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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12화

슬라임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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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뼈갑옷 사마귀

바위 틈새에서 부서진 돌가루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각.

사각사각.

물길 반대편 어두운 암벽의 오래된 선 표식 아래쪽이었다. 얕게 패어 있던 새 긁힘을 따라 바위벽이 으스러지며 하얗고 날카로운 가시 같은 앞다리가 쑥 튀어나왔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백골의 질감이었다.

가장 작은 고블린이 숨을 들이켰다.

"큭……!"

녀석은 부상당한 고블린 앞을 가로막으며 쥐고 있던 돌 조각을 치켜들었다. 뒤쪽에 웅크려 있던 고블린들도 누런 이빨을 부딪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물러설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피처 바깥 통로에는 여전히 철각 감시자가 굵은 쇠사슬을 늘어뜨린 채 버티고 있었다. 여기서 밖으로 뛰쳐나가는 순간 기다리던 사슬에 몸이 꿰뚫릴 터였다.

안쪽으로 파고든 암벽 틈이 쩍 갈라졌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람 상체보다 거대한 크기의 사마귀였다.

온몸이 표백된 짐승의 뼈처럼 새하얗고 두꺼운 갑각으로 뒤덮여 있었다. 역삼각형 머리 위에서 두 갈래 더듬이가 파르르 떨렸고 양 앞다리는 날카로운 톱니가 돋아난 뼈 낫 그 자체였다.

그 낫에서는 마른 피와 차가운 흙냄새가 진동했다.

[개체 정보 분석.]
[종족: 뼈갑옷 사마귀(하급 절지 포식자).]
[특징: 고밀도 경화 키틴질 외골격, 고속 참격, 진동 및 체액 감지.]
[약점: 관절 연결막, 다리 접지면 외골격 틈새의 신경절.]

눈앞에 떠오른 푸른 시스템 메시지가 차갑게 명멸했다.

사마귀는 붉은 겹눈을 번뜩이며 좁은 저수 공간을 훑었다. 녀석의 시선이 부상당한 고블린의 다리에서 배어 나오는 옅은 체액 냄새에 꽂혔다.

쉭!

사마귀의 뼈 낫이 허공을 갈랐다.

바위 벽이 두부처럼 잘려 나가며 깊은 흉터가 파였다. 스치기만 해도 내 슬라임 신체는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날 파괴력이었다.

고블린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진정해. 흩어지면 각개격파당한다.'

나는 바닥에 점액을 넓게 밀착시키며 세 번 빠르게 진동을 울렸다.

툭. 툭. 툭.

낮게. 흩어지지 마라.

가장 작은 고블린이 내 진동을 감지하고 우뚝 멈춰 섰다. 녀석은 공포에 질려 떨면서도 손톱으로 바닥의 선을 거칠게 긁으며 소리쳤다.

"말락!"

먹는 곳, 쉬는 곳, 바라보는 곳.

우리가 바닥에 새겨 둔 세 개의 선이 어둠 속에서 뚜렷한 진형의 경계로 떠올랐다.

사마귀가 하얀 뼈 낫을 치켜들고 거칠게 돌진했다. 첫 번째 사냥감은 피 냄새를 풍기는 부상당한 고블린이었다.

나는 곧바로 천장을 향해 신호를 튕겼다.

천장 균열에 매달려 있던 박쥐 새끼 둘이 일제히 날개막을 파닥였다.

찌익! 찌이익!

찢어진 날개막 사이로 날카로운 고주파 파동이 쏟아져 내렸다. 정밀한 초음파는 아니었지만 좁고 밀폐된 동굴 안의 공기를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사마귀의 머리 위 더듬이가 격렬하게 비틀렸다.

공기 진동과 반사음을 감지하던 사마귀의 감각 기관이 순간적으로 마비됐다. 녀석의 돌진 궤적이 반 뼘 옆으로 어긋나며 헛디뎠다.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물가에 웅크려 있던 작은 슬라임 둘이 일제히 몸을 넓게 펼쳤다. 녀석들은 회백색 균사에서 걸러낸 차가운 물을 바위 경사면 위로 뿜어내며 매끄러운 수막을 깔았다.

물벌레 여섯 마리도 물때와 미끄러운 진흙을 바닥에 마구 흩뿌렸다.

사마귀의 날카로운 발톱이 수막과 진흙탕을 밟았다.

미끄덩!

거대한 사마귀의 몸체가 균형을 잃고 크게 휘청거렸다. 단단한 바위를 찍고 박차고 나가야 할 발 디딤이 젖은 바닥 위에서 사정없이 미끄러졌다.

"키에에엑!"

사마귀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낫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 순간 가장 작은 고블린과 다른 고블린 둘이 부서진 나무 조각과 뾰족한 돌 쐐기를 들고 맹렬하게 뛰어들었다.

퍼억!

고블린들은 사마귀의 두꺼운 흉갑을 노리지 않았다. 바닥에 그어 둔 '바라보는 곳'의 선을 따라 녀석들이 헛디딘 다리 관절 틈새로 나무 쐐기와 돌을 거칠게 쑤셔 박았다.

사마귀의 뼈갑옷 자체는 돌보다 단단했지만 관절 사이를 잇는 얇은 막은 거친 쐐기를 막아내지 못했다.

사마귀의 오른쪽 뒷다리가 꺾이며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지금이다.'

나는 저장해 두었던 녹가루와 점착 점액을 한데 뭉쳐 사마귀의 꺾인 관절 틈으로 강하게 쏘아 보냈다.

동시에 몸 안쪽에 격리해 두었던 부패 오염 균사의 진액을 듬뿍 섞었다.

치이익!

산화철과 점착막이 사마귀의 무릎 관절을 바위처럼 굳혔고 오염 진액이 유연한 연결막을 사정없이 갉아먹었다.

