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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시녀장은 식단표로 반란을 막는다7화

망겜 시녀장은 식단표로 반란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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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검과 밥그릇

훈련장의 흙먼지는 차가운 저녁 바람을 타고 주방 복도 입구까지 날려 왔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멎자마자 거친 발소리가 이어졌다. 가죽 흉갑을 찬 젊은 기사들이 줄지어 배식대로 걸어왔다. 땀에 젖은 이마를 거칠게 훔치는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불만이 엉겨 있었다.

"귀족 식탁에서 빠진 달걀이 하인들 뱃속으로 들어갔다지?"

줄 앞머리에 선 견습 기사가 식판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

"저택 꼴이 말이 아니군. 빗자루 든 녀석들 배 채우느라 칼 쥔 놈들 국그릇을 비우겠다는 건가."

주방 하인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마리가 국자를 든 채 눈살을 찌푸렸다.

"기사님들 몫에서 달걀 한 알도 안 뺐습니다. 헛소리 말고 국이나 받으시죠."

"공작님이 안 계시니 시녀장이 주방을 쥐고 흔든다는 말이 헛소리요?"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그 순간 배식소 문이 쾅 열렸다.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한 청년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단단한 체구에 손등 곳곳에 칼자루에 긁힌 굳은살이 박인 사내였다.

벨라노르 공작가의 차남, 루시엔 벨라노르였다.

그의 등 뒤로 기사단 소속 부대원들이 따라붙었다.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루시엔의 푸른 눈이 곧장 엘나를 향했다. 그는 허리춤의 검집을 쥔 채 엘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

"네가 엘나 로웬인가."

서윤은 턱을 살짝 숙였다.

"예, 루시엔 도련님."

"네가 오늘 귀족 식탁에 손을 대고 하인들 죽에 달걀을 풀었다 들었다."

루시엔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가문을 지키는 건 빗자루를 든 하인이 아니라 검을 쥔 기사들이다. 훈련장에서 피를 흘리는 기사들의 식탁을 줄여 하인들의 환심을 사는 게 시녀장이 할 짓인가?"

주방 안쪽에서 그릇 씻는 소리마저 멎었다. 마리가 나서려 했으나 카일이 조용히 손을 들어 제지했다. 카일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윤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품에서 훈련장 출석부와 저녁 배식 장부를 꺼내 펼쳤다.

장부 위로 낯익은 푸른 글자가 겹쳐 떠올랐다.

[기사단 피로도: 78%]
[야간 순찰 집중도: 심각한 저하]
[오후 훈련 부상률: 3일 연속 상승]
[소문 압력: 기사단 내부 폭발 직전]

원작 게임에서도 루시엔은 다혈질에 직선적인 돌격형 지휘관이었다. 보급과 피로는 나약한 자들의 핑계라 믿었고 그 고집 때문에 기사단 분열 루트가 가속화되곤 했다.

서윤은 차분하게 장부를 넘겼다.

"기사단의 식단에서 줄어든 것은 단 한 접시도 없습니다."

"말장난하지 마라!"

루시엔이 배식대 나무판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묵직한 파열음이 울렸다.

"소금이 줄어 국이 맹탕이 되었고 하인들은 계란을 띄운 죽을 먹었다. 그게 빼앗긴 게 아니면 뭐란 말이냐? 훈련장에서 쓰러진 기사들이 오늘만 셋이다. 네 녀석이 밥상을 장난질친 대가다!"

엘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셋이 쓰러진 것은 하인이 달걀을 먹어서가 아닙니다."

"뭐?"

루시엔의 눈썹이 사납게 치켜올라갔다. 손이 저절로 허리의 검자루로 향했다.

"감히 시녀 따위가 기사의 훈련을 입에 올려?"

"훈련이 아니라 몸을 굴리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서윤은 훈련일지를 펼쳐 루시엔의 눈앞에 내밀었다.

