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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헌터 쇼퍼: B급이 구매한 S급 보상5화

지구 최후의 헌터 쇼퍼: B급이 구매한 S급 보상

지구 최후의 헌터 쇼퍼: B급이 구매한 S급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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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이상한 E급 헌터

서울 외곽 헌터 협회 지부 로비의 전광판 아래에서 현우는 주머니 속 영수증을 다시 확인했다.

준호가 보낸 93,000원은 관리비 계좌로 곧장 자동 이체되었다. 연체 독촉은 간신히 피했지만 통장 잔고는 단 세 자리 숫자로 내려앉았다.

남은 포인트는 37 HP였다.

"이걸로는 컵라면 하나도 못 사겠네."

현우는 가볍게 헛웃음을 삼켰다.

복지몰 상점 창을 열어 봐도 37 HP로 살 수 있는 것은 일회용 소독 티슈나 압축 건빵 같은 잡화뿐이었다. 골드 회원 사전 심사 점수를 채우거나 다음 등급인 골드로 올라가려면 더 많은 던전을 쓸어 담아야 했다.

찢어진 후드 재킷 안쪽으로 얇은 에테르 항균 내복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조금 전 D급 헌터의 칼날을 튕겨 낸 옷이었다. 피부에 닿는 감촉은 쾌적했고 던전 특유의 비린내도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장비는 준비됐으니까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지."

문제는 무기였다. 대여 검은 조금 전 유미란의 창구에 반납했다.

지금 현우에게 남은 공격 수단은 허리춤 안쪽에 숨긴 '초진동 분자 커터칼' 단 하나뿐이었다.

현우는 협회 중앙 키오스크로 걸어갔다.

평소라면 4인 파티 매칭 창구나 무기 보급 창구 앞에 줄을 섰겠지만 이번에는 곧장 1인 공략 무인 접수대 앞에 섰다. 무기를 빌리려면 또 보증금이나 대여료가 들 뿐더러 협회 직원의 서류 검토를 거쳐야 했다.

현우는 화면에 뜬 E급 게이트 목록을 빠르게 넘겼다.

[서울 서북부 제3구역 폐정수장 게이트]

[등급: E급 (4인 파티 권장)]

[주요 마수: 점박이 늪두더지, 산성 침전충]

[진입 상태: 신청 가능]

"정수장이라. 물웅덩이에 독성 침전물이 가득하겠군."

일반적인 E급 헌터라면 장화와 방독면을 챙기느라 골머리를 앓을 장소였다. 하지만 현우에게는 던전 독기와 오염을 완벽히 차단하는 에테르 내복이 있었다.

삐빅.

현우가 헌터 등록증을 태그하자 진입 승인 티켓이 발급되었다.

[1인 단독 진입이 승인되었습니다. 개인 안전에 유의하십시오.]

현우는 티켓을 챙겨 곧바로 협회 로비 뒤편의 게이트 이동 통로로 향했다.


그 시각 협회 2층 관제 분석실.

유미란은 모니터 앞에 앉아 턱을 괸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방금 반납 창구에서 일어난 난동 보고서와 강현우의 이력 데이터가 나란히 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미란이 중얼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강현우. 24세. 각성 등급 E급. 주력 무기 보급형 롱소드.

데이터상으로는 어디에나 있는 흔한 흙수저 E급 헌터였다. 하지만 최근 사흘간의 공략 기록을 교차 분석하자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표들이 붉은 경고등을 띄웠다.

첫째, 폐물류센터 게이트에서 보스 마수 사체와 마나스톤이 통째로 증발했다는 점.

둘째, 어제 폐지하역장에서 수거된 비늘등개 가죽 절단면이 레이저 절단기보다 정밀하게 분리되어 감정팀을 뒤집어놓았다는 점.

셋째, 조금 전 로비에서 D급 헌터의 진검 공격을 맨몸으로 튕겨 낸 방호력.

"어느 것 하나 E급 헌터가 낼 수 있는 결과가 아니야."

그때 관제 콘솔에서 맑은 알림음이 울렸다.

[관찰 대상 등록자 '강현우' - 게이트 진입 감지]

[진입 게이트: 서북부 제3구역 폐정수장 (E급)]

[특이사항: 무기 대여 이력 없음, 1인 단독 진입]

미란의 눈이 크게 떠졌다.

"대여 검을 반납하고 바로 다음 게이트로 갔다고? 그것도 맨손으로?"

폐정수장 게이트는 바닥 전체가 강산성 오염수와 진흙으로 뒤덮여 있어 E급 중에서도 기피 대상 1호로 꼽히는 던전이었다. 방호 장구도 보급 검도 없이 혼자 들어간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미란 씨 무슨 일 있어요?"

