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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107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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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두 갈래의 기록

하부 기록고에서 회수한 세 개의 수정판 조각은 제어실 작업대 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조각들은 봉인 천을 벗겨내자마자 반응실의 마나장을 빨아들이며 은은한 미열을 뿜어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고대 마도 유리의 파편처럼 보였지만 단면마다 얽힌 미세한 결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조각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반응실 마나에 공명해서 내부 룬이 깨어나려는 것 같습니다."

하나가 계측 프리즘의 초점을 맞추며 경고했다.

아리아가 즉시 손을 뻗어 작업대 둘레에 얇은 냉각막을 둘렀다. 푸른 서리가 파편 주위의 공기를 고정하자 미열로 떨리던 수정의 진동이 잦아들었다.

"온도는 섭씨 4도로 묶어 두었어요. 하지만 마나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내부 층이 뒤틀릴 수 있습니다."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열로 억지로 열려고 하면 기록 계면이 녹아내립니다."

우현은 허리춤의 시약 주머니에서 희석 킬레이트 용액과 형광 계면 활성 촉매를 꺼냈다.

"교수님, 이 세 조각의 단면을 보십시오. 하나는 결정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쪼개진 파단면이고 다른 두 개는 결정 성장 방향을 따라 완만하게 박리된 면입니다."

헤르만 교수가 안경을 고쳐 쓰며 돋보기를 들이밀었다.

"과거의 룬 각인은 균일한 매질에 한 번에 새기는 것이 정석이었네. 그런데 이건… 한 번에 새겨진 것이 아니군. 층마다 결정 구조가 달라."

"맞습니다. 고대 수리자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록을 덧씌운 겁니다."

우현은 피펫을 들어 촉매 용액을 세 파편의 접합면에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은회색 촉매 액이 미세한 균열을 타고 스며들자 파편 사이에서 층별 계면 장력이 완화되었다. 엉겨 붙어 있던 마나 이온들이 전하 차이에 따라 스스로 정렬하며 세 조각이 하나의 원형 원판 형태로 맞춰졌다.

파아아앗.

프리즘 화면 위로 형광 청록색과 짙은 보랏빛의 빛줄기가 겹쳐서 떠올랐다.

하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수치를 읽었다.

"청록색 층은 내부 기록고의 관리자 계통이에요. 그런데 그 위에 덮인 보랏빛 층은… 지난번 중계편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세 갈래 선 표식입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빛줄기는 하나의 원판 안에서 얽혀 있었지만 결코 융합되지 않은 채 경계면에서 팽팽한 척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반스 장군이 검자루를 매만지며 미간을 좁혔다.

"결국 외부의 침입자가 관리자의 기록판을 훔쳐서 자기들 표식을 덧그렸다는 뜻인가?"

"단순한 도용이나 침입이 아닙니다."

우현은 형광 선이 갈라지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결정 성장 속도와 이온 결합 에너지를 보십시오. 청록색 관리자 층은 지맥의 마나 유량을 90퍼센트 이상 통과시키는 개방형 다공성 구조입니다. 반면에 보랏빛 층은 그 다공 구조의 구멍을 강제로 메워버린 급랭식 완전 밀폐 격벽이에요."

엘레나가 세계수 안테나를 겹쳐진 빛줄기에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은빛 덩굴 형태의 안테나가 두 빛의 파동을 번갈아 수신하며 가늘게 떨렸다.

"두 신호의 지맥 진동수가 완전히 달라요. 청록색은 협곡 전체의 호흡과 일치하는데 보랏빛은 바깥 지맥의 모든 순환을 차단하라고 명령하고 있어요. 이건… 한 집단 안에서 일어난 싸움이에요."

헤르만 교수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룬 배열을 되짚었다.

"봉인 관리자들 내부의 분열이었단 말인가? 봉인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두고?"

"그렇습니다."

