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

9화: 신전 약방의 납품점
이름이 적힌 장부는 사람을 침묵시키기 어려웠다.
나는 동문 빈민 의원의 환자 기록을 탁자 위에 펼쳤다. 잠에서 깨지 못한 소녀의 이름 옆에는 약품 승인 인장이 있었다. 세르비안의 인장이었다.
의원장은 종이 끝을 잡은 손을 떨었다. 병실에서 본 소녀는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 약을 끊은 뒤에도 숨만 고르게 오르내린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고발할 수 없소."
그가 인장을 가리켰다.
"물건을 받았다는 뜻일 수도 있지. 신전 약방에서 납품한 약마다 그 인장이 찍히니까."
"그래서 더 찾을 겁니다."
나는 마르타가 빌려준 하녀 숙소 기록을 옆에 놓았다. 기록에는 같은 날 같은 회색 재가 적혀 있었다. 눈을 뜨지 못한 하녀 둘의 이름도 있었다.
두 장부의 배달 표식은 얼핏 달랐다. 그러나 화살표 끝의 짧은 선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교체분입니다."
의원장이 얼굴을 들었다.
"무슨 뜻이오?"
"정식 납품 뒤에 따로 들어온 물건이요. 장부에는 부족분 보충이라고 쓰고 실제로는 약통을 바꾸는 거죠."
라일라가 종이 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여기 회수 시각도 같아요. 해 질 무렵. 신전 약방 뒤편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통 바닥에 재를 넣은 사람이 통을 회수하러 돌아온다면 원래 장부도 손댈 것이다.
의원장은 창밖을 보았다. 약방 쪽 종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들이 알면 환자들이 피해를 봅니다. 약을 끊어 버릴 수도 있어."
"그래서 환자 이름은 가리겠습니다."
나는 빈 종이를 꺼내 기록을 옮겼다. 이름 대신 나이와 증상, 약통 번호만 남겼다. 누구도 아이들의 약한 순간을 구경거리로 만들 수 없게 해야 했다.
"하지만 약통 번호와 인장은 남길 거예요. 피해는 숨길 일이 아니니까요."
의원장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의 감정색에는 두려움이 짙었지만 그 밑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하는 푸른빛이 남아 있었다.
그는 마침내 서랍 깊은 곳에서 얇은 장부 하나를 꺼냈다.
"교체분이 들어온 날마다 따로 적어 둔 거요. 혹시라도 환자가 나빠질까 봐."
장부 마지막 줄에는 오늘의 회수 시각과 수레 번호가 적혀 있었다.
나는 사본을 네 장 만들었다. 한 장은 의원장에게 남기고 한 장은 마르타에게 보낼 것이었다. 한 장은 라일라의 가방에 넣었다.
마지막 한 장만 내 품에 넣었다.
증거는 손에 쥐고 있는 사람보다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오래 남았다.
카시안은 약속보다 먼저 정보를 가져왔다.
그가 내 거처 응접실에 들어온 순간 라일라는 창가 쪽으로 물러섰다. 나는 그에게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그도 앉지 않았다.
그의 왼팔은 외투 안에 감춰져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아주 조금 굳는 것이 보였다. 치료동에서 본 붕대가 떠올랐지만 나는 먼저 묻지 않았다.
카시안이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세르비안의 마차가 오늘 저녁 장부를 바꾼다."
봉투 안에는 마차의 출발 시각과 북문 경비 교대표가 적혀 있었다. 신전 치료 자원봉사자들이 동문 상인들의 손을 살피며 돌아다닌다는 보고도 있었다.
상처 난 손을 찾는다는 말은 카시안을 향하고 있었다.
"누가 쓴 정보죠?"
"내 사람이다."
"그리고 저는 그 정보를 알아도 되는 사람이고요?"
카시안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빛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가져왔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미 끝난 일의 결과를 통보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움직이기 전에 내 손에 선택지를 올려놓는 말이었다.
나는 봉투를 내려놓았다.
"약방 앞에서 장부를 열겠습니다. 의원장과 마르타 부인도 부를 거예요. 골목 상인들도요."
"위험하다."
"알아요. 그래서 당신은 출구만 지켜 주세요. 누구도 장부를 가져가지 못하게."
그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
"제게 말을 하지 말라는 명령도 안 되고요."
"하지 않겠다."
나는 잠시 그의 손을 보았다. 붕대 아래에 감춰진 손이었다.
"신전은 당신도 찾고 있어요."
"알고 있다."
"그럼 오늘은 혼자 움직이지 마세요."
카시안이 나를 바라보았다. 뜻밖이라는 표정은 아주 짧게 지나갔다.
"그건 내게 하는 부탁인가."
"제가 세운 공개 검수에 불필요한 변수가 생기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이에요."
그의 입가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움직였다.
"알겠다."
나는 그 대답을 믿는 대신 용서하지는 않았다. 둘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해가 기울자 신전 약방 앞에는 약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문 옆에는 치료 지원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서 약통을 받아 든 노인이 기침을 했다. 나는 그 팻말을 한 번 바라본 뒤 마차가 들어오는 골목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세르비안은 우리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로제 양이 환자들 앞에서 무슨 소동을 만들 생각인지 모르겠군요."
