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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안 나갑니다만?3화

던전에서 안 나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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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현관 밖에서 끝난 구출 작전

고성능 게이밍 PC가 처음으로 부팅 화면을 띄운 저녁이었다.

강현우는 거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컨트롤러를 손에 올렸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에는 새로 설치한 게임의 시작 로고가 떠 있었다. 팬은 조용했고 조명도 흔들리지 않았다.

발전실 패널에는 변환기 2호기의 출력 안정률이 96퍼센트로 고정돼 있었다.

오늘은 더 고칠 것이 없었다.

"시작한다."

현우가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청소 골렘이 거실 한쪽의 수정 패널 앞에서 멈췄다. 돌로 된 손가락 끝이 붉은 점 여섯 개를 가리켰다.

"주인님. 1층 서쪽 경계선에 미등록 전투 마력 여섯 건 감지."

현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배달 아니지?"

"개찰구 택배함은 비어 있습니다. 물류 표식도 없습니다."

"그럼 왜 들어와."

청소 골렘은 대답 대신 관찰창을 열었다. 거실 벽의 한 부분이 투명해지며 미궁의 정원 1층 풍경을 비췄다.

외부 차폐선 바로 안쪽에 헌터 여섯 명이 서 있었다. 모두 검은 방수 재킷 위로 가벼운 갑옷을 걸쳤고 허리에는 실전용 무기가 달려 있었다. 맨 앞의 남자는 은색 방패와 짧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협회나 관리국의 표식이 없었다.

"장비는 A급 레이드 규격입니다."

"그래서 더 귀찮네."

현우는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화면을 확대했다.

선두의 남자가 동료들에게 낮게 말했다.

"기록상 이 안쪽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구역이야. 그런데 3년 동안 안 나왔어. 갇혔거나 누군가 관리권을 빼앗았을 가능성이 높다."

"관리국도 손을 못 댄다잖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확인한다. 위험하면 강제로라도 데리고 나와."

현우는 고개를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

"안 나오는 걸 못 나오는 걸로 바꾸는 재주가 있네."

청소 골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계선을 닫을까요?"

현우는 잠깐 생각했다. 닫아 버리면 저들은 입구에 눌러앉아 더 시끄럽게 굴 가능성이 컸다. 이미 안으로 들어온 이상 조용히 돌려보내는 편이 빨랐다.

"아직은 둬. 어디까지 오는지 보자."

헌터들은 1층의 정식 통로를 지나치고 서쪽 벽을 따라 움직였다. 원래는 관리용으로 만들었다가 막아 둔 낡은 수로가 그쪽에 있었다.

선두의 남자가 벽면을 두드리자 다른 팀원이 얇은 금속 막대를 꺼냈다. 끝에 달린 수정이 파랗게 빛나며 봉인문 사이를 훑었다.

"여기다. 14층 배수로로 이어져 있어."

"누가 일부러 막은 길이군요."

"그러니까 더 확인해야지."

현우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떴다.

막은 이유가 있었다. 그 통로는 14층 환기구를 거쳐 15층 발전실의 보조 배관으로 이어졌다. 생활권에 직접 닿지는 않지만 전투 마력이 흘러들면 새로 연결한 냉각선에 잡음이 생길 수 있었다.

게임이 또 꺼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건 구출이 아니라 민폐였다.

"골렘. 발전실 설계도 띄워."

"표시합니다."

거실 바닥 위로 반투명한 배관도가 펼쳐졌다. 16층 수맥에서 올라온 냉각선은 변환기 2호기를 지나 거실의 전력 분배기로 이어져 있었다. 14층 환기 통로는 그 아래를 얇게 스치고 있었다.

현우는 파란 선과 붉은 점들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다가 혀를 찼다.

"청소기 하나 만들자."

"청소 골렘 증설입니까?"

"아니. 발자국 청소하는 거. 집 안에 전투 마력 묻히면 닦아 내야지."

그는 컨트롤러를 탁자에 내려놓고 발전실로 향했다. 오늘의 외출 거리는 거실에서 지하 3층이었다.

그 정도는 감당할 만했다.

