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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로 세상을 지배하는 마법사1화

코드로 세상을 지배하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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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대마법사의 깨달음

별관측탑 지하에서 푸른 빛이 폭발했다.

바닥을 가득 채운 9서클 마법진의 가장 안쪽 고리가 들썩였다. 은빛 룬 하나가 자리를 벗어나자 그 틈으로 새파란 불꽃이 분수처럼 치솟았다.

천장에 박힌 수정등이 일제히 꺼졌다. 잠시 뒤 연구실 전체가 마치 거대한 종처럼 울렸다.

“관측 수정부터 봉인해!”

견습 마법사 하나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손끝에서 나온 빛은 마법진 가장자리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갔다.

“안 됩니다! 마력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엘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바닥의 룬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관측진은 먼 북쪽에서 감지된 마력 폭풍을 분석하기 위한 장치였다. 9서클에 닿은 그가 사흘 밤낮을 들여 짠 식이었다.

그런 진이 자기 마력을 먹고 커지고 있었다.

평범한 폭주가 아니었다.

“모두 나가라.”

“대마법사님은요?”

“네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엘리언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그 한마디에 견습생들은 더 묻지 못했다. 문 쪽으로 달려가던 소년 하나가 뒤를 돌아보자 엘리언은 이미 지팡이를 바닥에 박고 있었다.

“외벽의 결계를 세 겹으로 올려라. 연구실 입구는 내가 닫는다.”

두꺼운 철문이 내려오는 소리가 지하를 채웠다. 마지막 틈이 사라지자 푸른 불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높아졌다.

엘리언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제3위계 차단식. 삼중 단절.”

푸른 사슬 세 줄이 마법진을 가로질렀다. 마력의 흐름을 세 갈래로 잘라 내는 고위 제어술이었다. 웬만한 7서클 주문이라면 이 한 번으로 꺼졌다.

하지만 사슬이 닿는 순간 룬들이 붉게 변했다.

쾅!

충격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엘리언은 한 걸음 밀려났고 지팡이 끝의 보석에 금이 갔다.

차단식은 끊긴 것이 아니었다. 잘린 흐름마다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세 갈래가 아홉 갈래가 되고 아홉 갈래가 스물일곱 갈래가 됐다.

마법진 한가운데의 푸른 불꽃이 사람 머리만 한 덩어리로 부풀었다.

“증식?”

엘리언은 미간을 좁혔다.

마력은 생물이 아니다. 스스로 늘어나는 성질은 없다. 공급원이 있거나 변환식이 잘못됐을 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그는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9서클 마법사의 감각이 진을 훑었다. 수백 개의 룬이 층층이 겹쳐진 구조와 그 사이를 오가는 마력의 길이 한순간에 머릿속에 펼쳐졌다.

관측식은 정상이었다.

거리 보정도 정상.

별빛을 마력으로 번역하는 변환식도 정상.

문제는 가장 단순한 곳에 있었다.

중앙의 작은 룬 하나가 같은 문장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별의 잔광을 불러온다.

불러온 잔광으로 다시 별을 찾는다.

찾은 별의 잔광을 다시 불러온다.

엘리언은 숨을 멈췄다.

그 문장은 어째서인지 낯설지 않았다.

눈앞의 푸른 불꽃이 흔들렸다. 그 빛의 끝에서 오래 묻어 두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하얀 형광등 아래의 책상. 식은 커피. 검은 화면 위로 끝없이 쏟아지던 글자.

강현우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새벽까지 들여다보던 화면이었다.

그는 한 줄을 고치면 두 줄이 무너지는 일을 겪었다. 닫히지 않은 괄호 하나 때문에 프로그램 전체가 멈추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계속 부르는 잘못된 호출이 얼마나 끈질긴지 알고 있었다.

‘재귀 호출.’

그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룬은 더 이상 고대어의 조합으로 보이지 않았다.

은빛 선들이 낯선 기호로 갈라졌다. 굽은 룬은 괄호가 됐고 별을 뜻하던 표식은 이름이 됐다. 엘리언의 시야 한가운데에 투명한 문장이 겹쳐 떠올랐다.

call(star_trace);

그 아래에 똑같은 문장이 있었다.

또 그 아래에도.

그 문장들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엘리언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이것이 환각인지 새로운 마법 감각인지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저 문장이 계속 실행되는 한 관측진은 탑의 마력을 다 먹고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천장 위에서 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폭주한 빛이 지하를 뚫고 올라가면 관측탑은 무너진다. 바깥으로 빠져나간 견습생들도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엘리언은 금이 간 지팡이를 내려다봤다.

“마법진이 문장이라면.”

그는 로브 소매를 걷어 올렸다.

“문장은 고칠 수 있겠지.”

지팡이 끝이 중앙 고리를 향했다. 엘리언은 관측진의 원래 구조를 머릿속에서 다시 세웠다. 무작정 지우면 별빛과 탑의 결계가 한꺼번에 끊긴다. 반복되는 호출만 바깥으로 빼야 했다.

