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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천재 식물학자13화

아카데미의 천재 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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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신목 아래 갈라진 물길

북부 치료소로 향하는 조달국의 은빛 마차가 교문을 벗어난 직후였다.

새벽안개가 낮게 깔린 수호 신목 정원 북쪽 외곽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흙탕물이 튀었던 자리는 단단히 얼어붙어 있었고 검붉은 화강암 결계석 여섯 개가 거대한 나무 주위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었다.

로완은 긴 청동 탐침봉 끝을 북쪽 배수선 가장자리에 꽂았다.

"부교수님, 이쪽입니다. 표면 지열은 영하 삼 도인데 지하 사십 센티미터 지점의 감측선이 혼자 흔들립니다."

실비아가 수정 감측판을 결계석 밑동에 바짝 댔다.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다가 세 갈래로 쪼개지는 파형을 그렸다.

"운송 상자 바닥에서 읽었던 그 각도예요. 수맥이 아래에서 갈라지고 있어요."

"멈추십시오."

단단한 지팡이 소리와 함께 결계 수호 마도사 에르단이 수호대원 둘을 거느리고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은빛 수놓인 망토 밑으로 시퍼런 결계석의 마나가 일렁였다.

"신목의 뿌리가 겨우 숨을 돌린 지 사흘입니다. 결계석 밑바닥을 다시 파헤치는 행위는 외곽 결계의 안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위협입니다."

실비아가 학장의 친필 서명이 찍힌 등록판을 들어 보였다.

"공인 연구실의 긴급 토양 검측 권한입니다. 우리는 결계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배수 도관의 침출수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땅을 파면 결계 기초가 흔들립니다. 책임은 누가 집니까?"

에르단의 목소리는 굳어 있었다.

로완은 탐침봉을 뽑지 않은 채 흙 표면에 마른 모래를 얇게 뿌렸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신목의 은빛 잔뿌리는 남동쪽 부엽토층으로 뻗어 있고 북쪽은 오염된 배수로만 지납니다. 결계석을 지탱하는 하부 암반층을 건드리지 않고 배수선 틈만 걷어낼 겁니다."

로완은 대지 룬으로 가볍게 진동을 일으켰다. 모래 알갱이들이 결계석 주위에서는 가만히 머물렀지만 배수선 틈새에서는 한 줄기로 미세하게 흘러내렸다.

"모래가 꺼지는 곳만 파냅니다. 결계석 하부 지지점은 손대지 않습니다. 만약 결계 진폭이 십 퍼센트 이상 흔들리면 제가 즉시 작업을 멈추고 흙을 메우겠습니다."

에르단은 수정판의 진폭 수치와 모래의 흐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신목의 파동은 고요했다.

"……한 치라도 벗어나면 당장 흙을 덮게 할 겁니다."

"한스, 좁은 삽을 가져와요."

한스가 짚단을 깔고 조심스럽게 마른 점토층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신목의 원줄기를 향하지 않고 북쪽 성벽 쪽으로 경사를 파 내려가자 눅눅한 이끼 냄새와 함께 기름진 은빛 진흙이 묻어 나왔다. 지하 1미터 지점에 도달하자 단단한 화강암으로 짜인 고대 석조 배수 분기실의 덮개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덮개돌을 걷어내자 지하에 갇혀 있던 탁한 공기가 훅 끼쳐 올라왔다.

석조 분기실 안에는 세 개의 도관이 나란히 입을 벌리고 있었다.

첫 번째 도관은 아카데미 외곽 해자로 통하는 공식 본수로였다. 그러나 그 입구는 커다란 자갈과 굳어버린 석회 슬러지로 반쯤 막혀 있어 물이 거의 흐르지 못했다.

두 번째 도관은 며칠 전 로완이 우회시켰던 역류선이었다. 물길을 신목 뿌리로 되돌려 과습을 유발하던 통로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세 번째 도관이 있었다.

공식 배수 도면에는 전혀 표시되지 않은 검은 주철관이었다. 그 주철관 입구에는 정교하게 깎인 놋쇠 밸브가 물려 있었고 밸브 표면에는 세 갈래 물길 문양이 은색 먹으로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한스가 횃불을 비추며 숨을 들이켰다.

세 번째 주철관 안쪽에서는 맑고 푸른빛을 띤 물이 쉼 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물 표면에는 미세한 은가루 막이 형성되어 수로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실비아가 감측판을 물가에 담그자마자 수정판이 눈부신 청록색으로 타올랐다.

"이건 단순한 배수가 아닙니다. 신목의 은빛 뿌리가 토양 속에서 걸러낸 고농도 안식 마나 침출수예요. 대륙 최고의 마나 포션 원료가 되는 물입니다."

실비아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본수로를 일부러 막아 두고 신목이 배출하는 마나수를 이 주철관으로 몰래 빼돌린 겁니다. 물이 잘 빠지지 않으니 찌꺼기와 탁수는 신목 뿌리에 고여 썩어가고 맑은 마나수만 이 관을 통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던 거예요."

"신목을 병들게 하면서 피를 빨아먹고 있었군요."

에르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천년 동안 아카데미를 지켜온 수호목의 고통이 마법적 쇠락이 아니라 누군가의 치밀한 도둑질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에르단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당장 이 불경한 쇠도관을 부숴 버리겠습니다!"

"멈추십시오!"

로완이 에르단의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지금 이 관을 깨뜨리면 안 됩니다."

"이 도둑들의 빨대를 보고도 가만히 두자는 말입니까!"

