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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5화

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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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숫자로 만든 방패

복도 손잡이가 아래로 내려갔다.

도윤은 검은 모니터 앞에서 일어섰다. 민서는 메신저 창을 닫고 태블릿을 뒤집었다.

“강도윤 씨?”

회색 조끼를 입은 남자와 보안팀 직원이 들어왔다. 뒤에는 임상무가 서 있었다.

“정보보안실 박성우입니다. M-17 접근 세션이 재개됐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시 접속한 건 아닙니다.”

“로그로 확인하겠습니다. 노트북을 제출해 주세요.”

박성우가 손을 내밀었다. 도윤은 가방을 보았다. 암호화 볼륨 안에는 오라클의 출력과 자신이 남긴 기록이 있었다. 장비를 통째로 넘기면 그 안의 자료가 회사 파일인지 개인 기록인지 따질 수 없었다.

“검사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범위와 해시부터 기록하죠.”

“지금 절차를 따질 때가 아니야.” 임상무가 끼어들었다.

“나중에 파일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 해야 합니다.”

잠깐 침묵이 흐른 뒤 박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을 유지한 채 프로세스 목록과 접속 기록만 추출하겠습니다.”

도윤은 노트북을 돌려 주었다. 화면에는 해솔 타이탄스와 로엔 유나이티드의 공개 경기 기록이 떠 있었다. 코너킥 수비 장면과 로엔의 역습 전환율이 출처 링크와 함께 정리되어 있었다.

민서도 태블릿을 켰다.

“제 계정의 토큰도 확인해 주세요. 폐기된 관리자 하위 권한이 살아 있습니다.”

보안 프로그램이 접속 흐름을 펼쳤다.

세션 재개 / 22:14:08

인증 주체 / LMX-admin 하위 토큰

사용자 단말 / 식별 불가

잔여 명령 / MPD-EXPORT

도윤은 표정을 관리했다. 민서의 손가락이 태블릿 가장자리를 눌렀다.

“세션 시작 단말은요?”

“내부 인증 게이트웨이에서 기록이 끊겼습니다. 발급 서버도 응답하지 않습니다.”

임상무가 도윤을 노려봤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M-17을 만진 사람은 강도윤 씨야.”

“제가 만진 건 폐기 목록 확인용 콘솔입니다. 지금 자료는 공개 데이터고요.”

박성우는 도윤의 현재 프로세스를 확인했다.

“M-17 접속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외부 저장 영역은 별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문서로 요청해 주세요.”

임상무가 입술을 다물었다.

“경기 끝나고 내부 회의가 있다. 시장 이상 변동과 자료 유출 가능성을 설명해.”

보안팀이 나간 뒤 민서가 낮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제는 보여 줄 수 있는 사실이 필요해.”

도윤은 검은 창을 열었다. 새 질문을 입력하지 않았는데 한 줄이 떠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조건 잠금 대기.

그 아래에는 누적 관측 비용: 5%가 남아 있었다.

그는 창을 닫았다. 이번에는 오라클의 답보다 답을 꺼내지 않고도 설명할 자료가 필요했다.


경기 시작 십 분 전부터 배당판이 흔들렸다. 새로운 부상 소식은 없는데 해솔의 배당은 내려갔고 로엔의 배당은 올라갔다.

민서는 문자 중계와 영상을 나란히 띄웠다.

“해솔은 측면 공격이 많아. 로엔이 초반에 버티면 코너킥도 쌓일 거야.”

“가설로 적자.”

도윤은 검증표에 시간을 찍었다.

18:40 / 공개 선발 명단 확인

18:43 / 해솔 승리 배당 급락

18:47 / 추가 부상 뉴스 없음

18:50 / 해솔 골키퍼 전진 대응 자료 저장

오라클의 결과는 표에 넣지 않았다. 대신 해솔 골키퍼가 최근 경기의 코너킥 때 골문 선을 벗어난 비율이 리그 평균보다 높다는 사실을 리스크 항목에 적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해솔이 공을 오래 소유했다. 로엔은 수비 라인을 낮추고 중앙을 좁혔다. 전반 내내 해솔의 코너킥은 늘었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12분 해솔의 낮은 크로스가 로엔 수비수의 발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해솔 타이탄스 1 - 0 로엔 유나이티드

민서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대로 끝나면 시장이 맞네.”

“아직 시간이 있어.”

도윤은 초안에 한 문장을 추가했다.

초반 열세는 결과 판단의 단독 근거로 사용하지 않음.

후반 24분 로엔은 느린 미드필더를 빼고 빠른 윙어를 투입했다. 그때부터 로엔의 역습이 살아났다. 배당판도 잠깐 반응했다가 곧 원래 흐름으로 돌아갔다.

후반 67분 38초 로엔의 윙어가 오른쪽 깊숙한 곳에서 반칙을 얻었다. 프리킥은 수비에 맞고 골라인 밖으로 튕겼다.

후반 68분 04초.

해솔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두 걸음 앞으로 나왔다. 공을 잡겠다는 신호였다.

코너킥이 올라왔다. 골키퍼의 주먹이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고 공은 앞에 있던 수비수의 어깨에 맞아 골문 안으로 굴러갔다.