발전실의 공기는 차갑고 맑았다. 검은 수정 기둥 사이로 새 냉각선이 은빛 비늘처럼 빛났다. 현우는 절연 코어에서 뻗은 보조선을 하나 빼내 빈 수정통에 연결했다.

청소 골렘이 공구 상자를 열었다.

"흡입 압력은 어느 정도로 설정합니까?"

"사람은 안 건드려. 전투할 때 몸에 두르는 마력막하고 무기에 묻은 잔재만."

"정화된 마력은요?"

"열교환기 보조 전력으로 보내. 남의 마력도 전기값은 하게 해야지."

현우는 수맥 배관 옆에 손바닥을 댔다. 차가운 물길의 압력이 손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그 흐름을 얇게 갈라 빈 수정통 바닥에 원형으로 돌렸다.

수정통 안에서 푸른 소용돌이가 생겼다.

그 위로 절연 코어의 은실이 내려앉자 소용돌이는 낮은 숨소리처럼 웅웅거렸다.

[자동 마력 청소기 설계 완료]

[분류 기준을 지정하십시오]

현우는 떠오른 창을 보며 말했다.

"허가 없는 전투 마력. 공간 절단 도구. 생활권 안에서 쓰는 공격 스킬."

청소 골렘이 즉시 뒤를 이었다.

"등록된 물류 표식과 가전제품 반입용 차폐막은 제외합니다."

"그래. 택배까지 빨아들이면 곤란하니까."

[생활권 자동 정화 모드 설정]

[오염원 감지 시 퇴출 경로를 지정하십시오]

현우는 잠깐 멈췄다.

정면으로 밀어내면 침입자들이 다시 14층 통로에 걸릴 수 있었다. 던전은 넓고 헌터들은 방향을 잃으면 괜히 큰 소리를 냈다.

그는 1층 입구의 바깥쪽을 가리켰다.

"현관 밖. 거기가 제일 넓어."

수정통 아래로 가느다란 선들이 뻗었다. 선은 배관을 따라 14층 환기 통로로 내려가고 다시 1층의 차폐선까지 이어졌다.

현우는 마지막으로 원형 선 바깥에 사각형을 하나 그렸다.

"여기에 진법도 붙여. 청소하다가 다시 들어오면 번거로우니까."

"방어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합니까?"

"응. 들어오려면 먼저 허락을 받으라고 해."

14층 배수로에서 장태준은 봉인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방패를 들었다.

문 너머는 예상보다 정돈돼 있었다. 젖은 돌바닥에는 얕은 물길이 일정한 간격으로 흘렀고 벽을 따라 은빛 배관이 길게 이어졌다. 던전의 독성 이끼는 깨끗하게 걷혀 있었다.

한 팀원이 배관을 훑어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건 사람이 관리한 겁니다."

"그러니까 안쪽에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래도 이 정도 설비면 본인 의지일 수도…"

장태준은 고개를 저었다.

"S급 던전에서 혼자 살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어. 누군가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겠지. 조심해서 간다."

그는 도끼를 앞으로 내밀었다.

도끼날에 감긴 붉은 마력이 통로를 비추는 순간 바닥의 물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후우우.

낮은 바람 소리가 벽 안에서 시작됐다.

팀원들은 처음에 환기 장치가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바람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갑옷 틈과 장갑 표면에 들러붙어 있던 마력 가루를 찾아내듯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방패의 문양에서 희미한 빛이 한 가닥 빠져나갔다.

"뭐지?"

장태준이 방패를 내려다보는 사이 도끼에 감긴 붉은 마력이 실처럼 풀려났다. 바닥의 배수 홈으로 흘러든 빛은 보이지 않는 관을 타고 사라졌다.

통로 바닥에 푸른 글자가 떠올랐다.

[생활권 자동 정화 중]

[허가 없는 전투 마력을 제거합니다]

"결계다! 방어막 전개!"

팀원들이 동시에 마력막을 펼쳤다.

그 선택이 오히려 바람을 세게 만들었다.

새로 피어난 마력막이 하얀 먼지처럼 뜯겨 나가 배수 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정통 안에서는 정화된 마력이 냉각수와 분리돼 은은한 빛으로 변했다.

발전실 패널의 숫자가 96에서 97로 올라갔다.

