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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神判)의 마스터 변호인6화

신판(神判)의 마스터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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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자식의 명부

“북문 기록고로 가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귀마의 손가락뼈가 판석을 두 번 두드렸다.

“죄목 심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망자의 변명 하나를 붙들고 법정을 어디까지 끌고 갈 셈이냐.”

“변명이 아니라 보전된 기록입니다.”

나는 봉인 목록의 끝을 가리켰다. 검은 먹물로 적힌 세 글자가 칼산의 붉은 빛을 받아 더 짙게 보였다.

북문 기록고.

그 아래에는 내가 보호 전환 이송함을 언급하기 전 이미 찍힌 열람 신청 도장이 있었다. 신청 대상은 이송함 전체가 아니었다.

자식 명부 정정본.

“선행 열람 신청이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기록이 훼손되면 이 법정은 박덕순 님이 아이를 버렸다는 요약본만 놓고 심문하게 됩니다.”

귀마의 잿빛 눈동자가 가면의 틈에서 가늘어졌다.

“열람 신청만으로 훼손을 단정하겠다는 거냐.”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조하자는 겁니다. 보호 전환 이송함의 봉인 경로와 서문-칠-삼 분류 기록은 이미 보전됐습니다. 그 기록과 자식 명부 정정본이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정정본은 명부관리국의 권한이다.”

“권한이 있다는 사실과 정정 내용이 맞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박덕순이 내 옆에서 털신 한 짝을 껴안았다. 다른 손에는 불에 그을린 푸른 천 조각이 있었다. 그녀는 천에 남은 서문-칠-삼이라는 숫자를 엄지로 더듬었다.

“변호사님.”

나는 고개를 돌렸다.

“도윤이가 살아 있는지 묻지는 않겠습니다.”

박덕순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끝은 흐리지 않았다.

“그 아이가 제 손을 떠난 뒤 어디로 갔는지만 보게 해 주세요.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요.”

“알겠습니다.”

나는 귀마를 향해 손목을 들었다.

“선행 열람 신청 대상인 자식 명부 정정본과 서문-칠-삼 이송 분류 기록의 긴급 대조를 신청합니다.”

팔찌가 살갗을 차갑게 조였다.

긴급 대조 신청을 기록함.

붉은 글자가 법정 한가운데 떠올랐다. 귀마는 그것을 오래 바라보다가 서리를 불렀다.

“한 번이다. 북문 기록고에서 원본을 베끼지 못한다. 봉인을 건드리는 행위도 대조에 필요한 범위를 넘으면 허가하지 않는다.”

“기록을 없애지 않으면 됩니다.”

귀마의 가면 아래에서 낮은 웃음이 흘렀다.

“그 말은 네가 할 말이 아니다.”

나졸 둘이 박덕순의 곁에 붙었다. 호송이라는 말은 붙지 않았지만 그녀의 양팔을 가로막는 창끝은 충분히 그 뜻을 말했다.

나는 박덕순에게 낮게 말했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모른다고 말하셔도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채우지 마세요.”

그녀는 털신을 가슴에 더 밀착시켰다.

“이번에는 모른다고만 하지 않겠습니다.”

칼산 법정의 검은 문이 열렸다.

문 너머로는 바람도 없는 복도가 북쪽을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북문 기록고는 검은 벽돌로 쌓은 우물 같았다. 벽에는 이름 대신 죄목과 분류 번호를 단 서랍이 층층이 박혀 있었다. 회색 도포를 입은 수문장이 등잔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도산지옥의 열람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미 열람 봉인이 걸린 건입니다.”

나무패 끝에는 검은 실로 묶인 봉인 종이가 달려 있었다. 종이 한가운데에 적힌 글자를 확인한 박덕순이 숨을 들이켰다.

자식 명부 정정본.

“누가 신청했습니까?”

수문장은 고개를 저었다.

“신청인 표기는 열람 책임자 외에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신청 대상이 왜 정정본인지도 모릅니까?”

“기록고는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권한과 시각만 확인합니다.”

“오늘 신청 시각은?”

수문장은 나무패를 뒤집었다.

“도산지옥 심문 개시 전.”

