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23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AD
스폰서 광고

23화: 거대한 그림자

폐정수장이 무너진 자리에 검은 연기가 솟았다. 산등성이에 엎드린 세 사람의 얼굴에도 재가 내려앉았다.

진우는 품속의 방화 케이스를 열었다. 종이 끝은 젖지 않았고 어머니의 글씨도 그대로였다. 그는 케이스를 다시 닫았다.

다시 읽고 싶었다. 하지만 산 아래 엔진 소리가 그 짧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송지가 어디인지 지금 알아낼 수 있나?"

"코드만 가지고는 무리야." 하은수가 무릎 위의 단말을 켰다. "대신 누가 보냈는지부터 찾을 수는 있어. 서류와 드라이브에 같은 결재 기록이 있을 거다."

민아가 능선 아래를 가리켰다. 정수장 진입로로 검은 차량 두 대가 들어왔다. 폭발 신고를 받고 온 소방차와는 방향이 달랐다. 차량 한 대에서 작은 드론이 떠올랐다.

"수색조예요. 저 속도면 신고를 받고 움직인 게 아닙니다."

드론의 붉은 탐지선이 능선을 훑었다. 하은수가 저장핵 장비를 끌어안았다. 그 안의 표시등은 아직 켜져 있었다.

"이것 때문에 쫓아온 걸 수도 있어. 기록을 빼기 전에는 전원을 끊기가 겁났어."

"움직여." 진우가 일어섰다.

드론이 방향을 틀었다. 진우는 손가락을 들어 마력의 작은 결을 허공에 걸었다.

1서클 편향.

탐지 장치 안에서 돌아가던 얇은 회전축이 한 치 비뚤어졌다. 드론은 세 사람이 엎드려 있던 바위 대신 연기 기둥 쪽을 향했다.

민아가 앞장섰다. 오래전 폐쇄된 산불 감시 초소가 능선 뒤에 있었다. 창문은 깨지고 문짝은 덜렁거렸지만 안쪽에서 화면을 가릴 수 있었다.

그녀는 초소로 곧장 올라가지 않았다. 진흙에 남는 발자국을 피하려고 바위가 드러난 능선을 따라 크게 돌았다. 뒤따르는 둘에게는 손짓만 보냈다. 차량의 탐조등이 지나갈 때마다 세 사람은 소나무 그림자 안에 몸을 숨겼다.

"길드가 전파를 훑을 겁니다. 연결하지 말고 보세요."

"나도 알아. 이건 외부 망 없이 돌리는 단말이야."

하은수는 배낭을 내려놓고 데이터 드라이브를 연결했다. 화면에 이송 승인서의 전자 원본과 정산 장부가 떴다. 종이에 적힌 위장 기관명 아래로 보이지 않던 숫자와 서명 지문이 붙어 있었다.

"우선 원본 대조부터." 하은수가 말했다. "폭발을 지나온 장치야. 망가진 한 줄을 사실처럼 읽을 순 없지."

민아가 케이스에서 이송 승인서를 꺼냈다. 하은수가 화면에 띄운 문서 번호와 날짜를 그녀가 종이에서 차례로 읽었다. 붉은 직인의 가장자리에는 인쇄가 한 번 비껴간 가는 흠까지 같았다.

"종이로 뽑힌 바로 그 파일이군요."

"적어도 누가 나중에 우리 단말에 끼워 넣은 건 아니야."


"수도권 통합 차원관리본부. 이런 기관은 없어. 주소도 빈칸이고 대표 번호는 연결 안 되는 번호야."

하은수가 화면을 넘겼다.

"하지만 결재할 때 쓴 전자 서명은 남아. 이름을 거짓으로 적어도 키의 흔적까지 쉽게 바꾸지는 못하지."

진우는 승인서의 붉은 직인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은 부모님이 닿은 장소였다. 화면에는 숫자만 늘어났다.

"이걸 찾으면 S-01도 알 수 있나?"

"그건 아직. 같은 키가 어디에 쓰였는지부터 보자."

하은수는 단말의 오래된 자료 보관함을 열었다. 각성자 장비의 공개 인증서와 길드의 안전 사업 공고를 월별로 내려받아 둔 파일이었다. 그는 서명 지문을 검색했다.

결과가 하나 나타났다.

