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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마법어를 독해하는 천재 언어학자2화

고대 마법어를 독해하는 천재 언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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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기록관을 기다린다

석문 틈새로 스며 나온 서늘한 바람이 도윤의 뺨을 스쳤다.

어둠 너머에서 번진 푸른빛은 불규칙하게 명멸했다. 살아 있는 생물의 숨결 같기도 했고 꺼져 가는 마력핵의 잔광 같기도 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라온이 오른팔을 뻗은 채 물었다. 천장의 균열을 억누르던 회색 봉인선이 팽팽하게 떨리며 쇳소리를 냈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도윤은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새겨진 네 번째 먹빛 선이 피부 아래에서 차갑게 고동치고 있었다. 기존에 얻었던 세 개의 어근 인장과 달리 이 선은 석문 안쪽의 푸른빛과 같은 박자로 진동했다.

“문 안쪽에서 들렸습니다.”

세라가 등불을 들어 올리며 석문 틈새로 시선을 던졌다.

“사람 목소리였어요. 하지만 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라기엔 너무 맑고 건조했죠. 녹음된 마도구 소리 같기도 하고요.”

세라는 나침반의 덮개를 열었다. 은빛 바늘이 석문의 경첩 부근을 가리키며 맹렬하게 회전했다.

“어쨌든 저 안에 무언가 있어요. 그리고 바깥 통로는 이미 끝났습니다.”

라온이 굳은 표정으로 세라를 쏘아보았다.

“끝났다니?”

“방금 진동으로 우리가 들어온 갱도 입구가 반쯤 주저앉았어요. 돌아가려다가는 천장째로 매몰됩니다. 지금 안전한 곳은 압력을 버티고 있는 이 석문 안쪽뿐이에요.”

라온의 턱 근육이 단단하게 굳었다.

“규정상 미확인 금기 구역의 진입은 즉각적인 격리 사유다. 한도윤, 표본 조사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후퇴할 길이 없다면 전진이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도윤은 장갑 낀 손으로 석문 틈새의 단면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문이 열리며 드러난 안쪽 면에도 획이 새겨져 있습니다. 바깥쪽의 문장과 안쪽의 문장이 서로 맞물리는 대칭 구조예요. 즉 바깥의 문장은 단독으로 완성된 금기 주문이 아닙니다.”

도윤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붕괴의 공포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오직 벽면에 새겨진 문자의 규칙만을 좇고 있었다.


도윤은 횃불을 높이 들어 석문 상단과 좌우 기둥을 비추었다.

바위 표면에는 굵은 곡선과 세 겹의 쐐기 기호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제국 왕립문자원이 공식 발간한 위험물 도감에 실린 원문 그대로였다.

‘이 문을 넘는 자는 즉시 죽음에 이를 것이니 들어오지 마라.’

제국의 모든 서기관이 철칙처럼 외우는 번역문이었다. 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은 학자 세 명이 각혈하며 쓰러졌다는 보고서 역시 도윤의 머릿속에 또렷했다.

하지만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번역이 처음부터 어긋나 있습니다.”

라온이 검 손잡이를 쥔 채 날카롭게 물었다.

“학회의 공인 번역을 부정하는 건가?”

“틀린 번역을 의심하는 건 학자의 의무입니다.”

도윤은 붓끝을 꺼내 석문 상단의 첫 번째 쐐기 기호를 짚었다.

“학회는 이 첫머리의 세 겹 쐐기를 금지 명령을 나타내는 부정 접두사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들어오지 마라’라는 문장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하린 고어의 문법 체계에서 이 위치에 오는 삼중 쐐기는 부정이 아닙니다.”

“부정이 아니면 뭔데?”

세라가 등불을 바짝 대며 물었다.

“자격의 결여를 나타내는 한정사입니다. 즉 ‘하지 마라’가 아니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뜻합니다.”