수문장이 봉인 종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선행 열람 봉인이 있으니 후순위 열람은 기다려야 합니다.”

“보전 명령보다 앞선 개인 열람은 우선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귀마가 준 명령패를 꺼냈다.

“더구나 이 봉인은 대조 대상인 정정본에 걸려 있습니다. 선행 신청자가 확인하려던 기록을 먼저 닫아 두고 저희에게는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문장의 시선이 명령패와 봉인 종이 사이를 오갔다.

“판관의 추가 명령이 없으면….”

“오늘 여기서 정정본을 열지 않으면 다음 심문에서는 원래 문장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말할 수 없습니다. 그건 열람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증거를 잃는 문제입니다.”

수문장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의 손등에 붙은 종이 자국이 등잔불 아래에서 하얗게 떠올랐다.

잠시 뒤 그는 통로 가장 안쪽의 서랍 하나 앞에 섰다. 표찰에는 ‘서문 화재 / 보호 전환 / 칠-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열쇠를 돌리자 서랍 안에서 마른 종이 냄새가 흘러나왔다.

서랍에는 두루마리 세 장과 접힌 이송표 한 장이 있었다. 가장 위의 색인표에는 이름이 없었다.

무명 아동.

박덕순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도윤이 이름이 없어요.”

나는 색인표를 바로 집지 않았다. 수문장에게 고개를 끄덕여 먼저 이송표를 펼치게 했다.

“아직 이 아이가 도윤 군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번호와 시각을 먼저 맞추겠습니다.”

이송표 첫 줄에는 서문-칠-삼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화재 발생 시각과 대기열 확인 시각이 순서대로 이어졌다. 박덕순의 명부에 적힌 도주 시각보다 앞선 시간이었다.

상태란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열성 경련. 의식 혼미.

분류란에는 보호 전환.

박덕순이 그 글자를 읽지 못하고 내 얼굴을 보았다.

“열 때문에 몸이 굳는 증상입니다.”

내 설명에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도윤이가 제 품에서 몸을 떨었어요. 울지도 못하고 손가락만 구부렸어요.”

“그 기억과 상태란은 맞습니다.”

귀마가 뒤에서 차갑게 끼어들었다.

“맞는다고 할 수 없다. 무명 아동이 수없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표식과 시간을 대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송표 하단을 짚었다. 인계 시각은 박덕순이 진료소 천막에서 검은 팔토시의 인물에게 아이를 넘겼다고 기억한 시간대와 겹쳤다. 인계자 서명은 먹물이 번져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다.

표식 회수란에는 작은 숫자가 남아 있었다. 칠-삼. 젖음. 재표식.

박덕순이 입을 막았다.

“새 천을 묶어 줬다고 했어요.”

“이건… 제가 보따리에 넣은 천이 젖어서 떼어 냈다는 말과 맞아요.”

“맞습니다. 다만 이 표식이 도윤 군의 것이라는 결론은 아직 아닙니다.”

나는 그녀에게도 같은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래도 당신이 아이를 길에 두고 곧장 떠났다는 명부 문장과는 맞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기록은 아이가 보호 전환 절차에 인계됐을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귀마가 코웃음을 쳤다.

“보호 전환은 구조가 아니다. 이송 뒤에 죽었을 수도 있다.”

“그 점은 동의합니다.”

나는 그의 말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송이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길 위에서 굶어 죽었다는 기록이 자동으로 참이 되지는 않습니다.”

수문장이 두 번째 두루마리를 펼쳤다. 종이 가장자리에는 오래된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제목은 자식 명부였다.

첫 문장은 흐렸지만 읽을 수 있었다.

보호자와 분리된 아동. 서문 임시 진료소 보호 전환. 사후 확인 대기.

박덕순이 그 문장을 한 글자씩 따라 읽었다. 눈물이 떨어졌지만 그녀는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옆에 놓인 세 번째 두루마리는 더 새 종이였다. 제목은 같았지만 글자는 굵고 검었다.

모친 도주 후 길 위 아사. 유기 사실 명백.

정정 시각은 이송표의 인계 시각보다 한참 뒤였다. 그런데 정정 근거가 적혀야 할 칸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결재선만 검게 눌려 있었다.

“수문장.”