사마귀는 다리를 떼어내려 몸부림쳤지만 굳어버린 관절은 더 이상 펴지지 않았다.

녀석이 남은 왼쪽 뼈 낫을 내 핵을 향해 사납게 내리찍었다.

카강!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 돌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낫이 떨어지는 궤적을 미리 읽고 몸을 납작한 물웅덩이처럼 분산시켰다. 충격을 흘려보내며 낫의 날등을 타고 전광석화처럼 기어올라갔다.

사마귀의 목덜미와 흉갑 사이.

백골 갑옷이 맞물리는 가장 깊고 연약한 틈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급소 포착: 경추 신경절.]
[관절 분해 산성 점액 주입 권장.]
[주의: 핵 안정도 소모 급증.]

더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나는 몸의 중심핵을 뒤쪽으로 안전하게 뺀 채 앞쪽 점액을 뾰족한 송곳 형태로 응축시켰다. 이끼 산성액과 소화 효소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점액 침을 사마귀의 목 틈새로 깊숙이 쑤셔 넣었다.

푸욱!

"키갸아아악!"

사마귀가 찢어지는 듯한 괴성을 질렀다.

강력한 산성 점액이 뼈갑옷 틈을 파고들어 중추 신경절을 녹여 내렸다. 사마귀의 양 낫이 허공을 마구 발작하듯 베어 넘겼다.

고블린들은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바짝 엎드렸고 박쥐들은 날개를 접으며 벽 틈으로 숨었다.

나는 사마귀의 목을 덮은 점액막을 더욱 단단하게 조였다. 산성액이 신경을 완전히 끊어내고 생명 반응이 사라질 때까지 온몸으로 짓눌렀다.

파르르 경련하던 사마귀의 더듬이가 맥없이 늘어졌다.

쿵.

마침내 거대한 백색 사마귀가 차가운 바위 바닥 위로 완전히 쓰러졌다.

저수 공간 안에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동굴 안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고블린들의 거친 숨소리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전투 종료.]
[하급 포식자 '뼈갑옷 사마귀' 제압 성공.]
[삼라만상 발동: 대상의 흡수 및 분석을 시작합니다.]

나는 쓰러진 사마귀의 거대한 잔해 위로 점액을 넓게 펼쳤다.

혼자였다면 절대 정면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작은 슬라임들의 수막이 없었다면 발을 묶지 못했을 것이고 박쥐의 고주파가 없었다면 첫 참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블린들의 쐐기가 없었다면 단단한 관절을 벌릴 수도 없었을 터였다.

나는 사마귀의 가장 단단한 백골 흉갑과 관절의 키틴질 구조를 집중적으로 흡수했다.

찌릿한 마력과 농밀한 단백질이 핵을 타고 흘러들었다.

[흡수 완료: 뼈갑옷 사마귀의 외골격 키틴질 성분.]
[분석 완료: 다층 충격 분산 구조 및 고밀도 골질 외피.]
[능력 갱신: '외골격 의태 기초' 획득.]
[슬라임 신체 표면을 부분적으로 고경도 백골 외피로 경화 가능.]
[핵 안정도 28% -> 33% 상승.]
[생명 의존률 20% -> 24% 회복.]

몸 표면이 단단하게 조여드는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의지를 담아 마력을 집중하자 투명하던 푸른 점액 표면 일부가 새하얗고 매끄러운 뼈 갑옷의 형태로 단단하게 굳어졌다.

바닥의 날카로운 돌 조각으로 표면을 긁어 보았다.

사각.

돌가루만 떨어져 나갈 뿐 내 몸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기존의 무르고 깨지기 쉽던 녹막 외피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진짜 외골격이었다.

나는 딱딱한 껍질과 핵심 신경만 포식한 뒤 영양분이 가득 찬 사마귀의 다리 살점과 육질은 손대지 않고 남겨 두었다.

그리고 몸을 뒤로 물려 고블린 무리를 바라보았다.

가장 작은 고블린이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쳐다보았다. 다른 고블린들의 눈에도 굶주린 갈망과 경외감이 동시에 차올라 있었다.

나는 남은 고기 덩어리를 '먹는 곳'의 선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툭.

낮고 부드러운 진동을 울렸다.

먹어라.

가장 작은 고블린이 달려들어 사마귀 다리 하나를 거칠게 뜯어냈다. 녀석은 그것을 혼자 삼키지 않고 부상당한 고블린에게 먼저 가져다주었다.

부상당한 고블린이 떨리는 손으로 고기를 받아 씹기 시작하자 나머지 고블린들도 차례대로 달려들어 고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목을 물어뜯는 난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정해진 선 안에서 차례대로 먹이를 나누는 질서가 완벽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사마귀가 뚫고 들어온 벽 안쪽 틈새로 점액 실을 뻗었다.

사마귀가 어디서 기어들어왔는지 경로를 확인해야 했다.

무너진 돌무더기 너머로 점액 실이 깊숙이 들어갔을 때 무언가 질긴 감촉이 걸려들었다.

단단한 바위가 아니었다.

오래되어 마른 가죽 끈과 금속 버클이었다.

인간의 유품이었다.

사마귀는 저 안쪽 어딘가에 남아 있던 인간 모험가의 흔적이나 유품 냄새를 쫓아 바위를 뚫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가죽 주머니 표면에는 짙게 말라붙은 피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문양의 금속 조각이 엉겨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어둡고 서늘한 바람이 은은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철각 감시자가 가로막은 바깥 통로가 아닌 또 다른 미지의 길에서 풍겨오는 냄새였다.

나는 가죽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점액으로 감싸 안았다.

주머니 속에서 낯선 마력의 파편이 희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저 안쪽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로운 통로가 어둠 속에서 우리를 조용히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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