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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5화

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사가 수술실을 너무 씹어먹음

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사가 수술실을 너무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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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진짜 병변

삐이이익.

회복실 문턱에서 울린 경고음이 복도를 갈랐다.

강현은 환자의 얼굴보다 먼저 흉관 배액통을 봤다. 투명한 관 안을 흐르던 피는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모니터의 수축기 혈압은 팔십칠에서 팔십삼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수혈 다시 연결해 주세요. 가압 주입으로 갑니다.”

수아가 망설임 없이 수액대를 잡았다. “농축적혈구 두 단위 더 요청할게요. 혈액은행에 이미 교차시험 결과 확인해 뒀어요.”

“흉관 배액은 거의 없습니다.” 최민석이 통의 눈금을 확인했다. “막힌 건 아닙니다. 흡인도 유지되고 있어요.”

흉강에서 다시 피가 난다면 배액통이 먼저 대답했을 것이다.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심이 되지 않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환자의 몸 안 어딘가에서 피가 고이고 있었다.

강현의 눈앞에 푸른 격자들이 겹쳐졌다. 방금 전 봉합을 마친 흉부는 잔잔한 선으로 남아 있었다. 그 아래쪽에서만 어두운 붉은 그림자가 맥박을 따라 번졌다.

[경고: 우측 상복부 혈류 이상]
[복강 내 출혈 가능성 72%]

숫자를 본 순간에도 강현은 침대 난간을 놓지 않았다. 저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이제 알았다. 하지만 그림이 환자의 배를 열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눈앞의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확인할 수 있는 근거였다.

“회복실 침상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서 FAST 봅니다. 초음파 가져와 주세요.”

최성현이 뒤에서 날카롭게 말했다.

“수술은 끝났어. 왜 이송을 멈춰?”

강현은 고개만 돌렸다. “혈압이 떨어집니다.”

“승압제 반응을 좀 보라고. 흉부외과 당직의도 아직 제대로 인계를 못 받았잖아.”

“흉관으로 피가 안 나옵니다. 이 속도로 떨어지는데 기다리면 CT도 못 찍습니다.”

최성현의 입가가 굳었다. “전공의가 영상 확인도 없이 복강 출혈을 단정하겠다는 건가?”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음파부터 보자는 겁니다.”

강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낮은 목소리라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수아가 탐촉자와 젤을 들고 달려왔다. 강현은 환자의 가운을 걷고 우측 늑골 아래에 탐촉자를 댔다. 차가운 젤이 창백한 피부 위로 번졌다.

처음 화면에는 간의 윤곽과 신장이 보였다. 그 사이에 검은 틈이 얇게 끼어 있었다. 탐촉자의 각도를 조금만 바꾸자 그 틈이 물결처럼 넓어졌다.

“모리슨와에 자유액.” 최민석이 숨을 삼켰다.

강현은 왼쪽 아래와 골반 쪽도 빠르게 확인했다. 골반까지 물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우측 늑골 아래에서만 검은 음영이 가장 짙었다.

“국한돼 있어요. 아직은 잡을 수 있습니다.”

마취과 의사가 침대 곁으로 붙었다. “혈압 칠십구. 승압제 올렸는데 반응이 짧습니다.”

“체온은?”

“서른다섯 점 삼도.”

“보온 계속하고 칼슘 다시 넣어 주세요. 수술실 비우라고 연락합니다.”

최성현이 강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가 복부를 연다고 했나?”

“지금 여기서 피가 고인 걸 봤습니다.”

“외상외과도 없고 복부 CT도 없어. 대동맥 환자에게 무리한 재수술을 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건데?”

강현은 초음파 화면을 가리켰다. 검은 음영은 질문을 기다려 주지 않고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제가 집니다.”

“그 말로 끝날 일이 아니야.”

“그래서 기록을 남깁니다. 저혈압 시작 시각, 흉관 배액량, FAST 소견, 수혈 반응까지 전부요.”

최성현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현은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책임이 두려워 손을 늦추는 순간 환자는 수치가 아니라 시체가 된다. 그는 그 일을 너무 오래 봐 왔다.

수아가 조용히 말을 보탰다.

“수술실 열어 뒀습니다. 혈액도 도착 중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초음파 화면을 보는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민석도 환자 팔의 동맥선을 다시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혈압 더 떨어지면 이송 자체가 위험합니다. 지금 들어가야 합니다.”