우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고대 봉인이 처음 완성되었을 때 관리자들 사이에는 두 개의 유파가 있었습니다. 한쪽은 세계수가 공급하는 자연 마나를 순환시키며 압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순환 유지파'였고 다른 한쪽은 외부 오염을 막기 위해 모든 밸브를 닫고 봉인석을 완전한 폐쇄계로 고립시켜야 한다는 '완전 격폐파'였습니다."

화학공학의 역사에서도 닫힌 고립계와 열린 순환계의 설계 사상은 수없이 충돌해 왔다. 압력을 배출하지 않는 고압 반응기는 결국 내부에서 폭발하고 만다.

"순환 유지파가 메인 노드와 네 보조 감압 밸브를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재앙이 닥치자 공포에 질린 완전 격폐파가 상위 권한을 탈취해 모든 관로를 틀어막고 감시 체계를 세웠던 겁니다. 저 원 안에 세 갈래 선 표식은 바로 완전 격폐파의 관측 인장이었습니다."

아리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보랏빛 층을 응시했다.

"그들이 관로를 틀어막았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실리카 스케일이 쌓이고 하부 균열이 터졌던 거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완전 격폐파는 관로가 다시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남쪽 관로에 중계편을 설치해 감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제3밸브를 열고 열평형을 복구하자 그들의 자동 감시 시스템이 이를 '비인가 개방'으로 판단하고 관측값을 모아 송신했던 것이죠."

그때 메인 제어반 중앙의 룬 코어가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붉은빛으로 번쩍였다.

위이이잉!

기록고에서 올라온 차가운 잔향이 메인 노드의 마나 배관을 타고 역류하고 있었다.

[ 관리자 감사 시스템 기동. ]

[ 대상: 복구 권한을 행사한 자. ]

[ 적합성 질의 제1항. ]

[ 현재 공정의 기본 철학을 정의하십시오. ]

[ 선택지 A: 초기 완전 격폐 명령 복원 (모든 보조 밸브 폐쇄 및 격리). ]

[ 선택지 B: 시스템 강제 셧다운 및 권한 회수. ]

제어반 화면에 떠오른 두 개의 선택지는 과거 완전 격폐파가 남겨둔 왜곡된 알고리즘 그 자체였다. 순환을 살리는 선택지 따위는 아예 배제되어 있었다.

하나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원장님! 제4밸브의 배압이 급상승하고 있어요! 54기압에서 56.5기압까지 치솟았습니다! 감사 시스템이 밸브를 강제로 잠그려 하고 있어요!"

"반스 장군님, 배관 외벽을 결계로 고정해 주십시오! 물리적 파손을 막아야 합니다!"

"알겠다! 기사단, 제4관로 축선에 삼중 결계 전개!"

황금빛 결계가 삐걱거리는 고압 배관을 억누르는 사이 헤르만 교수가 지팡이를 쥐고 우현을 돌아보았다.

"우현 군, 선택지가 저 둘뿐이라면 어떤 것을 골라도 관로는 파멸일세! 강제 셧다운을 선택하면 밸브가 전부 잠겨 압력 폭주가 일어날 거야!"

"왜 그들이 정해 놓은 오답 중에서 골라야 합니까?"

우현은 망설임 없이 휴대 계측판을 제어반 중앙 홈에 내리꽂았다.

"폐쇄계의 압력 상승을 무시한 설계는 연금술이 아니라 단순한 자살 행위입니다. 감사 시스템에 우리가 증명한 진짜 공정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우현은 손가락을 번개처럼 놀리며 계측판에 새로운 함수식을 입력했다.

8나노미터 선택 투과막의 기공 분포도, 4개 보조 밸브의 압력 구배(29-36-45-54기압), 유량 손실률 4퍼센트 미만의 동적 평형 방정식.

"교수님, 이 수식 데이터를 40킬로헤르츠의 역위상 공명 주파수에 실어 제어 코어로 쏘아 보내주세요!"

"좋아, 맡겨두게!"

헤르만 교수의 지팡이 끝에서 백은색 룬 광조가 터져 나와 제어 코어의 붉은빛을 꿰뚫었다.

아리아가 양손을 뻗어 과열되어 연기를 뿜어내던 제어반 표면에 극한의 냉각장을 쏟아부었다.

