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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천재 감독의 빅클럽 부흥기2화

전술 천재 감독의 빅클럽 부흥기

전술 천재 감독의 빅클럽 부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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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독이 든 계약서

오전 9시 47분.

윤태오는 아르카디아 1908 클럽하우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붉은 부두의 상징이라 불리는 홈구장은 가까이서 보니 오래된 석재와 새 광고판을 억지로 이어 붙인 건물에 가까웠다. 유로스타 컵 우승을 기념하는 청동 명판 아래에는 나사가 빠진 안내판이 기울어져 있었다.

명문이라는 이름은 아직 벽에 남아 있었다.
다만 그 이름을 지탱할 돈과 사람은 하나씩 빠져나간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태오는 낡은 서류 가방의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안에는 어젯밤 전송했던 최근 5경기 분석서와 인쇄본이 들어 있었다.

피치 비전은 없었다.

건물 안의 경기장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직접 관측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태오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화면으로 모은 기록과 자신의 기억뿐이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그를 감독실이 아닌 대회의실로 보냈다. 임시 감독 후보에게 감독실을 먼저 보여 주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복도를 지나던 태오의 시선이 게시판에 붙은 공지에서 멈췄다.

[선수단 급여 지급 일정 재조정 안내]

날짜는 세 번 수정되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덧붙인 종이 아래로 오래된 항의문 모서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대회의실 문을 열자 엔초 발레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발을 단정하게 넘긴 구단주는 비싼 정장과 부드러운 미소로 무너져 가는 건물의 분위기를 가리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재무이사가 두꺼운 계약서 파일을 펼쳐 둔 채 앉아 있었다.

창가에는 세라 마리노가 서 있었다.

짧은 흑발과 훈련복 차림. 이메일 화면에서 보았던 이름이 처음으로 하나의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윤태오 분석관님. 먼 길 오셨습니다."

엔초가 손을 내밀었다.

태오는 악수를 짧게 끝냈다.

"감독 후보로 부르셨으니 분석관이라고 부르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재무이사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세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엔초는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태오 앞에 분석서 인쇄본을 밀어 놓았다.

"자료는 인상적이더군요. 최근 다섯 경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결론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분석과 지휘는 다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 보시죠. 아르카디아는 실험실이 아닙니다. 남은 경기는 열두 경기이고 우리는 승점이 부족합니다."

태오는 파일을 열었다.

첫 장에는 최근 다섯 경기의 실점 위치가 겹쳐진 피치가 있었다. 붉은 점들은 중앙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 몰려 있었다. 후반 60분을 넘긴 뒤 그 간격이 평균 11미터에서 18미터로 벌어졌다.

"문제는 전술판에 그려진 포메이션이 아닙니다. 다섯 경기 모두 후반 60분 이후 같은 간격이 생겼습니다. 수비수들이 앞으로 나가지 않은 게 아니라 중원 압박이 먼저 늦어졌고 그 공백을 막으려던 중앙 수비가 뒤로 물러났습니다."

재무이사가 자료를 내려다보았다.

"구단에서 제공한 체력 지표는 정상 범위였습니다."

"그래서 영상과 지표를 대조했습니다. 공식 자료에는 회복 심박과 고강도 주행 횟수 일부가 빠져 있습니다. 훈련 GPS 원본과 의료 보고서가 없어서 원인은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상이라고 말할 근거도 없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한 겹 무거워졌다.

태오는 일부러 단정적인 표현을 피했다. 거짓 자료라고 몰아붙이면 책임질 수 없는 싸움이 된다. 그러나 누락된 자료를 정상으로 취급하는 순간 선수의 다리에 책임을 떠넘기게 된다.

엔초가 손가락으로 계약서 표지를 두드렸다.

"좋습니다. 문제를 찾는 능력은 확인했습니다. 이제 조건을 말씀드리죠. 계약 기간은 잔여 시즌까지입니다. 강등하면 즉시 해임됩니다. 보수는 분석관 시절보다 조금 높게 책정했습니다. 선수 선발과 훈련 방식은 구단 운영 방침을 따릅니다."

태오는 계약서를 넘겼다.

두 번째 장 중간에 굵은 글씨가 있었다.

[구단 성적 목표 미달 시 이사회는 사전 통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사전 통보 없이.

그 문장 아래에는 태오가 선수단 구성이나 의료진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이어졌다.

"책임은 제가 지고 결정은 구단이 합니까?"

엔초는 미소를 유지했다.

"임시 감독에게 모든 권한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아르카디아는 큰 구단이고 이해관계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계약은 감독 계약이 아니라 해임 사유를 미리 확보한 대변인 계약입니다."

재무이사가 헛웃음을 흘렸다.

"경력도 없는 분이 첫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십니까?"

태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경력이 없다는 건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팀의 실패를 감추는 방법도 모릅니다."

그는 분석서의 뒤쪽에서 한 장을 뽑았다.

"아르카디아는 최근 다섯 경기에서 후반 60분 이후 실점 세 번을 기록했습니다. 그중 두 번은 교체가 늦었고 한 번은 부상 직후의 선수를 계속 뛰게 했습니다. 이건 감독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의료진의 정보가 제때 올라왔는지 선수의 상태를 누가 확인했는지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엔초의 미소가 아주 조금 굳었다.

"지금 구단을 비난하는 겁니까?"

"아니요.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하자는 겁니다. 제가 틀리면 해임하십시오. 다만 경기 한 번이 아니라 세 경기 단위의 중간 평가를 거치십시오. 훈련 GPS 원본과 의료 보고서를 열어 주십시오. 선발과 훈련 강도에 관한 최종 의견도 제게 주셔야 합니다."

"요구가 많군요."

