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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삼키는 보급관이 기사단을 키우는 법5화

거짓말을 삼키는 보급관이 기사단을 키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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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약병의 담보

의무실 문이 열릴 때 약초 냄새보다 먼저 마차 바퀴 소리가 들어왔다.

침상 여섯 개에는 붕대를 감은 남자들이 누워 있었다. 바닥에는 더 눕힐 자리가 없어 가벼운 부상자 넷이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피와 땀에 젖은 천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약초상 헤르만입니다. 기일을 지키러 왔지요.”

회색 모피 조끼를 입은 남자가 문턱을 넘었다. 뒤에는 빈 나무 상자 두 개를 든 견습이 따랐다.

칼릭스가 의무실 벽에서 등을 뗐다. 술기운은 보이지 않았으나 밤새 잠들지 못한 눈이었다.

“은화 여섯 닢과 이자 한 닢을 받겠습니다.”

“없다.”

칼릭스의 대답은 짧았다.

헤르만은 한숨을 쉬며 견습에게 턱짓했다.

“그럼 계약대로 미지급 약재를 회수하겠습니다. 약값을 받지 못했는데 내 물건을 계속 두는 건 자선이 아니니까요.”

견습이 선반으로 다가가자 침상 위의 베른이 몸을 일으켰다. 옆구리에 감긴 붕대 아래로 피가 번졌다.

“그 가루는 가져가지 마십시오.”

“누워 계세요.”

엘리나는 베른의 어깨를 눌렀다. 열이 오른 피부가 손바닥에 닿았다. 가루를 끊으면 저녁부터 상처가 곪을 것이다.

그녀는 약병 선반 앞에 섰다.

“회수 전에 차용증과 수령품을 확인하겠습니다.”

헤르만이 가늘게 웃었다.

“새 보급관인가 보군요. 차용증에 서명한 분은 저 단장입니다.”

“그래서 더 확인해야 합니다. 기사단이 실제로 받은 것과 갚아야 할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니까요.”

엘리나는 품에서 차용증을 꺼냈다. 은화 여섯 닢. 오늘 납부할 이자. 품목은 물에 번진 잉크처럼 뭉개져 있었다.

의무실 탁자에는 간호를 맡은 단원이 남긴 기록장이 있었다. 붕대 세 묶음. 소독약 두 병. 열 내리는 가루 여섯 봉지. 약초 연고 한 통.

“특별 운반료가 두 닢입니다. 어느 길을 지나셨습니까?”

“북쪽 늪길이지요. 전쟁성 약초는 목숨을 걸고 가져오는 물건입니다.”

심장이 단단한 손에 쥐인 듯 조여 왔다.

엘리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교단의 사제들은 이런 통증이 올 때마다 그녀를 제단 앞으로 끌고 갔다. 아픈 쪽을 가리키면 누군가 죄인이 되었고 죄인은 대개 말할 틈조차 없었다.

여기서는 그러지 않겠다.

통증은 시작일 뿐이다. 장부가 끝을 말해야 했다.

“북쪽 늪 약초라면 잎맥이 검습니다.”

엘리나는 가장 가까운 가루 봉지를 들어 창가 빛에 비췄다. 마른 잎가루에는 가느다란 노란 줄이 남아 있었다.

“이건 남쪽 들판의 수면초입니다. 열을 누르는 데 쓰는 약초지요.”

“약효는 비슷하오.”

“그렇다면 늪길 운반료도 비슷할 이유가 없습니다.”

헤르만의 눈가가 굳었다.

마틴이 봉지를 받아 코끝에 댔다. 의무실 구석에서 붕대 상자를 정리하던 늙은 단원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마을 치료소에 납품된 것과 냄새가 같았습니다. 사흘 전이었죠.”

“늙은이가 약 냄새만 맡고 무슨 판단을 해.”

“판단은 기록으로 합니다.”

엘리나는 간호 기록장을 펼쳤다. 치료소에 납품된 날과 기사단 차용증의 날짜가 같았다. 두 장부의 소독약과 붕대 수량도 똑같았다.

“치료소로 보낸 상자와 기사단에 청구한 상자가 같은 날입니다. 그런데 여기 봉인 셋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붉은 밀랍이 온전히 붙은 병을 하나씩 들어 보였다.

“저희가 쓰지 않은 약은 따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받은 적 없는 북쪽 운반료와 쓰지도 않은 값까지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치료소 물건을 빼돌렸다는 말이오?”

“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방금 그렇게 들리게 했잖소.”

심장이 다시 저릿하게 아팠다.

엘리나는 병을 내려놓고 헤르만을 바라봤다. 그의 말 속에는 사실보다 먼저 도망칠 길을 만들려는 마음이 있었다.

“저는 장부가 같은 날 같은 물건을 두 번 말한다고 했습니다. 설명할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칼릭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손은 칼자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설명해.”

헤르만은 잠시 침상들을 훑었다. 굶주린 기사들과 부상자들의 눈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가 상자를 들고 나가면 오늘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었다.

“조합에 부도 신고를 하겠소.”

그는 견습에게 상자를 들라며 손을 뻗었다.

“그 뒤에는 어느 상인도 이 기사단에 외상을 주지 않을 겁니다.”

“맞습니다.”

엘리나가 말했다.

“그래서 정당한 빚은 갚겠습니다.”

마틴이 고개를 돌렸다. 앞마당에서 그 말을 들은 젊은 기사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우린 은화가 없잖습니까.”

