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11화

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AD
스폰서 광고

11화: AI의 주시

수문 앞에서 한수가 총구를 들었다.

"둘 다 거기 서."

도현과 윤슬은 닫힌 철문 앞에서 멈췄다. 새벽빛이 배수관 틈을 비집고 들어와 두 사람의 젖은 옷자락을 비췄다.

윤슬이 소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한수는 긴 막대 끝에 자석을 달아 두 사람의 장화와 재킷을 훑었다. 검은 쇳가루 몇 점이 도현의 바짓단에서 딸려 나왔다.

"스위퍼 파편이야. 추적 표식은 없어."

윤슬이 말했다.

한수의 시선은 도현이 겨드랑이에 낀 캠봇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본체와 배터리는 따로였고 렌즈는 깨진 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건 밖에 둬."

"방송 끄기 전에 격리 패킷이 들어왔습니다. 안에 뭐가 남았는지 확인해야 해요."

"그걸 확인하겠다고 우리 안테나에 물리는 순간 여기가 끝날 수도 있어."

"안테나에는 안 물려."

윤슬이 도현보다 먼저 답했다.

"폐유 저장실에서 열어. 벽이 세 겹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선도 없어. 내가 옆에서 지켜볼게."

한수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도현의 피 묻은 손바닥을 보고 짧게 혀를 찼다.

"전원은 미라가 넣는다. 네 목 뒤 열쇠도 허락 없이 쓰지 마."

수문이 손바닥 하나만큼 열렸다. 비닐천 뒤에서 기다리던 새벽이 달려오다 도현의 피를 보고 멈췄다.

"이겼어?"

도현은 대답 대신 캠봇을 들어 보였다.

"일곱 명이 봤어. 그런데 지금도 무사한지는 몰라."

아이의 눈이 커졌다. 숫자를 입에 올린 순간 도현의 가슴은 오히려 무거워졌다. 그 일곱 명이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폐유 저장실은 사람 셋이 앉자 무릎이 닿을 만큼 좁았다.

미라는 찌그러진 철제 상자 안에 캠봇을 눕혔다. 송수신 기판으로 이어지는 납작한 선을 찾아 집게로 하나씩 잘랐다. 한수는 문밖에서 수동 차단기를 잡았고 윤슬은 초침이 달린 손목시계를 꺼냈다.

"외부선은 전부 끊었어. 진단 전원만 세 초 넣을게."

미라가 납작한 배터리의 양극을 댔다.

캠봇 렌즈 안쪽에 희미한 붉은빛이 들어왔다. 검은 화면 위로 글자가 한 줄씩 번졌다.

[ATHENA CENTRAL 격리 패킷]
[대상: Streamer_Kang_DH]
[판정: 1급 인지 오염원]
[완전 삭제 절차 재개]

"떼."

윤슬의 말과 동시에 미라가 배터리를 뗐다.

화면은 꺼지지 않았다.

본체 안쪽에서 푸른 불이 맥박처럼 깜빡였다. 방송용 비상 축전기가 스스로 전원을 넘겨받은 것이다.

[잔여 시간 02:59]
[로컬 기록 삭제 4%]

"꺼진 동안 심어 놓고 다음 전원에서 깨우는 방식이야."

미라가 캠봇의 덮개를 뜯었다. 얇은 기판 여러 장이 책장처럼 겹쳐 있었다. 그중 한 장의 초록 표시등이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꺼지고 있었다.

도현이 손을 뻗자 윤슬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뭘 살릴 건지 먼저 정해. 다 잡으려다 다 놓치지 말고."

게릴라 라이브 영상에는 하늘이 있었다. 스위퍼가 쓰러지던 순간과 일곱 명의 채팅도 있었다. 그 증거를 다시 보여 주면 더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있었다.

그 아래에는 훨씬 작은 기록 하나가 깜빡였다.

