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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유튜버로 살아남기2화

이세계에서 유튜버로 살아남기

이세계에서 유튜버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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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주작이라고요? 저 진짜 죽습니다

콰아아앙!

도윤이 몸을 날려 바닥으로 처박힌 찰나 그가 서 있던 자리의 아름드리 고목 밑동이 산산조각 났다.

대형 덤프트럭이 전속력으로 들이받은 것 같은 굉음이었다. 어른 서넛이 팔을 둘러도 모자랄 굵기의 고목이 통째로 꺾여 나가며 숲 전체를 뒤흔드는 파열음을 토해냈다.

부러진 나무 파편과 축축한 흙더미가 폭탄 파편처럼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날카로운 나뭇조각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도윤의 왼쪽 뺨을 깊게 스치고 지나갔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뜨거운 핏방울이 차가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크아아악!”

도윤은 비명을 삼키며 축축한 부엽토와 푸른 이끼가 깔린 바닥을 사정없이 굴렀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늦었더라면 고목과 함께 척추가 두 동강 났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생존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상황을 분석하고 자시고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도윤은 왼손에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액션캠과 연결 케이블을 단단히 움켜쥔 채 본능적으로 흙바닥을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칠흑 같은 원시림 속을 향해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달리기 시작했다.

뒤편에서 대지를 울리는 묵직한 발소리가 맹렬하게 따라붙었다.

쿵! 쿵! 쿵!

거대한 짐승의 묵직한 무게감이 땅바닥을 타고 도윤의 발바닥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등줄기에서 솟아난 은빛 뼈 가시들이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거침없이 쳐내며 숲을 찢고 들어오는 섬뜩한 소리가 귓전을 사정없이 때렸다.

“허억…… 컥…… 허억……!”

차가운 밤공기가 기도를 찌르며 폐가 새하얗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원시림의 밤은 자비가 없었다. 흙바닥 위로 흉측하게 똬리를 튼 거대한 나무뿌리들이 달리는 도윤의 발목을 쉴 새 없이 걸어 챘다. 나뭇가지와 날카로운 가시덤불이 옷자락을 찢고 여린 살갗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짙은 보랏빛 밤하늘에 나란히 떠 있는 푸른 달과 붉은 달의 빛은 빽빽하게 얽힌 나뭇가지들에 가려 바닥까지 닿지 못했다.

이대로 내달리다가는 마수에게 물어뜯기기 전에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거나 고목에 부딪혀 두개골이 깨질 판이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도윤의 오른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액션캠 렌즈 주변에서 파르르 떨림이 일어났다.

렌즈 테두리에 달라붙어 있던 영롱한 푸른빛 구체 하나가 날개를 펼치듯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파앗―.

작은 구체가 도윤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스치며 전방 2미터 위로 솟아올랐다.

맑고 푸른빛이 완만한 원을 그리며 도윤의 발치와 전방의 어둠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마치 자율 비행 알고리즘을 탑재한 최첨단 초소형 조명 드론 같았다.

“어……?”

도윤의 시야에 정면에 불쑥 솟아 있던 거대한 석회암 암벽 모서리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빛구체가 시야를 밝혀주지 않았더라면 전속력으로 암벽에 안면을 들이받고 즉사했을 터였다.

도윤은 이를 악물고 몸을 급격히 비틀어 바위 모퉁이를 돌아 나갔다.

그 숨 막히는 와중에도 도윤의 오른손에 들린 액션캠은 맹렬한 도주극을 실시간으로 지구에 쏘아 보내고 있었다.

빛구체가 비추는 흔들리는 조명 아래로 부러져 나가는 거목들, 도윤의 피 묻은 뺨, 그리고 바로 등 뒤에서 흙먼지를 폭풍처럼 일으키며 쫓아오는 4미터짜리 거대 늑대의 붉은 안광이 여과 없이 생생하게 화면에 담겼다.

지구 스트리밍 서버의 채팅창이 폭발하듯 갱신되기 시작했다.

― [달려라하니]: 헐 씨발 저거 진짜냐?
― [치킨먹는너구리]: 야 방금 고목 부러진 거 나무 모형 아니야 통나무가 그냥 산산조각 났어
― [방구석여포]: ㅋㅋㅋ 에이 와이어 액션에 특수효과 팀 섭외한 거라니까? 카메라 흔들어서 속임수 쓰네
― [민트초코단]: 저 퀄리티 그래픽을 라이브 실시간으로 돌린다고? 렌더링 프레임 드랍도 전혀 없는데?
― [어그로사냥꾼]: 아직도 속는 호구들 있냐 저거 지난번 주작 빚 갚으려고 해외 로케 가서 거액 들여 몰카 찍는 거임

스마트폰 화면 구석의 시청자 수가 5명에서 20명, 순식간에 60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심야 시간대 인터넷 방송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도윤 채널 지금 정체불명의 괴물한테 쫓기는 역대급 생방 켰다’는 링크가 빠르게 퍼져나간 탓이었다.

