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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12화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

퇴사하고 싶은데 고백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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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장부를 살리는 법

근위대가 베인 백작의 저택 지하 금고 문에 마지막 봉인을 대조한 뒤 잠금을 풀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금화가 아니었다.

검은 철제 선반에 빼곡히 꽂힌 장부와 밀랍 봉인 상자였다. 근위대가 횃불을 들어 올리자 장부 표지마다 서로 다른 부처의 문장이 드러났다. 재무부. 군무부. 황실 물자 조달소.

로잘린은 금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바닥에 놓인 붉은 봉인끈을 확인했다.

"봉인 번호를 읽어 주세요."

마르셀이 목록을 펼쳤다.

"베인 백작 저택 지하 금고. 현장 봉인 번호 7-31-가. 봉인 시각은 어제 정오 직후입니다."

"끊어진 흔적은요?"

근위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문과 봉인 모두 처음 상태입니다."

로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장부를 꺼내면 증거를 확보하는 대신 증거를 망가뜨리게 된다. 그녀는 이안에게 장갑을 건넸다.

"선반 전체를 먼저 기록하세요. 장부의 위치와 방향도 빠짐없이요."

이안은 즉시 깃펜을 움직였다. 에드먼드는 선반마다 번호를 붙인 작은 표찰을 세웠다.

"단장님. 이 장부들은 표지가 전부 다릅니다. 그런데 세 번째와 여섯 번째 묶음의 실이 같은 색입니다."

에드먼드가 가리킨 곳에는 군무부 보급 장부와 황실 물자 조달 장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묶음의 붉은 실에는 아주 작은 청록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이안이 돋보기를 대었다.

"정정표의 압인용지에서 나온 가루와 같습니다."

그때 지상에서 고함이 들렸다.

"군무부 장부는 군무부가 확인해야 한다! 감찰단이 함부로 가져갈 물건이 아니다!"

케일 후작의 목소리였다. 근위병들이 그를 계단 위에서 막고 있었다.

"군사 기밀을 민간 출신 보좌관이 열람하겠다는 건가?"

"기밀이라면 더더욱 반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이안 부단장. 장부를 열기 전에 각 봉인과 인장을 따로 채증하세요."


제3 문서고 지하 벽 뒤에서는 장부가 아니라 낡은 서류 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벽돌을 걷어 낸 에드먼드는 먼지를 털어내며 두 손으로 첫 상자를 받쳤다. 상자 안에는 얇은 장부 네 권과 거래 전표 묶음이 들어 있었다. 표지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이안이 장부를 펼치자 첫 쪽 맨 아래에만 희미한 코드가 찍혀 있었다.

F-19.

로잘린은 숨을 멈췄다. 미끼 보고서에 적었던 가짜 코드가 아니라 진짜 장부의 반복 코드였다.

"미끼를 본 사람이 만든 코드가 아닙니다. 원래 이 체계 안에 있던 표기예요."

에드먼드가 전표를 빠르게 넘겼다.

"같은 마차가 한쪽에서는 북부 병영 식량으로 기록됐고 다른 쪽에서는 폐기 물자 운송으로 기록됐습니다."

"마차가 동시에 두 곳으로 갈 수는 없죠. 더구나 출발 시각과 마차꾼의 서명까지 일치했습니다."

"그럼 물자가 사라진 게 아니라 기록에서 갈라진 겁니다."

로잘린은 두 장부 사이에 손가락을 놓았다. 한 줄의 숫자를 고치는 일로 끝나는 부정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서로 다른 현실을 만들어 두고 필요할 때 한쪽을 지우는 구조였다.

이안이 전표 한 장을 들어 올렸다.

"여기 보십시오. 보급 전용 내수성 먹물로 서명했지만 인장 사용 일지에는 이 거래가 없습니다."

"인장이 도용됐거나 일지가 고쳐졌겠군요."

"둘 다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들은 한 권씩 따로 조사하지 않습니다. 거래 번호와 마차 번호를 기준으로 짝을 묶어요. 에드먼드 문관은 목록을 만들고 단독 판단은 하지 마세요."

"예."

"그리고 누구도 원본을 재무부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세요. 사본은 이안 부단장과 공동 확인한 뒤에만 만듭니다."

