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는 등대 아래서

3화: 확인되지 않은 구조 신호
회사로 돌아온 다정은 테스트 구간과 오류 로그를 정리해 개발팀에 전달했다. 전송 상태와 전달 상태를 분리한 화면은 사용자 테스트를 한 번 더 거쳐야 했다. 그녀는 사무실 직원 다섯 명에게 테스트 계정을 나눠 주고, 각자가 이해한 안내를 말로 설명하게 했다. 세 명은 ‘서버 접수’를 구조대가 요청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문구가 아직 충분히 구분되지 않아요.”
“그럼 ‘서버에 도착했습니다’로 바꾸면 어때요?” 준호가 제안했다.
“사용자는 서버가 뭔지 모를 수 있어요. ‘요청을 받았습니다. 구조대 전달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가 더 나아요.”
“글자 수가 길어져요.”
“긴급 화면에서 읽을 수 있게 두 문장으로 나누고, 음성 안내도 넣죠.”
다정은 문구를 수정하고, 개발팀은 화면 낭독 기능을 추가했다. 테스트 참가자는 이어폰이 없는 상태에서도 안내를 이해했다. 준호는 이 과정을 박람회 시연 자료에 포함했다. 시연은 기능을 완벽하게 포장하는 대신, 오류를 감지하고 사용자가 다음 행동을 선택하도록 돕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박람회 당일, 부스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투자사 심사역과 지자체 담당자가 첫 줄에 섰다. 다정은 테스트 계정임을 크게 표시한 단말을 들었다. 준호는 앱이 실제 구조 요청을 보내지 않는다고 설명한 뒤 시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요청이 서버에 도착하고 구조대 단말이 확인 응답을 보내는 과정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 다음 중계 장비 지연을 재현하자 앱은 ‘구조대 전달 여부 확인 중’으로 바뀌었다. 지연 상태가 18초가 되자 화면에는 마지막 위치 갱신 시각과 전화로 구조대를 연결하는 방법이 보였다.
심사역이 물었다. “그럼 제품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현재 일부 해안 통신 구간에서 지연이 발생합니다.” 준호가 말했다. “우리는 그 구간을 확인했고, 전달이 끝나지 않은 요청을 완료라고 표시하지 않도록 수정했습니다. 모든 구간의 검증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식 출시 범위를 제한할 계획입니다.”
“그럼 투자 일정이 늦어지겠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다정은 준호의 대답을 들으며 손에 땀이 찼다. 심사역은 박람회가 끝난 뒤 추가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투자 보류 가능성을 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자체 담당자는 안전 점검 절차를 보고 지역 시범 운영을 제안했다. 범위는 두 해안 구역으로 제한하고, 구조대가 직접 테스트를 승인하는 조건이었다.
“완료된 건 아니지만, 시범 운영은 할 수 있겠네요.” 심사역이 말했다.
“그 조건을 현장 구조대와 먼저 검토하겠습니다.” 준호가 답했다.
다정은 부스 뒤에서 숨을 내쉬었다. 박람회는 성공이라고 부르기 어려웠지만, 실패를 감추지 않아 얻은 제안이 있었다. 준호는 투자 일정이 늦어질 경우 인건비를 조정해야 한다고 경영팀에 알렸다. 다정은 당장 계약이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킬 수 없었다. 대신 제한 시범 운영을 위해 필요한 디자인 검토 시간을 산정했다.
행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등대 봉사 모임에 들렀다. 은별은 현장 테스트 결과를 받아 본 상태였다. 그녀는 전달 지연 구간이 시범 운영에서 빠질 것인지, 앱에서 사용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확인했다. 준호는 아직 범위 확정 전이며, 구조대가 직접 동의하기 전에는 앱을 실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준비 기간이 길어져요.” 은별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네. 일정 때문에 안전 절차를 생략하지 않겠습니다.”
다정은 그 말을 듣고 준호가 자신을 믿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일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보여 주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둘은 등대 밖 계단에 앉았다. 아래로 파도가 부서지고, 방파제 끝의 경고등이 일정하게 깜빡였다.
“이제 그날의 가족에게 연락할 건가요?” 다정이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구조대가 당시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가족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록이 지금도 유효한지 알아보려 합니다.”
“당사자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먼저 중간 기관에 의사를 확인해야겠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과를 듣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을 정리하고 싶을 뿐입니다.”
다정은 그 말을 이해했다. “저도 그때 이후로 안전 문구를 바꾸는 일을 피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전에 제가 줄인 문장 때문에 사용자가 위험 안내를 놓친 적이 있었거든요.”
“다정 씨 탓이라고 생각해요?”