도윤은 수첩을 펼쳐 빠르게 기호의 배열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가운데 위치한 핵심 어근. 학회는 이것을 ‘파멸’이나 ‘사망’으로 판독했습니다. 하지만 획의 꺾임 끝에 찍힌 점을 보십시오. 이것은 타동사가 아니라 상태를 보존하는 피동 어근입니다. ‘죽이다’가 아니라 ‘보존되다’ 혹은 ‘기다리다’로 읽어야 맞습니다.”

도윤의 손가락이 문장의 맨 마지막 표식으로 이동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종결어미입니다. 방금 전 확인했듯 이 표식의 방향은 발화자가 아니라 듣는 이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청자를 지칭하는 명사 어근이 바로 방금 안쪽에서 들려온 단어입니다.”

“기록……관…….”

라온이 무의식중에 낮게 읊조렸다.

“그렇습니다. 이 문장은 침입자를 죽이기 위해 설치된 살상 저주가 아닙니다.”

도윤이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닫혀 있으나, 기록관을 기다린다.’ 이것이 이 석문에 새겨진 진짜 원문입니다.”

석실 안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미세한 모래알 소리만이 침묵을 갈랐다. 학회가 수십 년간 신성불가침의 금기로 여겼던 문장이 한 언어학자의 차분한 추론 앞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뜻을 알았다고 해서 문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을 텐데요.”

세라가 팔짱을 낀 채 도윤을 바라보았다.

“고대 마법어는 말장난이 아니잖아요. 잘못 발음하면 그 마력이 우리를 통째로 날려 버릴 텐데요.”

“맞습니다. 의미의 복원은 첫 단계일 뿐입니다.”

도윤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고대 마법어의 발동 조건은 엄격했다. 문자형, 음가, 문법, 그리고 화용 조건.

누가 말하는가. 누구에게 말하는가. 그리고 어떤 약속을 이행하는가.

“이 문장의 발화자는 문 앞에 선 방문자이고 청자는 석문 자체와 안쪽의 수호 장치입니다. 제가 기록관의 대리자로서 문장의 완결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걸 혼자서 할 수 있나?”

라온이 회색 눈동자로 도윤을 응시했다. 그의 오른팔에 새겨진 봉인 문양이 가늘게 맥동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발화의 청자가 석문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의 진동과 마력의 통로를 정확히 일치시켜야 합니다.”

도윤은 즉시 역할을 나누었다.

“세라. 석문 좌우 하단에 파인 두 개의 홈이 보입니까? 그곳이 마력의 순환로입니다. 등불과 나침반의 금속 면을 이용해 반사광을 홈 안쪽으로 찔러 넣어 주세요. 마력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빛으로 마력로를 고정하라는 거군요. 빚이 늘어나는 기분이지만 해보죠.”

세라는 재빠르게 무릎을 꿇고 나침반을 비스듬히 기울여 등불의 빛을 홈으로 유도했다. 떨리던 나침반 바늘이 홈의 중심에서 딱 멈추며 푸른 미광이 길게 이어졌다.

“라온 경.”

도윤이 돌아보았다.

“천장의 균열을 붙잡고 있는 봉인력을 석문 테두리의 외벽으로 옮겨 주십시오. 문이 열릴 때 발생하는 마력의 역류를 억제해야 합니다.”

라온은 잠시 도윤의 눈을 노려보았다. 제국의 기사로서 감찰 대상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하지만 라온은 망설임을 삼키고 오른팔을 들어 석문 외벽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삼십 초다. 그 이상은 팔이 버티지 못한다.”

“십 초면 충분합니다.”

도윤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손등에 새겨진 먹빛 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도윤은 혀의 위치를 입천장 뒤쪽으로 당기고 성대를 울리지 않는 고대식 기식음으로 숨을 내뱉었다.

“에르…… 카란…… 테슈…….”

짧고 건조한 세 음절이 석실 안을 울렸다.

공기가 얼어붙듯 멎었다.