에드먼드는 단단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 지하 통로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근위병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단장님. 황제 폐하께서 감찰단 회의실에서 기다리십니다. 베인 백작과 케일 후작의 처분을 지금 결정하겠다고 하십니다."

로잘린은 장부 상자에 마지막 봉인을 눌렀다.

"그럼 장부를 살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사벨은 회의실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죄수석이 아니었다. 다만 양옆에 감시병이 서 있었고 손목에는 기록용 마력 고리가 채워져 있었다. 고리는 거짓말을 판별하지 않았다. 질문과 답변의 시각과 순서를 남길 뿐이었다.

로잘린은 이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 거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F-19는 무엇을 뜻합니까?"

이사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전쟁 보급 예산 안에서 실제 물자와 서류상 물자를 구분하는 내부 코드였습니다. F는 전선 보급을 뜻하고 19는 재분류가 시작된 회계 구역 번호입니다."

"그 코드를 누가 만들었습니까?"

"베인 백작실에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만 쓰기로 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식량과 마차를 반납 처리한 뒤 예산을 다시 조정한다고 했죠."

이안이 장부 쪽수를 기록했다.

"반납된 물자는 어디로 갔습니까?"

이사벨의 손가락이 마력 고리 안에서 떨렸다.

"민간 상단의 창고로 갔습니다. 상단 명의로 물자를 매입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고 수익을 세탁했습니다. 부족한 수량은 병가 중인 서기관의 인장으로 보충했습니다."

에드먼드의 깃펜이 멈췄다.

"그 인장을 누가 가지고 있었습니까?"

"저는 몰랐습니다. 정확히는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베인 백작이 구두로 지시했고 케일 후작 쪽에서 마차 번호를 넘겼습니다. 저는 숫자를 맞춰 결재선에 올렸습니다."

"국장님이 한 일은 지시를 전달한 것뿐입니까?"

"아닙니다. 제 서명이 없으면 예산 재분류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알고도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죽으면 모든 서류가 사라집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

"그래서 협력자가 되겠다는 겁니까?"

"살려 달라는 말부터 하면 거짓말처럼 들릴 테니까요. 제 서명과 제 지분도 함께 조사받겠습니다. 대신 거래처와 지시선을 전부 말하겠습니다."

로잘린은 이안에게 기록을 확인하게 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을 문서로 읽겠습니다. 증언자는 은닉 재산 환수에 협조하고 모든 원본을 제출한다. 허위 진술이나 증거 은닉이 확인되면 협력자 지위와 감형 추천은 즉시 취소한다. 증언자는 재무부 회계 분류표 개편 작성에 참여한다."

"그런데도 살려 두려는 겁니까?"

"살려 두는 게 아닙니다. 책임을 진 채 말하게 하는 겁니다."

이사벨은 한참 동안 서류를 바라보다가 마력 고리 위에 손을 올렸다. 서명이 새겨지자 푸른 빛이 손목을 스쳤다.

"알겠습니다. 제 이름도 장부 옆에 남기세요."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칼릭스가 들어왔다.


"베인 백작과 케일 후작은 오늘 안에 처형한다."

칼릭스의 첫마디는 명령이었다.

로잘린은 이미 준비해 둔 서류철을 탁자 위에 올렸다.

"반대합니다."

칼릭스의 붉은 눈이 그녀에게 향했다.

"이번에도 짐의 칼을 막을 셈이냐."

"칼이 아니라 결재를 막겠습니다. 처형 명령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 처벌안을 확인하십시오."

로잘린은 세 장의 문서를 펼쳤다.

"첫째. 두 사람의 재산과 관련 상단의 거래를 임시 동결합니다. 둘째. 이사벨 국장과 협조하는 증언자들의 기록을 공개 대질로 남깁니다. 셋째. 재무부 수석국장실과 군무부 보급국장실의 전용 인장과 결재선을 폐지하고 이중 확인 체계로 바꿉니다."

"죄인을 살려 두고 서류 놀음을 하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죄인을 살려 두는 조건은 간단합니다. 재산을 내놓고 증언하고 다시는 같은 권한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죽음은 그 셋 중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칼릭스가 탁자를 짚었다. 나무 표면에 가느다란 금이 번졌다.

