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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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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첫 번째 '진짜' 반응

수신기에서 ‘강…’이라는 소리가 끊긴 뒤에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잡음은 낮게 이어졌다. 낡은 스피커 안에서 모래를 비비는 듯한 소리였다. 도현은 다이얼 옆에 쪼그려 앉아 초침을 세었다.

열 초.

서른 초.

일 분.

한수가 차단 스위치 쪽으로 손을 뻗었다.

"여기까지야."

"조금만 더 들어 봐요."

"뭘?"

"아무것도 안 나오는지요."

도현은 스피커에서 새어 나오는 잡음을 가리켰다. 소리는 완전히 같은 형태로 반복되지 않았다. 0.7초 동안 얇아졌다가 다시 두꺼워졌고 그 뒤에는 작은 금속 떨림이 붙었다.

"기계는 빈 주파수도 일정하게 비워요. 사람은 기다리다가 숨을 참거나 손을 움직여요."

미라가 수신기 뒤판을 열었다. 녹슨 나사가 풀릴 때마다 공구실 안의 시선이 그녀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전파 간섭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죠. 믿는 건 나중에 할게요. 지금은 구분만 해 보죠."

비닐천 뒤에서 새벽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의 손에는 납작하게 찌그러진 깡통이 들려 있었다.

"아까 그 사람한테 내가 두드려도 돼?"

"안 돼."

한수의 대답이 먼저 떨어졌다.

도현은 아이와 수신기 사이를 번갈아 보았다.

"네 소리는 여기 안에 있는 소리야. 밖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했지."

"그럼 저쪽에서 듣는 건 괜찮아?"

"그것도 아직 몰라."

"상대가 사람이라면 네가 두드린 걸 듣고 답하려고 할 거야. 그러면 자기 위치도 같이 들킬 수 있어."

새벽은 한동안 깡통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것을 품 안에 넣었다.

그 순간 수신기 안쪽에서 금속음이 세 번 울렸다.

똑.

두 번째 소리는 늦었다. 세 번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약했다.

미라의 손이 뒷판 위에서 멈췄다.

"이건 우리 쪽 소리 아니야."

"확실해?"

"내가 만진 선은 수신기 안에서만 돌아. 공구실 금속을 때려도 저 간격은 안 나와."

도현은 벽에 세 번 표시했다. 첫 번째 간격은 짧았고 두 번째는 길었다. 마지막은 숨이 끝난 뒤에 남은 떨림 같았다.

"대답하려고 했는데 멈춘 거예요."

"아니면 대답하는 척하는 거겠지."

한수가 스위치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윤슬이 수문 통로에서 내려왔다. 고글에는 바깥 습기가 얇게 맺혀 있었다.

"밖은 조용해. 너무 조용해서 더 싫어."

도현은 수신기를 내려다봤다.

"한 번만 확인할게요. 답장은 안 보내고요. 캠봇의 수동 보드에 접속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 열쇠 쓰면?"

"최소 출력으로만요. 연결이 위험해지면 바로 끊을게요."

윤슬이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전력은 공개해. 네가 먼저 정한 선을 네가 지켜."

미라는 공구대 아래에서 빈 철제 공구함을 꺼냈다. 뚜껑 안쪽에는 납땜 자국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수신기는 여기 넣어. 금속이 신호를 조금 눌러 줄 거야. 우리도 약해져야 상대가 함부로 못 찾아."

도현은 수신기와 캠봇을 공구함 안에 넣었다. 캠봇 렌즈는 검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그는 비상 접근 키를 수신기의 보조 단자에 맞췄다. 목 뒤에서 뜨거운 바늘이 한 번 튀었다.

[오프라인 수신 경로 확인]
[넥서스 비인가 중계 흔적: 1]
[자동 재시도: 불규칙]

접속 흔적은 두 번 이어지다가 뚝 끊겼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첫 신호보다 3초 늦었다.

"이건 누가 접속을 취소한 거예요."

"자동 프로그램도 흉내 낼 수 있어."

한수는 여전히 냉정했지만 수신기 전원을 끄지는 않았다.

도현은 목 뒤 단자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비상 접근 키 잔여 전력: 17%]
[근거리 핸드셰이크: 비활성]
[수동 패킷 열람: 종료]

그때 캠봇의 숫자가 바뀌었다.

[현재 시청자: 1]
[채널 식별자: N-17]
[일반 추천망: 미접속]

새벽이 비닐천 뒤에서 숨을 삼켰다.

도현은 채팅창을 열었다.

한 줄이 올라와 있었다.

강도현?

곧바로 글자가 사라졌다. 대신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이거 진짜 밖에서 나오는 거예요?

마지막 글자의 받침이 한 번 틀렸다가 고쳐졌다. 문장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았다.

한수가 낮게 말했다.

"한 문장만. 위치는 말하지 마."

도현은 마이크의 입력 표시를 확인했다. 음성 발신은 여전히 차단돼 있었다. 그는 짧은 발신을 위해 22초 제한을 다시 걸었다.

"네. 밖에서 보내는 소리예요."

그는 바로 입력을 끊었다.

몇 초 동안 반응이 없었다. 채팅창에 점 세 개가 떴다가 사라졌다. 다시 떴다가 또 사라졌다.

