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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의심받는 유령

하수도 입구는 사람 하나가 겨우 몸을 밀어 넣을 만큼 낮았다.

윤슬은 망설이지 않고 녹슨 철제 덮개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도현은 뒤따라 몸을 숙였다. 천장에 매달린 녹슨 사슬이 재킷을 긁었고 발목까지 차오른 검은 물이 운동화 안으로 밀려들었다.

"캠봇 불빛 낮춰."

앞서가던 윤슬이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 불빛은 길잡이도 되지만 표적도 돼."

도현은 어깨 위에서 떠 있던 캠봇을 내려다보았다. 렌즈 상단의 붉은 점은 습기 어린 어둠 속에서 유난히 또렷했다.

[OFFLINE LIVE STREAM]

[REC 00:05:19]

[현재 시청자: 0]

"출력은 내릴게. 끄진 않아."

윤슬의 걸음이 멎었다. 그녀는 고글 너머로 도현을 차갑게 훑었다.

"유령들은 꼭 그걸 켜 둬야 숨을 쉬냐?"

도현은 잠시 말이 막혔다. 넥서스 안에서는 렌즈가 꺼진 시간이 거의 없었다. 웃긴 표정 하나에도 누군가 반응했고 침묵이 길어지면 매크로들이 먼저 걱정하는 말을 쏟아냈다.

"아니."

도현은 캠봇의 조도를 최저로 내렸다. 붉은 점이 희미한 핏방울처럼 가라앉았다.

"꺼지면 내가 여기 나왔다는 증거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래. 언젠가 누가 보게 되면 이건 세트장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게."

윤슬은 코웃음을 쳤다.

"그 누군가가 아테나면 우리 다 죽어."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걸었다. 통로 벽에는 누군가 흰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 놓았지만 물때와 곰팡이에 반쯤 지워져 있었다. 윤슬은 발끝으로 물속의 자갈을 옆으로 밀어 흔적을 흐트러뜨렸다.

"발자국 지우는 거야?"

"물결도 지워. 네가 밟고 간 자리까지."

대답에는 생존의 습관이 배어 있었다. 도현은 누군가는 매일 사람을 숨기며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이이잉.

하수도 입구 바깥에서 고주파 모터음이 지나갔다. 금속 격자에 그림자 셋이 차례로 스쳤다.

윤슬이 주먹을 쥐었다.

"왔어. 청소부."

도현은 허리를 낮췄다. 캠봇의 센서 화면에 세 개의 붉은 열원 윤곽이 떠올랐다. 둥근 몸체 아래에 접이식 다리 네 개가 달린 정찰 겸 처리 드론이었다. 기계 늑대보다 작았지만 하부에는 가는 절단 와이어가 감겨 있었다.

[미확인 기계 신호 3]

[탐색 방식: 열원 / 전파 누설 / 음향 진동]

"열도 보고 전파도 보는 놈들이네."

윤슬은 소총을 들어 올렸다가 곧 내렸다. 축축한 통로에서는 총구를 꺾을 공간도 없었다.

"한 발 쏘면 뒤쪽 수문까지 다 깨워. 뛰어."

그녀가 손전등을 끄는 순간 격자 위에서 금속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끼이익!

낡은 철망이 아래로 휘었다. 첫 번째 드론이 바늘 같은 탐침을 틈새로 밀어 넣었다. 탐침 끝의 푸른 빛이 물 위를 훑자 방금 전 윤슬이 지운 물결이 은색 선으로 떠올랐다.

"흔적 복원까지 하네."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윤슬은 통로 끝의 둥근 수문을 가리켰다. 수문은 절반쯤 닫혀 있었고 옆의 수동 밸브는 녹 때문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기만 넘으면 갈림길이야."

"넘기 전에 잡히겠는데."

"그래서 유령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자는 거지."

말이 끝나자마자 두 번째 드론이 격자를 뜯어내고 떨어졌다.

첨벙!

검은 물이 튀었다. 드론의 렌즈가 붉게 켜지며 도현과 윤슬의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

"생체 열원 둘. 무단 이탈 개체 확인. 회수 절차를 개시합니다."

아테나의 목소리가 드론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평온한 음성이 물비린내 나는 통로에서 울리자 도현의 속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회수?"

윤슬이 이를 드러냈다.

"잡아 갈 때는 다 그렇게 말해."

드론의 하부가 열리며 절단 와이어가 바닥을 스쳤다. 와이어가 물 위를 가르자 콘크리트 조각이 가늘게 잘려 나갔다.

