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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주문 도서관3화

미완성 주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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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쓰이지 않은 마지막 장

지하 기록실의 봉인은 문이 아니라 이름으로 열렸다.

메이는 도서관 계단을 내려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하는 기록판의 모서리를 꼭 쥐고 뒤따랐다. 이안은 장부에 남은 자기 이름을 덮개로 가렸다. 성벽의 글자들은 우물에서 멈췄지만, 지하로 향하는 방향은 더 선명해졌다.

“기록실은 사서장만 들어갈 수 있어요.” 이안이 말했다.

“그 규칙을 만든 사람이 나야.” 메이가 답했다.

“선생님이 봉인을 푼 건가요?”

“아니. 봉인을 여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들어갔어.”

기록실 입구에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금속판이 있었다. 원래는 사서장이 방문자의 이름을 기록하고 문을 열었다. 지금은 이름 대신 검은 선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메이는 그 선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저자는 아직 살아 있어.”

“누구죠?”

“도서관의 첫 방벽 주문을 쓴 사서. 세라.”

기록실 문이 열렸다. 안에는 선반이 비어 있었고, 가운데 책상 위에 원본 주문의 표지가 놓여 있었다. 마지막 장은 없었다. 그 대신 종이 한 장에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경계 안에 든 사람만 보호한다.’

이안은 글자를 보자 목소리가 잠겼다. 문장에 적힌 대가는 사람을 안과 밖으로 나누는 일이었다. 주문을 완성하면 성벽은 돌아오지만,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

“누가 이 문장을 썼습니까?”

메이는 침묵했다.

소하는 종이 가장자리에서 필체를 감정했다. “이건 세라의 필체가 아니야. 메이 선생님, 이 글씨는 당신이 썼어.”

메이는 고개를 숙였다. “세라는 방벽 주문을 완성하려 했어. 나는 마지막 조건이 위험하다고 말했고, 그 문장을 대신 적었지.”

“그럼 선생님이 주문을 막은 거예요?”

“주문을 멈추려 했어. 하지만 내가 쓴 문장이 원본에 남아 다시 작동할 줄은 몰랐다.”

이안은 책상 위 표지를 살폈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편지가 끼워져 있었다. 세라는 도시 경계가 무너질 때마다 특정 구역의 주민만 남기는 방식으로 방벽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녀는 그 주문을 끝내지 않고 도서관에 맡겼다.

편지의 종이는 여러 겹으로 접혀 있었다. 바깥쪽에는 도서관 수신 인장이 찍혀 있었고, 안쪽에는 세라가 쓴 날짜가 세 개나 달랐다. 첫 번째 편지에는 방벽이 무너진 날의 주민 명단이 붙어 있었다. 두 번째에는 명단의 일부 이름 옆에 ‘이주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편지는 내용 없이 서명만 남겼다.

“그녀는 이 주문을 쓰고 싶어 하면서도, 완성하지 않으려 했던 거야.” 소하가 말했다.

“왜 기록실에 맡겼죠?”

“누군가 대신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지만 내가 그 선택을 대신했어.” 메이는 답했다.

이안은 편지의 각 장을 다른 순서로 읽었다. 날짜대로 놓으면 세라가 방벽 주문의 대가를 알게 된 뒤부터 기록이 끊겼다. 그녀는 일부 주민을 밖에 남기는 조건을 쓰지 않으려 했고, 그 결과 성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주문을 완성하지 않은 탓에 사람들이 다쳤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어.” 메이가 말했다. “그래서 미완성을 정답이라고 부르면 안 돼. 다만 그 대가를 누가 고를지 묻지 않은 채 완성하는 것도 옳지 않아.”

이안은 원본 주문 아래에 세라의 주소를 적은 봉투를 찾았다. 봉투의 접힌 모서리에는 도서관의 옛 봉인 자국이 있었다. 편지를 전달받은 사서가 주소를 기록에서 지우지 않고 숨겨 둔 듯했다.

“이 주소가 지금도 있을까요?”

“지도에는 없어. 하지만 글자가 사라진 길에는 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소하가 답했다.

메이는 원본을 다시 덮었다. “우리가 세라를 찾아가도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가 말하기 싫어하는 이유도 기록의 일부야.”

“세라는 어디 있습니까?”

“성벽 밖에서 살고 있을 거야. 경계 주문 때문에 안으로 돌아오지 못했어.”

메이는 기록실에서 원본을 들어 올렸다. 글자들이 종이 위에서 움직이며 빠진 마지막 장을 찾으려 했다. 이안은 주문을 완성할 문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빈 종이 한 장을 옆에 놓고, 주문이 누락한 조건을 질문으로 적었다.

누가 보호를 요청했는가. 누가 경계 밖에 남는가. 그 선택을 누가 했는가.

소하는 질문들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완성된 문장보다 먼저 필요한 것 같아.”

그때 성벽이 크게 울렸다. 도시의 북쪽 문이 사라지고 있었다. 시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길을 확인했다. 글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이안은 성벽의 주문을 잠시 봉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자신의 이름과 기억을 잉크로 바꾸는 것이었다. 메이는 허락하지 않았다.

“네가 대가가 되면 주문의 구조를 바꾸지 못해. 사라진 이름을 더 만들 뿐이야.”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죠?”