"제어 코어의 열폭주를 억제합니다! 데이터 전송을 끝내세요!"

우현이 설계한 동적 평형 수식이 룬 파동을 타고 감사 시스템의 감사층 깊숙이 꽂혀 들어갔다.

[ 데이터 수신 중… ]

[ 미등록 공정 모델 감지. ]

[ 분석: 4단 차등 감압을 통한 마나 유량 보존율 96.2%. ]

[ 분석: 선택 투과막 기반의 불순물 배출 및 지맥 압력 분산율 99.8%. ]

[ 열역학적 붕괴 확률: 0.003% 이하. ]

제어반을 붉게 물들이던 경고등이 일순간 멈칫했다. 시스템은 수천 년 동안 입력된 적 없었던 완벽한 열역학적 평형 데이터 앞에서 논리적 재검토를 시작했다.

[ 판정 갱신. ]

[ 기존 선택지 A, B의 파멸 확률: 98.7%. ]

[ 수신된 공정 모델: '동적 평형 순환 공정'으로 신규 등록. ]

[ 감사 단계 변경: 권한 충돌 보류 → 신규 공정 시험 운전 승인. ]

푸슈우우욱!

제4밸브를 억누르던 강제 폐쇄 압력이 풀리며 맑은 마나 증기가 배출구를 통해 뿜어져 나왔다.

하나는 프리즘을 확인하고 안도의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제4밸브 압력 54기압으로 복귀! 제1, 2, 3밸브도 완전히 안정 영역으로 돌아왔어요! 셧다운 명령이 취소되었습니다!"

반스 장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을 내렸다.

"기계 덩어리를 논리로 굴복시켰군. 대단하네, 우현 원장."

"굴복시킨 것이 아닙니다. 감사 시스템의 본래 목적은 계통의 보존이니까요. 더 안전하고 확실한 공정 데이터를 제시하면 시스템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우현이 제어반에서 손을 떼자 중앙 코어에서 부드러운 푸른빛이 퍼져 나오며 허공에 새로운 입체 지도를 투사했다.

그것은 카르멘 협곡의 전체 단면도였다.

지도 위에서 메인 노드를 출발한 굵은 청록색 선이 남쪽 절벽 꼭대기의 한 지점을 또렷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 신규 공정 시험 운전 모드 전환. ]

[ 외부 관측 신호의 발신원 좌표 개방. ]

[ 위치: 카르멘 협곡 남부 외곽 림, 제5감시 초소 노드. ]

엘레나가 지도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중계편에서 빠져나갔던 마지막 신호가 향했던 바로 그 절벽이에요."

아리아가 냉각 지팡이를 거두며 우현 곁으로 다가왔다.

"완전 격폐파가 남긴 감시 초소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뜻이네요."

"그렇습니다. 그곳에 남아 있는 관측 장치를 확보하고 봉인석 네트워크 전역에 걸려 있는 왜곡된 격폐 명령을 해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노드로 이동할 때마다 똑같은 셧다운 위협을 받게 될 테니까요."

헤르만 교수가 안경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수리는 단순한 배관 청소를 넘어섰군. 봉인의 진짜 관리 권한을 되찾는 싸움이야."

우현은 네 보조 밸브의 유량 제어기를 자동 동적 평형 모드로 고정하고 봉인 상자에 담긴 수정판을 품에 넣었다.

"반스 장군님은 기사단과 함께 이곳 메인 제어실을 지켜 주십시오. 밸브 압력이 3기압 이상 흔들리면 즉시 비상 냉각을 가동하도록 조치해 두었습니다."

"걱정 말게. 내 목숨을 걸고 이 노드를 사수하지."

우현은 아리아, 헤르만, 하나, 엘레나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남쪽 림으로 갑니다. 과거의 왜곡된 기록을 지우고 진짜 순환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수리 원정대는 메인 노드의 맑은 박동을 뒤로한 채 짙은 안개와 거센 마나 바람이 몰아치는 카르멘 협곡 남쪽 절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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