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감사관은 탑 보상도 압류한다

4화: 제한 열람
윤서진은 도윤이 저장한 회피 기록을 세 번 읽었다.
특별감사실 벽시계는 밤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밖의 청사 불빛 사이로 서울 제1탑의 외벽이 검게 솟아 있었다.
"직계 가족 자료의 직접 열람을 보류하고 독립 검토를 요청했다."
윤서진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읽었다.
"이 문장을 남긴 이유를 본인 입으로 설명해 보시죠."
"제가 사건을 계속 맡을 수 있는지 확인받기 위해서입니다."
"계속 맡고 싶었습니까?"
"그건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윤서진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럼 판단 기준은 뭡니까?"
도윤은 책상 위에 세 장의 출력물을 놓았다. 흑림길드 보상 신고서, 흑림자산관리 배분표, 병원 중계 계정의 보류 신호 기록이었다.
"첫째는 보상 신고서와 현실 권리 변동의 차이입니다. 둘째는 관리 위탁이라고 주장한 법인의 배분표에 원권리자 배당 항목이 없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M-12-7이 병원 보류 신호와 흑림자산관리 정산 경로에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가족 자료를 보지 않고도 그 셋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까?"
"네. 가족 자료는 제가 보면 안 되는 범위에 있습니다. 계정의 생성 시각과 권한 흐름은 사건 자료에 포함됩니다."
윤서진은 마지막 출력물을 손끝으로 밀었다.
"그리고 자동 보류 직전 12층 정산 구역 접속 기록. 이건 어디서 확인했습니까?"
"윤서진 감사관님이 제한 열람으로 확인한 기록입니다."
"제게 책임을 넘기시는 겁니까?"
"확인 경위를 분명히 하는 겁니다. 제가 먼저 본 기록이 아닙니다."
잠깐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윤은 자기 눈에만 보이는 붉은 흔적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보전 신청서를 저장할 때마다 화면 아래에서 번지는 문장은 아직 이름조차 없었다. 그것을 근거로 말하는 순간 그는 감사관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증언자가 된다.
윤서진이 태블릿을 닫았다.
"흑림길드 측은 담당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직계 가족의 치료비가 걸린 사건을 본인이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 세부 정보와 원권리자 식별 정보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건에서도 빠지겠습니까?"
"현실 권리 흐름과 정산 로그까지 빠지면 자료가 끊깁니다. 제가 볼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그 밖은 공동 검토로 넘기겠습니다."
윤서진은 한동안 도윤을 바라보았다.
"본인이 특별한 표시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겠군요."
도윤의 손가락이 출력물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문서에 표시된 내용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 답변은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그녀는 화면을 돌려 공동 검토 절차를 띄웠다.
"한도윤 감사관은 의료 자료의 내용 평가에서 제외됩니다. 대신 세 가지 현실 권리 흐름과 탑 12층 정산 구역의 생성 시각, 열람 이력, 권한 변경만 검토합니다. 이 범위에 동의합니까?"
"동의합니다."
"그럼 운영청 정산국과 원장 보전 협의를 열겠습니다. 단순 열람 신청으로는 12층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도윤은 서류의 빈칸에 펜을 올렸다.
"현장 집행관도 동행하게 해 주십시오."
"문태겸 집행관을 말합니까?"
"네. 기록 보전과 현장 봉인을 분리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윤서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방패를 들고 다니던데요."
"현장에서는 방패가 문서보다 빨리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 점은 인정하죠."
화상 협의실의 연결음이 울렸다.
화면에 탑운영청 보상정산국 실무 담당자의 얼굴이 떴다. 이름표에는 정산관리 2팀 이규석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도윤을 확인한 뒤 윤서진에게 먼저 인사했다.
"특별감사팀 요청은 전달받았습니다. 다만 12층 정산 구역은 원권리자 열람 조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권리자를 확인하려는 보전 열람입니다."
"그 표현은 곤란합니다. 원권리자 신원이 불명확한 자료는 접근 권한을 발급할 수 없습니다."
"그럼 삭제 가능성은 누가 막습니까?"
윤서진의 질문에 이규석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화면 한쪽의 승인 상태를 확인하고 입술을 다물었다.
"정산 구역은 자동 보전 상태입니다."
"그 상태가 언제부터입니까?"
"오늘 오후부터입니다."
도윤은 조용히 출력물을 뒤집었다.
"자동 보류 신호는 자정 전까지 유효합니다. 그런데 접속 기록에는 자동 보류 신호 직전 정산 구역 열람이 한 건 있습니다. 자동 보전이 이미 걸려 있었다면 왜 별도 접속이 필요했습니까?"
이규석이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열람 기록의 계정은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확인해 주십시오."
"정산 대행-12 계정입니다. 실제 사용자는 보안 사유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그 계정이 원장 사본을 연 뒤 별도의 보전 예외가 발급됐습니다. 보전 예외 발급자는 확인됩니까?"
이번에는 윤서진이 묻지 않았다. 도윤이 문서에 적힌 순서만으로 질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규석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접속 기록을 확대했다. 화면 오른쪽에 승인 시각과 대상 범위가 차례로 나타났다.
"예외 발급은 운영청 내부 승인입니다. 상세 승인자는 상위 권한입니다."
"승인자가 누군지 묻는 게 아닙니다. 발급 시각과 대상 범위를 확인해 달라는 겁니다."
"생성 시각은 21시 42분. 대상은 12층 정산 구역 원장 사본 중 권리 식별자와 접근 이력입니다. 자동 보류 신호보다 네 분 먼저 발급됐습니다."
도윤은 그 시간 차이를 수첩에 적었다. 누군가 보류를 만든 뒤 기록을 감춘 것이 아니라 보류가 걸리기 전에 보전 예외를 먼저 준비했을 가능성이 생겼다. 가능성은 아직 결론이 아니었다.