강현은 수술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보호자에게 다가갔다. 조금 전 수술이 끝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겨우 숨이 돌아온 기색이 있었다. 모니터 소리가 다시 들리자 그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보호자분.”

그녀가 두 손을 움켜쥐었다. “또 문제가 생긴 건가요?”

강현은 짧게 숨을 골랐다. 희망을 지키겠다며 말을 흐리는 건 설명이 아니었다.

“가슴 쪽 출혈은 잡았습니다. 그런데 배 안에 피가 고이는 소견이 새로 보입니다. 지금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서 정밀 CT를 찍을 여유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 출혈 부위를 찾겠습니다. 복부를 열어야 합니다.”

보호자의 시선이 피 묻은 그의 가운과 동의서 사이를 오갔다. “아까 수술도 겨우 끝났다고 했는데… 남편이 버틸 수 있어요?”

강현은 빈말을 고르지 않았다.

“지금 바로 들어가면 잡을 기회가 있습니다. 늦추면 그 기회가 줄어듭니다.”

보호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동의서 위로 떨어졌지만 손은 끝내 펜을 들었다.

“선생님이 해 주세요. 남편 살려 주세요.”

“네. 다시 들어가겠습니다.”

서명이 끝나자마자 침대가 돌아섰다. 강현은 최성현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환자의 발치에서 수아가 수혈 라인을 잡았고 최민석이 흉관과 모니터 선이 엉키지 않게 정리했다.

수술실 문이 닫히는 순간 강현은 손목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사고 뒤로 남은 통증이 둔하게 손등을 타고 올랐다. 손이 말을 안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손이 평소와 같다고 속일 수도 없었다.

“절개선 잡습니다. 상복부 정중으로.”

메스가 피부를 갈랐다. 봉합을 막 끝낸 환자의 몸에 다시 상처를 내는 감각은 언제나 불쾌했다. 그러나 닫힌 피부가 환자를 지켜 주지 못할 때도 있었다.

복막이 열리자 검붉은 피가 고였다가 흘러나왔다.

“흡인.”

석션 관이 피를 빨아들이는 동안 강현의 시야에는 붉은 액체와 푸른 그래프가 겹쳤다. 그래프는 간 우엽 뒤쪽에서 횡격막과 맞닿는 좁은 공간을 밝게 표시했다.

[출혈점 추정 구역]
[접근 시 간 피막 열상 확대 위험]

“간을 세게 들지 마세요.”

최민석이 견인기를 잡은 손을 멈췄다. “여기서 더 보려면 들어 올려야 하지 않습니까?”

“들어 올리되 당기지 말고 받쳐요. 아래에서 각도만 만듭니다.”

강현은 거즈로 피를 닦아 내며 간의 아랫면을 아주 조금씩 드러냈다. 흉부의 대량 출혈을 막을 때는 시야를 넓히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은 달랐다. 성급하게 시야를 넓히면 아직 붙어 있는 조직까지 찢어 낼 수 있었다.

피가 걷힌 틈에서 간 피막의 가는 열상이 보였다. 그것만으로 이만한 저혈압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강현은 거즈를 한 겹 더 밀어 넣고 간과 횡격막 사이를 살폈다.

거기서 가느다란 혈관 하나가 박동마다 피를 뿜고 있었다.

대동맥 주변의 혈종이 퍼지면서 당겨진 혈관이었다. 처음 흉부를 열었을 때는 횡격막 위쪽 시야에 가려져 있었다. 흉강 봉합 뒤 혈압이 올라오자 그 좁은 틈이 다시 벌어진 모양이었다.

“보입니다.”

최민석이 눈을 크게 떴다. “저걸 어떻게 찾으셨어요?”

“말하지 말고 조명.”

강현은 짧게 끊었다.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혈관 가까이에는 간 피막 열상이 얇게 이어져 있었다. 한쪽만 묶으면 다른 쪽에서 다시 샐 수 있었다. 그는 먼저 출혈점 위에 압박 거즈를 얹었다.

“흡인 약하게. 피를 다 빨아들이려 하지 마세요. 벽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아가 그의 손이 움직일 자리만 남기고 기구를 건넸다. “봉합사 준비됐어요.”

강현은 혈관 양끝을 미세 겸자로 잡았다. 손목이 찌릿하게 울렸다. 바늘의 방향이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혈관 벽을 더 찢을 수 있었다.