"수리학을 무시하고 도관을 강제로 틀어막거나 부수면 관 속에 차 있던 수압이 일순간에 신목 쪽으로 역류합니다. 지금 신목은 며칠 전 겨우 착생시킨 어린 균근 잔뿌리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 흙탕물과 은분 슬러지가 급격한 압력으로 뿌리층을 덮치면 새 뿌리는 하룻밤 사이에 다 찢겨 죽습니다."

로완의 단호한 목소리에 에르단이 멈칫했다.

그때 정원 숲길 너머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펠릭스가 두꺼운 양피지 지도 두 장을 들고 달려왔다.

"로완! 부교수님! 시엘버그 상단에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펠릭스는 숨을 헐떡이며 지도를 돌바닥 위에 펼쳤다.

"조달국 운송 담당자가 숨겼던 중간 창고의 위치를 알아냈어. 아카데미 북쪽 외벽 바로 바깥에 버려진 구형 연금술 원료 창고야. 제국 약초 상단이 몇 년 전부터 비밀리에 임대해 쓰던 곳이지."

로완은 펠릭스의 지도와 지하 주철관의 방향을 룬 나침반으로 대조했다.

주철관이 뻗어나간 각도는 북서쪽 외벽의 구형 창고 지하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물이 저곳으로 가고 있었군."

펠릭스가 주철관을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

"당장 헌병대를 불러 창고를 덮치고 도관을 차단하자."

"창고를 덮치더라도 물길은 지금 여기서 정돈해야 합니다."

로완이 석조 분기실 안으로 몸을 낮췄다.

"도관을 그냥 막으면 신목의 지하 수위가 치솟아 뿌리가 다시 질식합니다. 반대로 그냥 두면 마나수가 계속 유출되겠죠. 해결책은 하나뿐입니다. 물의 흐름은 유지하되 마나만 이 자리에서 걸러내고 유출을 무력화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한스가 묻자 로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흙과 숯의 여과층을 만듭니다. 참숯 다공질 층과 버드나무 숯뿌리 섬유를 엮어 바이오 필터를 축조할 겁니다. 마나와 결합한 은분 슬러지는 숯이 흡착하고 맑아진 마나수는 우리가 파 놓은 연구실 지하 관수조로 자연 유입되도록 수로를 꺾습니다."

로완은 한스에게 재료를 지시했다.

"한스, 연구실에서 마른 참나무 숯과 거친 석영 모래를 가져와요. 그리고 온실 배수로 공사 때 남겨둔 굽은 점토 기와도 전부 가져오십시오."

"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한스가 전력으로 달려갔다.

로완은 룬 메스를 이용해 주철관의 놋쇠 밸브 틈새에 모래를 조금씩 밀어 넣으며 수압을 단계적으로 분산시켰다. 물줄기가 덜컥거리며 요동쳤지만 급격한 압력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뒤 한스가 수레 가득 자재를 싣고 돌아왔다.

로완은 석조 분기실 내부를 네 개의 격실로 나누었다.

가장 바깥쪽에는 거친 자갈을 깔아 유속을 늦추고 그 안쪽에는 은분을 흡착할 활성 참숯 가루와 모래를 겹겹이 다져 넣었다. 이어 굽은 점토 기와를 겹쳐 수로의 방향을 외벽 창고가 아닌 연구실 방향의 지하 도관으로 틀었다.

마지막으로 주철관 쪽으로 흘러가는 끝부분에는 미세한 통수 구멍만 남겨 두었다.

"이제 주철관으로는 마나가 완전히 빠진 맹물만 조금씩 흘러갈 겁니다. 수압은 유지되니 역류는 없고 저쪽 창고에서는 마나수를 단 한 방울도 건지지 못하겠죠."

로완이 대지 룬을 가볍게 두드리자 여과층 사이로 맑은 물이 조용히 차올랐다.

숯가루 층을 통과한 물은 검은 찌꺼기와 은빛 가루를 모두 내려놓은 채 수정처럼 투명한 푸른빛을 띠며 연구실 쪽 수로로 졸졸 흘러 들어갔다.

실비아가 감측판을 들여다보았다.

신목의 북쪽 뿌리 주변에서 감돌던 탁한 마나 파동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동시에 신목의 높은 우듬지 가지 끝에서 눈부시게 맑은 푸른빛 잎맥이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빽빽하던 겨울 안개가 걷히며 아침 햇살이 신목의 은빛 줄기를 따스하게 감쌌다.

에르단이 신목을 올려다보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결계의 맥이…… 완전히 안정되었습니다. 지난 십 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순도입니다."

에르단은 로완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내 무지와 조급함을 용서하게, 로완 연구원. 자네가 아카데미의 뿌리를 지켜냈네."

로완은 흙 묻은 장갑을 털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뿌리가 숨을 쉬면 나무는 스스로 회복합니다. 저는 그 길을 터주었을 뿐입니다."

펠릭스가 분기실 안에서 건져 올린 은분 슬러지 병을 들어 보였다.

"이 증거와 함께 북쪽 창고로 헌병대를 보내겠다. 이제 발뺌할 수 없을 거야."

"창고에는 이미 아무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로완이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그들이 마나수를 도둑질하던 길은 영원히 끊겼고 그 마나수는 이제 우리 연구실의 약초들을 키우는 물이 될 테니까요."

정원의 바람이 신선한 흙 냄새를 싣고 불어왔다.

로완은 덮개돌을 닫고 그 위에 마른 흙과 잔디를 덮었다. 땅속의 물길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숨 쉬며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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