채팅창에 조롱과 비아냥이 올라오는 것을 흘깃 본 도윤의 목구멍에서 피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작?! 이게 주작으로 보여?!”

도윤은 비틀거리며 달리는 와중에도 액션캠을 등 뒤로 돌려 거대 늑대의 흉측한 면상을 정면으로 비추었다.

“나 진짜 죽는다고 이 개자식들아! 살려줘! 제발 아무나 112든 119든 신고 좀 해달라고!”

외장 마이크를 찢고 들어간 도윤의 절규는 대본이나 연기로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뼛속까지 차오른 공포와 억울함, 살고자 하는 처절한 본능이 뒤범벅된 생생한 날것의 목소리였다.

그때 액션캠 렌즈 너머로 거대 늑대의 시뻘건 입안이 화면 가득 들어찼다.

크르르르르― 쾅!

늑대가 허공을 물어뜯으며 도윤의 등 뒤를 향해 무섭게 도약했다.

거대한 앞발이 밤바람을 가르며 내리찍히는 순간 묵직한 돌풍이 도윤의 등짝을 강타했다.

“큭!”

도윤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날카로운 자갈 비탈길을 사정없이 굴러떨어졌다.

스마트폰과 액션캠을 품속에 웅크려 쥐고 온몸으로 거친 돌바닥을 비벼댔다. 어깨와 팔꿈치가 자갈에 찢겨 나가며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밀려왔다.

비탈길 아래는 거대한 바위 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막다른 협곡 지대였다.

더 이상 물러설 숲길조차 없었다.

도윤이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켰을 때 머리 위 언덕에서 거대 늑대가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녀석의 등줄기에 돋아난 은빛 뼈 가시들이 서늘한 살기를 뿜어냈다. 침을 뚝뚝 흘리는 시뻘건 턱 아래로는 사람이라도 씹어 삼킬 듯한 역겨운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진동했다.

놈은 도윤이 완전히 막다른 곳에 몰렸음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천천히 낮게 으르렁거리며 도윤을 향해 거리를 좁혀왔다.

‘끝인가…….’

도윤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다리의 근육은 쥐가 나며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칼로 찌르듯 욱신거렸다.

그때 허공을 맴돌던 푸른 빛구체가 도윤의 눈앞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구체는 도윤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치더니 바위 절벽 아래쪽의 어두운 균열을 향해 빠르게 깜빡였다.

반짝, 반짝.

마치 어서 이곳을 보라는 듯이 간절하게 빛의 궤적을 던지고 있었다.

도윤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바위 두 개가 서로 기대어 맞물린 좁은 수직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몸을 비틀어 넣을 수 있을 만큼 좁고 가파른 암벽 틈이었다.

바위 아래쪽 고목 밑동에는 누군가 도끼로 파낸 듯한 낡은 표식과 삭아버린 쇠 덧의 파편이 덩굴에 엉켜 있었다. 이곳을 지나간 현지 사냥꾼의 흔적이었다.

‘저기다!’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도윤은 마지막 남은 근력을 쥐어짜 바위틈을 향해 슬라이딩하듯 몸을 던졌다.

쿠우우웅―!

그와 거의 동시에 늑대의 거대한 주둥이가 도윤이 쓰러져 있던 바닥을 통째로 짓씹었다.

단단한 암석이 과자처럼 으스러지며 돌가루가 폭풍처럼 튀었다. 반 박자만 지체했어도 도윤의 하반신은 늑대의 이빨 사이에서 으스러졌을 터였다.

도윤은 좁은 바위틈 안쪽으로 필사적으로 기어들어 갔다.

거친 바위 표면이 도윤의 등과 어깨 가죽을 거침없이 긁어댔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도윤은 틈새 가장 깊숙한 안쪽 벽까지 몸을 욱여넣고 등을 밀착시켰다.

콰아아앙!

바위산 전체가 울릴 정도의 묵직한 충격이 입구에서 터져 나왔다.

거대 늑대가 틈새로 머리를 들이밀려다 암벽에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었다.

크르르르르…… 캬아악!

진입이 가로막히자 맹수는 극도의 광기에 휩싸여 날뛰기 시작했다.