"소동은 장부를 바꾸는 사람이 만드는 겁니다."
나는 의원장의 영수증과 이름을 가린 피해 기록을 들어 보였다. 마르타는 하녀장 대리인의 표식을 달고 내 옆에 섰다. 의원장과 골목 상인 둘도 각자 사본을 들고 있었다.
"이 기록에는 같은 약통 번호가 두 번 적혀 있습니다. 한 번은 정식 납품으로 한 번은 교체분으로요. 교체분 뒤에 잠에서 깨지 못한 환자가 나왔습니다."
줄에 서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세르비안의 미소가 조금 굳었다.
"환자의 병세를 약방 탓으로 돌리는군요. 치료 지원 물품은 신전의 관리 아래 있습니다. 공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교체분이라는 표식은 설명해 보세요."
나는 마차 상자의 번호와 의원 영수증의 번호를 또렷하게 읽었다. 같은 번호가 두 번 있었다.
마르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별궁 보관함에도 이 번호가 있습니다. 회수된 향초 통 두 개와 함께요. 하녀 숙소에서 깨지 못한 사람이 나온 날과도 일치합니다."
세르비안의 시선이 마르타에게 옮겨갔다. 그는 하녀장 대리인에게 함부로 소리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뒤편 골목에서 회색 덮개를 씌운 마차가 멈췄다. 운반꾼 둘이 상자를 내리려 했다.
"이 물건은 관련 없습니다."
세르비안이 빠르게 말했다.
"그러니 지나가게 하시죠."
운반꾼 하나가 상자를 들고 골목으로 빠지려 했다. 그 앞에 카시안이 섰다. 검은 외투 아래로 드러난 표정은 차가웠지만 그는 손을 뻗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바르텔과 경비대가 마차의 길을 막았다.
"검수하겠습니다."
내 말에 세르비안이 비웃듯 숨을 내쉬었다.
"당신에게 그런 권한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래서 기록을 가진 사람들과 왔어요. 의원장님은 약통을 받았고 마르타 부인은 회수 번호를 확인했으며 상인분들은 오늘 이 장부가 옮겨지는 걸 보셨죠. 여기서 상자를 열지 않으면 그 사실도 함께 남을 겁니다."
잠시 뒤 의원장이 앞으로 나섰다.
"내 의원에서 잠들지 못한 아이가 나왔소. 나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봐야 하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세르비안은 더 이상 막지 못했다.
상자가 열렸다.
맨 위에는 새 장부가 있었다. 날짜와 수량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장부 아래에서는 회색 재 봉투와 긁어낸 이름표가 나왔다.
이름표 밑에는 새 장부에 없는 환자 번호가 적혀 있었다.
라일라가 숨을 삼켰다.
"없어진 기록을 덮은 거예요."
나는 손을 떨지 않으려 장부 가장자리를 눌렀다. 종이에는 차갑고 매운 향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세르비안의 감정색이 처음으로 탁한 붉은빛으로 뒤틀렸다.
"나는 전달했을 뿐입니다. 성소에서 내려온 물건을 거절할 수는 없었소."
"누가 내렸는데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끝이 장부 마지막 쪽에서 멈췄다. 잘라 낸 듯한 빈칸 아래에 흐린 먹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북부의 피가 확인되면 성소로.
문장 아래에는 세르비안의 인장과 낯선 원형 봉인이 겹쳐 있었다. 태양을 두른 성소의 봉인.
카시안의 손이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신전은 환자를 재운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밤 내 피를 흘리게 한 사람까지 찾고 있었다.
나는 약방 안의 작은 탁자 위에 사본을 나누어 놓았다.
의원장에게는 환자 번호와 약통 번호가 남은 사본을 맡겼다. 마르타에게는 별궁 회수 기록과 대조표를 건넸다. 상인들에게는 오늘 마차와 상자가 열린 시각만 적힌 확인서를 썼다.
원본 장부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봉투에 넣었다.
"이건 하녀장 별도 기록과 의원 기록에 같이 남기겠습니다."
세르비안은 경비대 사이에 서서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그를 지금 당장 끌고 갈 근거는 부족했다. 하지만 장부를 바꾸고 피해 기록을 덮은 흔적까지 사라지게 둘 이유는 없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성소 봉인은 대공저 쪽에서도 확인하겠다."
나는 그를 보았다.
"확인한 건 제게 알려 주세요."
"알겠다."
그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바르텔이 카시안에게 다가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문장을 들었다.
"수색대가 북문에서 결계의 피 흔적을 찾았습니다. 성소로 올려보냈답니다."
카시안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확보한 장부와 그의 상처는 이제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니었다. 신전은 사람들의 잠을 빼앗아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카시안이 누구인지까지 알아내려 했다.
나는 품 안의 원본 봉투를 더 단단히 쥐었다.
세르비안의 개인 인장 위에 찍힌 성소 봉인은, 아직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더 큰 손의 흔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