석문 표면에 새겨진 세 겹의 쐐기 문양이 차례대로 은백색 빛을 뿜어냈다. 잘못된 오역으로 억눌려 있던 마력이 올바른 어순을 따라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석벽 전체가 거대한 진동을 토해냈다.

라온의 팔에서 뿜어져 나온 회색 봉인선이 역류하는 마력을 단단히 옭아맸다. 세라가 비춘 등불의 빛을 따라 좌우 문양이 맞물리더니, 굳게 닫혀 있던 육중한 석문이 좌우로 갈라지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수천 년간 갇혀 있던 서늘하고 묵직한 공기가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석문이 완전히 벽 속으로 물러서자 눈앞에 광활한 공간이 드러났다.

제1석실은 단순한 광산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돔형 천장 아래 수백 개의 돌 선반이 늘어선 고대의 지하 서고였다.

비록 대부분의 서책과 석판은 풍화되어 흙먼지로 변해 있었지만 방 전체를 감싼 푸른빛만은 여전히 선명했다.

“세상에…….”

세라가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석실 중앙에는 원형 제단이 솟아 있었다. 그 제단 한가운데에 사람 머리 크기의 푸른 수정구가 떠 있었고 그 투명한 핵 안쪽에 희미한 인간 형태의 실루엣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백금색 머리카락과 창백한 윤곽. 정지된 수정체는 규칙적인 주기로 미약한 맥박처럼 푸른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살아 있는 건가요?”

세라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물었다.

“사람이 아닙니다.”

도윤이 수정구의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보조 술식을 살피며 답했다.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제작된 고대의 마도 생명체…… 기록 보조체입니다. 아직 완전히 기동하지 않았습니다.”

도윤의 시선은 제단 아래 바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불에 타다 남은 검은 밀랍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 도윤보다 먼저 이곳에 도달해 수정구를 억지로 깨우려다 실패하고 물러난 흔적이었다. 검은 서기관들의 소행이 분명했다.

그리고 도윤의 눈이 제단 옆 석벽의 한 지점에 멈추었다.

그곳에는 고대 문자의 틈새에 아주 작은 크기로 덧칠된 잉크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점을 먼저 찍고 그 아래로 쐐기를 빗겨 긋는 독특한 획순.

도윤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아버지…….’

왕립문자원의 공식 기록에서 영구 실종 처리되었던 아버지 한세진. 그가 연구 노트 구석마다 남기던 특유의 필체 습관이 바로 이 유적의 가장 깊은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단순히 문자를 연구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곳에 들어와 이 문장을 읽고 지나갔던 것이다.

도윤이 손을 뻗어 그 필체를 어루만지려던 찰나였다.

차르륵.

차가운 쇠사슬 소리와 함께 은빛 검집이 도윤의 가슴 앞을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도윤이 고개를 들자 라온이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문은 열렸고 붕괴 위험은 사라졌다.”

라온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제 규정을 집행할 시간이다.”

“라온 경?”

세라가 놀라며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라온은 세라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품에서 붉은 인장이 찍힌 감찰국 문서를 꺼내 도윤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한도윤. 황실 유적감찰국 법령 제4조에 의거한다. 귀하는 허가된 표본 관찰 범위를 무단 이탈하여 1서클 금기 문자를 독해하고 발화했다.”

라온의 서늘한 회색 눈동자가 도윤을 직시했다.

“지금 이 순간부로 귀하를 감찰국 직권으로 공식 구금한다.”

석실 중앙의 푸른 수정구가 마치 그 선언에 반응하듯 한층 더 짙은 빛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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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의 이름 뒤에 숨어 곡을 쓰다 과로사한 무명 작곡가 강하진이 음악이 마법이 되는 판타지 아카데미의 마력 제로 낙제생 하진으로 빙의한다. 퇴학 직전 24시간 루프와 [신들의 작곡 시스템]을 이용해 지구의 화성학과 거장들의 선율을 대기 에테르 유도식으로 변환하며 악보 한 장으로 아카데미와 제국을 뒤흔드는 천재 작곡가의 대마법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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