"저들은 짐의 나라를 훔쳤다."

"그러니 훔친 방식을 밝혀야 합니다. 지금 처형하면 베인 백작의 목은 사라져도 장부를 만든 방식은 남습니다. 다음 백작이 같은 장부를 쓰고 다른 이름으로 숨길 겁니다."

이사벨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폐하. 제가 증언하겠습니다. 베인 백작에게서 받은 지시뿐 아니라 제가 서명한 문서도 모두 내놓겠습니다. 다만 공개 대질이 끝날 때까지 제 신병을 감찰단이 관리하게 해 주십시오."

칼릭스는 이사벨을 노려보았다.

"네가 살고 싶어서 하는 말이냐."

"예.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일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로잘린은 마지막 문서를 앞으로 밀었다.

"폐하께서 원하시는 건 공포입니까 아니면 다시는 국고를 훔칠 수 없는 제국입니까?"

칼릭스의 시선이 문서와 로잘린 사이를 오갔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형은 즉시 권위를 세우지만 환수와 재발 방지는 남기지 못한다. 마침내 그가 마르셀을 불렀다.

"처벌안의 세 항목을 명령서로 작성해라. 베인 백작과 케일 후작의 직위와 인장을 즉시 박탈한다. 재산을 동결하고 증언이 끝날 때까지 공개 재판에 세운다."

마르셀이 허리를 숙였다.

"이사벨 드 몬테르는?"

칼릭스가 물었다.

로잘린이 대답했다.

"조건부 협력자입니다. 최종 처분은 환수액과 증언의 정확도를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칼릭스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책임져라. 그녀가 도망치거나 거짓을 말하면 네가 만든 제도부터 무너뜨리겠다."

"책임지겠습니다. 대신 모든 지시를 문서로 남겨 주십시오."

"짐에게 명령하는군."

"퇴사할 때까지는 상사니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칼릭스는 결국 명령서에 서명했다.


밤이 깊어질 무렵 감찰단 회의실에는 네 개의 책상이 놓였다.

이안은 환수 장부와 임시 동결 목록을 맡았다. 에드먼드는 증언 기록과 원본 보존 대장을 정리했다. 이사벨은 재무부 회계 분류표의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로잘린은 세 사람의 책상 사이에 서 있다가 문득 펜을 내려놓았다. 모든 서류가 자신에게 모이고 있었다. 승인선도 최종 확인도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곧바로 새 결재표를 만들었다.

"이안 부단장은 환수 장부의 1차 확인권을 가지세요. 에드먼드 문관은 증언 기록의 원본 보존 책임자입니다. 이사벨 국장은 회계 분류 개편안의 작성 책임자입니다. 최종 승인만 제게 올리세요."

에드먼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제가 원본 보존 책임자가 되어도 됩니까?"

"단독 결재는 아닙니다. 기록을 지키는 책임입니다. 권한과 책임을 같은 표에 적었으니 확인하세요."

이안이 새 결재표를 훑었다.

"이번에는 단장님이 모든 일을 가져가지 않으시는군요."

"제가 없어도 돌아가야 퇴사할 수 있으니까요."

그 순간 황실 기록패에 푸른 글자가 떠올랐다.

[알림: 재무부 개편 초안의 열람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주의: 승인되지 않은 열람 시각이 명령서 작성 직후로 기록되었습니다.]

로잘린은 기록패를 집어 들었다. 방금 만든 문서에는 아직 누구도 공식 열람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칼릭스가 뒤에서 낮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로잘린은 창에 찍힌 열람자 이름을 확인했다. 이름 대신 비어 있는 직위 칸 하나만 남아 있었다.

"폐하. 장부를 훔친 사람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인장이 아니라 결재선을 노리고 있어요. 열람자를 찾아내기 전에는 개편안을 배포할 수 없습니다."

칼릭스의 마력이 조용히 일렁였다.

로잘린은 새 결재표를 접어 품에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 목을 내놓지 않고 막겠습니다."

기록패의 빈 직위 칸이 한 번 깜빡였다. 누군가가 이미 다음 문서를 열고 있었다. 로잘린은 새벽 종이 울리기 전에 열람 기록 보존 명령부터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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