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

11화: 이혼 무효
다음 날 아침에도 전날 카시안이 떠난 뒤 흔들린 문고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탁자 위에 남은 브란트 남작의 계약서를 접었다. 역겨운 조항 속 글자들은 신전의 손길을 증명하고 있었다.
라일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저택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카시안이 다시 온 건가요?"
"이번에는 법원 서기관이라고 합니다."
나는 접어 두었던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문이 열리자 회색 관복을 입은 남자가 두꺼운 봉투를 안고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검은 외투를 입은 카시안과 바르텔이 서 있었다.
카시안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먼저 굳었다.
그는 어제보다 더 창백했다. 왼팔은 외투 안쪽에 가려져 있었고 손가락 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평소처럼 감정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채색의 가장자리가 아주 얇게 흔들리고 있었다.
"에블린 폰 로제 영애께 제국 귀족법원에서 보내는 통지서입니다."
서기관이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바로 받지 않고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수령 시각을 적어 주세요. 서기관님의 이름과 소속도요."
라일라는 곧장 장부를 펼쳤다.
서기관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신분을 밝히고 방문 시각을 말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그제야 봉투를 받았다.
붉은 법원 봉랍 위에는 검은 늑대 문장이 찍혀 있었다. 발렌티노 대공가의 인장이었다.
봉랍 가장자리에는 낯선 은빛 가루가 얇게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손끝을 멈췄다.
세르비안의 장부 마지막 장에서 보았던 성소 봉인과 같은 결이었다. 눈부신 은빛은 아니었다. 종이 아래에서 차갑게 번지는 금속성 빛이었다.
"무슨 통지서죠?"
내가 물었지만 서기관은 카시안을 바라보았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내가 설명하지."
나는 봉투를 뜯었다. 첫 줄부터 숨이 막혔다.
[발렌티노 대공과 에블린 폰 로제 사이에 체결된 이혼 합의의 효력 정지 및 무효 확인 청구.]
그 아래에는 임시 조치가 적혀 있었다.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에블린 폰 로제의 신변과 혼인에 관련된 법적 결정은 발렌티노 대공가의 보호 아래 둔다. 당사자는 대공저의 지정 거처로 이동하며 외부 혼인 제안과 자산 처분을 법원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없다.
종이를 쥔 손이 차갑게 식었다.
"이혼 무효라니."
내 시선이 카시안에게 향했다.
"당신이 신청했어요?"
"그렇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서기관이 헛기침을 했다.
"정확히는 대공 각하께서 이혼 합의가 정상적인 자유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청구를 접수하셨습니다. 효력 정지 신청도 함께 들어갔고요. 아직 혼인 상태가 최종적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이 오히려 더 모욕적이었다.
나는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럼 저는 아직 자유로운가요?"
"최종 판결 전까지는 이혼 효력이 유보된 상태입니다. 법적으로는 전 대공비의 지위와 권리 일부가 유지됩니다."
일부.
그 말 속에는 내가 상단의 돈을 움직일 때조차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었다.
"나가 주세요."
서기관이 눈을 크게 떴다.
"영애."
"통지서는 받았습니다. 수령 기록도 남겼고요. 더 들을 이야기는 카시안 각하에게 직접 듣겠습니다."
서기관이 카시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바르텔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들이 나가자 라일라는 응접실 한쪽에 조용히 섰다. 나는 카시안과 둘만 남은 공간이 불편했지만 그를 먼저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이제 설명해 보세요."
카시안은 탁자 위의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브란트는 실패했다. 다음에는 더 높은 귀족이 올 거다. 혼인 후견권을 이용해 네 증거와 상회를 빼앗으려는 자가."
"그래서 당신이 먼저 제 혼인을 빼앗겠다는 건가요?"
그의 입술이 굳었다.
"내가 너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다."
"서류에는 제가 대공저로 이동해야 한다고 적혀 있어요. 제 자산 처분도 제한하고 외부 혼인 제안도 막겠다고요. 이게 빼앗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뭡니까?"
카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색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내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네가 내 법적 보호 아래 있으면 신전이 혼인법을 이용할 수 없다."