"오늘 오후 대련 중 탈진해 목검을 놓친 베른 기사. 어제 방패 훈련 중 어깨 근육이 파열된 로드 기사. 그리고 지난밤 순찰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카터 기사."

엘나의 목소리에는 동요가 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장부의 기록을 정확히 짚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루시엔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거지?"

"세 사람 모두 야간 순찰 직전에 기름진 돼지 뒷다리 훈제를 배불리 먹었고 다음 날 아침 훈련 전까지 물 외에는 소금 한 톨도 보급받지 못한 하급 기사들입니다."

복도가 조용해졌다. 뒤에 서 있던 젊은 기사들 몇몇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윤은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벨라노르 기사단의 배식 규칙은 단순합니다. 식사가 들어오면 상급 기사와 기사단 간부들이 고기 중심의 상차림을 먼저 차지하고 하급 기사와 견습 기사들은 식어 굳은 기름 덩어리와 마른 빵을 먹습니다."

"그건 규율이다. 공을 세운 선임이 먼저 대우받는 것은 군대의 기본이다!"

"그 규율 때문에 야간 순찰조는 더부룩한 위장을 끌고 밤새 찬바람을 맞고 오전 훈련조는 탈수로 근육이 굳은 채 검을 쥡니다."

서윤은 식단표의 수치를 똑똑히 읽어 내려갔다.

"소화에 네 시간이 걸리는 기름진 고기를 순찰 30분 전에 밀어 넣으니 위장에 피가 몰려 눈이 침침해집니다. 그러니 계단을 헛디디지요. 땀을 비 오듯 쏟는 한낮 훈련 뒤에는 맹물만 들이켜니 몸 안의 염분이 빠져나가 근육 경련이 일어납니다. 오늘 베른 기사가 검을 놓친 건 근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염분 결핍으로 손가락이 마비되었기 때문입니다."

루시엔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물들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이냐?"

"장부에 다 적혀 있으니까요."

엘나는 카일이 작성한 의무실 치료 기록과 배식 시간표를 나란히 펼쳐 보였다.

"부상이 발생한 시간은 전부 오후 2시와 새벽 3시 사이입니다. 배식 후 네 시간이 지나 탈수와 피로가 극에 달하는 시간대죠. 도련님께서 기사들의 검을 아끼신다면 밥투정을 하실 게 아니라 식판에 무엇이 언제 올라가는지부터 살피셨어야 합니다."

"밥투정……?"

루시엔의 목소리가 떨렸다. 모욕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는 평생 칼을 잡았고 기사도를 배웠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땀을 흘린 뒤 먹는 소금 한 줌의 무게나 야간 경비병의 위장에 들어가는 고기 덩어리의 위험성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뒤편에 서 있던 견습 기사 하나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사실…… 어제부터 훈련 때마다 쥐가 났습니다……."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복도 안의 모두에게 똑똑히 들렸다.

루시엔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이를 악물며 엘나를 쏘아보았다.

"시녀 주제에…… 제법 건방지게 지껄이는군."

"시녀장이니까요."

서윤은 물러서지 않고 대답했다.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곡식과 소금, 고기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 어떤 힘이 되는지 계산하는 것이 제 직무입니다. 기사단의 칼날이 무뎌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제 직무유기입니다."

루시엔은 한동안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의 시선이 엘나의 흔들림 없는 회색 눈동자에 닿았다.

거기에는 두려움도 귀족을 향한 아첨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계산과 명백한 사실만이 놓여 있었다.

"좋다."

루시엔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검집에서 손을 뗐다.

"그 잘난 주둥이로 기사단 밥을 네 마음대로 짜 봐라. 만약 네 식단표 때문에 내 기사들의 칼끝이 조금이라도 무뎌지거나 훈련을 망친다면 그때는 네 목을 직접 베겠다."

"내일 아침 훈련부터 확인하십시오."

서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쳤다.

