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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용병단, 장부 하나로 전장을 지배함5화

악녀의 용병단, 장부 하나로 전장을 지배함

악녀의 용병단, 장부 하나로 전장을 지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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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행군은 위장에서 시작된다

급여를 받은 다음 날 새벽, 블랙로즈 막사에는 또 다른 종이가 도착했다.

북부 전선 사령부의 원정 명령서였다. 칼바람 요새 서쪽 능선으로 이틀 안에 이동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사벨라는 명령서를 한 번 읽고 접었다.

"이틀이면 충분하다. 오늘 싣고 내일 걷는다."

그녀의 말에 기사들이 갑옷 끈을 조였다. 돈을 받은 병사들도 어제보다 눈빛이 살아 있었다.

한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훈련장 한쪽에는 원정 포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귀리 포대 옆에 소금 자루가 있었고 소금 자루 위에는 냄비와 쇠꼬챙이가 올라가 있었다. 짐말에 실을 장작더미는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그 사이로 병사들이 자기 배낭을 메고 지나갔다. 배낭은 사람보다 먼저 지쳐 보였다.

[분석 대상: 원정 적재 더미]
[중복 적재율: 31%]
[예상 낙오 위험: 3일차 이후 급증]

한스는 안경을 고쳐 썼다.

"단장님. 이대로 출발하면 사흘째에 짐말 둘이 퍼집니다. 보병은 최소 열 명 이상 뒤처집니다."

이사벨라의 눈썹이 올라갔다.

"아직 한 발도 걷지 않았는데 벌써 낙오자를 세나?"

"걷기 전에 세어야 합니다. 걷고 난 뒤에는 들것도 같이 세어야 하니까요."

가르크가 옆에서 킬킬 웃었다.

"이제 사람 발바닥까지 장부에 올리겠군."

"발바닥은 안 올립니다. 다만 한 조에 냄비가 네 개씩 들어 있는 이유는 봐야 합니다."

웃음이 끊겼다.

가르크는 자기 배낭끈을 움켜쥐었다. 다른 병사들도 비슷했다. 급여를 받았어도 식량과 개인 물품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다시 굳었다.

한스는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전원 배낭을 내려놓으십시오. 조별로 내용물을 확인합니다."

"지금 뭐라고 했냐?"

가르크가 한 걸음 다가왔다.

"월급 한 번 줬다고 속옷까지 뒤지겠다는 거냐?"

"속옷은 관심 없습니다. 먹지도 못할 무게가 행군을 잡아먹는지 보려는 겁니다."

"우리가 굶을까 봐 챙긴 걸 네가 빼앗으면 그게 뭐가 다르냐?"

그 말에 병사 몇이 낮게 웅성거렸다. 어제 받은 은화가 주머니 안에서 부딪혔다. 소리는 났지만 믿음은 아직 얇았다.

이사벨라는 가르크와 한스를 번갈아 보았다.

"한스. 병사들이 제 물건을 빼앗긴다고 느끼면 출발 전에 칼부터 뽑는다."

"그래서 공개로 합니다. 빼앗는 물건과 남기는 물건을 여기서 정하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사벨라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내 앞에서 해라. 병사 물건에 손대는 놈은 너든 가르크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한스는 그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 첫 번째 배낭을 열었다. 안에서는 작은 냄비 두 개와 젖은 곡물 주머니, 반쯤 굳은 생고기 꾸러미가 나왔다. 생고기에서는 벌써 신 냄새가 났다.

"누구 겁니까?"

젊은 보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제 겁니다. 어제 배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길에서 끊기면 끝입니다."

"이 고기는 내일 저녁 전에 상합니다. 상한 고기를 먹으면 사흘째 낙오자가 아니라 설사 환자가 됩니다."

병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굶으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이건 조별 국물용으로 오늘 처리합니다. 대신 당신에게는 하루치 건량을 남깁니다."

한스는 다음 배낭을 열었다. 거기서는 작은 술통이 굴러나왔다. 병사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주인은 목을 움츠렸다.

가르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구 배낭이냐?"

"제 겁니다."

"행군 중에 마시려고?"

"발 아플 때 한 모금이면..."

한스가 술통을 들어 흔들었다.

"무게가 물통 하나와 같습니다. 그런데 갈증은 해결하지 못합니다. 조 의무품으로 돌리고 표식을 남깁니다. 행군 중 개인 사용은 금지입니다."

"그럼 술도 빼앗는 거군."