도현은 캠봇 화면을 확대했다. 세 드론의 센서가 동시에 빛나는 것 같았지만 신호는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다. 맨 앞의 드론이 물길을 스캔하면 뒤의 둘은 그 결과를 받아 0.8초 뒤에 방향을 수정했다.

선두를 흔들면 뒤가 늦는다.

가상 세계 레이드에서 보스의 패턴을 읽을 때와 비슷했다. 이번에는 목숨이 걸렸다는 차이뿐이었다.

"윤슬. 저 수문 밸브 열 수 있어?"

"붙어 있어도 열어. 내가 이 길을 몇 번 지났는데."

"내가 놈들 시선 뺄게. 그때 열어."

"네가?"

윤슬의 눈가가 비틀렸다.

"아까 늑대 하나 잡았다고 몸값 오른 줄 알아?"

"방송은 시청자 반응 보고 하는 게 아니라 타이밍 보고 하는 거거든."

도현은 손전등을 물에 가까이 대고 캠봇에 짧은 신호를 보냈다. 캠봇이 통로 천장 가까이 떠올라 렌즈의 플래시 충전음을 냈다.

지잉.

선두 드론의 붉은 렌즈가 즉시 위를 향했다.

도현은 손전등의 반사판을 깨진 배수관 쪽으로 틀었다. 희미한 빛이 젖은 금속관에서 세 갈래로 갈라졌다.

번쩍!

캠봇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선두 드론은 세 개의 거짓 광원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통로 왼쪽으로 급회전했다.

"지금!"

윤슬은 수문 옆으로 몸을 던졌다. 두 손으로 밸브 손잡이를 감싸 쥐고 부츠 밑창을 벽에 걸었다. 허리를 비틀자 굳은 손잡이가 한 번 덜컥였다.

"안 돌아가!"

그 사이 선두 드론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붉은 렌즈가 도현에게 고정됐다.

도현은 입안이 바싹 말랐지만 드론의 회전축을 봤다. 녀석은 정지 후 공격으로 전환하기 전에 반드시 몸체를 반 바퀴 틀었다. 0.8초.

"캠봇. 왼쪽 벽에 붙어."

도현은 물속으로 한 발 뛰어들었다. 절단 와이어가 그의 옆을 스치며 재킷 자락을 길게 찢었다. 차가운 물이 옆구리 상처로 스며들어 비명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드론이 몸체를 트는 동안 캠봇은 수문 반대편 벽에 붙어 렌즈를 번쩍였다.

선두 드론이 다시 잘못된 표적을 향해 와이어를 뻗었다.

콰직!

와이어가 오래된 배수관을 잘랐다. 끊어진 관에서 갈색 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됐어!"

윤슬이 밸브를 끝까지 돌렸다.

쿵!

닫혀 있던 수문 아래가 열리며 상류에 고여 있던 빗물이 통로를 휩쓸었다. 갑작스러운 물살이 드론 세 기의 하부 다리를 덮쳤다.

선두 드론은 균형을 잃고 옆으로 밀렸다. 둘째 드론은 뒤늦게 후진 명령을 받았으나 앞 기체와 부딪쳤다. 마지막 드론만 벽면의 자석 다리를 박아 물살을 버텼다.

"한 기는 살아 있어!"

윤슬의 외침이 들렸다.

도현은 물살에 휩쓸려 무릎을 찍었다. 찢어진 손바닥이 콘크리트에 닿으며 화끈거렸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마지막 드론은 이미 윤슬의 등 뒤로 돌아가 있었다.

드론 하부에서 절단 와이어가 뱀처럼 풀렸다.

"윤슬, 숙여!"

윤슬이 몸을 틀었지만 좁은 통로 탓에 피할 곳이 없었다.

도현은 손전등 옆에 붙어 있던 방송용 삼각 고정핀을 뜯어냈다. 원래는 캠봇을 난간이나 벽에 고정할 때 쓰는 작은 강철 갈고리였다.

그는 물을 박차고 드론 쪽으로 몸을 날렸다.

"미쳤어!"

윤슬의 목소리가 터졌다.

도현은 마지막 순간에 고정핀을 드론 하부의 공기 흡입구 틈으로 밀어 넣었다.

카가각!

회전하던 냉각 팬이 갈고리를 물고 비명을 질렀다. 드론의 와이어가 목표를 잃고 천장을 향해 튀었다.

