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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주문 도서관1화

미완성 주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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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날아 나온 문장

책 한 권이 서가에서 떨어져 나와 복도를 달렸다.

이안은 봉인 잉크가 묻은 장갑을 끼고 뒤쫓았다. 책은 표지를 접어 다리처럼 움직였다. 페이지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복도 벽에 그려진 문이 사라졌다.

도서관의 탈출 문장은 책과 분리된 뒤 주변의 형태를 빌려 움직였다. 물을 다루는 주문은 잉크가 번지듯 바닥을 흘렀고, 불을 다루는 주문은 가는 글씨를 태우며 공중을 날았다. 이안은 첫 근무 때 도망친 문장 하나를 잡으려다 손등에 이름을 새겼다. 봉인 뒤에도 흉터처럼 남은 글씨는 지금까지 옅어지지 않았다.

이번 책은 달랐다. 문장이 책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책이 문장들을 안쪽에서 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표지가 접힐 때마다 책등이 거칠게 떨렸고, 복도의 문이 지워질 때마다 잉크 냄새가 더 진해졌다.

“어제까지 봉인이 멀쩡했어요.” 기록 담당 견습이 뒤에서 외쳤다.

“봉인 번호를 확인해.” 이안이 답했다. “책을 누가 열었는지도 기록해야 해.”

견습은 보관 목록을 들고 서가로 돌아갔다. 이안은 달리는 책의 밑면을 보았다. 봉인 번호가 적혀 있어야 할 자리에 작은 원형 자국만 남아 있었다. 번호 자체가 지워진 흔적이었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지 마!” 메이가 계단 위에서 외쳤다.

이안은 책의 제목을 보았다. 《도시의 가장자리에서》. 저자는 이름 대신 삭제된 흔적만 남겨 두었다. 표지의 봉인은 어제까지 온전했다.

“어떤 주문인지도 모르면 멈출 수 없어요.”

“그래도 함부로 읽으면 안 돼. 빠진 조건이 있어.”

책은 복도 끝의 아치문을 향해 달렸다. 아치의 테두리가 종이처럼 얇아지더니 가장자리부터 지워졌다. 경비 마법이 작동해 붉은 선을 그었지만, 그 선도 책의 페이지로 빨려 들어갔다.

이안은 도서관 규정대로 종을 세 번 울렸다. 탈출 문장이 나오면 사서들은 먼저 주변 사람을 대피시키고, 다음으로 문장의 방향을 고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 주문은 도서관 안쪽이 아니라 도시 입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선임 사서 메이가 봉인 잉크를 던졌다. 잉크방울은 책의 표지에 닿기 전에 공중에서 멈췄다. 보이지 않는 문장이 방패처럼 퍼져 잉크를 밀어냈다.

“문장 본문을 찾아야 해.”

“빠진 장은 어디 있죠?” 이안이 물었다.

“그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 장이 비어 있었어.”

“그럼 왜 보관했어요?”

“완성되지 않은 문장도 기록할 가치가 있으니까.”

책이 아치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이안은 복도 바닥에 펼쳐진 페이지를 밟았다. 글자가 발밑에서 꿈틀거렸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종이를 붙잡았다. 글자 몇 줄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도시의 경계를 세우고, 그 안에 든 모든 것을 지켜라.’

문장의 끝에는 조건이 없었다. 무엇으로 경계를 세우는지, 누구를 안에 둘지, 보호의 대가는 무엇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

이안은 장갑을 벗으려다 멈췄다. 글자가 피부에 닿으면 자신의 기억과 섞일 수 있었다. 그는 문장을 읽지 않고, 보이는 글자의 방향과 간격만 관찰했다.

“이 주문은 도시를 보호하는 게 아니에요.”

메이가 눈을 좁혔다. “근거는?”

“‘경계’라는 단어가 두 번 반복돼요. 첫 번째는 외곽을 만들고, 두 번째는 안과 밖을 나누는 문장이에요. 어떤 사람을 안에 두는지 빠져 있어요.”

소하가 기록실에서 달려왔다. 그녀는 필체를 보고 책의 가장자리를 살폈다. “이건 왕립 방벽 주문의 초기본과 같은 필체야. 그런데 저자는 이름을 지웠어.”

“빠진 장을 찾을 수 있나요?”

“마지막 장은 한 번도 쓰이지 않은 것 같아. 빈 종이에도 잉크 자국이 없어.”

소하는 페이지의 가장자리를 비스듬히 세워 빛에 비추었다. 종이는 비어 보였지만, 섬유가 한 방향으로 눌려 있었다. 누군가 글자를 썼다가 지운 게 아니라, 문장을 적기 전에 펜을 올려놓고 멈춘 흔적이었다.

“저자는 마지막 문장을 쓰지 않기로 한 거야.”

“왜 주문을 시작하고 끝내지 않았을까요?” 이안이 물었다.

“조건을 정하지 못했거나, 대가를 감당할 수 없었겠지.”

메이는 봉인 잉크를 덧칠했다. “지금은 이유를 추측할 때가 아니야. 문장을 붙잡고 외벽이 더 지워지지 않도록 해야 해.”

이안은 바닥에 남은 글자 조각을 주워 책의 원래 줄에 맞춰 보았다. 문장들은 완벽히 이어지지 않았다. ‘경계’와 ‘지킨다’ 사이에 같은 단어가 두 번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그는 빈칸을 채우지 않고, 가능한 글자 수와 간격만 기록했다.

“문장의 빈칸에 우리가 답을 쓰면 주문이 완성될까요?”