한스는 그 병사를 바라봤다.

"빼앗는 게 아닙니다. 당신 발목을 지키는 겁니다. 취해서 넘어지면 당신 짐은 옆 사람이 들고 옆 사람 속도까지 떨어집니다."

가르크가 코웃음을 쳤지만 더 반박하지 않았다.

배낭이 열릴수록 훈련장 바닥에는 같은 물건이 쌓였다. 냄비, 여분 쇠꼬챙이, 젖은 곡물, 돌처럼 굳은 빵, 몰래 챙긴 말 사료, 찢어진 방수 천 조각.

한스는 그것들을 한 줄로 세웠다.

"이건 불신의 무게입니다."

병사들의 웅성거림이 낮아졌다.

"각자 굶을까 봐 숨기고 각자 물 끓일 냄비를 들고 갑니다. 그 결과 같은 조 다섯 명이 같은 물건을 나눠 들고 말은 사람보다 먼저 지칩니다."

"그 불신을 누가 만들었는데."

가르크의 목소리는 낮았다.

한스는 대답을 늦췄다. 장부에는 책임자를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굶주린 밤은 숫자 한 줄로 지워지지 않았다.

"맞습니다. 그래서 개인 예비 식량은 남깁니다."

가르크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남긴다고?"

"하루치입니다. 귀리 납작빵 두 장, 말린 콩가루 한 봉, 소금 작은 꾸러미. 나머지는 조별 포대로 묶습니다."

한스는 주방에서 임시 취사 담당으로 뽑힌 밀라를 불렀다. 밀라는 팔에 밀가루를 묻힌 채 뛰어왔다. 잭이 감금된 뒤 주방에서 가장 손이 빠른 잡역부였다.

"밀라. 귀리 반죽은 어디까지 됐습니까?"

"납작빵 백오십 장은 식혔습니다. 더 얇게 펴라 하셔서 팔이 빠질 뻔했습니다."

"두꺼운 빵보다 잘 마릅니다. 조별로 열 장씩 묶으십시오."

"또 숫자군요."

"먹는 숫자라 괜찮습니다."

밀라가 작게 웃고 빵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한스는 염장육을 두껍게 자르려던 병사의 손을 멈췄다. 칼을 받아 얇게 저며 보였다.

"고기 한 덩이를 통째로 들고 가면 기분은 좋습니다. 하지만 겉은 마르고 속은 상합니다. 얇게 저미면 국물에 풀리고 소금 소모도 줄어듭니다."

"종잇장 같은 고기로 힘이 나겠냐?"

뒤쪽에서 불만이 나왔다.

한스는 말린 콩가루 봉지를 들어 보였다.

"힘은 고기 두께가 아니라 흡수한 열량에서 나옵니다. 콩가루를 국물에 풀면 같은 무게로 더 오래 버팁니다."

병사들은 이해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스는 포대를 만들었다.

천을 펼치고 귀리 납작빵, 말린 콩가루, 얇게 저민 염장육, 소금 꾸러미를 순서대로 올렸다. 작은 불씨 통 하나와 수선 끈 하나를 붙였다. 냄비는 조당 하나만 남겼다.

그는 포대 입구를 같은 길이로 접고 같은 위치에 끈을 묶었다.

"표준 행군 포대입니다. 하나에 열 명 하루치. 마차에는 같은 포대만 싣습니다."

이사벨라가 포대를 들어 봤다.

"가볍군."

"가벼운 것보다 중요한 건 모양이 같습니다. 같은 모양이면 빨리 싣고 빨리 내립니다."

가르크가 팔짱을 꼈다.

"난 숫자보다 다리가 믿을 만하다. 직접 걸어 보자."

"좋습니다."

한스는 기다렸다는 듯 두 조를 세웠다. 가르크의 조는 기존 방식대로 배낭을 멨다. 다른 조는 표준 포대와 개인 하루치만 지녔다. 목적지는 주둔지 뒤편 돌언덕이었다. 왕복하면 짧은 행군 한 차례가 되었다.

"뛰지 마십시오. 실제 행군 속도로 갑니다."

가르크가 투덜거렸다.

"서기 놈이 구령까지 붙이네."

"구령은 조장님이 하십시오. 저는 시간을 봅니다."

그 말에 가르크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기 조를 이끌고 먼저 출발했다. 표준 포대 조가 뒤따랐다.