옆자리의 선임 분석관이 커피잔을 들며 다가왔다.

"선배님. 제3구역 폐정수장 게이트 실시간 마력 파동 추적기 좀 켜 주세요."

"폐정수장? 거긴 왜? 어차피 E급 파티 하나 들어갔겠지."

"E급 헌터 혼자 들어갔어요. 무기도 안 빌리고요."

"뭐? 혼자? 미쳤군. 당장 안전팀 호출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잠깐만요. 그래프부터 보죠."

미란은 마우스를 쥐고 폐정수장 게이트의 생체 신호 스캔 맵을 화면 중앙에 띄웠다.


게이트 포털을 통과하자 퀴퀴하고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은 발목까지 잠기는 진한 녹색 침전수였다. 일반적인 전투복이었다면 산성 물질에 겉감이 녹아내리고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었을 터였다.

하지만 현우의 발목과 다리를 감싼 에테르 내복은 물방울 하나 통과시키지 않았다. 피부에 닿는 것은 시원하고 보송보송한 공기뿐이었다.

"진짜 물 한 방울 안 묻네."

현우는 발을 가볍게 털며 어두컴컴한 정수조 통로를 걸었다.

첨벙!

앞쪽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마력 파동과 함께 진흙이 튀었다.

키릭! 키리릭!

성인 허벅지만 한 크기의 점박이 늪두더지 세 마리가 진흙탕 속에서 튀어나왔다. 녀석들의 등에는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었고 주둥이에서는 녹색 산성 침이 뚝뚝 떨어졌다.

현우는 허리춤에서 초진동 분자 커터칼을 꺼냈다.

스륵.

손잡이의 안전 버튼을 누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진동이 칼날을 감쌌다. 겉보기에는 문구점에서 파는 노란색 커터칼과 다를 바 없었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파동은 살벌했다.

키에엑!

가장 앞장선 두더지 한 마리가 현우의 가슴팍을 향해 솟구쳤다.

산성 침이 섞인 이빨이 번뜩였다.

현우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왼팔을 들어 올려 녀석의 주둥이를 그대로 받아냈다.

카앙!

두더지의 날카로운 이빨이 현우의 팔뚝에 닿는 순간 투명한 에테르막이 반발력을 뿜어냈다. 녀석의 이빨이 산산조각 나며 튕겨 나갔다.

"공격할 틈을 줘서 고맙네."

현우는 오른손에 쥔 커터칼을 가볍게 휘둘렀다.

스각.

아무런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허공을 가른 것처럼 매끄러운 감각이었다.

두더지의 목이 단번에 잘려 나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현우의 시야에 푸른빛 알림창이 떠올랐다.

[점박이 늪두더지 1마리 처치]

[사체 및 잔류 마력이 흡수됩니다.]

[+15 HP 적립]

바닥에 떨어졌던 두더지의 사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두 마리가 동료의 죽음에 놀라 멈칫거렸다.

현우는 멈추지 않았다. 긴 장검을 휘두를 때는 좁은 통로 벽에 칼날이 부딪혀 궤적이 제한되었지만 손바닥만 한 커터칼은 그 어떤 좁은 틈에서도 자유로웠다.

스각! 스각!

현우가 가볍게 스쳐 지나가자마자 두 마리의 두더지가 동시에 반으로 갈라졌다.

[점박이 늪두더지 2마리 처치]

[+30 HP 적립]

[보유 포인트: 82 HP]

"좋아. 속도 붙여 보자."

현우는 정수장 복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협회 관제실.

커피를 마시던 선임 분석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어……? 이게 뭐지?"

미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화면 속 제3구역 폐정수장 게이트의 생체 신호 그래프가 이상한 궤적으로 꺾이고 있었다.

보통 4인 파티가 진입하면 1개 구역을 청소하는 데 최소 10분에서 15분이 걸린다. 마수들과 대치하고 진형을 잡으며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찌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화면 속의 붉은 점들은 달랐다.

붉은 점 하나가 빠르게 복도를 질주하는가 싶더니 마주치는 마수들의 점멸 신호가 1초 간격으로 꺼져 나갔다.

1구역 청소 완료: 2분 30초.

2구역 청소 완료: 4분 15초.

"말도 안 돼. 혼자 들어간 E급이 던전을 뛰어다니면서 학살하고 있다고?"

선임 분석관이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센서 고장 아니야? 마수가 죽는 게 아니라 센서 범위를 벗어난 거 아니냐고!"

"아니에요. 마력 반응 자체가 소멸하고 있어요. 그것도 사체에서 나오는 잔류 마력까지 깨끗하게요."

