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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6화

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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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감정 불가의 낚싯대

"측정 불가라고? 기계가 고장 난 거 아닙니까?"

폐공장 앞마당에 설치된 임시 지휘 텐트 안이 발칵 뒤집혔다.

구조대 팀장이 손에 쥔 휴대용 마력 계측기를 탁탁 두드리며 붉게 달아오른 액정을 노려보았다. 액정 위에는 빨간색 경고등과 함께 영문 에러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었다.

[ERROR: 마력 밀도가 측정 허용 한계(Rank-A)를 초과했습니다.]

"고장이 아닙니다, 팀장님. 방금 예비용 측정기로 바꿨는데도 똑같이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의료 지원 대원이 침을 꿀꺽 삼키며 텐트 구석 간이침대에 걸터앉은 태공을 힐끔거렸다.

태공은 찢어진 바짓가랑이를 대충 털어내며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믹스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고 있었다.

"거 커피 달달하니 맛있네요. 낚시터 자판기 커피 맛이랑 똑같습니다."

"지금 커피 맛이 문제가 아닙니다! 강태공 헌터님!"

의료 대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혈압 측정 밴드를 풀었다.

게이트 지하 수십 미터 아래에서 낙석에 깔려 사망했을 것이라던 F급 짐꾼이었다.

그런데 뼈가 부러지기는커녕 찰과상 하나 없었다. 온몸의 세포에서는 방금 막 S급 던전 보스를 토벌하고 나온 대마도사마냥 서늘하고 묵직한 수계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저놈 저거 마수한테 씌인 게 분명합니다! 당장 구속해야 합니다!"

텐트 입구 쪽에서 밧줄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던 박도윤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박도윤의 손목에는 협회 감찰용 마력 억제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시끄럽습니다, 박도윤 공격대장."

현장에 급파된 협회 감찰관이 싸늘한 눈초리로 박도윤을 내려다보았다.

"미등록 지하 수역으로 짐꾼을 강제로 끌고 들어간 것도 모자라 통로가 붕괴하자마자 보상 독식을 위해 사망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려 한 정황이 현장 녹취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헌터 면허 정지는 물론이고 형사 고발까지 들어갈 사안입니다."

"아, 아닙니다! 저놈이 지하 호수에서 뭔가 사악한 아티팩트를 주워 먹고 괴물이 된 거라고요! 제 말이 맞습니다!"

박도윤이 바락바락 악을 썼지만 감찰관들은 차가운 손길로 그를 호송 차량으로 끌고 갔다.

"강태공 씨."

텐트 구석에서 젖은 수건을 쥐고 있던 라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가는 여전히 붉게 짓물러 있었다.

"살아 돌아와 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끝까지 말렸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태공은 빈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넉살 좋게 웃었다.

"라희 씨가 위에서 밧줄 내려주고 협회에 연락 안 해줬으면 저도 난감했을 겁니다. 덕분에 살았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요."

태공은 벽에 기대어 둔 자신의 낡은 낚싯대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낚시 가방이었지만 그 안에는 차원의 질서를 비틀어버리는 [신화의 낚싯대]가 얌전히 수납되어 있었다.

"그럼 전 이만 퇴근해 봐도 됩니까? 집에 가서 젖은 옷 빨고 주말 출조 준비도 해야 해서요."

태공이 텐트 출구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지휘 텐트의 두꺼운 방수 천막이 거칠게 젖혀지며 또각거리는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흙바닥을 울렸다.

"퇴근은 당분간 보류입니다, 강태공 헌터."

차분하면서도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텐트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단정하게 다듬어진 흑발의 칼단발 머리채. 칼주름이 잡힌 짙은 남색 정장 수트 위에 협회 본부의 황금색 견장을 단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

대한헌터협회 관리 및 특수전술 총괄팀장, 윤서아였다.

윤서아의 등 뒤로 본부 직속 무장 경호원 네 명이 일사불란하게 따라붙었다.

현장 구조대원들과 감찰관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경례를 붙였다.

"윤 팀장님! 본부에서 직접 오셨습니까?"