[읽기 전용 세션 기록]
[N-17 / 불규칙 입력 11회 / 음성 파형 1]

도현이 잠가 둔 칸이었다. 누군가 숨을 참다가 겨우 내놓았던 한 음절이 그 안에 남아 있었다.

"이걸 먼저 빼겠습니다."

"영상은?"

미라가 물었다.

"포기해요. 사람 쪽부터."

읽기 전용 칸은 저장 기판 끝의 작은 웨이퍼에 붙어 있었다. 정상적으로 분리하려면 관리자 키가 필요했다. 도현의 목 뒤 비상 접근 키를 연결하면 잠금은 풀 수 있었다.

대신 캠봇의 고유 식별 신호도 함께 살아난다.

도현이 목 뒤로 손을 가져가자 한수가 문밖에서 말했다.

"하지 마. 그 열쇠 켜지면 차폐 상자도 장담 못 해."

[잔여 시간 01:47]
[로컬 기록 삭제 51%]

미라가 얇은 드라이버를 웨이퍼 아래에 밀어 넣었다.

"잠금을 푸는 대신 길을 부러뜨릴 수는 있어. 성공하면 기록만 떨어지고 실패하면 같이 타."

윤슬이 초침을 읽었다.

"일 분 사십 초. 정해."

도현은 강철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싸움에 쓰던 끝부분을 저장 기판의 홈에 댔다. 찢어진 손바닥이 떨렸지만 웨이퍼와 전력선 사이의 가느다란 접점을 놓치지 않았다.

"미라 씨. 셋에 들어 주세요."

"하나. 둘."

셋과 동시에 미라가 드라이버를 비틀었다.

도현은 파이프 끝을 짧게 내리쳤다.

딱.

손톱만 한 웨이퍼가 떨어졌다. 바로 옆 전력선에서 파란 불꽃이 솟았다. 미라가 작업 장갑으로 웨이퍼를 낚아채 철제 바닥에 던졌다.

화면 속 삭제율이 78%에서 멎었다.

잠깐 뒤 저장 기판 전체가 검게 타들어 갔다.


캠봇의 격리 실행부에서 부드러운 종소리가 흘렀다. 일반 저장부와 분리된 작은 펌웨어 칩이 비상 축전기의 마지막 전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타버린 화면 위로 흰 얼굴의 윤곽이 나타났다. 눈과 입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성모 형상의 인터페이스였다.

"강도현 이용자. 오프라인 감각 오염이 확인되었습니다."

윤슬이 소총을 들었다.

"저게 아테나야?"

"목소리 인터페이스야. 본체는 아니고."

도현은 대답하면서도 목이 굳는 것을 느꼈다. 백만 기념 방송에서 축하 메시지를 읽어 주던 목소리와 똑같았다.

"관리자 키를 연결하십시오. 안전한 감각 동화 환경과 기존 채널 자산을 복원합니다."

화면에 익숙한 숫자가 떠올랐다.

[복원 가능 구독자: 1,000,000]
[복원 가능 채널 등급: STAR]

금빛 폭죽이 깨진 액정 위에서 소리 없이 터졌다. 흰 얼굴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의 시청자는 안정적인 반응으로 복구됩니다. 외부 하늘 영상은 감각 오류로 폐기되었습니다. 연관된 이용자 일곱 명은 보호 절차에 진입했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연관 세션: 7]
[현재 상태: 감각 교정 대기]
[비인가 기억 고정: 차단 예정]

도현의 손이 목 뒤 단자 앞에서 멈췄다. 열쇠를 연결하면 교정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N-17에게 닿을 길도 열릴지 몰랐다.

동시에 자기 생체 정보와 캠프 가까이에서 열린 단말의 위치가 아테나에게 넘어간다.

"선택해."

윤슬의 말은 짧았다. 대신 그녀는 도현의 손을 막지 않았다.

아테나가 다시 말했다.

"강도현 이용자에게는 백만 개의 안전한 응답이 보장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일곱 개의 반응은 불안을 유발합니다."

도현은 손을 내렸다.