"당신의 법적 보호 아래 있다는 건 당신이 제 남편이라는 뜻이죠."
"그렇다."
"나는 그 관계를 끝냈어요. 당신이 서명했잖아요."
"그 서명이 네 자유로운 판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법원에 말할 수 없다."
나는 신청서의 근거 항목을 다시 읽었다. 하나는 신변 위협으로 인한 자유 의사 흠결이었다. 다른 하나는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배우자의 보호 의무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내 자유를 보호한다는 말로 내 권한을 묶는 방식이었다.
"무슨 뜻이죠?"
카시안이 한 걸음 다가왔다.
"신전의 경고장. 네 거처에 남은 향과 자객. 네가 쥔 장부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지. 그런 상황에서 네가 내게서 벗어나겠다고 한 결정을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 있나."
"그 위협을 만든 사람이 당신은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네가 위험한 상태에서 혼자 판단하도록 내버려 뒀다."
"저를 믿지 않았던 건 당신이에요. 제게 위험을 말하지 않았고 제 곁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숨겼죠. 이제 와서 제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카시안의 손이 주먹으로 굳었다.
"네가 죽을 수 있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그래서요? 제가 죽을까 봐 제 삶을 당신에게 넘겨야 합니까?"
"내 곁에 있으면 살릴 수 있다."
"당신 곁이 안전하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신청서의 다음 장을 펼쳤다. 내 거처의 구조와 최근 이동 시각이 적혀 있었다. 신전 약방에서 나와 의원으로 간 시간. 별궁 물품표를 확인한 날짜. 카시안이 치료동에 있었던 날 내가 그곳에 들어간 시각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이건 누가 썼습니까?"
"내 보고서다."
"누가 저를 감시했는지 묻는 거예요."
"널 감시한 게 아니다. 지킨 거다."
"당신의 부하들이 제 문밖에 서 있고 제 움직임이 매일 보고됐는데도요?"
카시안은 침묵했다.
"당신은 이혼한 뒤에도 제게서 눈을 떼지 않았군요."
"네가 원할 때만 호위를 붙이겠다고 했다."
"그건 제가 알아낸 뒤에 한 말이죠. 그전에는 허락도 없이 제 삶을 들여다봤고요."
카시안이 시선을 내렸다. 얼굴에는 짧은 피로가 스쳤다.
"네가 알면 나를 믿지 않을 테니까."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믿음을 걱정하세요?"
카시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살기를 바란다. 그게 전부다."
"그 전부가 제게는 너무 많아요."
나는 서류를 돌려 그에게 보였다.
"이 조항대로라면 제가 가진 장부와 증거는 대공가의 관리 아래 들어갑니다. 제가 남작을 거절한 이유를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신전이 제 증거를 합법적으로 없애려 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같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카시안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내게는 또 하나의 확인처럼 느껴졌다.
"저는 대공저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나는 책상 서랍에서 이혼 서류 원본을 꺼냈다. 카시안이 서명한 마지막 장은 여러 번 접혔지만 글자는 분명했다.
"그리고 제 상회의 자산을 당신의 보호 아래 두지도 않을 겁니다."
"법원은 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제가 움직이게 만들 거예요."
나는 라일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상회 인장과 빈 위임장. 그리고 의원장에게 보낸 피해 기록 사본을 가져와 줘."
라일라가 재빨리 옆방으로 향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이혼 효력 확인 청구를 낼 겁니다. 임시 보호 조항의 철회도 함께 요구하고요."
"에블린."
"제가 만든 상회를 지키고 제가 모은 증거를 지키는 일입니다. 당신이 제 선택을 무효로 만들려 한다면 저도 당신의 신청을 법정에서 다툴 수밖에 없어요."
"그곳에는 신전의 눈이 있다."
"그럼 더더욱 가야죠. 신전이 법원에 손을 댔다면 장부와 봉인 기록을 함께 제출하겠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서류 봉인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 봉인에 신전의 마력이 섞여 있습니까?"
그의 얼굴이 굳었다.
"확실하지 않다."