미란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속도면…… 10분 만에 보스룸 앞까지 도달해요."

"E급 공략 표준 기록이 45분짜리 던전이다. C급 헌터가 학살하러 들어간 게 아닌 이상 이런 속도는 불가능해!"

미란은 더 이상 화면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저 직접 현장 나가 볼게요."

"야 미란아! 어디 가!"

미란은 사원증을 낚아채고 관제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정수장 중앙 침전조.

사방이 거대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에 거대한 오염수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집채만 한 마수가 웅크리고 있었다.

[E급 보스: 변종 거대 침전괴수]

온몸이 단단한 석회질 껍데기와 산성 점액으로 뒤덮인 거대한 괴물이었다. 녀석은 침입자의 기척을 느끼고 시뻘건 눈을 부릅떴다.

쿠오오오-!

괴수가 포효하며 거대한 바위 같은 앞발을 내리찍었다.

쾅!

바닥의 콘크리트가 부서지며 돌가루와 산성 점액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보통의 E급 헌터라면 이 충격파와 튀어 오르는 산성액에 화상을 입고 무너졌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현우는 흩뿌려지는 점액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점액 방울들은 에테르 내복의 표면에 닿자마자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괴수의 거대한 주먹이 현우의 어깨를 스쳤다.

내복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며 충격을 넓게 분산시켰다. 뼈가 울리는 타격감이 아니라 두꺼운 고무 매트에 부딪힌 듯한 가벼운 반동만 남았다.

"생각보다 둔하네."

현우는 괴수의 팔을 타고 번개처럼 솟구쳐 올랐다.

괴수의 목덜미에 박힌 붉은 마력 코어가 드러났다. 석회질 외골격이 겹겹이 감싸고 있어 일반 무기로는 흠집조차 내기 힘든 부위였다.

현우는 커터칼의 칼날을 1센티미터 더 밀어 올렸다.

지이잉.

"잘 가라."

현우는 괴수의 목덜미를 대각선으로 긁어 내렸다.

서걱.

두꺼운 석회질 껍데기가 두부처럼 갈라지며 마력 코어가 반으로 쪼개졌다.

괴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굳어 버렸다.

쿠구구궁……!

거대한 몸체가 바닥으로 무너지며 빛무리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폐정수장 보스 '변종 거대 침전괴수' 처치]

[보스 사체 및 정수 마력 코어가 흡수됩니다.]

[+205 HP 적립]

[던전 내 잔류 환경 마력이 추가 흡수됩니다.]

[+30 HP 적립]

[총 보유 포인트: 317 HP]

[골드 회원 사전 심사 누적 적립 점수가 갱신되었습니다.]

현우는 숨을 가다듬으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진입한 지 정확히 11분 40초가 지나 있었다.

"포인트 300 넘겼군."

현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커터칼의 안전 버튼을 잠그고 주머니에 넣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마수의 시체는 물론 마나스톤 한 조각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헌터 포인트로 환전되어 사라졌다.

현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게이트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폐정수장 게이트 입구 앞.

유미란은 숨을 헐떡이며 출구 바리케이드 앞에 멈춰 섰다.

게이트 입구의 마력 측정 센서는 여전히 파란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던전 내부의 마력 반응이 0에 수렴했다는 뜻이었다.

"말도 안 돼. 벌써 끝났다고……?"

시계를 확인한 미란의 손끝이 떨렸다.

진입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13분이 지나 있었다.

위이잉.

푸른빛의 게이트 소용돌이가 일렁이더니 안쪽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흙먼지나 피 웅덩이를 구른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찢어진 후드 재킷 틈새로 회색 내복을 받쳐 입은 강현우가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 유유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얼굴이었다.

"강현우 씨……?"

미란이 멍하니 입을 열었다.

현우는 게이트 앞에 서 있는 미란을 보고 흠칫 멈춰 섰다.

"유미란 주임님? 여긴 왜 나와 계십니까?"

미란은 현우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손에는 무기가 없었다. 등 뒤의 배낭도 텅 비어 있었다. 마수 사체를 담는 수거용 자루도 없었다.

그런데 던전은 13분 만에 완전히 토벌되어 소멸 절차에 들어가고 있었다.

"강현우 씨. 무기도 없이 들어가서…… 혼자서 뭘 한 거죠?"

미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현우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냥 산책 좀 하고 나왔는데요."

그 순간 미란의 손에 들린 태블릿에서 협회 본부의 긴급 알림이 번쩍였다.

[특이 관찰 대상 강현우 - 전력분석팀 및 상위 조사관에게 실시간 기록 이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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