"E급 게이트에서 A급 측정기가 터져 나갈 정도의 마력 역류가 감지되었다는 긴급 타전을 받았습니다. 보고를 받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더군요."

윤서아는 안경 너머의 서늘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텐트 안을 훑었다.

그리고 정확히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쓴 태공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윤서아의 손에 들린 태블릿 PC에는 강태공의 지난 5년간의 헌터 이력이 빼곡하게 떠 있었다.

'강태공. 27세. 각성 등급 F. 마력 적성 F. 5년 동안 사고 한 번 없이 성실하게 짐꾼으로 일한 비전투원.'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주변에는 눈으로 보일 만큼 짙푸른 수계 마력 입자가 잔잔한 호수의 파문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윤서아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이건 단순한 각성자의 기운이 아니야. 심해 깊은 곳에서 수백 년 묵은 고대 용족의 정수를 마주했을 때나 느껴질 법한 절대적인 기운인데.'

윤서아가 태공에게 다가서며 명함을 건넸다.

"대한헌터협회 관리팀장 윤서아입니다. 강태공 헌터님, 협회 중앙감정원으로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태공은 명함을 받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감정원이요? 전 짐꾼이라 던전에서 주워 온 마석도 없는데요."

"본인이 주워 온 게 마석인지 아니면 국가 비상사태급 아티팩트인지 확인하러 가는 겁니다. 거부권은 없습니다."

윤서아는 단호한 손짓으로 텐트 밖의 검은색 최고급 세단을 가리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헌터협회 중앙감정원 지하 3층 특수정밀측정실.

두께 1미터가 넘는 마력 차폐 격벽으로 둘러싸인 방 한가운데에 태공이 앉아 있었다.

측정실 유리벽 너머에서는 수석 감정관 최영진을 비롯한 협회 최고의 분석관 십여 명이 분주하게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윤서아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대형 모니터를 응시했다.

"강태공 헌터, 소지하고 계신 무구나 특수 장비를 중앙 측정대 위에 올려놓으십시오."

스피커를 통해 최 감정관의 긴장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태공은 긁적거리며 낚시 가방에서 [신화의 낚싯대]를 꺼냈다.

은은한 은빛 광택이 흐르는 카본 재질의 낚싯대였다.

"이거 말씀입니까? 그냥 낚싯대인데요."

태공이 낚싯대를 백금으로 도금된 원형 측정대 위에 툭 올려놓았다.

측정실 바깥의 분석관들이 웅성거렸다.

"저게 정말 무구라고요? 아무리 봐도 시중 낚시용품점에서 파는 루어 낚싯대 같은데."

"장난치는 거 아닙니까? 저런 막대기에서 고에너지 반응이 나왔다고요?"

윤서아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잡담하지 말고 마나 투사기 가동하세요. 최고 감도로."

"예, 알겠습니다. 제1 마나 빔 조사 개시합니다!"

위이이잉-!

측정대 천장에 장착된 거대한 마력 크리스털 렌즈에서 푸른색 감정 광선이 쏟아져 내렸다.

일반적인 S급 마도구조차 3초 안에 내부 마력 회로와 각인 문양이 낱낱이 분석되는 협회의 최첨단 장비였다.

광선이 신화의 낚싯대 표면에 닿는 순간이었다.

파지지직!

낚싯대 손잡이 끝에서부터 맑고 투명한 물결 모양의 파문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쏟아져 내리던 마나 빔을 거울처럼 튕겨내 버렸다.

"어, 어라? 마나 반사율 백 퍼센트?!"

"각인 문양 스캔 실패! 대상물이 외부 관측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최 감정관이 당황하여 안경을 치켜올렸다.

"출력을 A급 임계치까지 올린다! 마나 증폭기 가동!"

웅웅웅웅-!

측정실 바닥이 진동하며 측정대 주변으로 붉은빛 과부하 경고가 점등되었다.

렌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이 굵어지며 낚싯대를 짓누르려 했다.

그 순간 낚싯대 초릿대 끝에서 붉은빛 찌의 잔영이 번쩍였다.