그는 공중에 가느다란 마력선을 그렸다.

전통적인 룬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보이는 문장을 따라가는 선이었다.

call(star_trace);

첫 번째 문장이 손끝에서 떨렸다. 엘리언은 그 뒤에 새 흐름을 붙였다. 별빛을 불러오는 대신 이미 불러온 빛이 안정됐는지 확인하는 짧은 갈림길이었다.

if (trace == complete) stop;

마력이 손가락을 거세게 물었다.

피가 한 방울 떨어지자 새로 쓴 선이 붉게 물들었다. 관측진은 이질적인 문장을 거부하는 듯했다. 푸른 불꽃이 한 번 크게 부풀며 엘리언의 팔을 휩쓸었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마력선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원래의 룬을 삼키려 했다. 엘리언은 즉시 손목을 꺾어 선 하나를 끊었다. 잘못 붙인 갈림길까지 남겨 두면 폭주를 멈추는 대신 관측진 자체가 망가질 수 있었다.

그는 남은 선을 가장 바깥 고리에 걸었다. 별빛의 기록은 보존하고 반복된 호출만 흘려보내는 우회로였다. 완벽한 수정은 아니었다. 다만 탑이 무너지기 전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정이었다.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은 불완전했다. 눈앞의 문장이 어느 언어의 규칙을 따르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선택지도 없었다.

엘리언은 반복 호출이 갈라지는 지점을 노려 마력선을 비틀었다. 무한히 이어지던 문장 하나가 바깥 고리로 밀려났다.

그 순간 연구실의 모든 룬이 꺼졌다.

정적이 찾아왔다.

엘리언의 심장이 한 번 세게 내려앉았다.

곧 중앙의 빛구가 아주 작게 박동했다. 한 번. 두 번. 더는 커지지 않았다.

푸른 불꽃은 마치 길을 잃은 짐승처럼 주위를 맴돌다가 천천히 수축했다. 마법진을 뒤덮던 붉은 빛도 한 줄씩 사라졌다.

엘리언은 마력을 거두지 않은 채 끝까지 지켜봤다.

열 번째 박동이 지나자 빛구는 손바닥만 한 구체로 줄었다. 관측진의 고리들은 원래의 은빛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Error resolved: recursive mana call]

엘리언은 그 문장을 소리 없이 읽었다.

오류가 해결됐다.

누가 무엇을 해결했다고 알려 주는가. 마법진은 원래 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가 아는 모든 마법 이론에는 그런 항목이 없었다.

철문 밖에서 둔탁한 두드림이 들렸다.

“대마법사님! 살아 계십니까?”

엘리언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결계는 유지해라. 누구도 안으로 들이지 마라.”

“하지만 폭발은?”

“멈췄다.”

밖이 조용해졌다. 곧 믿기지 않는 숨소리와 웅성거림이 새어 들어왔다.

엘리언은 손등의 화상을 내려다봤다. 고작 한 줄의 흐름을 고쳤을 뿐이다. 그 대가로 마력이 절반 가까이 비었고 지팡이도 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관측진은 분명히 바뀌었다.

마법은 기적이 아니었다.

적어도 일부는 누군가가 쓴 규칙이었다.

그가 그 규칙을 읽을 수 있다면 고칠 수도 있다.

엘리언은 천천히 철문을 열었다. 겁에 질린 견습생들이 복도 끝에 몰려 있었다. 그중 가장 어린 소년이 바닥의 멀쩡한 마법진을 보고 입을 벌렸다.

“정말로… 고치신 겁니까?”

엘리언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고쳤다는 말은 아직 성급했다. 원인을 한 번 비껴갔을 뿐, 같은 일이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엘리언은 대답 대신 관측 수정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수정 표면에는 북쪽 밤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폭풍구름 사이로 별빛이 드문드문 드러난 풍경이었다.

그 별빛 한가운데에 검은 선이 있었다.

선은 천천히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번개처럼 번쩍이지도 않았다. 누군가 유리 위에 먹물을 얇게 긋는 것처럼 조용히 길어졌다.

견습생들은 그것을 먼 폭풍의 그림자쯤으로 여겼다.

엘리언만은 아니었다.

검은 선 주위로 붉은 문장들이 떠올랐다. 관측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크고 훨씬 빠른 글자들이었다. 몇 줄은 그가 읽기도 전에 사라졌다.

마지막 한 줄만 남았다.

[Warning: permission denied]

허가가 거부됐다.

엘리언은 창가로 다가갔다. 손등의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눈을 떼지 않았다.

저 하늘에도 누군가 고쳐야 할 문장이 있다.

그리고 자신은 아직 그것을 건드릴 자격이 없었다.

“종이와 잉크를 가져와.”

견습생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오늘 밤부터 관측진을 처음부터 다시 적는다.”

엘리언의 시선은 갈라진 밤하늘에 고정돼 있었다.

이번에는 별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상이 어떤 문장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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