해솔 타이탄스 1 - 1 로엔 유나이티드

민서가 영상을 되감았다.

“판단 미스와 자책성 실점. 둘 다 확인됐어.”

도윤은 결과보다 시각을 먼저 저장했다. 오라클의 문장이 인간의 실수와 같은 모양으로 현실에 남았다.

추가 시간에 로엔이 역습으로 한 골을 더 넣었다. 경기는 1-2로 끝났다.

경기 종료 알림과 함께 서지태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사전 해시와 경기 중 변동 기록 확인했습니다. 원본보다 기록을 먼저 보겠습니다.

도윤이 답장을 쓰려는 순간 민서가 다른 화면을 가리켰다.

“로엔 벤치 태블릿에 이상한 숫자 신호가 찍혔어. 68분 02초에 떴다가 사라졌어.”

“경기 데이터는 아니고?”

“아니야. 누군가 현장 장비를 보고 있었을 수도 있어.”

도윤은 그 시각을 따로 적었다. 경기는 끝났지만 누군가는 계속 계산하고 있었다.


내부 회의는 경기 종료 30분 뒤 열렸다. 화면에는 도윤의 리포트 초안과 M-17 접속 기록이 나란히 떠 있었다.

임상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강도윤 씨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장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사 자료를 외부로 보낸 정황도 있고요.”

“비공개 정보의 근거가 있습니까?”

“결과가 지나치게 정확했지.”

“정확한 결과는 혐의가 아닙니다.”

도윤은 검사 해시와 시간표를 띄웠다.

“이 리포트는 경기 시작 50분 전에 저장됐습니다. 출전 명단과 최근 열 경기 영상 그리고 공개 배당만 사용했습니다. 결과를 예언한 문장은 없습니다.”

그는 골키퍼의 코너킥 전진 비율과 공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장면의 시간 코드를 보여 줬다.

“결과가 아니라 손실이 커지는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분석팀 팀장이 문서를 넘기다 멈췄다.

“이 자료의 사전 등록을 확인할 수 있나?”

민서가 태블릿을 연결했다.

“제 개인 보안 저장소에 경기 시작 47분 전에 해시가 등록됐습니다. 서지태 기자에게도 같은 시간 기록을 보냈습니다. 원문은 보내지 않았고요.”

임상무의 눈이 가늘어졌다.

“외부 기자에게 회사 자료를 보냈다는 건 인정하네.”

“공개 데이터로 만든 분석표의 해시입니다. 회사 원본이나 내부 식별자는 없습니다.”

박성우가 보안팀 문서를 확인했다.

“외부 전송 파일에서 회사 원본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도윤은 경기 전 배당 그래프를 띄웠다.

“급변은 제 리포트가 저장되기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경기 중에도 회사 게이트웨이를 통과하지 않은 요청이 반복됐습니다. 시장을 먼저 움직인 주체는 따로 있을 수 있습니다.”

임상무가 M-17 기록을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건 누가 했지?”

“현재 확인된 건 LMX-admin 하위 토큰과 MPD-EXPORT 잔여 명령뿐입니다.” 박성우가 답했다. “사용자 단말은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민서가 보안팀 화면의 다른 항목을 열었다.

“분석팀 자료 서버에 도윤 씨 초안과 같은 해시를 가진 파일이 먼저 등록돼 있어요. 등록자는 폐기된 LMX-admin으로 표시됐습니다.”

도윤은 자신이 만든 파일의 저장 시각을 확인했다. 사내 서버의 파일은 그보다 8분 먼저 생겨 있었다.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임상무는 한참 뒤 문서를 내려놓았다.

“계약 종료는 일주일 미루지. 외부 분석 TF에서 이 리포트의 원본 로그와 산출 과정을 정리해.”

도윤은 조건을 바로 받지 않았다.

“공개 데이터와 제 산출물은 제출하겠습니다. 개인 암호화 영역과 제보용 해시는 법무 검토 없이는 열지 않겠습니다. 요청 범위도 문서로 받겠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려면 회사 규정을 따라야지.”

“그래서 문서로 달라는 겁니다.”

임상무가 노려봤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도윤은 일주일을 얻었다. 동시에 회사가 자신의 자료를 이용하거나 덮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집에 돌아온 도윤은 서지태에게 공개 데이터 목록과 시간별 배당 변화 그리고 경기 영상의 시간 코드를 보냈다. 오라클의 출력은 어디에도 넣지 않았다.

검은 콘솔을 닫으려는 순간 한 줄이 나타났다.

관측 기록 복구 불가.

잠시 뒤 두 번째 줄이 이어졌다.

다음 관측 대상: 내부 협력자.

“경기가 아니잖아.”

콘솔은 답하지 않았다.

도윤은 문장을 따로 적었다. 이것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접속 조건의 변화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회의에서 본 화면과 겹치는 지점은 분명했다.

폐기된 관리자 계정. 출처를 알 수 없는 사내 파일. 자신보다 먼저 등록된 해시.

그는 노트북을 닫았다.

계약 종료는 미뤄졌다. 남은 일주일 동안 회사 안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숫자로 만든 방패는 한 번 자신을 지켜 줬다. 그 방패를 만든 숫자를 누가 먼저 보고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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