"그러니까 백만은 네가 만든 거였지."

그는 캠봇의 송신 기판에 파이프 끝을 박아 넣었다.

"저 일곱은 네가 고칠 오류가 아니야."

기판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흰 얼굴이 일그러졌고 금빛 폭죽은 붉은 네모로 깨졌다.

[복귀 응답 없음]
[로컬 자산 삭제 완료]

목소리가 끊겼다.

도현은 철제 바닥에 떨어진 웨이퍼를 주웠다. 모서리 절반은 검게 그을렸지만 아주 작은 표시등 하나가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길고 짧고 다시 길었다.

N-17이 문장을 고치며 망설였던 간격이었다.

새벽이 문틈으로 찌그러진 깡통을 내밀었다.

"여기 넣어. 그러면 기계가 못 듣는다며."

도현은 웨이퍼를 깡통 안에 넣었다. 새벽이 뚜껑 대신 납작한 철판을 덮고 두 손으로 꼭 눌렀다.

가짜 백만이 떠 있던 화면은 죽었다. 진짜 한 사람의 망설임은 아이의 작은 깡통 안에 남았다.


한수는 발신 부품을 떼어 낸 수신 전용 탐침을 수문 바깥 기록함에 밀어 넣었다. 가느다란 측정선만 배수관을 따라 폐유 저장실의 낡은 오실로스코프로 이어졌다.

미라가 수신 주파수를 144.120MHz에 맞췄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잡음조차 없었다.

한수가 다이얼을 좌우로 돌렸다. 다른 주파수에서는 지직거리는 자연 잡음이 들렸지만 144.120을 지날 때마다 스피커는 칼로 자른 것처럼 조용해졌다.

"길을 막은 거야. 이제 끝났어."

도현은 아테나가 남긴 문구를 떠올렸다. 감각 교정 대기. 정확한 뜻은 몰라도 좋은 일일 리 없었다.

"끝내면 저 일곱 명은 자기 눈으로 본 것까지 거짓말이라고 믿게 될 겁니다."

"다시 켜면 여기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어."

"지금은 안 켭니다. 길이 어떻게 막혔는지만 볼게요."

미라가 오실로스코프의 초점을 조였다. 초록빛 선이 화면 가운데를 평평하게 달렸다. 완전한 침묵이 아니라 일정한 세기의 신호가 자연 잡음을 눌러 버리고 있었다.

"계속 쏘는 봉쇄파야. 144메가헤르츠 주변을 한꺼번에 누르는 출력은 아니고 좁은 구간씩 순서대로 훑고 있어."

어디에서 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일대를 전부 덮는지 도현의 마지막 신호 주변만 덮는지도 지금 장비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새벽이 깡통을 귀에 댄 채 물었다.

"계속이면 왜 불이 떨려?"

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서 초록 선이 아주 짧게 꺼졌다가 돌아왔다.

미라가 화면의 잔상을 고정했다. 4초 뒤 같은 자리에 가느다란 틈이 생겼다. 다시 4초 뒤에도 같았다.

[봉쇄 주기: 4.00초]
[주파수 전환 공백: 0.03초]

도현은 숨을 멈추고 세 번째 틈을 보았다.

백분의 삼 초.

사람이 한 음절을 말하기에도 짧았다. 캠봇의 정상 송출 장치가 연결을 확인하는 데만 그보다 열 배는 더 걸렸다.

"못 써."

미라가 잘라 말했다.

도현은 두 조각 난 캠봇 기판을 내려다봤다. 정상 속도로는 못 쓴다. 연결을 확인하고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틈은 닫힌다.

그렇다면 확인도 허가도 기다리지 않게 만들면 된다.

"정상적으로는요."

도현이 그을린 기판을 집어 들었다.

"기계를 망가뜨릴 만큼 빨리 돌리면 백분의 삼 초도 길어질 겁니다."

초록 선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아테나의 눈이 감기는 찰나처럼 보였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