처음에는 기존 짐을 멘 조가 빨랐다. 하지만 돌언덕 중턱에서 속도가 달라졌다. 냄비가 배낭 안에서 부딪히고 생고기 꾸러미가 옆구리를 쳤다.

표준 포대 조는 느렸지만 흐트러지지 않았다. 포대가 등에 붙어 흔들리지 않았고 조별 냄비는 한 사람이 들었다가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돌아올 때 차이는 더 커졌다.

기존 짐을 멘 조에서 젊은 보병 하나가 발을 헛디뎠다. 그의 배낭에서는 술통이 굴러나와 돌에 부딪혔다.

가르크가 그 술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일어나. 네 술통 때문에 뒤에 놈까지 멈췄다."

표준 포대 조가 먼저 훈련장에 도착했다. 숨은 찼지만 줄은 유지되어 있었다. 물통도 절반 이상 남았다.

한스는 모래 위에 숫자를 적었다.

"평균 짐 무게 30% 감소. 왕복 시간은 12분 단축. 물 소모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계산을 언제 했냐?"

"걸을 때 봤습니다."

가르크는 자기 배낭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표준 포대를 들어 봤다. 한참 말이 없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가벼운 건 맞군."

병사들이 그 말을 들었다.

가르크가 인정하면 불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방향을 잃었다. 병사들은 자기 배낭에서 냄비와 젖은 곡물 주머니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사벨라는 그 광경을 보며 검집 끝으로 땅을 톡톡 두드렸다.

"오늘 해 질 때까지 이 방식으로 전원 포대를 다시 싼다. 거부하는 자는 내 앞에서 기존 짐을 메고 돌언덕을 세 번 왕복한다."

거부자는 없었다.

한스는 표준 포대 더미를 다시 살폈다. 줄이 맞아 가는 포대는 보기만 해도 숨통이 트였다. 적어도 이 방식이면 사흘째 낙오자는 줄일 수 있다.

그때 손끝에 축축한 감촉이 닿았다.

곡물 포대 겉면이었다. 창고 안에 있던 포대인데도 천이 미세하게 젖어 있었다. 한스는 포대 입구를 열고 귀리를 비볐다. 아직 상하지는 않았지만 알갱이가 무겁게 달라붙었다.

북쪽 하늘은 낮았다. 바람은 차갑지 않은데 땅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위험 신호: 북부 기압 급락]
[예상 손실: 방수 미비 시 곡물 포대 38% 부패]
[권장 조치: 방수 마법 천 우선 확보]

한스는 남은 장부를 펼쳤다. 급여 지급 뒤 남은 완충 자금은 13골드 50실버. 원정 준비에 쓸 수 있는 돈은 그것뿐이었다.

이사벨라가 다가왔다.

"또 무슨 표정이지?"

"표준 포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방금 성공하지 않았나?"

"마른 길에서는요."

한스는 젖은 포대 겉면을 보여 주었다.

"비가 옵니다. 그냥 비가 아니라 포대 속까지 먹는 비입니다. 방수 마법 천을 사야 합니다."

이사벨라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남은 돈이 얼마지?"

"13골드 50실버입니다."

"그걸 또 쓰겠다고?"

"예. 안 쓰면 곡물의 3분의 1 이상을 잃습니다. 그러면 급여를 지급한 병사들이 비 맞은 콩가루를 씹고 걷게 됩니다."

가르크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축축한 포대 천이 들려 있었다.

"비 냄새가 나긴 하는군."

이사벨라는 이를 악물었다.

"한스. 네 장부는 왜 매번 돈 쓰는 결론으로 끝나지?"

"돈을 아끼려면 먼저 젖지 않게 해야 합니다."

한스는 창고 입구를 바라봤다.

"오늘 안에 방수 천을 구해야 합니다. 출발하고 나면 가격은 두 배가 됩니다."

이사벨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사이로 병사들이 표준 포대를 묶는 소리가 이어졌다. 같은 크기의 포대가 하나씩 늘어났다.

"가르크."

"예."

"말 두 필 준비해라. 한스와 시장에 간다."

가르크가 눈을 찡그렸다.

"보급관 장보기 호위입니까?"

"아니."

이사벨라가 젖은 포대를 내려다봤다.

"블랙로즈의 밥줄을 사러 간다."

한스는 장부를 닫았다.

짐은 30% 줄었다.

하지만 하늘이 젖기 시작하면 줄인 짐 전부가 썩은 짐이 된다.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반.

이번에는 돈보다 먼저 비를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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