그래프의 녹색 선은 진입 각도를 보여 줬다. 그는 그 선을 믿지 않았다. 손가락 관절에 힘을 나눠 주고 손목을 움직이지 않은 채 실제 조직의 탄성을 느꼈다.

한 땀.

바늘이 혈관 벽을 통과했다.

두 땀.

매듭을 당기기 전 그는 간 피막 쪽 장력을 다시 확인했다. 너무 조이면 열상이 벌어진다. 너무 느슨하면 혈관이 다시 열린다.

[예상 생존 가능성 74%]

강현이 숨을 멈춘 채 매듭을 잠갔다.

혈관의 박동이 거즈 아래에서 잦아들었다. 그러나 피막 열상 가장자리에는 아직 붉은 습기가 맺혔다.

“피브린 패치. 압박 유지합니다.”

“혈압 팔십둘.” 마취과 의사가 말했다. “조금 올라갑니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한 번 피를 멈췄다는 이유로 손을 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는 거즈를 걷어 내고 봉합 부위를 다시 살폈다.

붉은 선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활동성 출혈 통제]
[예상 생존 가능성 93%]

“배액관 넣고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간 가장자리와 복강 바닥을 차례로 훑었다. 새로 고이는 피는 없었다. 마취과 의사가 다시 숫자를 불렀다.

“혈압 구십사에 육십. 맥박 백열둘. 승압제 줄여도 유지됩니다.”

그제야 강현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복부 닫겠습니다. 회복실 말고 중환자실로 바로 올립니다. 흉관과 복부 배액량은 십오 분마다 확인하고 혈액가스는 한 시간 뒤 다시 봅니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최성현이 들어와 열린 복부와 배액관을 훑어봤다. 늦게 들어온 그의 시선은 출혈점보다 수술 시계로 향했다.

“누가 재수술을 승인했지?”

수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 최민석도 대답하지 못했다.

강현은 봉합을 마저 하며 말했다.

“환자 상태가 승인보다 먼저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네가 규정을 무시해도 된다는 건가?”

“아닙니다. 규정대로 기록하겠습니다.”

강현은 수아를 바라봤다.

“저혈압 시작 시각, FAST 소견, 수혈 시작 시각, 보호자 동의 시각, 재개복 시각을 모두 남겨 주세요. 발견한 병변과 처치도 빠짐없이요.”

“네.”

“최민석 선생님은 초음파 원본이 전산에 붙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바로 하겠습니다.”

최성현이 비웃듯 숨을 내쉬었다. “기록으로 네 독단이 없어지진 않아.”

강현은 시선을 들었다. 피로가 짙게 내려앉았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없어져야 할 건 독단이 아니라 출혈입니다. 그건 멈췄습니다.”

잠깐 수술실이 조용해졌다. 모니터의 파형만 일정하게 움직였다.

최성현은 아무 말 없이 환자를 보다가 수술기록지 한쪽을 접었다. “수술 끝나면 내 방으로 와. 이 건은 사고 보고서부터 쓰게 할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강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피부 봉합의 마지막 매듭을 묶었다. 그 작은 매듭이 풀리지 않는지 확인한 뒤에야 손을 뗐다.

중환자실로 향하는 침대가 복도에 멈췄을 때 보호자가 다시 달려왔다. 이번에는 수술실 문을 붙잡고 울지 않았다. 그녀는 강현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선생님, 또 수술했다면서요.”

“배 안에서 출혈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찾고 막았습니다.”

“그럼 이제 괜찮은 거죠?”

강현은 배액관과 수액 라인을 한번 살폈다. 이제 막 안정됐을 뿐 밤은 길었다.

“지금은 버티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배액량이 늘거나 혈압이 흔들리면 바로 다시 대응할 겁니다.”

보호자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이 안 봤으면….”

“아직 감사 인사는 이릅니다. 환자분이 직접 말할 수 있을 때 받겠습니다.”

침대가 다시 움직였다. 강현은 그 뒤를 몇 걸음 따라갔다가 멈췄다.

수아가 옆에 섰다. “손목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 말은 못 믿겠는데요.”

강현은 대답 대신 손목 보호대를 다시 조였다. 통증은 남아 있었고 최성현이 꺼낸 사고 보고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환자의 모니터는 일정한 박동을 그리며 멀어지고 있었다.

강현은 그 파형을 끝까지 바라봤다. 살린 사람의 이름은 얼마든지 지울 수 있다.

하지만 멈춘 피와 남겨 둔 기록까지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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