"확인해 볼 생각은 했고요?"
"하고 있다."
"또 당신 혼자서요?"
그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봉인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갔다. 차가운 은빛이 아주 희미하게 번졌다. 세르비안의 인장이 찍힌 장부와 같은 결이었다. 하지만 이 봉인에는 발렌티노의 검은 늑대 문장이 함께 눌려 있었다.
신전이 카시안의 이름을 빌렸거나 카시안이 신전의 흔적을 이용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 일은 둘만의 다툼이 아니었다.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라일라가 돌아오기 전 바르텔의 목소리가 들렸다.
"각하. 성소에서 확인인이 왔습니다. 법원에 제출된 보증 봉인이 정식인지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카시안이 몸을 돌렸다.
"돌려보내."
"그가 법원 서기관의 동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는 서류를 접었다.
"들여보내세요."
카시안이 즉시 나를 막아섰다.
"안 된다."
"왜요? 또 제가 모르는 사이에 처리하시려고요?"
"그자는 신전의 사람이야."
"그래서 제가 직접 보겠다는 겁니다."
나는 그의 옆을 지나 문 앞으로 갔다.
바르텔 뒤에는 잿빛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목에는 작은 은색 태양 조각이 걸려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정중하게 웃었다.
"에블린 폰 로제 영애. 성소의 보증이 찍힌 서류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확인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요. 당신들이 먼저 봉인을 제공했으니까."
사제의 미소가 아주 조금 굳었다.
"성소는 두 분의 혼인이 제국의 안정을 위해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공비께서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면 예언의 불길한 흐름도 잠잠해질 것입니다."
예언.
그 단어가 공기 속에 떨어졌다.
카시안의 손끝이 크게 떨렸다. 그의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갔다.
나는 그를 보았다.
"예언이 제 이혼에 무슨 상관이죠?"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나가."
이번에는 명령에 가까운 살기가 섞여 있었다.
사제가 물러서지 않고 은색 태양 조각을 들어 보였다.
"각하께서 이혼을 무효로 하신 이유를 영애께서 아직 듣지 못하셨습니까?"
카시안이 손을 뻗었다. 검은 마력이 사제의 손목을 감쌌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사제의 손에서 봉투를 낚아챘다.
봉투 안에는 법원에 보낸 추가 진술서가 있었다.
첫 문장은 짧았다.
[당사자의 생명에 대한 예언적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혼인 관계를 유지할 것.]
나는 문장을 읽고 카시안을 돌아보았다.
"이게 당신의 진짜 이유입니까?"
그의 눈동자에 공포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부딪혔다.
"에블린. 그 문서를 내려놔."
"당신은 신전이 시키는 대로 제 이혼을 무효로 만들고 있습니까?"
"아니다."
"그럼 왜 이 문장이 당신의 신청서에 들어가 있죠?"
카시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제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그 안쪽에서 서늘한 은빛이 살아 움직였다.
나는 문서를 그의 가슴팍에 밀어 넣었다.
"당신이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는 한 저는 당신의 보호를 신전의 명령과 구분할 수 없어요."
카시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주 잠깐 그의 무채색이 갈라졌다. 그 안쪽에 깊은 보랏빛이 번진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는 그 틈을 스스로 닫아 버렸다.
"그렇다면 나를 믿지 마라."
차가운 말이었다.
나는 가슴 안쪽이 베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좋아요. 믿지 않겠습니다. 대신 법정에서 당신의 이혼 무효 신청을 끝까지 다투겠어요."
카시안이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일 정오에 첫 심리가 열린다."
"알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라."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건 제가 결정할 일입니다."
그가 더 말하기 전에 나는 문을 닫았다.
닫힌 문 너머에서 카시안의 발걸음이 멀어졌다. 손에 남은 서류에서는 차가운 은빛 냄새가 났다.
나는 이혼 서류 원본과 성소의 추가 진술서를 나란히 놓았다.
내가 얻은 자유를 빼앗으려는 손은 카시안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손을 자르려면 내일 법정에서 먼저 그를 가장 잔인하게 미워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