“없습니다.”

엘리나는 빈 종이와 숯 조각을 탁자 위에 올렸다.

“그러니 더더욱 틀린 빚을 갚아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차용증의 여섯 닢을 세 줄로 나눴다. 실제로 쓴 붕대와 가루. 미개봉 약병. 확인할 수 없는 운반료와 소독약 값.

“미개봉품은 오늘 회수해 가십시오. 이미 쓴 약과 정상 운반료는 다시 계산합니다. 확인이 끝난 금액은 열흘 안에 물자로 갚겠습니다.”

“물자?”

“바르트 상단이 오늘 해 지기 전 가져오기로 한 마른콩 세 포대 중 한 포대를 담보로 걸겠습니다.”

의무실 안이 조용해졌다.

마틴의 시선이 배급판으로 향했다. 그 판에는 부상자들의 저녁 몫과 말 셋의 내일 여물이 이미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콩 한 포대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누군가의 빈 그릇을 뜻했다.

젊은 기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콩은 부상자들 몫 아닙니까?”

“맞습니다.”

엘리나는 베른의 창백한 얼굴을 한번 본 뒤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한 포대만 겁니다. 약이 끊기면 콩 세 포대가 있어도 상처 난 사람은 버티지 못합니다. 약값을 전부 부당하게 내주면 남은 두 포대도 지키지 못하고요.”

그녀는 숫자 옆에 남는 양을 적었다. 부상자 열둘의 죽과 말 셋의 여물. 열흘 동안 줄어드는 재고. 상환일.

“이건 빚을 미루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당신은 받을 물건을 정확히 받고 우리는 쓸 약을 정확히 남깁니다.”

헤르만은 종이를 집어 들었다. 대단한 담보는 아니었다. 그러나 약을 강제로 가져가 부도 난 기사단을 만들면 그가 받을 것은 적대와 소문뿐이었다. 반대로 단장 인장이 찍힌 콩 한 포대와 새 검수 기록이 있으면 조합에도 설명할 말이 생긴다.

“바르트가 안 오면?”

“제가 내일 북쪽 길의 납품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

“보급관이 자기 이름으로?”

“제 이름으로는 부족하면 단장님의 인장을 받겠습니다.”

칼릭스가 종이를 끌어당겼다. 그는 엘리나가 적은 수량과 날짜를 끝까지 읽었다.

“약을 바꿔 넣은 값은 안 갚는다.”

“그건 아직 밝혀진 게 아닙니다.”

“그래서 조사한다. 하지만 네가 제대로 가져온 약값은 갚아.”

그가 인장 반지를 빼 밀랍 위에 눌렀다.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가 선명하게 찍혔다.

헤르만은 그 자국을 한참 보다가 미개봉 약병 두 개와 연고 한 통만 상자에 넣었다. 열 내리는 가루와 붕대는 선반에 남겼다.

“열흘입니다. 그때까지 약값이 모자라면 이 계약은 조합에 그대로 올라갑니다.”

“그 전에 운반료부터 치료소 장부와 맞춰 보죠.”

엘리나가 대답했다.

헤르만은 무어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의 견습이 상자를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마차 바퀴가 다시 진흙을 누르는 소리가 멀어졌다.

의무실에는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베른이 거칠게 숨을 쉬며 물었다.

“콩을 떼어 줘도 괜찮겠습니까?”

“괜찮게 만들겠습니다.”

엘리나는 그렇게 말하고 약병을 다시 세기 시작했다.

소독약 한 병.

기록에는 두 병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반 아래도 탁자 밑도 비어 있었다. 헤르만이 가져간 상자에는 미개봉 병 두 개와 연고뿐이었다.

“마틴 부단장님. 소독약을 마지막으로 쓴 사람이 누구입니까?”

마틴의 눈썹이 내려앉았다.

“베른 상처에 어제 썼다. 한 병은 반쯤 남았어야 해.”

엘리나는 빈 병마개를 집어 들었다. 코르크 옆에는 푸른 실 한 가닥이 감겨 있었다. 창고에서 본 바르트 상단 자루 봉인과 같은 색이었다.

그녀는 실을 손끝에 감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또렷한 색이었다. 그러나 실 하나로는 누구도 몰아붙일 수 없다.

“로웬 씨.”

문가에 서 있던 경비병이 다가왔다.

“북쪽 길을 보세요. 바르트의 마차가 오면 창고로 보내지 말고 의무실 앞에 세우십시오. 자루 봉인과 바퀴를 먼저 확인합니다.”

“알겠습니다.”

로웬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엘리나는 창고의 배급판을 의무실 벽으로 옮겨 왔다. 기존 줄 아래에 새 항목을 적었다.

소독약 한 병. 열 내리는 가루 네 봉지. 붕대 두 묶음.

환자 이름 옆에는 다음 사용 시각도 붙였다. 약을 쓸 때마다 두 사람이 확인하도록 표시했다.

칼릭스가 그 글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열흘 안에 콩을 못 지키면?”

엘리나는 숯 조각을 놓았다.

“지켜야 합니다.”

“방법은.”

“오늘 약속한 마차부터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 마차가 왜 늦는지 확인하죠.”

그녀는 푸른 실을 품에 넣었다. 교단에서라면 이 작은 실도 누군가를 제단에 세울 재료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실은 질문이 되고 장부는 대답이 될 것이다.

해가 담장 아래로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북쪽 길에는 마차 불빛이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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