“세라를 찾아야 해. 마지막 장을 쓰지 않기로 한 사람의 말을 들어야지.”

소하는 기록실 창고에서 세라의 주소가 적힌 오래된 봉투를 찾았다. 주소는 현재 지도에 없었지만, 이안의 장부에 나타난 지워진 골목과 겹쳤다.

세 사람은 성벽 밖으로 나가는 임시 통로를 찾아갔다. 문은 사라졌지만, 시장 사람들의 이름과 약속을 기록한 쪽지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그 쪽지들 사이에 오래된 손글씨가 있었다.

통로는 성벽 안과 밖의 집들이 맞닿던 골목에 있었다. 지금은 벽돌만 남은 곳이었지만, 주민들의 쪽지는 서로의 주소와 돌봄 약속을 이어 주고 있었다. 누군가는 ‘세탁물을 맡긴 집’, 누군가는 ‘아이를 기다리는 계단’이라고 적어 두었다. 지도에 주소가 없어도 사람들은 서로의 말을 따라 길을 찾았다.

이안은 쪽지의 위치와 내용을 기록하면서, 주문이 지우려는 경계를 잠시 늦출 수 있는지 확인했다. 메이는 봉인 잉크로 쪽지의 모서리만 고정했다. 잉크는 글자를 묶지 않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붙잡아 두었다.

소하는 주변의 글자가 다시 움직이는 순간을 기록했다. 주문은 이름보다 선택의 문장을 읽을 때 느려졌다. 누구와 함께 살았는지, 누가 문을 열어 주기로 했는지 같은 약속들이 성벽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사람을 지키는 주문이 사람의 말에 반응하네요.” 이안이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경계 안에 있는지 주문이 대신 정할 이유가 줄어들겠지.” 소하가 답했다.

하지만 쪽지만으로 도시 전체를 지킬 수는 없었다. 성벽의 북쪽 문은 계속 흐려졌고, 시장 상인들은 문이 닫히기 전에 가족을 찾으려 뛰어다녔다. 메이는 주문을 잠시 붙잡기 위해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문장을 봉인하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지?” 이안이 물었다.

“보호할 장소를 먼저 정하고, 남는 사람을 적는 방식은 안 돼. 세라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봐야 해.”

‘나는 마지막 문장을 쓰지 않았다. 보호받을 사람을 내가 정하고 싶지 않았다.’

메이는 그 글씨를 보자 눈을 감았다. “세라가 여기 있었어.”

벽 너머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 내가 남긴 주문을 또 완성하려는 거니?”

벽 너머의 목소리는 늙었지만 또렷했다. 메이는 성벽에 손을 대지 않고 대답했다. “완성하러 온 게 아니야. 네가 왜 멈췄는지 들으러 왔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안은 문장 감지 능력을 쓰지 않았다. 목소리의 방향을 억지로 끌어오면, 세라가 머물고 싶지 않은 곳까지 드러낼 수 있었다.

벽돌 사이로 손이 나왔다. 손등에는 도서관에서 쓰던 봉인 잉크의 흔적이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세라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봉투의 주소를 물었다.

소하는 봉투를 보여 주지 않고, 봉투에 적힌 날짜만 읽었다. “이 날짜에 당신은 이곳에 있었나요?”

“그날 나는 성벽 안에 있었어. 그 뒤에는 기록에서 지워졌지.”

“방벽 주문의 대가를 정할 수 없어서 밖에 남은 건가요?” 이안이 물었다.

“나는 누구를 안에 둘지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 주문을 완성하면 도시를 지킬 수 있었지만, 그 안에 누가 포함되는지는 내가 적어야 했지.”

메이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네 문장을 대신 썼어. 보호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주문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어.”

“네가 쓴 조건은 사람들을 지켰어. 그러나 밖에 있는 사람을 지우기도 했지.”

“그래서 사과하러 왔어.”

세라는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사과를 받아도 사라진 이름은 돌아오지 않아. 기록을 공개하고, 누구에게 어떤 대가를 지웠는지 먼저 밝혀.”

소하는 기록판을 들어 보였다. “우리는 성벽이 되살아난 주소와 주민들의 약속을 기록했어요. 주문의 대가를 대신 정하지 않았습니다.”

세라는 벽 너머에서 종이 한 장을 밀어 넣었다. 종이에는 방벽 주문의 초안과 함께 빈 칸이 있었다. 마지막 조건의 자리가 아니라, 보호받을 사람들의 이름을 적도록 만들어 둔 표였다.

“이 표를 채우면 주문이 완성될까요?” 이안이 물었다.

“완성될 수도 있어. 그러나 이름을 적은 사람만 경계 안에 들어가겠지.”

“그럼 표를 쓰지 않으면요?”

“방벽은 세워지지 않아. 성벽은 계속 무너질 거야.”

이안은 표의 빈 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지금 도시 주민들의 이름을 적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름을 기록하는 일은 곧 누군가를 밖에 남길 수 있었다.

세라는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덧붙였다. “주문을 고칠 수는 있어. 대신 선택을 저자 한 사람에게 맡기면 안 돼.”

그때 성벽의 글자들이 다시 움직였다. 표의 첫 번째 빈 칸이 스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이안이 잊은 친구의 이름이 적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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