[발급 주체: 천공 길드 기술보안실]
[사용처: 수도권 게이트 안전 설비 공급 계약]

하은수는 공고에 딸린 검증 파일을 열었다. 같은 지문이 한 자리도 틀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갱신된 계약서에도 같은 키가 쓰였다. 위장 기관이 막 만든 일회용 서명은 아니었다.

민아의 손이 멈췄다.

"천공?"

"국내 1위 길드." 하은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송서에 쓴 키와 공개 계약서에 쓴 키가 같아."

"도용했을 수도 있잖아요."

민아의 지적에 하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것만으로는 모자라."

"키를 훔친 자가 천공 이름으로 승인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 같은 서명을 찾았다는 건 문이 어디에 달렸는지 안다는 뜻이지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몰라."

그는 드라이브 속 정산 장부를 열었다. 연구 장비 유지비, 격리 시설 경비, 이송 차량 임차료가 아레스의 비용 청구 항목으로 올라 있었다. 마지막 지급 승인란에는 같은 서명 지문과 함께 천공 길드 산하 연구 관리 계정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민아가 종이 승인서의 날짜와 화면의 날짜를 번갈아 확인했다.

"이송일과 지급일이 같습니다. 청구 항목에도 차량 두 대가 적혀 있고요."

"서명 하나를 훔쳤다면 돈까지 계속 지급한 흔적은 설명하기 어렵지."

하은수는 세 달 치 정산 항목을 더 훑었다. 실험 장비 운송비는 여러 차례 아레스 쪽으로 내려왔고 지급 승인 계정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사고 이후 급히 붙인 흔적이 아니라 오래 유지된 거래선이었다.

민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작은 길드의 구급품 값은 몇 달씩 심사하면서 사람을 가두는 시설의 비용은 통과시켰다.

하은수의 손끝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오래전 그의 가족이 죽은 게이트 사고도 사고라는 짧은 기록만 남았다. 진우는 은수의 굳은 턱을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천공이 부모님을 데려갔다는 거군."

"천공의 계정과 키가 이송에 쓰였다는 건 확실해. 안에서 누가 지시했는지는 아직 모르고."

진우는 승인서를 접어 케이스에 넣었다. 천공이라는 이름은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름을 아는 것과 부모님을 빼앗은 손을 잡아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초소 바깥에서 자갈 밟는 소리가 들렸다.


민아가 먼저 손전등을 껐다. 나무 계단 아래로 세 사람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신호가 여기서 끊겼습니다."

"장비부터 찾아. 종이는 젖거나 탔을 수 있지만 드라이브는 가져왔을 거다."

무전기 너머로 들린 말에 하은수의 얼굴이 굳었다. 수색조는 자신들이 연구 원본을 빼냈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단말에서 짧은 경고음이 났다. 저장핵의 표시등이 다시 붉게 깜빡였다.

"전원 주파수를 잡은 거야." 하은수가 측면 덮개를 열었다. "지금 분리하면 미처 안 뽑은 기록은 날아가."

"뽑은 것만으로 충분합니까?" 민아가 물었다.

"이송과 정산 원본은 있어. 남은 건 암호층 깊은 부분이야."

"거기에 S-01로 이어지는 길이 있으면?" 민아가 되물었다.

하은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장비 안에서 오래 쌓인 기록을 훑을수록 좌표의 다른 조각을 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붉은 빛은 초소를 향해 움직이는 수색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위치를 보내고 있었다.

진우가 말했다.

"끊어라. 살아서 다음 기록을 찾으면 된다."

하은수가 배터리 고정핀을 뽑았다. 붉은 빛이 꺼졌다.

"젠장. 다음에 여는 데 며칠이 더 걸릴 거야."

"그 며칠은 벌 수 있습니다." 민아가 계단으로 향했다. "지금은 여기서 살아 나가야 해요."

쾅!

초소의 문이 차였다. 민아가 계단 위로 뛰어내려 첫 수색자의 손목을 검등으로 쳤다. 권총이 나무 바닥에 떨어졌다.

뒤따른 남자가 전파 탐지기를 들었다. 진우는 손을 뻗어 그 금속 손잡이에 마력을 감았다.

1서클 결속.

장비와 손목이 계단 난간에 붙었다. 남자가 발버둥치는 사이 진우가 무기를 발끝으로 밀어냈다. 민아는 마지막 수색자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렸다.