내 목소리가 낮아졌다.

“명부 정정은 어떤 근거로 합니까?”

“사망 확인서나 인계 기록, 현장 확인문이 붙습니다.”

“여기에는 없군요.”

수문장은 빈 근거란을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첨부 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사망 확인자도 없고 현장 확인문도 없습니까?”

“이 서랍에는 없습니다.”

귀마가 손을 뻗어 두루마리를 덮으려 했다.

“기록고에 없다고 세상에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그의 손보다 먼저 정정본의 시각을 가리켰다.

“그럼 어디에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정정 전 기록은 보호 전환과 사후 확인 대기입니다. 정정 후 기록은 길 위 아사와 모친 도주입니다. 두 문장 사이를 잇는 근거가 비어 있다면 정정본만으로 박덕순 님에게 유기와 아사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너는 명부관리국의 권한까지 부정하겠다는 거냐.”

“권한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권한을 행사한 기록을 요구하는 겁니다.”

이태가 정정본 곁에 몸을 숙였다. 그는 종이에 닿지 않은 채 코끝을 가까이 댔다.

“같은 냄새예요.”

귀마가 날카롭게 말했다.

“말하지 말랬을 텐데.”

“추측 아닙니다. 냄새가 있습니다.”

이태는 찢긴 장부의 가장자리와 푸른 천을 떠올리듯 눈을 감았다.

“약초 냄새 밑에 쇠 냄새가 있어요. 이송표의 번진 서명에도 있고 정정본의 결재선에도 있어요. 검은 삼각 표식에서 맡은 것과 같은 냄새입니다.”

“그 냄새가 사람 이름을 말해 주나?”

“아니요.” 이태가 귀마를 똑바로 보았다. “하지만 같은 손이 지나간 자리를 알려 줍니다.”

수문장이 서랍 바닥을 더듬다가 얇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봉인 종이에 매달렸던 선행 열람 신청서였다.

신청인 이름이 적힌 부분은 칼끝으로 긁혀 있었다. 종이는 여러 번 긁힌 탓에 거의 뚫릴 듯 얇아져 있었다.

그러나 권한란의 인장은 남아 있었다.

명부관리국.

박덕순이 그 인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은 제 아이 이름을 알고 있었을까요.”

박덕순이 먼저 털신을 들어 보였다. 닳은 밑창과 그을음이 등잔불을 받아 거칠게 드러났다.

“도윤이는 여기 있었어요.”

그녀는 울지 않았다. 울음을 지나쳐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제가 잊었다고 해서 없던 아이가 되는 건 아니에요. 이 아이 이름을 찾겠습니다. 제가 손을 놓은 시간이 있었다면 그것도 찾겠습니다. 하지만 버렸다는 글자 하나로 끝내지는 않겠어요.”

나는 그녀의 말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게 손목을 들었다.

망자 박덕순은 자식의 행방 및 명부 정정 경위에 관한 확인을 요구함.

붉은 글자가 두루마리 위에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이어 말했다.

“서문-칠-삼 이송표, 자식 명부 정정 전 원기록, 정정본, 정정 근거란과 선행 열람 신청서를 함께 보전해 주십시오. 정정 근거가 제출될 때까지 박덕순 님의 유기 및 아사 관련 심문은 중지해야 합니다.”

귀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거절할 말을 찾는 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기록고 수문장이 먼저 두루마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이 기록들은 같은 서랍에서 나왔고 정정 전후 문장이 다릅니다.”

“보전 전에는 어느 한 장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잠시 후 팔찌가 뜨겁게 울렸다.

서문-칠-삼 관련 이송표, 자식 명부 원기록 및 정정본, 선행 열람 신청서를 보전함.

붉은 글자가 사라진 자리에서 귀마가 나를 노려보았다.

“심문 중지는 허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근거가 제출될 때까지 유기와 아사 문장을 확정하지는 않겠다.”

수문장이 서랍을 닫으려다 멈췄다. 서랍 안쪽 판에 희미한 긁힌 자국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등잔을 가까이 댔다.

명부관리국 제삼정리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누군가 손톱으로 남긴 듯한 짧은 문장이 있었다.

정정 근거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록고의 등잔불이 한순간 길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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