청소 골렘이 고개를 들었다.

"보조 전력 충전 중입니다."

"좋네. 청소도 하고 전기도 만들고."

현우는 발전실 벽에 뜬 관찰창으로 침입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 무기를 놓지 않았다. 장태준이 이를 악물고 도끼를 휘둘렀다.

붉은 검기가 배관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벽이 종이처럼 접혔다.

검기는 벽면에 닿지 못하고 반대쪽 빈 통로로 미끄러졌다. 멀리 있던 낡은 바위 기둥 하나만 쪼개고 사라졌다. 사람도 배관도 다치지 않았다.

통로의 푸른 글자가 바뀌었다.

[생활권 방어 진법 가동]

[공격 행위는 외부 구역으로 반송됩니다]

"누가 이걸 던전이라고 부른 거야?"

뒤쪽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내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의 자신감이 없었다.

"팀장님. 이건 구출 대상이 만든 시설입니다. 우리를 죽일 생각도 없어요."

장태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발밑에서 바닥의 경사가 아주 느리게 기울기 시작했다. 물길은 1층 방향으로 흘렀고 배관은 그 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막혀 있던 갈림길들이 순서대로 접혀 사라졌다.

남은 길은 하나였다.

팀의 뒤쪽이었다.

현우는 통로 전체에 들리도록 목소리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벽에 짧은 문장 하나를 띄웠다.

[출구는 뒤쪽입니다]

장태준이 방패를 움켜쥐었다.

"후퇴한다."

"팀장님?"

"이 상태로는 더 들어갈수록 장비만 망가진다. 다친 사람 없이 나간다."

후퇴를 선택하자 바닥의 기울기가 조금 더 커졌다. 여섯 명은 달리기 시작했고 통로는 그들의 발밑에서 매끈하게 이어졌다. 14층 배수로가 8층처럼 보였다가 3층처럼 짧아졌다.

공간이 길이를 접고 있었다.

마지막 팀원이 발을 헛디딘 순간 여섯 명은 미궁의 정원 1층 출구 앞에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방패와 무기는 손에 남아 있었지만 그 위를 감싸던 전투 마력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입구 바깥의 임시 펜스에 기대고 있던 관리국 직원이 화들짝 일어났다.

"어디서 들어오신 겁니까?"

장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던전 입구를 돌아보았다.

검은 공간문 위에 새 경고문이 떠 있었다.

[구출 불필요]

[무단 방문 금지]

[다음부터는 초인종부터 누르십시오]

15층 발전실에서 청소 골렘은 수정통 안의 빛을 살폈다. 소용돌이는 안정적으로 돌고 있었고 새 방어선은 붉은 점 하나 없이 맑았다.

"자동 마력 청소기 정상 작동. 생활권 방어 진법 등록 완료. 변환기 2호기 출력 안정률 97퍼센트입니다."

현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시로 돌려. 먼지는 바로바로 치워야지."

그는 발전실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 안전장치를 더했다. 등록된 택배함과 서연희의 물류 표식만 통과하도록 작은 차폐막을 덧댔다.

치킨 상자와 새 가전은 언제든 환영이었다.

사람이 든 갑옷과 공간 절단 도구는 아니었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통신 수정구가 조용히 깜박였다. 박철진 국장이 남긴 음성 메시지였다.

"강현우 헌터님. 방금 비인가 팀의 진입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관리국은 파견한 적이 없습니다. 현장에는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혹시 피해가 있었다면…"

현우는 메시지를 중간에 멈췄다.

"피해는 없어요. 청소만 했지."

청소 골렘이 덧붙였다.

"침입 마력 정화량으로 보조 전력 1퍼센트 확보."

"그럼 손해도 아니네."

현우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게임 화면은 절전 모드에 들어가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컨트롤러를 잡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첫 보스가 포효했다. 거실의 조명은 부드럽게 어두워지고 냉각선은 조용히 순환했다.

이번에는 어디에서도 전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푸른 채널 하나가 열렸다. 서연희의 메시지였다.

[85인치 TV 반입 건으로 단독 거래 조건을 제안드려도 될까요?]

현우는 게임의 로딩 바를 보다가 짧게 답했다.

[치수부터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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