"잔류에 필요한 최소한입니다."

태오는 계산표를 펼쳤다.

"남은 열두 경기에서 필요한 승점은 최소 열일곱 점입니다. 무승부만 쌓아서는 부족합니다. 제안하신 즉시 해임 조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 세 경기마다 공개된 지표로 평가하십시오. 승점과 함께 후반 60분 이후 수비 간격과 고강도 주행 유지율을 보겠습니다. 잔류하면 기본 보수의 두 배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다음 시즌 계약 협상권도 열어 주십시오."

재무이사가 고개를 저었다.

"잔류 보너스까지 요구합니까?"

"구단이 원하는 결과에 가격을 붙이는 겁니다. 실패하면 저를 내보내면 됩니다. 성공하면 성공한 사람에게 지급하십시오."

세라가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그 지표가 선수들을 숫자로만 몰아붙이면요?"

처음으로 그녀가 태오에게 직접 질문했다.

"후반 주행이 떨어지는 선수를 전부 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 떨어지는지 확인하겠다는 뜻입니다."

태오는 분석서의 다음 장을 펼쳤다. 거기에는 주장 루카 벨몬테의 이름이 있었다.

"루카는 후반에 느려지는 선수가 아닙니다. 동료가 비운 공간을 혼자 메우느라 마지막 15분에 수비 이동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를 빼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라 그가 혼자 두 구역을 책임지는 구조를 먼저 고쳐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세라의 시선이 종이 위에 내려앉았다.

"엘리아스 노박은요?"

"안전한 패스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압박이 오기 전에 몸을 돌리는 횟수도 팀에서 가장 많습니다. 훈련에서 전진 패스를 시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공을 잃는 책임을 혼자 떠안을까 봐 멈추는 동작에 가깝습니다."

"그걸 어떻게 고칠 겁니까?"

"실패를 허용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실패 뒤에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훈련과 역할을 줘야 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선수를 빼지 않는 기준을 코칭스태프가 공유해야 합니다."

세라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선수에게 실패할 권리도 주겠다는 건가요?"

태오는 대답하기 전 잠시 멈췄다.

선수 시절의 통증이 무릎 안쪽에서 되살아났다. 괜찮다고 말한 뒤 다시 그라운드에 나섰던 날. 자신이 버틴 대가를 동료들이 대신 메워야 했던 순간.

"실패할 권리보다 상태를 말할 권리를 먼저 주겠습니다. 뛰지 못하는데 뛸 수 있다고 말하는 선수가 생기면 전술은 시작도 못 합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엔초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감동적인 말이군요. 하지만 선수들은 말보다 결과를 봅니다."

"저도 결과를 봅니다. 그래서 측정 가능한 조건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때 대회의실 밖에서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감독 후보가 왔다고 해서 복도까지 조용해지는 건 아니군."

문이 열리자 큰 체격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오른쪽 눈썹 위의 흉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루카 벨몬테였다.

그는 태오의 서류 가방과 계약서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주장님은 회의 참석자가 아닙니다."

엔초가 말했다.

"선수단이 누구를 맞이하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루카의 시선이 태오에게 고정됐다.

"또 분석관 출신입니까?"

"맞습니다."

"그럼 우리를 숫자로 나눌 겁니까? 뛸 수 있는 사람과 버릴 사람으로?"

태오는 계약서를 접었다.

"아직 아무도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누가 어떤 부담을 지고 있는지는 확인할 겁니다."

"결과가 안 나오면요?"

"그때는 제가 책임집니다. 선수 한 명에게 전부 넘기지 않고요."

루카의 턱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믿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더 묻지 않고 복도 끝으로 물러났다.

태오는 다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엔초는 새 계약서를 내밀었다. 강등 시 해임 조항은 남아 있었다. 대신 세 경기 단위의 중간 평가일과 잔류 보너스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러나 선발권 문장은 그대로였다.

태오는 펜을 들지 않았다.

"이 문장을 바꿔 주십시오. 훈련과 경기 선발에 관한 최종 의견은 임시 감독에게 있다. 구단은 의료 정보와 예산 범위 안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엔초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선발권까지 가져가면 제 권한은 무엇이 됩니까?"

"책임질 권한입니다."

세라가 조용히 말을 보탰다.

"그 정도는 있어야 현장에 세울 수 있습니다."

엔초는 그녀를 잠깐 노려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오래된 피로와 불신이 지나갔다.

마침내 구단주는 재무이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구를 수정하세요. 단 선수단 운영은 세라 마리노 수석 코치와 공동으로 합니다."

태오는 세라를 보았다.

그녀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 끝까지 감시하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태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대회의실에 길게 남았다.

엔초가 손을 내밀었다.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아르카디아의 강등은 당신의 기록에도 남습니다."

태오는 악수를 받았다.

"잔류하면 구단의 기록에도 남습니다."

회의실을 나서자 세라가 열쇠 하나를 건넸다.

"훈련장 열쇠입니다. 기자회견은 오늘 오후 네 시. 첫 훈련은 내일 오전 일곱 시입니다."

"선수단에게는 누가 알립니까?"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이죠."

복도 끝 라커룸 안에서 공이 벽에 부딪혔다.

쿵.

누군가 말했다.

"분석관이 감독 놀이를 한다더니 계약까지 했나 보네."

태오는 열쇠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세라가 옆에서 물었다.

"이제 무엇부터 할 겁니까?"

태오는 닫힌 라커룸 문을 바라보았다.

"선수들의 다리를 측정하기 전에 서로의 말을 듣겠습니다."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

안쪽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태오는 문을 열었다.

붉은 셔츠를 입은 선수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에게 꽂혔다.

아직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첫 훈련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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