"기사단의 식단을 바꾸되 세 가지를 조정하겠습니다. 첫째, 야간 순찰조는 기름진 고기 대신 따뜻한 보리죽과 말린 채소 수프로 식사를 가볍게 바꿉니다. 둘째, 오전 훈련 직후에는 맑은 닭육수에 소금을 넉넉히 탄 식수를 의무적으로 마시게 합니다. 셋째, 육류 배급은 계급 순이 아니라 당일 훈련 강도에 따라 균등하게 재배분합니다."

루시엔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선임 기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건 도련님께서 지휘관으로서 명령하십시오. 기사단의 규율을 세우는 것은 제 몫이 아니라 도련님의 몫입니다."

루시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는 엘나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홱 돌아섰다.

"흥, 두고 보겠다."

루시엔이 기사들을 이끌고 복도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훈련장 문이 닫히자 팽팽하던 긴장감이 탁 풀렸다.

마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가왔다.

"세상에, 난 엘나 네 목이 그대로 날아가는 줄 알았다. 저 성질머리 고약한 공자님 앞턱에 대고 밥투정이라니……."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카일이 안경을 고쳐 쓰며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대담하군요. 하지만 루시엔 공자님의 승인을 얻어낸 것은 확실합니다. 기사단 배식 통제권이 시녀장에게 넘어왔군요."

서윤의 눈앞에 장부의 글자가 바뀌었다.

[기사단 방향 소문 압력: 하락]
[기사단 피로도 관리: 경로 개방]
[루시엔 벨라노르의 경계: 유지 (관찰 상태로 전환)]
[주방 피로: 84% -> 82%]

위기 하나를 넘겼다.

하지만 서윤은 안도하지 않았다. 저택의 불길을 하나 끄면 다른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법이었다.

밤이 깊어질 무렵 서윤은 재설계한 기사단 식단표를 들고 후계자 집무실을 찾았다.

이안은 작은 촛불 아래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엘나가 들어서자 이안이 안도 섞인 숨을 내쉬었다.

"형님이 주방으로 쳐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어."

"무사히 정리되었습니다."

엘나는 새 식단표와 배식 시간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안은 작은 손으로 문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의 눈이 훈련 직후 소금물 보급과 야간 순찰 식단 분리 항목에서 멈췄다.

"형님이 이걸 정말로 받아들였어?"

"예. 훈련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제 책임을 묻겠다는 조건으로요."

"대단해…… 형님은 아버지 말씀 말고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안의 눈동자에 낯선 경외감이 스쳤다. 하지만 곧 어린아이답지 않은 쓸쓸한 표정이 번졌다.

"가문이 위태로우니 모두가 날카로워져 있어. 형님도, 누님도……."

"공작가답게 서 있으려면 내부의 기둥부터 단단해야 합니다. 밥그릇이 흔들리면 칼도 흔들리는 법이니까요."

이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후계자 인장을 식단표 한구석에 찍었다.

"엘나, 네 말이 맞아. 나도 내 몫을 할게."

결재를 마치고 복도로 나온 서윤은 시녀 니나와 마주쳤다. 니나의 품에는 세라피나 공녀의 처소에서 나온 서신철이 안겨 있었다.

"시녀장님, 세라피나 아가씨께서 찾으십니다."

"세라피나 공녀님께서?"

"수도에서 귀부인들이 방문할 예정이라며 사교계 차 모임을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최고급 찻잎과 다과 목록을 올려보내라 하셨어요."

서윤은 니나가 건넨 찻잎 구매 요청서를 받아 들었다.

종이를 펼치자마자 붉은빛을 띤 경고 문구가 운영 로그에 선명하게 튀어 올랐다.

[사교계 소문 압력: 급상승]
[찻잎 구매 목록: 비정상적 가격 변동 및 유통 경로 이상 감지]
[다음 위험: 세라피나의 티타임]

공작 실종 19일째 밤.

기사단의 칼을 달래자마자 사교계의 날카로운 혓바닥이 저택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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