“그럴 수도 있지.” 소하가 말했다. “그래서 누구도 빈칸을 대신 채우면 안 돼.”

“그럼 이 주문은 완성될 수 없어요.”

소하가 고개를 저었다. “완성되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어. 빠진 조건을 주변에서 끌어다 쓰면 되니까.”

책은 복도 바깥으로 빠져나가 계단을 향했다. 계단의 첫 단이 벽과 같은 색으로 변했다. 이안은 아치문을 통과하지 못하게 몸으로 막았다. 하지만 책이 그의 옆을 지나갈 때, 계단 아래의 그림자가 지워졌다.

메이가 봉인 잉크병을 열었다. “계단 양쪽에 선을 그어. 문장을 방 안에 가둬야 해.”

이안은 복도 벽에서 봉인용 초크를 꺼냈다. 그는 주문의 문장을 읽지 않고 페이지의 찢어진 방향을 따라 선을 그었다. 한쪽은 책을 향해 좁아지고, 다른 쪽은 열린 공간으로 퍼지게 했다.

소하가 글자들의 필체를 비교하는 동안 메이는 잉크를 문턱에 부었다. 주문은 선을 넘지 못하고 잠깐 멈췄다. 이안은 그 틈에 책을 붙잡았다.

페이지가 손등에 닿자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문 밖에 남은 사람도 지켜 주세요.”

이안은 책을 놓을 뻔했다. 그는 목소리가 누구의 기억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 문장은 빠진 조건에 들어갈 말처럼 들렸다.

“메이 선생님, 저 문장이 저자 기억일 수 있어요.”

“문장을 기억으로 착각하지 마. 누군가의 바람일 수도 있어.”

책은 다시 움직이려 했다. 이안은 페이지를 덮지 않고 손바닥으로 가장자리를 눌렀다. 주문은 복도의 아치문을 지워 버리려는 듯, 벽의 선들을 하나씩 끌어당겼다.

그 순간 도서관 외벽에서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장 하나가 지상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안은 창문 없는 지하에서도 그 문장이 향하는 방향을 느꼈다. 도시는 북쪽 성문부터 지워지고 있었다.

벽에서 빠져나온 글자는 한 줄의 빛이 되어 도서관 바닥을 가로질렀다. 이안은 그 선이 사람들의 집과 시장을 향해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문장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간판의 글자가 흐려지고, 주소 표식이 빈 판으로 변했다. 주문이 사람을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집을 찾을 방법과 돌아올 길을 지울 수 있었다.

“문장이 성벽을 넘어가면 도시 전체의 경계를 바꾸겠어요.”

소하는 기록판에 보이는 변화를 적었다. “경계 안에 포함되는 조건이 빠져 있으니, 주문은 가장 가까운 기준을 임의로 고르고 있어. 지금은 벽의 글자와 닿은 곳부터 지워지는 것 같아.”

메이는 복도에 있던 견습들에게 북쪽 구역의 사람들을 성문에서 멀리 떨어뜨리라고 명령했다. “문을 닫으려 하지 마. 주문이 문을 경계로 인식하면 그 문을 없앨 거야.”

“그럼 성문을 통과해야 하는 사람들은요?” 이안이 물었다.

“안전한 장소를 알려 주고, 이동은 직접 확인해. 주문을 멈추기 전에는 누구도 성벽에 기대지 않게 해.”

세 사람은 무작정 달려가지 않기로 했다. 이안은 책의 문장을 봉인할 방법과 지상에서 움직이는 글자를 붙잡을 방법을 동시에 찾아야 했다. 메이는 도서관 입구를 지키고, 소하는 원본의 필체와 외부 문장의 방향을 비교하기로 했다.

메이는 문장을 봉인하고 책을 닫았다. “지상으로 올라간 문장을 찾는다. 이안, 너는 여기 남아.”

“제가 그 문장의 방향을 들을 수 있어요.”

“그 능력을 쓰면 네 기억도 섞일 수 있어.”

“그러면 돌아올 때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소하가 기록판을 들었다. “내가 옆에 있겠어. 네가 무엇을 말하는지 전부 적을게.”

세 사람은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향했다. 도서관의 문을 열자 북쪽 성벽 일부가 희미해져 있었다. 성벽 너머의 시장과 골목이 안쪽에서 보였다.

사람들은 아직 그 틈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성벽에 새겨진 오래된 주문 글자들이 한 획씩 떨어져 나와 거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안은 장부를 열었다. 글자들은 지도 위에 도시 안쪽으로 향하는 선을 만들었다.

그는 지워진 성벽 문구와 장부의 글자 형태를 비교했다. 마지막 획은 주문의 본문에 있던 글자와 달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덧그린 필체였다. 소하는 기록판을 가까이 대며 획의 시작점을 확인했다.

“이건 책에서 빠져나온 문장이 아니야.”

“그럼 누가 쓴 거죠?”

“모르겠어. 하지만 지상 문장이 책의 글자를 따라가는 동안, 누군가 그 위에 다른 문장을 덧붙였어.”

메이는 봉인 잉크병을 열었다. “그 이름이 경계의 일부라면 지우지 마. 이름을 없애는 순간 주문이 너를 안과 밖 어디에도 두지 않을 수 있어.”

이안은 장부를 닫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주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획이 이안의 이름을 그렸다.

이안은 장부에 자신의 이름을 다시 적었다. 소하가 글자를 확인하고, 메이가 그의 이름을 한 번 불러 주었다. 성벽의 글자는 잠시 멈췄지만, 사라진 문장 하나는 이미 시장의 지붕 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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