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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귀환 무신의 백수 생활6화

현대 귀환 무신의 백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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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회식보다 위험한 브레이크

"이 골목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설아가 골목 입구를 가로막았다.

낡은 가구와 부서진 소파가 엉킨 사각지대 뒤에는 조금 전까지 마수가 있었다. 강한얼은 이미 흔적을 지웠지만 바지 밑단에 붙은 검은 가루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박민지는 태블릿을 품에 안은 채 이설아를 바라봤다.

"저희는 대형 폐기물 현장 조사를 끝내고 나오는 길인데요."

"현장 조사만 했습니까?"

이설아의 시선이 한얼의 구두 끝으로 내려갔다.

"낡은 가구와 쓰레기를 확인했습니다. 표지판 각도도 찍었고요."

"그게 전부입니까?"

"공무원 현장 조사는 원래 그 정도입니다."

한얼은 바지 밑단을 털었다. 이설아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방금 골목 안에서 균열이나 마력 반응을 본 적은 없습니까?"

무림의 심문관보다 까다로운 질문이었다. 이설아는 위협하지 않고 상대가 스스로 빈틈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없었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다만 표지판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박민지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표지판 사진은 제가 찍었어요."

이설아는 박민지를 바라봤다. 거짓말을 찾는 눈이라기보다 아직 위험을 모르는 사람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관리국에 현장 조사 요청을 넣겠습니다. 다음부터 균열이나 마력 반응이 보이면 직접 확인하지 말고 신고하십시오."

한얼은 그녀가 균열이라는 말을 선택한 것을 기억해 두었다.

"알겠습니다. 공무원은 규정을 지켜야 하니까요."

이설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한얼은 박민지와 함께 골목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따라오는 시선을 무시하고 주민센터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 박석두 과장이 복도 끝에서 소리쳤다.

"둘 다 왔어? 오늘 저녁에 회식한다!"

한얼의 걸음이 멈췄다.

"회식 말입니까?"

"그래. 북쪽 경계까지 다녀왔는데 밥은 먹여야지. 신입이 첫 주부터 혼자 밥 먹으면 팀 분위기가 뭐가 되냐. 오늘은 내가 산다."

"저는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박민지가 한얼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과장님 잔만 잘 받아주고 고기만 구우면 돼요."

"잔을 받으면 다시 돌려줘야 합니까?"

"네. 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받지는 말고요."

정시 퇴근 뒤에 이어지는 회식은 퇴근의 탈을 쓴 추가 근무였다.

한얼은 무림에서 적진의 고수들과 독주를 나누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술잔 하나가 목숨을 노리는 암기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술을 마신 뒤에도 다음 날 다시 출근해야 했다.

"참석하겠습니다."

박석두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오늘은 돼지갈비다. 한얼 씨는 고기 굽는 법부터 배워."


저녁 일곱 시.

주민센터 근처 돼지갈비집 안쪽 방에는 불판 세 개가 놓였다. 박석두는 첫 잔을 들자마자 신입 환영사를 시작했고 박민지는 한얼의 앞에 물컵을 밀어 놓았다.

"한얼 씨는 천천히 마셔요. 과장님 잔도 한 번에 비울 필요 없어요."

"그럼 왜 채우는 겁니까?"

"분위기 때문에요."

박석두가 막걸리를 따랐다.

"우리 주민센터는 작아도 할 일이 많다. 게이트가 열려도 민원은 들어오고 정전이 돼도 서류는 뽑아야 해. 그러니까 서로 챙겨야 한다. 어려운 일 있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말해."

한얼은 잔을 내려다봤다. 말투는 투박했지만 거짓은 없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가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식당 바닥 아래에서 차가운 기운이 솟았다.

한얼의 손가락이 멈췄다.

기운은 약했지만 북쪽 경계 골목에서 느꼈던 검은 실의 잔향과 같았다. 하수구를 타고 들어온 냉기가 낡은 배관을 감싸며 한 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식당 뒤편이었다.

한얼은 잔을 내려놓았다.

"왜 안 마셔?"

"술이 좀 셉니다."

"막걸리가 세긴 뭐가 세."

박민지가 한얼의 얼굴을 살폈다.

"벌써 빨개졌는데요?"

한얼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피가 몰린 느낌은 없었다.

"취한 것 같습니다."

"한 잔 마시고요?"

대답 대신 식당 뒤쪽에서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났다.

쩌억.

바닥 아래의 냉기가 크게 흔들렸다. 뒷문이 안쪽으로 휘며 바닥 틈이 검게 벌어졌다.

작은 브레이크였다.

틈새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고기 굽는 철판과 가스 불꽃을 흔들었다. 손님들이 한꺼번에 출입구를 바라봤다.

"모두 출입구에서 떨어지세요!"

한얼이 외쳤다.

박석두가 놀라 돌아보는 사이 한얼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일부러 비틀거렸다. 물컵과 빈 술병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취했어?"