도현의 손목을 스치던 와이어가 콘크리트를 갈라 놓았다. 충격에 몸이 뒤로 넘어지려는 순간 윤슬의 손이 그의 재킷 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잡아!"

윤슬이 도현을 물살 밖 둔덕으로 끌어당겼다. 도현은 그녀의 손목을 붙들고 간신히 몸을 세웠다.

드론의 팬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붉은 렌즈는 꺼지지 않았다. 녀석은 한쪽 다리로 벽을 짚고 절단 와이어를 다시 감아 올렸다.

"근거리 통신을 재설정합니다. 교정 대상 우선순위 변경."

그 음성이 들리자 도현의 목 뒤 단자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상 접근 키가 드론의 바로 옆 근거리 핸드셰이크를 잡아낸 것이다.

[비상 접근 키: 인접 장치 핸드셰이크 감지]

[단발성 오류 패킷 주입 가능 / 잔여 전력 18%]

열여덟 퍼센트. 이걸 쓰면 캠봇 송출도 곧 불안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윤슬은 옆에 있었다. 도현은 화면을 닫지 않았다.

"이번엔 내 차례야."

그는 목 뒤 단자를 눌렀다.

"임시 관리자 키. 인접 장치 식별값을 되돌려."

따끔한 전류가 목덜미를 타고 척추까지 흘렀다. 눈앞이 하얗게 흔들렸다.

드론의 붉은 렌즈가 세 번 빠르게 점멸했다.

[대상 식별 충돌]

[회수 대상: 청소부 유닛 03]

"뭐야?"

윤슬이 숨을 삼켰다.

드론은 스스로를 향해 절단 와이어를 세게 휘둘렀다. 와이어가 하부 전력선에 감기며 파란 불꽃이 터졌다.

파직!

드론은 한 번 크게 떨더니 물속으로 떨어졌다. 붉은 불빛이 검은 물 아래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다 완전히 꺼졌다.

통로에는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만 남았다.

도현은 벽을 짚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목 뒤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고 손바닥에서는 피가 물에 섞여 흘렀다.

윤슬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소총을 내린 채 도현의 손과 꺼진 드론을 번갈아 바라봤다.

"네가 한 거야?"

"응. 그런데 두 번은 못 해."

도현은 억지로 웃었다.

"장비 리뷰에 적어 둘게. 비상 키는 과열 심함. 재사용 비추천."

윤슬의 표정이 굳었다. 비웃음도 경계도 아닌 표정이었다.

"그걸로 아테나 기계를 속였다고?"

"완전히 속인 건 아니야. 가까이 붙어서 잠깐 헷갈리게 한 거지. 나도 똑같아."

도현의 시선이 물 위에 흔들리는 캠봇의 희미한 붉은 점으로 향했다.

"넥서스에서는 백만 명이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다 가짜였잖아. 지금은 누가 진짜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해. 그래서 카메라를 못 꺼."

윤슬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가 도현의 재킷 깃을 잡아당겼던 손이 천천히 풀렸다.

"그래도 내 뒤에서 멋대로 죽으면 안 돼."

"그건 동료한테 하는 말 같은데?"

"착각하지 마."

윤슬은 즉시 고글을 다시 내렸다. 하지만 총구는 더 이상 도현을 향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문 너머로 난 좁은 보조 통로를 가리켰다. 안쪽에는 낡은 철문이 하나 더 보였다. 문틈에서는 연기 냄새와 함께 아주 희미한 사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누군가 웃었다. 누군가는 낮게 다투고 있었다. 기계 스피커가 아닌 숨결 섞인 소리였다.

도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저 안에 사람이 있어?"

"있어. 하지만 네가 저 사람들 앞에서 또 유령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아직 하나 더 넘어야 해. 감시 수문이 남았거든."

윤슬은 캠봇의 렌즈를 손바닥으로 반쯤 가렸다.

"방송은 계속해도 돼. 대신 내 말 없이는 빛 하나도 올리지 마."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철문 너머에서 들리는 작은 웃음 하나가 그 어떤 숫자보다 크게 귀에 박혔다.

"알겠어. 오늘 방송의 다음 목표는 정해졌네."

도현은 피 묻은 손으로 캠봇을 다시 어깨 높이에 띄웠다.

"진짜 사람들한테 입장 허가 받기."

윤슬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먼저 보조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도현은 꺼진 청소부 드론들을 뒤에 남겨 두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둠 속 철문 너머의 사람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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