“전부 제 탓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쓴 문장이 영향을 준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다음에는 그 위험을 확인해야 해요.”
“그럼 우리 둘 다 잘못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다음 실수를 줄이는 일을 하고 있네요.”
“그렇게 말하면 조금 편해지긴 하네요.”
준호가 웃었다. 그는 손을 내밀기 전에 물었다. “손 잡아도 돼요?”
다정은 잠시 망설였다. “여기서는 괜찮아요. 대신 회사에서는 아직 비밀로 해요. 계약이나 평가에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동의합니다. 다음 분기 인사 평가 전에 신고 절차를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다정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은 차가웠고, 손가락은 조심스러웠다. 둘의 관계가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다정은 그보다 먼저 업무상 이해 충돌을 어떻게 관리할지 함께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호는 그 내용을 다음 날 인사 담당자와 확인하기로 했다.
그날 밤, 회사 서버에 새 경고가 떴다. 시범 운영 후보 지역과 다른 해안 구역에서 시험 계정이 아닌 요청이 하나 들어왔다. 위치는 낡은 기지국 값으로 표시됐고, 요청자 식별 정보는 없었다. 앱은 접수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다정은 화면을 캡처하고 개발팀에 알렸다.
“실제 구조 요청일까요?” 준호가 물었다.
“확정할 수 없어요. 우선 담당 기관에 전달하고, 앱에 표시된 연락 방법을 확인해야 해요.”
그들은 해당 지역 구조대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신고 정보를 전달했다. 구조대는 현장 확인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회사는 앱 알림을 조사 대상 상태로 표시하고, 기록 접근 권한을 제한했다. 요청이 장비 오류인지 실제 신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준호는 등대 창문 너머 어두운 바다를 바라봤다. 다정은 그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함께 기록을 보존하고, 다음에 확인할 절차를 적었다.
그 경고는 다음 날 오전까지 회신되지 않았다. 개발팀은 과거 테스트 계정 하나가 해안 기지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계정 생성 시각은 7년 전, 준호가 구조 시스템을 만들던 시기와 겹쳤다.
“내가 확인할게요.” 준호가 말했다.
“혼자 확인하지 말아요.”
“다정 씨도 같이 볼 건가요?”
“기록과 담당 기관을 통해 확인할게요. 당신을 대신해서가 아니라, 서비스의 문제라서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등대의 빛이 창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파도선의 신호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그 상태를 억지로 완료로 바꾸지 않았다.
박람회가 끝난 다음 주, 인사 담당자는 다정과 준호를 따로 불렀다. 같은 팀의 팀장과 실무자가 사적으로 만날 경우 평가와 업무 배분에 미칠 영향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준호는 관계가 시작된 시점과 현재 담당 업무를 사실대로 알렸다. 다정은 자신의 평가권자가 준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성과 평가에는 다른 팀장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둘은 회사 규정을 보고 필요한 조치를 함께 선택했다.
“이걸 밝히면 주변에서 알게 되겠죠.” 다정이 말했다.
“그럴 겁니다. 그래도 업무 평가가 공정하다는 걸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개인적인 얘기를 회사에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어요.”
“동의합니다. 규정에 필요한 범위만 알리겠습니다.”
둘은 담당 범위와 평가 절차만 신고했다. 관계의 세부 내용은 공유하지 않았다. 준호는 다정의 팀장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부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다정은 업무 피드백을 개인적인 감정과 분리해 달라고 했다. 회사는 이를 문서로 남겼다.
그날 저녁, 7년 전 구조 기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 답변이 왔다. 당시 사고 당사자는 회복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고, 현재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다. 기관은 준호가 사과문을 전달해도 되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당사자는 답변을 원하지 않았다. 준호는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사과를 못 해서 답답하지 않아요?” 다정이 물었다.
“답답하죠. 하지만 내가 답답한 걸 풀려고 그 사람에게 다시 다가갈 수는 없어요.”
그는 과거의 책임을 기록으로 남기고, 현재의 시험 절차에 반영했다. 다정은 그 선택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에게 칭찬이나 위로를 건네기보다, 다음 시범 운영에 반영할 체크리스트를 보냈다.
시범 운영은 두 구역에서만 시작됐다. 다정은 첫날 구조대 단말이 요청을 받았는지 직접 확인했고, 늦은 응답은 상태 화면에 그대로 남겼다. 은별은 테스트 종료 뒤 모든 단말을 회수했다. 문제가 있었던 구간은 여전히 제외 상태였다.
준호는 회의에서 그 구역의 통신 품질을 다시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투자 일정에 맞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정은 화면의 경고 문구를 사용자가 읽었다는 확인 자료를 모으기로 했다. 둘은 다음 주 현장에 다시 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