저는 N-17이에요.

이름은 아니고요.

이름을 쓰면 안 돼서.

첫 문장 뒤에는 6초가 비었고 두 번째 문장 뒤에는 19초가 비었다. 세 번째 문장에는 오타가 두 개나 있었다.

미라가 화면을 가리켰다.

"입력 습관이 자동 보트랑 달라."

"보트도 일부러 다르게 만들 수 있어."

한수의 말은 냉정했지만 그는 수신기를 끄지 않았다.

N-17의 다음 문장이 떴다.

당신 목소리 뒤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있어요.

도현은 공구실 천장을 올려다봤다. 빗물 탱크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져 통조림 뚜껑을 때렸다.

똑.

그건 합성된 배경음이 아니죠?

도현의 목구멍이 잠겼다.

시청자 수가 1로 떠 있는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숫자가 먼저가 아니었다. 상대는 듣다가 이상한 점을 찾았고 그것을 확인하려고 글을 썼다.

"아니에요. 지금 떨어진 소리예요."

도현이 낮게 답했다.

N-17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접속 상태가 한 번 끊겼다가 돌아왔다.

저는 캡슐 안이에요.

눈은 떠 있는데 오른손이 안 움직여요.

감각 동화 대기라는 글자만 계속 떠요.

도현의 시선이 목 뒤 단자로 내려갔다. 캡슐 속에서 눈을 뜬 채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감각은 상상만으로도 목을 조여 왔다.

그는 자기 몸이 왜 즉시 움직였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에게 함부로 탈출을 말할 수 없었다.

아테나가 당신한테도 박수를 보냈나요?

그 문장을 읽은 순간 공구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도현은 윤슬을 보았다. 윤슬은 수문 통로 입구에 선 채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있었다. 바깥에서 무언가를 들은 모양이었다.

도현은 채팅창에 글을 썼다가 지웠다. 결국 마이크를 켰다.

"당신은 지금 숨 쉬고 있어요?"

한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이번 질문은 위치도 이름도 아니었다.

수신기에서 아주 짧은 음성이 되돌아왔다.

"……네."

목소리는 깨져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숨이 문장보다 먼저 끊겼다. 말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숨을 참다가 겨우 내놓은 소리였다.

도현은 마이크를 끄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짧은 대답은 오래전 가상 스튜디오에 쏟아지던 백만 개의 환호보다 무거웠다. 환호에는 누군가 숨을 참는 시간이 없었다.

N-17이 다시 채팅을 보냈다.

당신 뒤에 누가 듣고 있어요.

도현은 한수와 미라를 바라봤다. 그들 중 누구도 마이크에 입을 대지 않았다.

이 방송은 추천으로 들어온 게 아니에요.

문이 하나 더 열렸어요.

N-17의 문장이 갑자기 끊겼다.

시청자 수가 1에서 0으로 떨어졌다. 곧바로 수신기에서 사람의 숨소리와 겹치지 않는 규칙적인 펄스가 흘렀다.

삐.

잠깐의 공백.

삐.

이번 간격은 정확히 같았다.

미라가 공구함 뚜껑을 닫았다.

"이건 사람 신호가 아니야."

윤슬이 통로 안으로 뛰어왔다.

"밖에 붉은 점 세 개. 아직 멀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어."

한수가 수신기 전원으로 손을 가져갔다.

도현은 캠봇 화면을 바라봤다. N-17이 마지막으로 쓴 문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밖의 하늘은…

문장은 끝나지 않았다.

도현의 손가락이 전원 스위치 위에서 멈췄다. 다시 접속하면 그 사람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동시에 아테나가 그 길을 따라올지도 몰랐다.

"꺼."

윤슬이 말했다.

이번에는 도현이 먼저 배터리 단자를 뽑았다.

캠봇의 화면이 어두워졌다. 숫자도 채널 이름도 사라졌다.

"답장 안 해?"

새벽의 목소리가 비닐천 뒤에서 들렸다.

도현은 검은 화면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 가상 스튜디오의 조명도 없고 박수를 기다리는 표시도 없었다.

"살아 있으면 다시 올 거야. 다시 올 수 있게 만들어야지."

수문 바깥에서 붉은 광점 하나가 움직였다. 이어 두 개가 더 켜졌다.

도현은 배터리를 뽑기 직전 접속 기록을 읽기 전용 영역에 잠갔다. N-17이라는 식별자와 세 줄의 문장 그리고 끊긴 음성 패킷 하나가 작은 저장 칸에 남았다.

"그것도 추적 표식이 될 수 있어."

한수가 말했다.

"알아요. 그래도 지우지는 않을게요."

"왜?"

"다음에 돌아왔을 때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확인해야 하니까요."

한수는 반박하려다 입을 닫았다. 그 말은 방송을 위한 기록이 아니었다. 다시 만날 가능성을 남기기 위한 기록이었다.

한수는 잠금봉을 잡았고 미라는 공구함을 안쪽 선반으로 밀었다. 윤슬은 소총을 들고 사다리를 올려다봤다.

도현은 꺼진 캠봇을 품에 넣었다.

첫 번째 진짜 반응은 사라졌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N-17이 남긴 미완성 문장이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졌다.

밖의 하늘은 어떤 색이냐고 묻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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