동시에 측정실 전체에 거대한 바다가 뒤집히는 듯한 웅장한 해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앙!

"크악!"

"전자기기 차단막 내려!"

측정대 천장의 마나 렌즈가 파열음을 내며 산산조각 났다.

계측 콘솔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대형 모니터 전체가 붉은 경고 문구로 도배되었다.

[SYSTEM OVERLOAD]

[대상 분석 불가: 측정 한계치를 초과한 신화급 권능이 감지되었습니다.]

[측정 등급: 판정 불가 (UNMEASURABLE)]

감정실 안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밀하다는 수백억 원짜리 감정 장비가 낚싯대 하나를 감정하려다 통째로 타버린 것이다.

분석관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연기가 피어오르는 콘솔을 쳐다보았고 최 감정관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 말도 안 돼... S급 아티팩트도 이렇게 기계를 박살 내지는 못해... 저건 신화급이야..."

오직 윤서아만이 흐트러짐 없이 안경을 고쳐 썼다.

그녀의 단아한 이마에 핏줄이 살짝 돋아 있었다.

"저게... 그냥 낚싯대라고요?"


측정실 내부의 격벽 문이 열리고 윤서아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태공은 측정대 위에 놓인 낚싯대를 챙겨 들며 머리를 긁적였다.

"거 기계가 좀 약하네요. 고장 난 거 저한테 물어내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윤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태공의 맞은편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기계 값은 협회 예산으로 처리할 테니 걱정 마세요. 대신 묻는 말에 정직하게 대답하십시오."

윤서아가 태공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던전 호수 바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F급 짐꾼이 어떻게 반나절 만에 수룡의 마력을 흡수하고 신화급 무구를 손에 쥐고 나온 거죠?"

태공은 낚싯대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말 별거 없습니다. 발이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는데 바닥에 낚싯대가 하나 떨어져 있더라고요. 마침 주머니에 소시지가 한 토막 있어서 바늘에 꿰어 던졌더니 커다란 물고기가 덥석 물었습니다."

"물고기요?"

"예. 입질이 아주 묵직하더군요. 손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줄다리기 좀 하다가 뭍으로 끌어올렸더니 몸 안으로 쏙 들어오면서 힘이 솟던데요."

"......"

윤서아의 관자놀이가 파르르 떨렸다.

물에 빠져서 낚싯대를 줍고 소시지로 S급 마수의 정수를 낚았다는 황당무계한 소리를 진지한 얼굴로 늘어놓고 있었다.

상식적인 헌터라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방금 전 눈앞에서 폭발한 감정 장비가 그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증명하고 있었다.

"강태공 씨. 자신이 지금 무슨 힘을 손에 쥐었는지 자각은 하고 계십니까?"

"자각이야 하고 있죠."

태공이 씨익 웃으며 낚싯대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한강이든 어디든 찌만 던지면 월척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거 아닙니까. 아주 든든합니다."

윤서아는 이마를 짚었다.

국가적 전략 병기급 힘을 얻고도 머릿속에는 오직 낚시 생각뿐인 인간이었다.

하지만 윤서아의 입술 끝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통제 불능의 위험분자라면 즉시 격리해야겠지만 권력욕도 파괴 본능도 없는 단순한 낚시 광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협회의 방패로 활용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카드는 없었다.

윤서아가 서류철을 탁 덮으며 일어섰다.

"좋습니다, 강태공 씨. 당신의 신분과 등급 재심사는 협회 직권으로 비공개 보류 처리하겠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F급 짐꾼으로 등록될 겁니다."

"오, 그거 좋네요. 귀찮은 일 엮이는 거 질색이거든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윤서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태공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이제부터 제 전담 관리 대상입니다. 다음 주말, 협회에서 관리하는 C급 마력 늪지대 게이트에 출동해야 하니 스케줄 비워두세요."

태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음 주말에요? 저 그때 충주호 좌대 낚시터 예약해 놨는데요?"

"취소하세요. 그 게이트 안에 당신이 환장할 만한 거대한 낚시터가 있으니까."

윤서아의 당당한 선언에 태공의 눈빛이 순식간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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