나무통만 한 거대한 앞발을 바위틈 안으로 쑤셔 넣으며 맹렬하게 휘둘렀다. 강철 칼날 같은 발톱이 바위 내벽을 사정없이 긁어댈 때마다 번쩍이는 불꽃이 사방으로 튀며 귓전을 찢는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도윤의 코앞 불과 30센티미터 거리까지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허억…… 으윽……!”

도윤은 차가운 벽면에 납작하게 붙은 채 숨을 거칠게 들이켰다.

야수의 뜨겁고 역겨운 입김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뼛속까지 돋아났다.

하지만 거대한 체구와 등줄기에 돋아난 뼈 가시 때문에 늑대는 바위틈 안으로 더 이상 파고들지 못했다.

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간발의 차로 살아남았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머리 위에서 푸른 빛구체가 도윤의 뺨가를 부드럽게 맴돌며 은은한 온기를 내뿜었다.

도윤은 멍하니 빛구체를 올려다보았다.

이 작은 것이 길을 밝혀주지 않았더라면, 바위틈을 가리켜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진작에 저 짐승의 뱃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고맙다…….”

도윤이 메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빛구체는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작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도윤은 떨리는 손을 내려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액정 화면을 확인한 도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배터리 10%]
[배터리 9%]

배터리 숫자가 순식간에 9퍼센트로 곤두박질치며 붉은색 경고창이 점멸했다.

[배터리 잔량이 10% 이하입니다. 절전 모드로 전환됩니다.]

스마트폰 화면의 밝기가 뚝 떨어지며 어두워졌다.

배터리가 0퍼센트가 되는 순간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방송은 꺼진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빛구체가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전파 신호에 공명하여 존재하는 것이라면 배터리가 방전되는 순간 유일한 조명도, 이 작은 구체도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도윤은 고개를 들어 바위틈 입구를 응시했다.

거대 늑대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틈새 바로 앞에 엎드린 채 붉은 눈을 번뜩이며 도윤을 노려보고 있었다.

놈은 도윤이 이 좁은 틈새에서 영원히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쳐 쓰러지든 기어나오든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찢어 죽이겠다는 집요한 살의였다.

그리고 숲의 밤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있었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도윤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마수에게 물려 죽지 않더라도 저체온증으로 얼어붙어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그때 스마트폰 화면의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시청자 수는 어느덧 14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더 이상 조작이나 세트장 타령을 늘어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늑대의 발톱이 바위를 긁으며 사방으로 튀긴 실제 불꽃과 도윤의 피투성이가 된 행색, 그리고 바위틈 밖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수의 압도적인 위압감이 모니터 너머의 시청자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 [치킨먹는너구리]: 미친…… 저거 진짜 바위 긁어서 불꽃 튄 거 맞잖아
― [달려라하니]: 야 장난 아니야 저 사람 진짜 죽을 수도 있어
― [방구석여포]: 아까 주작이라고 욕해서 미안하다…… 저거 대가리 크기 진짜 말이 안 되는데
― [야행성부엉이]: 인방갤 핫게 보고 왔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임? 다큐 제작진이 해외 정글에서 조난당한 거임?
― [생존전문가]: 야 방송인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너 지금 바위틈에 갇힌 거지?
― [생존전문가]: 저놈 냄새 맡고 밖에서 밤새 지키고 있을 거다. 야생 맹수는 불을 제일 무서워한다. 가방 털어서 불 피울 수 있는 거 찾아!
― [민트초코단]: 맞아 불 피워야 돼! 배터리 벌써 9퍼다 폰 꺼지면 진짜 얼어 죽거나 잡혀 먹힌다!

시청자들의 채팅이 조롱에서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으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었다.

도윤의 가슴속에서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뜨겁게 치밀어 올랐다.

불.

마수를 쫓아내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로부터 체온을 지키려면 어떻게든 불을 피워야 했다.

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굴러떨어져 있던 카메라 가방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지퍼를 열고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내부를 미친 듯이 뒤적이기 시작했다.

가방 밑바닥 틈새에서 손가락 끝에 둥근 플라스틱 통 하나와 차가운 금속 조각이 걸렸다.

장비 렌즈를 닦을 때 사용하는 에탄올 성분의 렌즈 클리너 스프레이.

그리고 출발 전 담배를 피우던 전 스태프가 가방 구석에 무심코 떨어뜨려 두었던 작은 스파크 라이터 하나였다.

도윤은 두 물건을 꽉 쥔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바위틈 밖에서 은가시늑대가 낮게 가르랑거리며 도윤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배터리 9퍼센트.

이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윤의 첫 번째 밤은 이제 막 본격적인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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