윤서진이 화면을 가리켰다.
"의료 세부 정보와 원권리자 이름은 제외할 수 있습니까?"
"그 범위라면 제한 보전 열람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단 현장 입회자가 필요합니다."
"공동 검토자 두 명과 집행관 한 명으로 하죠."
"자정 전 발급은 어렵습니다."
"약제 예약 보류가 취소 절차로 넘어가는 시각도 자정입니다. 기록 삭제 위험과 환자 권리의 자동 취소가 같은 시각에 걸려 있습니다. 운영청이 그 사실을 알고도 접근을 미루겠다는 겁니까?"
이규석은 입을 다물었다. 화상 화면 아래에서 그의 승인 대기 표시가 노란색으로 깜빡였다.
도윤은 그 침묵을 동의로 해석하지 않았다. 대신 협의 기록의 빈칸에 문장을 추가했다.
의료 세부 정보 및 원권리자 식별 정보 제외. 생성 시각, 열람 이력, 권한 변경만 공동 보전 대상으로 지정.
윤서진이 전자서명을 남겼다.
"이 범위라면 특별감사팀이 책임지겠습니다. 운영청은 현장 접근 토큰을 발급하십시오."
이규석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마우스를 눌렀다.
제한 보전 열람권 신청. 유효 시간 23:18~23:58.
도윤은 시계를 보았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연락이 온 지 십 분이 지나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 새 알림이 떴다.
약제 예약 보류 상태가 23:58에 자동 재분류됩니다.
그는 알림을 닫았다. 윤서진이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청사를 나서는 순간 문태겸이 계단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방패 케이스가 평소보다 단단히 잠겨 있었다.
"발급됐어?"
"제한 열람권입니다. 12층 원장 사본의 식별자와 접근 이력만 봅니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고?"
"모릅니다."
문태겸은 피식 웃었다.
"모른다고 말하는 얼굴이 제일 무섭네."
"알고 싶은 것과 확인할 수 있는 건 다릅니다."
"그 말 오늘 몇 번째냐?"
"세 번째입니다."
윤서진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며 말했다.
"탑 안에서는 제가 먼저 권한 범위를 읽겠습니다. 한 감사관님은 원권리자 관련 항목을 보지 마십시오."
도윤은 그녀를 보았다.
"제가 보지 않도록 감시하시겠다는 겁니까?"
"감시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공동 책임을 지려는 겁니다."
그 말은 도윤이 예상한 것보다 오래 남았다.
서울 제1탑의 입구는 밤이 되면 더 조용했다. 공략자들이 오가는 출입구와 달리 정산 구역 전용 통로에는 회색 금속문만 놓여 있었다. 문태겸이 출입 토큰을 단말기에 대자 푸른 불이 켜졌다가 곧바로 붉게 바뀌었다.
권한 등급 불일치. 원권리자 열람 조건 미충족.
"운영청에서 발급한 제한 토큰인데도?"
문태겸이 단말기를 두드렸다.
"세게 누르면 권한이 생깁니까?"
"기계가 겁먹을 수도 있지."
윤서진이 토큰을 받아 자신의 감사 인장을 겹쳤다.
붉은 불이 잠깐 깜빡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도윤은 단말기 옆의 작은 출력창을 보았다. 공식 기록에는 없던 붉은 점 하나가 유리 안쪽에서 번졌다.
제한 조건 충돌. 보전 예외 계정 선행 확인 필요.
그는 문장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윤서진이 물었다.
"권한 충돌로 보입니다. 운영청이 발급한 토큰과 현장 원장 조건이 서로 다릅니다."
"추정입니까?"
"단말기에 권한 등급 불일치가 표시됐습니다. 보전 예외 계정 선행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도윤은 마지막 문장을 말하지 않았다. 설명할 수 없는 표시를 현실의 오류처럼 바꿔 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윤서진은 단말기의 기록 버튼을 눌렀다.
"운영청에 재확인 요청을 넣겠습니다."
이규석에게 통화가 연결됐다. 그는 현장 화면을 확인하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토큰 생성은 정상입니다. 다만 12층 내부에 먼저 발급된 보전 예외가 걸려 있습니다."
"발급자는요?"
"상위 승인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그 예외 때문에 우리 열람이 막히는 겁니까?"
"예외 대상이 선행 열람을 우선하는 구조입니다. 충돌을 풀려면 현장 공동 검토자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윤서진은 말없이 전자서명 패드를 꺼냈다.
"문태겸 집행관도 서명하십시오. 보전 대상의 현장 봉인을 확인하는 서명입니다."
문태겸이 서명한 뒤 도윤에게 패드를 내밀었다.
도윤은 잠깐 멈췄다. 서명은 자료를 보는 권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는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금속문 안쪽에서 잠금 장치가 하나씩 풀렸다. 마지막 잠금이 풀리기 직전 안쪽의 좁은 선반 위가 보였다.
검은 보전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봉투 앞면에는 흰 글씨로 짧은 식별자가 적혀 있었다.
M-12-7
그 아래 서명란은 비어 있었다.
도윤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 손을 뻗으면 봉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서진이 정한 범위에는 봉투 내용 열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병원 알림이 다시 진동했다.
약제 예약 상태 확인 필요. 23:58 이후 자동 재분류 대기.
도윤은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봉투를 먼저 열면 어머니를 위해 절차를 꺾었다는 기록이 남을 것이었다. 그는 서명한 범위를 지키기로 했다.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안쪽에서 낮은 알림음이 울렸다.
원장 보전 대상 접근 기록 생성.
윤서진이 도윤을 보았다.
"들어갑니다. 범위를 지키세요."
도윤은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서른아홉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