸지만 코끝은 정확했다.

“닭입니다. 그것도 갓 튀기려는 냄새예요.”

염도현은 대원들을 데리고 마트로 돌아왔다. 허겁지겁 먹은 컵라면이 허기를 겨우 눌렀을 뿐이었다. 오래 걸은 대원들의 눈이 조리대에 달라붙었다.

두 팔에 부목을 댄 조찬익이 앞쪽으로 나서려 했다. 결계에 튕겨 다친 팔을 쓸 수 없어 걸음만 빨랐다.

“대장님, 이번엔 내가 말만 하겠소. 코어만 보여 주면 되지 않습니까?”

옆 대원이 가죽 주머니에서 초록빛 정제 코어를 들어 보였다.

“사장! 우리에게 이게 있어. 첫 접시부터 주시오!”

약국 줄의 노인이 몸을 움츠렸다. 다른 손님들도 뒷걸음질 쳤다. 도진은 조리대 너머에서 대답했다.

“손님, 코어는 메뉴값을 내는 데 쓰입니다. 앞사람 순서를 사는 데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린 방금 여기서 거래했잖소.”

“그래서 지금도 손님으로 받고 있죠. 번호표를 받으세요.”

조찬익의 얼굴이 벌게졌다. 두철이 통로 입구에 섰지만 쇠파이프를 들지는 않았다. 염도현이 먼저 대원의 손을 내렸다.

“그만. 우리가 규칙을 몰라서 고생했나?”

그는 노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소란을 피워 미안합니다. 당신 차례를 빼앗지 않겠소.”

조성태도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가슴의 붕대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이 길이 막히면 아픈 사람이 늦습니다. 나도 이 안에서 숨을 다시 쉬었습니다.”

그 말에 조찬익이 입술을 씹었다. 민우가 노란 점이 찍힌 번호표를 내밀자 그는 부목 댄 팔 대신 손가락 끝으로 종이를 끼워 받았다.

“몇 번인데?”

“일곱 번이요.”

“일곱…….”

“앞에 여섯 분이 기다리셨습니다.”

민우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조찬익은 더 말하지 못하고 줄 끝으로 걸어갔다.

설희는 입장 인원을 세며 약국 손님을 먼저 안쪽으로 안내했다. 환자 심사대의 문이 닫히자 조리 손님 세 명이 노란 선을 따라 움직였다. 서로 다른 두 줄이 엉키지 않았다.

누군가는 코어 조건을 듣고 접시를 포기했고 누군가는 남은 코어를 주머니에서 세었다. 염도현은 투명한 문 너머 가격표를 계속 읽었다. 비싸도 첫 접시를 놓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마침내 민우가 외쳤다.

“노란 점 일곱 번이요!”

첫 접시와 옥상의 눈

염도현이 주머니의 코어를 투입구에 넣었다.

[3급 정제 마수 코어 감정: 50P]
[양념치킨 한 접시: 30P]
[적랑 헌터단 계정: 기존 2P + 신규 잔액 20P = 22P]

결제음이 울린 뒤에야 도진은 냉장 진열대의 뚜껑을 열었다. 닭고기를 반죽에 굴려 기름 위로 가져갔다.

치이익!

첫 조각이 들어가자 사람들이 일제히 조리대를 바라봤다. 작은 기포가 살을 감싸고 하얀 반죽이 황금빛으로 바뀌었다. 도진이 집게로 닭을 뒤집자 바삭해진 표면이 기름 위에서 짧게 갈라졌다.

두철은 입을 다물었다. 조찬익은 부목 사이로 목을 길게 뺐다. 약국에 앉아 있던 노인마저 잠시 얼굴을 돌렸다.

도진은 닭을 건져 망 위에서 기름을 털었다. 붉은 양념을 뜨거운 표면에 버무리자 매운 향 뒤로 달콤한 냄새가 치솟았다. 환기구가 대부분을 빨아들였지만 골목까지 흘러나간 한 줄기만으로 줄의 끝이 술렁였다.

종이 접시에 닭 조각이 쌓였다. 도진이 영수증과 함께 접시를 내밀었다.

“첫 주문입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조찬익이 먼저 다가왔다가 두 팔을 보고 멈췄다. 조성태가 집게로 한 조각을 덜어 그의 앞에 놓았다.

“네 팔부터 낫게 해. 이것도 못 집으면서.”

“입은 멀쩡하거든.”

성태가 먼저 닭을 베어 물었다. 껍질이 작게 깨지고 뜨거운 육즙이 혀에 닿았다. 그는 씹는 걸 멈춘 채 눈을 감았다. 죽음의 냄새가 가시기도 전인데 입안에는 멸망 전의 저녁이 돌아와 있었다.

“어때?”

염도현이 물었다.

“살아남아서 먹는 맛입니다.”

성태의 대답에 대원들이 웃었다. 염도현도 한 조각을 들었다. 매콤한 양념이 입술에 묻었지만 그는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음 사냥의 코어도 여기로 가져오겠소.”

“예약은 받지 않습니다.”

“압니다. 번호표를 뽑고 정가로 사겠소.”

도진이 영수증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 오래 보겠네요.”

[현재 보유 포인트: 38P]

여덟 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잔액이 첫 판매로 올라왔다. 도진은 닭을 먹는 사냥꾼과 환자를 들여보내는 설희를 번갈아 봤다. 매대 하나가 생긴 만큼 지켜야 할 길도 하나 늘었다.

창밖 옥상에서 잠깐 빛이 튀었다. 망원경 렌즈였다. 도진이 시선을 올리자 그림자 하나가 난간 뒤로 몸을 낮췄다.

옥상의 남자가 무전기를 입가로 가져갔다.

[본부. 적랑 헌터단이 다시 들어갔다. 이번에는 정제 코어로 음식을 샀다. 줄까지 서 가면서.]

도진은 시선을 다시 가격표로 돌렸다. 향은 골목 밖까지 닿았고 소문도 곧 따라갈 것이다.

튀김기 아래의 기름이 다음 주문을 기다리며 잔잔히 끓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