"누가 보냈지?" 진우가 물었다.

수색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가슴에서 단말이 진동했다.

[현장 회수 지시: 연구 원본 및 전자 매체 원형 보존]
[민간 접촉 금지. 회수 실패 시 상급 결재선에 즉시 보고.]

화면 아래에는 결재 번호와 긴 서명 지문, 첨부 목록 식별자가 달려 있었다.

하은수가 화면을 읽었다.

"발신 기관명이 또 비어 있어. 하지만 결재 번호는 남았다."

그는 자신의 단말로 수색자의 화면을 찍었다. 무선 기능은 꺼져 있었다. 수색자의 주머니에 달린 태그와 수신 시각까지 한 장에 들어오게 다시 한 번 각도를 잡았다.

멀리서 차량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다른 수색조가 오고 있었다.

민아가 검을 거뒀다.

"더 머물면 포위됩니다."

진우의 시선이 묶인 남자에게서 원본 케이스로 돌아왔다. 지금 잡은 세 사람을 더 몰아붙여 봐야 부모님의 위치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가 손을 거두자 결속이 풀렸다.

"무기는 두고 내려가라. 다음에는 내 앞에 서지 마."

세 사람은 초소 뒤의 잡목 사이로 빠져나갔다.


산 아래 마른 개울에서 하은수가 찍어 둔 수색조 단말의 화면을 확대했다. 외부 망은 여전히 꺼 둔 채였다.

"결재 번호 앞부분이 이송 승인서와 같아. 뒤는 다른데 이건 회수 명령이니까 당연하지."

그는 촬영한 화면의 서명 표시와 두 파일의 서명을 나란히 띄웠다. 보이는 지문이 끝까지 같았다. 공개 계약서, 이송 결재, 폭파 후 회수 지시. 세 갈래 기록이 한 키를 가리켰다. 수색 단말에서 원본 파일을 꺼낸 것은 아니었기에 은수는 촬영본을 별도로 표시했다.

"천공 길드의 보안 키가 아레스의 연구비를 승인했고 부모님 이송을 결재했어. 지금은 원본을 회수하라는 명령까지 내리고 있고. 이 정도면 단순 후원이라는 말로 빠져나갈 수 없어."

민아는 천공이라는 이름을 오래 바라보았다.

"공개하면 파장이 클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올리면 저쪽이 이송 경로부터 지우겠죠."

"맞아. 원본 하나만 올리는 순간 합성이라고 몰아가고 나머지를 찾으려 들 거야."

하은수는 자료를 각각 다른 저장 매체에 복제했다. 한 개는 민아에게, 한 개는 진우에게 건넸다.

"망에는 올리지 않았어. 원본은 그대로 들고 가."

"푸른하늘 서버도 지금은 위험합니다." 민아가 매체를 장갑 안에 넣었다. "협회 접수 기록은 남아 있으니 현장에서 지울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 자료는 출처를 정리한 뒤에 내야 합니다."

진우는 작은 매체를 받았다. 어머니의 메모가 들어 있는 케이스와는 다른 무게였다. 전쟁터라면 적의 깃발을 확인한 순간 성벽을 부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성벽을 부수면 그 안의 부모님에게 닿을 길도 사라질 수 있었다.

"S-01은?"

"아직 이름뿐이야. 실제 좌표는 별도 이송 경로에 있어."

"어디로 가져갔는지 모르는 채 이름만 알아냈군."

"그래도 이제 누구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는 알아."

하은수가 회수 명령 아래의 첨부 항목을 가리켰다. 파일은 없고 식별자만 남아 있었다.

[특수 인력 이동 목록: 열람 권한 별도]

"이건 연구 장비 목록이 아니야." 민아가 말했다.

하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동이 트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글씨는 아직 그의 품에 있었다. 그 글씨가 가리키는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천공의 이름은 확인했다. 이제 저 목록을 찾는다."

세 사람은 아침 차량이 늘어나는 길을 피해 숲길로 내려갔다. 고속도로 건너편 전광판에 천공 길드의 구조 캠페인이 흘렀다. 웃는 헌터들 아래로 '모두의 안전'이라는 문구가 지나갔다.

진우는 그것을 한 번 올려다본 뒤 시선을 거뒀다. 그의 품에서는 어머니의 글씨가 적힌 종이가 새벽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