박민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많이 취했습니다. 바람을 쐬고 오겠습니다."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한얼은 대답하지 않고 뒷문으로 나갔다.


식당 뒤 골목에는 깨진 병과 음식물 상자가 널려 있었다.

바닥 중앙의 브레이크가 꿈틀거렸다. 검은 털의 마수 두 마리가 틈새에서 기어 나왔다. 한 마리는 개처럼 생겼지만 앞발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납작한 몸으로 벽을 타고 올랐다.

벽을 타던 마수가 뒷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얼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넘어졌다. 어깨가 마수의 턱 아래를 스치는 순간 손가락 두 개가 가슴을 찍었다.

점혈.

마력의 흐름이 끊긴 마수는 허공에서 힘을 잃었다. 한얼은 그것을 발끝으로 걷어차 빈 플라스틱 상자 안에 처박았다.

쾅.

식당 안에서 누군가 숨을 삼켰다.

"병이 미끄러졌습니다."

남은 마수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었다.

한얼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벽을 짚었다. 손끝이 닿은 벽 너머에는 브레이크의 매듭이 있었다.

마수가 얼굴을 향해 이빨을 벌렸다.

한얼은 고개를 돌려 이빨을 피하고 손바닥을 마수의 목 아래에 댔다.

퍽.

마수가 바닥에 처박혔다. 한얼은 곧장 무릎을 꿇었다. 겉으로는 술에 못 이겨 토하려는 모습이었다.

엄지손가락을 브레이크의 중심에 대자 차가운 핵이 손바닥 아래에서 뛰었다.

검은 실이 핵을 감고 있었다. 실의 끝은 북쪽이 아니라 주민센터가 있는 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한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이곳은 우연히 열린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주민센터 근처까지 검은 실을 끌고 와 좌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식당 안쪽에서 박석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한얼 씨! 괜찮아?"

한얼은 핵을 손끝으로 눌렀다.

점혈은 사람의 혈도뿐 아니라 마력의 순환과 공간의 매듭에도 통했다.

검은 실이 끊어졌다.

브레이크가 종이처럼 접혔고 마수 두 마리는 검은 가루로 흩어졌다. 한얼은 발로 흔적을 흩뜨린 뒤 벽에 기대었다.

뒷문이 열리며 박석두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난리야!"

"제가 넘어졌습니다. 술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문짝은 휘어 있었고 병은 깨져 있었다. 박석두는 얼굴이 붉어진 한얼을 보며 혀를 찼다.

"젊은 사람이 술을 왜 그렇게 마셔. 안에서 물 마셔."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눈이 풀렸구만."

박석두가 한얼의 팔을 잡아 끌었다. 한얼은 일부러 중심을 잃고 과장의 어깨에 기댔다. 그러면서 바닥에 남은 검은 실 한 조각을 소매 안으로 숨겼다.

실은 손가락에 닿자 차갑게 떨었다.

주민센터 쪽을 향하고 있었다.


골목 입구에 검은 차량이 멈춰 섰다.

이설아가 내려 식당 뒤편을 바라봤다. 브레이크가 닫히는 순간의 마력 파동을 느끼고 달려온 참이었다.

그러나 눈앞에는 휘어진 뒷문과 깨진 병 그리고 쓰러진 상자만 남아 있었다.

한얼은 박석두의 부축을 받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얼굴은 붉었지만 손에 든 술잔은 거의 그대로였다.

이설아가 그의 앞을 막았다.

"술은 얼마나 마셨죠?"

한얼은 눈을 반쯤 감았다.

"많이 마셨습니다."

"잔은 비어 있지 않은데요."

"마음으로 마셨습니다."

박민지가 급히 달려왔다.

"이설아 팀장님?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

"브레이크 반응이 감지됐습니다. 식당 뒤편에 무언가 열렸을 텐데요."

박석두가 손을 내저었다.

"여기엔 그런 거 없었어요. 문이 갑자기 휘고 병이 깨진 것뿐입니다."

이설아는 골목으로 들어가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약한 마력 잔향이 남아 있었지만 몬스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잔향은 주민센터 쪽으로 길게 이어졌다.

그녀는 한얼을 돌아봤다.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위험합니다. 제가 방금 토한 곳이라서요."

한얼이 흐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민지가 입을 막았고 박석두가 한얼을 식당 안으로 밀었다.

"팀장님은 조사하시고 우리는 정리부터 할게요. 오늘 회식은 망했네."

이설아는 골목에 남아 흔적을 살폈다. 식당 안에서는 한얼이 물을 마시며 박석두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술도 못 마시면서 왜 취한 척을 해? 사람이 취하면 취했다고 말을 해야지."

한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바닥 안의 검은 실이 희미하게 떨렸다.

이번에는 검은 실이 한얼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주민센터를 찾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누군가 그 이유를 확인하러 올 것이다.

한얼은 식당 안쪽의 시계를 바라봤다. 회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내일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무림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역시 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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